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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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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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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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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설가장 (4)

DUMMY

설가장의 연회는 하루를 더 이어 갔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설가장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은 늘어만 갔다. 가주 설양석이 영주 인근의 무관주들에게 설가장의 위세를 뽐내려 초대한 것이었는데, 초대하지 않은 형양과 상덕, 익양에서까지 소문을 들었다며 몰려드니, 내치지도 못하고 접대를 하다 보니, 정작 설가주 설양석이 묵운 사마의를 설가장에 잡아 두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설가주 설양석은 여식인 설봉봉을 내세워 묵운 사마의와의 연을 공고히 하려 했었다. 하지만 몰려든 사람들이 묵운 사마의와 인사를 나누고는, 객점으로 불러내고 또 주루로 불러내 묵운 사마의를 모셔 가 인연을 맺으려 하자, 정작 설봉봉과는 설가장에 든 이후 서로 얼굴 한 번 마주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설가주 설양석에게는 여식인 설봉봉이 묵운 사마의에게 호감을 가졌는지는 생각에 여지를 남겨 두지 않았다. 그저 묵운 사마의와 설봉봉을 엮어 설가장이 영주 아니 호남 제일의 세가로 거듭났으면 하는 마음뿐이었으니, 악양에서 사라지자 한때 잠시 포기했던 야심이, 묵운 사마의가 설가장으로 들면서 살아나더니, 두 번의 시범을 본 뒤로는 어떻게 해서라도 묵운 사마의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구 집사를 들라 하거라."


가주 설양석은 오랜 세월 설가장에서 봉신한 구 집사라면 뭔가 좋은 계책이 있을 것 같았다.


"가주님,

찾으셨습니까?"


"이리 가까이 오거라."


구 집사가 다가가자 평소와 달리 자리를 내주며 물었다.


"사마 공자는 별채에 있느냐?"


"잠시 전 나가시는 것을 봤습니다만."


아직 이른 시각이었기에 별채에 있으리라 여겼던 묵운 사마의가 나갔다는 말에 더욱 답답해진 설양석이 소리를 높여 물었다.


"또 어느 놈이 불러낸 것이더냐?"


"그게 한두 분이 아니라 양 관주와 도 관주 그리고 어제 드신 호가장, 주가장 사람들과 함께 나가셨습니다."


"그놈들은 무관을 비워 놓고 갈 생각을 않는 것이더냐?"


"말씀드리기 뭐하나 새로 드시는 분마다 잡고 본 것을 말씀하시는 듯싶습니다. 그리고는 마치 두 분께서 사마 대협을 가장 잘 아는 것처럼 말하니, 손님들께서 사마 대협과 가까이하시려 두 분에 청을 넣고 있는 줄 압니다."


"허허~!

이거야 생선을 올려놓으니 고양이가 먼저 채가는 격이 아닌가. 그래 나가서 어찌들 하는지는 살폈더냐?"


"예, 가주님.

시전 객점으로 가 인사를 겸해 식사를 하시고 나면, 날이 채 어두워지기도 전에 영파루에 드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파루라는 말이더냐?"


"예, 다른 주루도 많습니다만 매번 영파루를 찾는 것으로 압니다."


"말하거라, 어찌 그런지."


"반단이라는 기녀를 마음에 들어한다 들었습니다."


"야화 반단이 말이더냐?"


"소인은 야화인지는 모르고 영파루 점소이의 말이 반단이라는 기녀를 매번 찾는다 했습니다."


"이런 젠장할. 이놈들이 알면서 그 아이를 붙인 게 분명하구나. 기껏 인연을 만들어 준 은혜를 이렇게 갚는다고. 천하에 죽일 놈들 같으니."


