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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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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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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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랑

DUMMY

희는 긴 악몽을 꾸었다. 누군가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그녀를 마음대로 유린하는 꿈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꿈을 꿀 수 없는 이능자였으므로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과거에 벌어졌던 일이 그녀의 기억에서 비집고 나와 그녀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어느 순간 소리를 지르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정신이 드시오?"


검이 그녀에게 등을 돌린 채 모닥불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희는 온 몸이 땀범벅이었다.


"···여기가 어디죠?"

"혼조로 가는 길이오."

"제가 어떻게 됐던 거죠···? 아니, 기억나요.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꿈이었던 거죠?"


"당신의 아버지를 만났을 때부터."


희는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것까지 꿈일 줄 알았는데··· 우리는 그럼 어떻게 살아 있는 거죠?"

"그가 보여주는 환영을 물리치고 그를 패퇴시켰소."


그녀는 누워 있던 설기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패퇴시켰다고요? 죽이지 못했어요?"

"그렇소."

"왜···!"


희는 화를 내려다 이내 그것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목소리를 낮췄다.


"아니,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네요."


검은 모닥불을 뒤적이며 말했다.


"매영강에서 출발한 지 이틀이 지났소. 사승부라는 첩보부대에서 그 동안 우리를 지켜봐왔던 것 같더군. 앞으로는 조심히 행동해야겠소."


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사이인지··· 그가 사승부대장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때가 되면 말해주시겠지. 나는 남들보다 오래 살았으니, 조급해하지 않소."


누군가 풀숲을 헤치고 다가왔다. 양 손에 나무열매를 가득 든 무영이었다.


"어, 누나 일어났네?"


희는 반가움 반, 놀라움 반이 섞인 얼굴로 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검은 그가 갈아입은, 무영의 죽은 아버지의 옷을 들어 보였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소."

"그건 제가 입었던 옷이잖아요? 무영이 아버지의 옷."

"그렇소."

"원래 입으셨던 옷은 어떻게 하고요?"

"전투에서 쓸모없게 되어 버리고 빌려 입었소."


무영이 끼어들었다.


"당신들이 그렇게 가 버리고 나서 혼자 매영강으로 돌아오는데, 스승님이 다 찢어진 옷을 걸치고 뒤에서 뛰어오시더라.

스승님 말대로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결국 아버지 옷을 빌려주는 대가로 여행에 나를 데려가 달라고 했어.

"스승님이라고?"

"그래, 우리 엄마까지 끼어들어서 대화가 복잡해지는 바람에 그렇게 됐어."


희는 기절해 있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째 제가 기절할 때마다 사건이 하나씩 벌어지는 느낌이네요."

"그런 것 같군."

"추적이 붙을 텐데, 무영이는 너무 약하잖아요?"

"이미 경고했소. 그도 받아들였고. 인질이 되었을 때 구하지 않는다는 것까지도."


무영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희는 그런 무영을 보면서 말했다.


"사승부의 대장이 붙었다는 건 이제 추적하여 생포하는 게 아니라 어느 나라에 있든 쫓아가 죽이라는 척살령이 내려진 거라구요."


"난 상관없어."


희는 그런 무영의 머리를 콩 내리쳤다.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서 강해지고 싶다던 놈이, 어머니를 뒤로하고 죽어도 상관없단 거야?"


무영은 희의 손을 뿌리치며 볼이 부은 얼굴로 말했다.


"약한 건 지긋지긋해. 보잘것없는 이능 하나 가지고 살다가 죽느니 강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다 죽는 게 천 배는 나아."

"마음대로 해라, 그럼."


검과 희, 그리고 무영은 혼조로 가는 여정에 올랐다.



*


단여의 왕은 천강의 삼각뿔 모양 건물, 그 지하에 있는 알현실에 있었다.

그가 앉은 옥좌 앞에는 병풍을 겹겹이 둘러쳐 왕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가려 놓았다.

왕이 노호성을 질렀다.


"사승부마저 실패했다는 말인가?"


병풍 뒤에 도열해 있던 신하들이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숙였다.

흔들리는 등불 사이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신하 중 하나가 말했다.


