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27
추천수 :
11
글자수 :
316,235

작성
24.02.15 21:30
조회
18
추천
0
글자
12쪽

우연한 만남

DUMMY

검과 희, 그리고 무영은 가까운 도시까지 걸었다.


희가 매영강에서 얻은 칼을 하나 차고 있었으나, 검은 청경 말고는 칼이 없었고 무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여뢰가 알려준 군도는 그들이 있는 혼조의 끝자락에서 걸어서 두 달이 넘는 거리였다.


혼조는 넓은 땅을 가진 나라라, 가까운 도시까지도 며칠 동안 걸어야 했다.


그 동안 그들은 유랑 부족을 여섯 번 만났다.


처음 만났던 유랑 부족처럼 친절하게 대해주는 부족이 있는 반면, 외지인을 매몰차게 거절하는 부족도 있었다.


"처음 만났던 사람들이 엄청 친절한 사람들이었네요."


마주친 유랑 부족에게서 쓸만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내쫓기듯이 물러난 후에 희가 말했다.


"그런 것 같군. 원래 혼조 사람들은 성정이 거친 사람이 많다고들 했소."


"그 말이 맞네요. 다짜고짜 시비거는 부족도 있었고··· 밥이나 좀 얻어먹으려고 했더니."


"혼조는 여전히 땅이 척박해 식량을 구하기가 어렵군."


"가까운 곳에 사막까지 있으니까요. 아직 겨울인데 날씨도 포근하고··· 도시에 들르면 식량을 한무더기로 사야겠어요."


"저기 보이는군."


그들은 혼조의 도시, 현산에 도착했다.


"현산? 처음 만났던 유랑부족이 현산의 여자가 어쩌고 하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었나요?"


희가 도시의 이름이 새겨진 바위를 보고 말했다.


"혼조의 수도, 을지무에서 유행하는 노래라 했었지. 현산의 여자라···."


현산은 가운데 너른 공터가 있었고, 천과 돌을 이용해 만든 천막이 주를 이루는 도시였다.


도시 사이 거리가 넓은 만큼, 자체의 규모는 천강보다 컸고 도시의 옆에 큰 강 하나가 흐르고 있었다.


도시를 출입하는 데 요금을 받지 않는 듯, 현산은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열려 있었다.


"또 몰래 숨어들어야 되나 생각했는데 돈을 안 받네요, 다행히도."


"와아, 도시가 아니라 엄청 큰 유랑 부족을 보는 것 같네."


바쁘게 현산을 둘러보는 무영의 말에 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펑퍼짐한 겉옷을 꺼냈다.


"여긴 혼조의 도시니까, 외지인인 우리는 너무 눈에 띄겠어요. 이걸로 얼굴을 좀 가리죠."


검은 희에게서 겉옷을 받아들어 옷에 달린 모자를 깊게 내려썼다.


"기무결투는 이레쯤 남았겠군. 무영과 참가 신청을 하러 가려고 하는데, 당신도 함께 신청하시겠소?"


"으음, 아니에요. 응원할 사람도 한 명은 있어야죠. 구경이나 하면서 응원할게요."


그들은 기무결투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천막으로 갔다.


한 달에 한번 있는 축제이자 격투대회가 열리는 날이 곧이라 그런지 거리는 묘한 열기로 들떠 있었다.


거리에 좌판을 펴 놓고 장사하는 사람도 있었고, 쓸 만한 무기를 판다는 간판을 건 천막도 있었다.


도시의 어디를 가나 음악 소리와 노랫소리가 들려왔고, 길거리에서 이능을 활용한 공연으로 돈을 받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길을 안내하는 팻말을 보고 도착한 천막에서는 혼조의 사람 다섯 명이 앉아서 접수를 받고 있었다.


검이 먼저 그들 중 하나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시오. 기무결투 등록을 하고 싶소."


"행색을 보아하니 외지인이시로군. 기결투로 하시겠소, 무결투로 하시겠소?"


"기결투로 하겠소."


"좋소. 다섯 냥이오."


"다섯 냥?"


"참가비 말이오, 참가비."


"요즘은 참가비도 받는가 보군."


"원래 받았는데? 요즘은이라니?"


"아무것도 아니오, 지금은 돈이 없어서. 참가하진 못하겠군."


등을 돌려 나오려는 그의 옷자락을 누군가 잡아당겼다.


"무영, 왜 그러지?"


"나 돈 있어, 스승님."


무영은 그에게 돈이 담긴 쌈지를 내밀었다.


"이것이 무엇이더냐?"


"스승님과 여행을 떠난다 했을 때 할아버지가 주신 거야. 중요할 때만 쓰려고 했는데, 지금 써야 될 것 같아서."


검은 고개를 끄덕이며 쌈지를 받아들었다.