영파루가 영주 시전에 있는 주루였으니 설가주 설양석도 자주 찾는 곳 가운데 하나였다. 그뿐이면 이리 화가 날 일이 아니었지만, 영파루의 기녀 반단은 설가주도 몇 번 품었던 기녀였다. 사위로 들일 생각에 잠을 못 이루는데, 정작 사위로 점찍은 사마의가 자신이 품에 안았던 기녀를 품었을 것을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고 어이가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니 서른이 멀지 않은 노기를 젊은 묵운 사마의가 좋아할 까닭이 없었다. 영파루에는 루주가 제법 공을 들여 기른 기녀들이 있었으니, 반단보다 어리고 기예도 뛰어난 것 같아 설가주 설양석도 기회가 되는 대로 찾고자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린 기녀들을 다 놔두고 영파루에서는 노기에 속하는 반단을 묵운 사마의에게 안긴 것이, 설가주 설양석이 생각하기에는 무관주들이 설가주 설양석의 의중을 눈치채고 막으려 든 것이라 여겨졌다.


"흥~!

기녀는 기녀일 뿐이지. 그년을 품은 놈이 어디 한둘일 뿐이더냐, 줄을 세우면 시전을 가득 채울 것이다. 어찌 맺은 인연인데 내가 그리 쉽게 놓아 줄 것 같더냐."


"무슨 말씀이신지?"


"네가 알 것 없다."


"그럼 소인은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사마 공자가 별채에 드는 대로 알리거라."


"예, 가주님."


'오늘 밤 내 기어이 일을 만들리라.'


밤이 깊어서야 잔득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하는 두 무관주와 묵운 사마의가 설가장에 들었다. 묵운 사마의가 별채로 들었다는 말을 들은 설양석은 하루 종일 설봉봉을 닦달해 꾸민 일을 실행에 옮겼다.


설양석은 비록 면사로 하관을 가렸지만, 가벼운 침의만 입힌 채로 설봉봉을 묵운 사마의의 방에 밀어 넣었다.


묵운 사마의는 한 번 겪었기에 운기조식으로 취기를 몰아낸 뒤 침상에 누우려 했는데, 방문이 열리고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옷을 걸친 설봉봉이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나 촛불을 밝혔다.


"공자님,

불은 꺼주시겠습니까?"


묵운 사마의는 면사로 가렸지만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낭자,

설가주님의 뜻은 알 것 같으나 이래서는 낭자에게 큰 치욕이 될 것이오. 오늘 일은 소생의 기억에서 지울 것이니 그만 돌아가시오."


설봉봉은 묵운 사마의의 말에 그대로 엎드려 울음을 터트렸다. 묵운 사마의는 설가주 설양석의 의도를 알기에 엎드려 우는 설봉봉을 무시하고 방을 나가 하인을 찾았다.


"누구 없느냐?"


"찾으셨습니까?"


"가주님을 뵐 것이니 앞서거라."


하인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묵운 사마의는 표정을 굳힌 채 다시 말했다.


"모두가 알도록 소란이 일어야 하겠느냐?"


하인은 어쩔 수 없다 생각했는지 앞서 별채를 나섰다. 묵운 사마의는 하인의 뒤를 쫓아 설가장의 대전에 이르자 하인에게 일렀다.


"가서 가주님을 뵙자 한다고 전하거라."


묵운 사마의는 대전 앞에 서서 대전에 들지 않고 설가주 설양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난감한 표정을 한 설가주 설양석이 묵운 사마의 앞으로 왔다. 묵운 사마의는 설양석이 뭐라 변명하기도 전에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소생이 어찌 가주님을 뵙자 했는지는 아실 것이외다. 소생에게 설 낭자를 흠모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소생이 먼저 청을 넣었을 것이오. 하나 소생과 낭자는 악양루에서 잠시 말을 나눴을 뿐이고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소이다.


한데 아무리 세가의 여식이라도 소생의 의사는 전혀 감안하시지 않으셨으니, 소생이 이 일을 어찌 여겨야 하는 것이오? 물론 소생과 설가장의 인연을 돈독히 하시려는 가주님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적어도 소생의 의중은 먼저 살피셨어야 하는 것 아니시오?