"부대장인 황기는 목숨을 잃고 명은 그나마 목숨을 건졌다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그 둘은 임무에 실패한 적이 없는 자들 아닌가."


왕은 몹시 분노해 있었다. 하지만 그들 앞에 있는 왕은 진짜 왕이 아니었다.


왕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병풍으로 둘러싸 신하들은 왕 가까이 갈 수도 없었지만, 지금 그들의 앞에 있는 남자는 꼭두각시였다.


진짜 왕은 어디에선가 이능을 빌려 자신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아는 신하는 극소수였고, 그것이 단여가 왕을 보호하는 방식이었다.


신하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검이라는 남자의 실력이 예상을 뛰어넘는 듯합니다."

"사승부의 대장이 추포할 자가 딸이라는 이유로 손속에 사정을 둔 게 아니더냐?"

"기억을 읽는 이능자로 하여금 기억을 읽어낸 결과, 그런 혐의는 없었사옵니다."


왕은 옥좌를 쾅 내리쳤다.


"그렇다면 누구를 보내야 한다는 말이더냐! 나라의 턱밑에서 대부사를 비롯한 병사들을 죽인 사내가 단여를 빠져나가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기만 하라는 말이더냐?"


이번 꼭두각시는 제법 왕 연기를 잘 하는군. 라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단여의 이능자들을 관리하고 통솔하는 부대인 금위부의 대장이었고, 호사가들이 하는 말로는 단여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태연한 그에 비해 신하는 죽을 죄를 지었다는 듯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주, 죽여 주시옵소서, 전하."


그 광경을 보다 못한 금위부의 장, 라괴가 앞으로 나섰다.


"전하, 기억을 읽는 이능자를 통해 명의 기억을 들여다보니 검이라는 자에게는 이능이 통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무어라?"

"처음에는 이능이 통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문제의 그 칼을 잡자마자 황기와 명, 둘의 이능을 동시에 떨쳐낸 것으로 보아 그 칼에 무언가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이능이 통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란 것이 있더냐?"

"저 역시 들어본 적 없는 능력입니다."


왕은 끄응, 하고 옥좌에 몸을 파묻었다. 금위부의 대장인 라괴 역시 그 왕의 뒤에 존재하는 실제 왕은 본 적 없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조차 알 수 없었다. 진짜 왕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왕국에서 한 손가락 안에 꼽는 왕의 최측근뿐이었다.


진짜 왕에게 변고가 생기면 그들은 삼족이 멸문당하기 때문에 단여는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럼 이번엔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겠느냐? 금위부대장, 네가 직접 갈 테냐?"


라괴는 고개를 조아리지 않고 서 있었다. 앞에 있는 왕이 진짜가 아닌 것을 알았고, 자신이 왕의 꼭두각시에게 머리를 숙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을 빌미로 트집을 잡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명실상부 왕국에서 최고로 강한 사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능력은 다수와의 싸움에서 절대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능력이었지, 한 명을 몰래 죽일 수는 없는 능력이었다.


금위부대장 라괴는 얼굴을 들어 말했다.


"그 남자와 정면으로 맞붙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전하."


"허면 어찌 해야 하는가?"


"검이라는 자를 특급 범죄자로 지정하고 현상금을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단칼에 죽일 수 있는 이능자가 필요합니다."


"암살 정도라면 훈련받은 비이능자로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


멍청한 녀석이로군. 라괴는 생각했다. 그가 받은 느낌대로라면 그의 앞에 있는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진짜 왕은 이능자가 아니었다.


나이도 모르고 성별도 모른 채 대리인과 대화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의 말투나 선택하는 단어로 뒤에 있는 자를 얼추 짐작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라괴가 생각하기에 꼭두각시 뒤에 있는 진짜 왕은, 한 마디로 멍청했다.


라괴는 그 점을 티내지 않으며 말했다.


"후에 벗어났다고는 하나, 그 전에 명의 환영을 보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에서 명의 철퇴를 두 번이나 피했습니다.

명 역시 살기를 조절하는 데 능숙한 자인데, 검이라는 자가 비상한 감을 가지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은밀함으로는 최고라는 사승부의 장이 당했으니, 사승부의 다른 이를 내보낼 수도 없다. 금위부에 적당한 이능자가 있는가?"