"이겨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버렸군."


검은 다시 접수를 받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다섯 냥이라고 하셨지, 이것은 단여의 돈인데, 단여의 돈으로는 몇 닢이오?"


"단여의 돈이면 세 닢이오."


검은 그에게 쌈지에서 단여의 엽전 세 닢을 꺼내 주었다.


"이걸 가져가시오. 이레 뒤 도시 중앙에 있는 결투장으로 오시오."


사내는 검에게 도장이 찍힌 천을 내밀었다. 곧 무영에게도 차례가 다가왔다.


"나도 기무결투 등록을 하려고 왔어. 기결투로 할 거고."


"외지인 아이잖아? 몇 살이니?"


"열셋이야."


"쉽지 않을 텐데. 아이들도 참가신청을 하긴 한다만, 어른들과 싸우게 되거든. 같은 아이가 상대로 걸리기를 빌어야겠구나."


빙긋 웃으며 말해주는 사내에게 무영이 말했다.


"어른을 상대로 이기지 못하는 실력이라면 아이를 상대해도 이기지 못할 걸. 난 어른이든 아이든 상관없어."


"너는 아직 혼조 사람들의 싸움 실력을 보지 못했나 보구나. 어쨌든 좋은 경험이 되겠지. 자아··· 여기 있다."


사내는 무영에게도 돈을 받고 도장이 찍힌 천을 내밀었다.


검이 받은 천은 푸른 도장이, 무영이 받은 천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아마 그것으로 사람들을 반씩 나누어 서로 싸우게 하는 대회인 모양이었다.


"잘 하면 두 사람이 싸우게 될 수도 있겠네요?"


두 사람이 받아든 천을 보고 희가 그렇게 말하자, 무영은 검을 보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스승님은 청경을 쓰면 안 된다면서, 무결투로 하지 않고 왜 기결투를 신청한 거야?"


"무기라면 있다."


"뭔데?"


검은 무영이 매고 있던 목검을 가리켰다.


"내 목검? 그럼 나는?"


"희, 그에게 매영강에서 가져온 칼을 빌려줄 수 있겠소?"


"물론이죠."


희는 칼을 끌러 무영에게 건넸다.


"이건 나한텐 너무 크고 무거운데···."


"목검을 들고 하는 대련보다 진짜 검을 맞대는 대련이 백 배는 값진 법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테지."


"그래, 이레 동안 들고 다니면서 익숙해지도록 해. 그보다,"


희는 검을 보고 물었다.


"당신이야말로 목검으로 괜찮겠어요? 칼 한자루 정도야 무영이한테 시키면 어디선가 쓱싹···."


"나, 나한테 또 이상한 거 시키려고 그러지!"


"어머,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금세 무영과 투닥거리는 희에게 검이 차분하게 말했다.


"괜찮소. 목검 한 자루로도 충분하오."


"하긴 500년 전에 우승한 실력이 어디 가겠어요?"


그런 말을 하며 멀어지는 그들을 천막 안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난 모양이구나, 희야."


그의 앞에 있던 사내가 박수를 몇 번 쳤다.


"이보시오, 어딜 보고 계신 거요? 등록 하실거요? 말 거요?"


"기결투로 하겠소."


"다섯 냥 받았소. 자아··· 여기 받으시오."


그는 사내가 내민 천을 받아들었다. 천에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마침 잘됐군. 희와 같이 다니는 사내가 얼마나 강한지 보도록 할까."


수상한 그림자는 웃으며 천막을 떠났다.




*



단여의 이능자를 관리하고 통솔하는 금위부의 장, 라괴는 그날도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밤늦게까지 그의 집무실에서 환하게 빛을 밝히고 업무에 열중하던 그는 기지개를 켰다.


"남은 일은 내일 해야겠군."


그렇게 말하며 라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일어나는 순간, 집무실을 밝히고 있던 등불이 훅 하고 꺼졌다.


순간 암흑과 함께 짙은 정적이 찾아왔다.


라괴는 본능적으로 차고 있던 칼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걸 뽑으면 넌 죽는다."


그의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괴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


"왜 말이 없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물었다.


"아는 사람 중에 이런 장난을 칠 만한 사람이 있나, 생각 중이었다."


라괴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재밌는 사내로군. 단여에서 가장 강한 자라더니, 확실히 여유가 느껴져."


"지금부턴 네가 단여에서 가장 강한 자다. 단여에서 가장 강했던 자는 지금 뒤를 잡혀 아무것도 못 하고 있거든."


"나는 뒤를 돌아보면 죽인다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기꺼이."


라괴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달빛을 받으며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창가에 앉아 있었다.


"이능자가 겹겹이 지키고 있는 금위부의 집무실을 어떻게 들어왔나 했더니, 사람이 아니었군."