소생은 이번 일로 설가장과의 인연을 끊고자 하는 마음은 없소이다. 하나 이대로 머물기도 어색해졌으니, 그만 설가장을 나가려 하외다. 그나마 그동안 보여 주신 환대에 대한 마지막 예라 여겨 주셨으면 하외다."


설가주 설양석은 자신이 일을 서둘러 이런 사달을 일으켰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은연중에 만나게 했으면 일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 여겨졌지만, 오로지 세가를 위한 일이었기에 설봉봉을 이용하려 한 것을 후회하기보다는, 일을 서둘러 성사시키지 못한 것이 몹시 아쉬웠다.


"사마 대협께서 노하신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하나 세가를 운영하는 가주로서 소생도 최선의 방책을 내려 했던 것이외다. 떠나신다 한들 더는 잡을 명분도 면목도 없으니 머물러 달라 청하지는 않겠소이다.


다만 이렇게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로 가시게 되시면, 지금까지 사마 대협을 생각해 한 모든 일이 어그러지는 것 아니겠소이까? 날이 밝은 연후에 조촐한 환송연이라도 열어 보이고 가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그건 아니 될 말씀이시오. 이런 일은 지체할수록 틀어지게 된다 배웠으니 소생은 별채로 돌아가는 대로 즉시 설가장을 나설 것이외다. 다만 가기 전에 두 분 무관주님들께 소생에게 급한 일이 생겨 떠난다고 전하겠소이다.


그리하면 다른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니 설가장의 체면에도 문제가 없을 것 아닙니까? 정히 불편하시다면 소생이 두 분 무관주님들께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잠시 동안이나마 환대해 주신 것은 감사드리고, 또한 다시 뵙게 되더라도 오늘 일을 거론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더는 잡지 못하겠소이다. 청해로 가신다 들었으니 부디 무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거듭 환대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어찌 인연이 이번뿐이겠는지도 다시 뵙게 되어도 반갑게 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묵운 사마의는 설가주 설양석이 지금 별채에 남아 있는 설봉봉을 데리고 갈 시간을 주기 위해, 객방에 머물고 있는 두 무관주를 만나러 간다 하고, 하인을 앞세워 객방을 찾았다. 두 무관주는 아직 취기가 가시지 않아 비몽사몽 하고 있었지만, 묵운 사마의가 찾아왔으니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무슨 일이기에 이 시각에 찾으신 것이오?"


"사문에서 급한 지시가 전해와 바로 떠나야 했지만, 그동안 두 분께서 소생에게 베풀어 주신 것이 있으니, 얼굴도 뵙지 않고 가는 것은 예가 아닌 듯싶어, 밤이 늦고 취하신 걸 알면서도 찾았으니 용서하십시오."


"아니, 무슨 급한 일이고 전언이라니 누가 전해 왔다는 것이오?"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고 두 분도 알고 계시기는 하실 것이니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근자에 살귀라 불리는 소생의 사제를 본산으로 잡아들이라는 지시였소이다. 사제의 무공도 소생에 못지않으니 더 멀리 가기 전에 서둘러야 하는 탓에 이리 실례를 범했으니 관대히 받아 주십시오."


"아~!

사형제 간이라 듣기는 했소이다만, 그리하고 다니니 사문에서 보고 있을 수는 없었겠소이다."


"이 일은 두 분만 아시고 전하시지는 마십시오."


"그야 물론이지요. 우리 두 사람 지내보셔서 아실 터이지만 입은 무겁소이다. 오히려 사문의 큰일을 이리 말씀해 주시니 그동안 돈독해진 인연이 어디 간 것은 아니었다 싶습니다."


"그럼 다시 뵐 때까지 무운을 빌겠습니다."