"매우 먼 거리에서 이능을 사용해 단번에 죽일 수 있는 이능자가 가장 좋다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현재 이 나라를 통틀어도 그런 이능을 가진 자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찌 해야 하는가?"


라괴가 생각해도 검이란 남자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출입관리국은 혹시 모를 타국의 첩자나 침입자들을 경계하고 역귀를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별다른 전투 흔적도 없이 출입관리국의 사람들을 전부 어디론가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 때까지는 그의 이능이 무언가를 감추거나 숨기는 것이라고 생각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단여의 수도, 천강에 있는 직접 집행기관인 금랑에서도 이상한 능력을 사용해 사람들을 기절시키고 탈출했다.


그 과정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평봉이라는 남자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처음에 단여의 상층부는 그가 이능을 사용해 출입국원들을 기절시키고 어딘가로 옮긴 게 아닐까 추측했으나, 어떤 장소에서 있었던 일을 알아내는 이능력을 가진 소녀로 인해 그들이 말 그대로 증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곧 단여의 상층부는 몇 주가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출입국원들이 죽었다고 판단했다.


남자와 같이 다니는 여자가 첩보부대 사승부의 대장, 명의 친딸이라는 것이 확인되었고, 사승부대장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부대장과 함께 투입되었다.


그러나 온갖 임무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웠던 사승부대장마저 패퇴하여 부하를 잃고 돌아왔다.


사승부대장 명은 문제의 칼이 '아직 잠들어 있었다'라고 전했다. 여뢰의 묵인 아래 매영강의 옆, 하레에서 그 칼이 한번 쓰였던 적이 있다는 것은 라괴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 칼이 다시 사용 가능해지는 시간이었다. 일신의 무용조차 명과 황기를 동시에 제압할 만큼 뛰어난 남자였다.


그렇다면 일 대 일의 전투로도, 그 칼이 사용 가능하다면 일 대 다수의 전투로도 남자를 제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었다.


라괴는 입을 열었다.


"저··· 떠오르는 방법이 하나 있으나 세 가지 이유로 저어됩니다."


"무엇이더냐?"


"첫 번째 이유는 나라의 일에 외부의 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그들이 요구할 대가가 그만큼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의뢰할 수 있는지 저 역시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왕은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외부의 세력을 끌어들인다고? 혼조나 무할, 아니면 무곡의 힘이라도 빌린다는 게냐? 아니, 그들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자들은 아니지. 계책이 있느냐?"


라괴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가 어전에서 정신병자로 취급받지 않기를 마음 속으로 바라며.


"은랑에게 의뢰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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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00년 전, 대공습 24.03.05 9 0 14쪽
56 개곰 24.03.04 6 0 14쪽
55 미친 낙하 24.03.03 12 0 12쪽
54 그만 놀라고 싶은 여자 24.03.02 15 0 11쪽
53 대륙을 가로질러 24.03.01 15 0 12쪽
52 다시, 그곳을 향해 24.02.29 13 0 11쪽
51 열받게 생긴 놈 24.02.28 12 0 13쪽
50 기운찬 여행 24.02.27 12 0 12쪽
49 목적 24.02.26 12 0 12쪽
48 바다 위에서 24.02.25 11 0 13쪽
47 24.02.24 12 0 15쪽
46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7 0 12쪽
45 둘째와 넷째 24.02.22 16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7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19 0 12쪽
41 문제의 사람 24.02.18 14 0 12쪽
40 한나 24.02.17 18 0 15쪽
39 무의 시험 24.02.16 21 0 13쪽
38 우연한 만남 24.02.15 19 0 12쪽
37 유랑하는 자들 24.02.14 18 0 12쪽
36 위기···? 24.02.13 19 0 11쪽
35 산 넘어 산 24.02.12 17 0 12쪽
34 숨어들다 24.02.11 18 0 12쪽
» 은랑 24.02.10 19 0 12쪽
32 사승부 24.02.09 20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7 0 14쪽
29 정체 24.02.06 16 0 12쪽
28 괴물에게 가는 방법 24.02.05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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