그의 집무실에는 금위부의 앞마당을 바라보는 창이 뚫려 있었다.


때문에 누군가 창을 통해 그를 저격하려 해도 우선 금위부 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금위부는 온갖 이능을 이용한 침입을 저지하기 위해 특수한 이능자를 다섯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선을 너무도 가볍게 뛰어넘은 이가 그의 앞에 있었다.


고양이는 한가롭게 앞발을 핥고 있었다.


"그래서, 나한텐 무슨 볼일이지? 단여에서 가장 강한 고양이여."


"의뢰를 받으러 왔다."


"의뢰?"


"한 사내와 여자를 죽이고 싶다는 의뢰."


라괴는 눈썹을 꿈틀했다.


"그 특급 범죄자 두 명을 말하는 건가?"


"그래. 네가 부르지 않았는가?"


"내가 불러? 그럼 설마 네가···."


달빛을 등진 검은 짐승의 눈이 노랗게 빛났다.


"그래, 은랑이 너의 의뢰를 받으러 여기에 왔다."


라괴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실재하는 집단이었군. 사승부 놈들은 대체 뭘 한 건지."


"나는 길게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신가? 그러면 묻고 싶은 게 두 가지 있는데."


"그 전에, 네 부하 하나가 이리로 오고 있다."


"내 부하가?"


"나를 감지한 것 같군. 그를 돌려보내고 와라."


라괴는 문을 열고 집무실 밖을 내다보았다.


과연 그의 부하가 집무실로 뛰어오고 있었다.


"라괴 님! 별 일 없으십니까?"


그의 부하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꼬아 사전에 약속된 동작을 취했다.


협박당하거나 자유롭게 말할 수 없을 때 주고받기로 정해진 수신호였다.


하지만 라괴는 고개를 저었다.


"별 일 아니야. 고양이가 한 마리 들어왔어."


"고양이 말씀이십니까? 여긴 3층인데 어떻게···."


"고양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그의 부하는 고개를 갸웃하며 엉뚱한 말을 꺼냈다.


"밤이 늦었는데 따님이 기다리시겠습니다."


"아아, 단여 제일의 미인이 기다리는데 슬슬 가야지."


둘이 주고받은 대화는 사전에 약속된 암구호였다.


라괴로 변신한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부하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 물러났다.


라괴는 문을 닫고 방으로 돌아왔다.


"묻고 싶은 게 있다 했었지."


고양이는 태연하게 물었다.


"그래. 먼저 의뢰를 들어주는 대가가 무엇인지부터 물어야겠지."


"두 번째는?"


"그 대가를 듣고 거절했을 때 난 어떻게 되는지도 물어야겠지?"


"의뢰를 들어주는 대가는 네가 입을 닫는 거다."


"입을 닫는 거라고? 돈 같은 게 아니라?"


"너는 한 사내와 여자의 목을 가지게 될 거다. 그리고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 그것이 대가다."


라괴는 한참을 서 있다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이해했다."


"그럼 거절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도 알겠군."


"그래."


단여의 최강자이자 큰 권력을 쥐고 있는 사내, 금위부대장 라괴는 스스로의 입을 열어 말했다.


"거절하면 나는 여기서 죽게 된다는 말이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200년 전, 대공습 24.03.05 9 0 14쪽
56 개곰 24.03.04 6 0 14쪽
55 미친 낙하 24.03.03 11 0 12쪽
54 그만 놀라고 싶은 여자 24.03.02 14 0 11쪽
53 대륙을 가로질러 24.03.01 15 0 12쪽
52 다시, 그곳을 향해 24.02.29 13 0 11쪽
51 열받게 생긴 놈 24.02.28 12 0 13쪽
50 기운찬 여행 24.02.27 11 0 12쪽
49 목적 24.02.26 12 0 12쪽
48 바다 위에서 24.02.25 11 0 13쪽
47 24.02.24 12 0 15쪽
46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6 0 12쪽
45 둘째와 넷째 24.02.22 15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6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19 0 12쪽
41 문제의 사람 24.02.18 14 0 12쪽
40 한나 24.02.17 18 0 15쪽
39 무의 시험 24.02.16 21 0 13쪽
» 우연한 만남 24.02.15 19 0 12쪽
37 유랑하는 자들 24.02.14 18 0 12쪽
36 위기···? 24.02.13 18 0 11쪽
35 산 넘어 산 24.02.12 16 0 12쪽
34 숨어들다 24.02.11 18 0 12쪽
33 은랑 24.02.10 18 0 12쪽
32 사승부 24.02.09 19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6 0 14쪽
29 정체 24.02.06 16 0 12쪽
28 괴물에게 가는 방법 24.02.05 19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