"사마 대협께서도 몸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묵운 사마의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기에 별채로 돌아오니 설봉봉은 방에 없었다. 짐이라 할 것도 없는 보퉁이를 매고 검을 손에 든 채 그대로 설가장을 나섰다. 아직 성문을 열 시각은 아니었지만 불과 오 장 정도 높이의 성을 넘는 일은 묵운 사마의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다음 날이 밝자 다시 많은 사람들이 설가장을 찾았지만, 이미 떠나고 없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두 무관주가 그들을 불러 전한 말에 묵운 사마의를 못 만난 아쉬움을 털어내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더구나 다른 사람들은 아직 듣지 못한 묵운 사마의가 급하게 떠난 사유까지 들을 수 있었으니, 두 무관주들이 넘치도록 마셔 대는 술값은 조금도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게 했다. 이렇게 해서 묵운 사마의가 급히 설가장을 나간 일이 전해졌고, 설가장과 설봉봉의 치욕이 되었을 이야기는 누구도 모르게 묻혀졌다.


묵운 사마의는 처음 생각한 대로 사천과 호남의 경계를 따라 움직이다 섬서에 들었다. 묵운 사마의는 지나는 길에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 표행과 함께 움직이기도 했고 한동안 한곳에 머물기도 했다.


마음에 들기만 하면 절기를 전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었기에 오히려 찾아드는 자들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무공을 전수하는 일만큼은 묵운 사마의의 마음이 내켜야만 전했다. 사실 묵운 사마의의 마음에 드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누군가는 그저 보고 자질이 있다며 절기를 전하기도 했으니, 강호에 무인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절기를 전해 주는 것에, 무인의 보물인 비급을 전수하는 묵운 사마의에게, 만보 대협이라는 새로운 별호가 이즈음에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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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무림맹 (2) +1 23.07.11 3,535 33 18쪽
63 63화 무림맹 (1) +1 23.07.10 3,585 33 16쪽
62 62화 금의위 (4) +2 23.07.09 3,588 35 17쪽
61 61화 금의위 (3) +1 23.07.08 3,608 32 17쪽
60 60화 금의위 (2) +1 23.07.07 3,695 32 14쪽
59 59화 금의위 (1) +1 23.07.06 3,752 32 14쪽
58 58화 남궁세가 (17) +1 23.07.05 3,671 35 14쪽
57 57화 남궁세가 (16) +1 23.07.04 3,658 33 18쪽
56 56화 남궁세가 (15) +1 23.07.03 3,657 32 15쪽
55 55화 남궁세가 (14) +1 23.07.01 3,699 32 15쪽
54 54화 남궁세가 (13) +1 23.07.01 3,686 33 8쪽
53 53화 남궁세가 (12) +1 23.06.30 3,725 34 14쪽
52 52화 남궁세가 (11) +1 23.06.29 3,739 36 14쪽
51 51화 남궁세가 (10) +1 23.06.28 3,770 37 15쪽
50 50화 남궁세가 (9) +1 23.06.27 3,839 35 15쪽
49 49화 남궁세가 (8) +1 23.06.26 3,842 33 14쪽
48 48화 남궁세가 (7) +2 23.06.25 3,825 38 18쪽
47 47화 남궁세가 (6) +1 23.06.24 3,815 32 14쪽
46 46화 남궁세가 (5) +1 23.06.23 3,813 36 15쪽
45 45화 남궁세가 (4) +1 23.06.21 3,831 36 17쪽
44 44화 남궁세가 (3) +1 23.06.21 3,870 34 16쪽
43 43화 남궁세가 (2) +1 23.06.19 3,854 36 15쪽
42 42화 남궁세가 (1) +1 23.06.19 3,859 37 18쪽
41 41화 경동 천하 (2) +1 23.06.18 3,894 39 14쪽
40 40화 경동 천하 (1) +1 23.06.17 4,115 39 14쪽
39 39화 정왕부 (4) +1 23.06.16 3,973 39 17쪽
38 38화 정왕부 (3) +1 23.06.15 3,986 39 15쪽
37 37화 정왕부 (2) +1 23.06.14 3,993 37 15쪽
36 36화 정왕부 (1) +1 23.06.13 4,018 3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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