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프롤로그-
끝이 나버린 세계에 오직 나 만을 제외하고는 형태도 알아볼 수 없어진 세계를 바라보면서 나는 절망에 빠져있었다.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무도 남지 않은 세계 풀도 나무도 개미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은데······. 이게 과연 살아있는 게 맞는 걸까······.'
아주 짧은 한순간 세계는 생명을 남겨두지 않았다. 마치 그 어떤 존재도 살려둘 수가 없다는 듯이 그러나 수많은 생명이 자신을 포기하면서 오직 나 만은 살기를 바랐고 그 결과는 기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만큼 나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모두가 죽은 세계에서 살아남은 나는 도저히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을 죽음에 몰아넣고 살아남았기에 몇 번이나 나는 죽고 싶었으나 나를 살려준 이들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 채 마지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사라지고 난 후 셀 수 없을 만큼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살아있는 자는 계속해서 나 혼자였다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제대로 된 대화도 못 한 채 계속 살아가면서 살아남은 나는 점점 미쳐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살아갔다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고 잠을 자지도 못했다 아니 필요를 느끼지도 못했다 그렇게 살아있는지 죽은 것인지도 확실히 하지 못한 채 살아가던 중 나는 결국 죽기로 했다.
너무 외롭고 나를 살려준 이들이 하나 둘씩 기억이 나지 않기 시작했기에 점점 미쳐가던 와중 생각해낸 유일한 도피처가 죽음 뿐 이었기에 죽음을 결심하고 자살할 때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죽을 수 없게 되었다.
죽을 수 없다, 그것은 여태껏 느끼던 죄책감과는 다른 것이었다. 주변엔 날카로운 것이 없기에 내 몸에 찌르거나 벨 수도 없었고 서서히 사라지던 잔해들이 끝내 다 사라져서 뛰어내리거나 몸을 부딪치는 것들이 불가능해진 채 굶어 죽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 순간 이것이 얼마나 멍청한 생각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여태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로 생활하고 있었기에 굶어 죽는 거 또한 불가능해진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나는 절망했다.
절망하고 괴롭고 슬프고 화가 나고 어이없어하는 등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면서 울었다 끝나지 않은 비가 오듯이 계속해서 울었다고 아니 할 수 있는 게 우는 것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혼자 남겨져서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진 말을 더는 할 수 없었고 숨을 참으려고 해봐도 계속해서 쉬어지는 숨 때문에 그저 자신의 감정에 따라 자기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어진 나는 울다가 지쳐 쓰려졌다.
얼마만큼 기절한 지도 모른 채 일어났다.
또다시 아무도 없는 세계에 그저 살아가기 위해서.
이번에는 한 번 움직여 보기로 했다 남은 기억 속에 누구의 말인지도 모르는 한마디에 이끌려서 '너 또 여기서 뭐 하냐? , 음?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넌 너무 생각이 많아 그럴 땐 생각하지 말고 그냥 앞을 향해 걸어가 봐, 뭐 그러다가 잘못되면 어쩌냐고 음···. 어쩔 수 없는 거지 아무것도 못 한 채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이미 많은 것을 잊어버리기 시작한 내 머리에 떠오르는 기억 속 한마디에 이끌려서 가보았다 이 세계가 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으로 어쩌면 아무 소용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금 멈추면 기억 속의 그 말처럼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걸었다 어느 정도 걸었는지 모른다.
그저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점점 주위가 빠르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난 힘이 들어야 정상이지만 어째서 인지 힘들지 않았다. 괴롭지도 않았다 그 어느 때 보다 기분이 좋아졌다. 주변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달렸다 계속해서 달려갔다 얼마나 달렸는지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숨이 차기 시작했다. 이때 처음으로 난 살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달리다 어느새 더는 달릴 수가 없게 되었다, 더는 달릴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그 앞에는 그야말로 절망만 남아있었으니 사라진 모든 사람, 건물, 벌레 나 동물, 풀과 나무가 모두 거기에 있었다. 죽은 상태로, 썩어 문드러져서 몸이 무너진 채로 또는 무언가에 녹은 듯한 형태로······.
나는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 절망했다. 또한, 탄식했다 .
'조금만 빨리 왔다면 저런 모습은 되지 않았을 탠데······.'
난 무언가에 이끌리듯 나를 살려준 존재를 하나둘 계속해서 찾았다 찾아 나의 앞에 나열해서 계속해서 사과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아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 밖에 나오는 것은 그저 절규에 가까운 비명 뿐 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조금만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면서 계속해서 사과하며 절망과 미안함, 괴로움 등의 감정이 담겨있었다.
적어도 이 그 마음 만은 거짓 하나 없는 진실이었다.
눈물을 닦고 시체들이 막고 있는 너머로 넘어갔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되었다.
그 너머 내가 본 것은 낭떠러지였다 무섭지 않았다 그 후 난 아무 고민 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후회되었다 날 살린 그들을 한 번이라도 더 안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그 후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감정은 다시 한번 내 몸을 움직였고 그 결과가 세계의 끝으로 뛰어내렸을 뿐이었다.
그 세계의 마지막은 살아남은 한 존재가 세계 너머로 뛰어내린 것으로 세계는 끝이 났다.
세계는 세계를 벗어나서 살아남은 한 존재를 위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주었다,
새로운 세계가 태어났다,
그 세계의 이름은 - start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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