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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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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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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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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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서

DUMMY

혼조의 항구도시 백산.


그곳에서 만향의 배로 이루어진 선단을 이끄는 자는 필림이라는 사령관이었다.


만향과 같은 거대 상단에는 연락에 관한 이능을 가진 자들이 여럿 있는 법이었다.


그래서 필림 역시 그들이 오기도 전에 이미 그들을 맞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일행은 만향 소속의 선단에 합류해 발리아리 군도로 향했다.


발리아리 군도는 몇백 개의 섬이 군집을 이루고 있었고,


당연히 백산에 가까운 섬들은 치안이 꽤 좋은 편이었다.


일행은 필림이 배에 실었던 상품을 여러 섬에 내려놓고 그에 따른 수속을 밟는 동안,


섬에 사는 사람들이나 유랑 부족들에게 그들이 찾는 유랑 부족에 대한 정보를 묻고 다녔다.


하지만 그들이 있다던 발리아리 군도에서도 그 부족을 아는 사람은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일행은 만향의 간부, 현소기가 그 문양을 봤다는 동굴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었다.


그 섬은 발리아리 군도의 북동쪽에 있었기 때문에 선단의 경로를 따라가는 그들은 거의 마지막에나 들를 수 있을 것이었다.


필림의 선단을 따라나선 지 한 달이 넘었을 때, 발리아리 군도의 중앙에 있는 큰 섬, 중도로 향하는 배에서 필림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희는 배멀미가 심한지 힘이 없었고, 무영은 거친 뱃사람들에게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짐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간의 여행과는 달리 그들은 필림이 있는 대장선에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다.


"오늘은 유난히 바다가 조용하군. 그렇지 않나?"


필림은 그들에게 선단의 호위를 맡기고 극진히 대우하라는 명을 받긴 했으나,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구역은 중도를 넘어선 해역부터였다.


거대 상단에 속한 선단을 꾸리고 지휘하는 일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 때문에,


사령관인 필림은 어느 정도 선적을 내려놓은 그때쯤에야 그들에게 말을 걸 짬이 났던 것이었다.


"그러게요. 중도를 넘어가면 해적이 많다더니, 폭풍이 오기 전의 고요함인건지. 우욱···."


희는 말을 하다 말고 배의 뒤켠으로 속을 게워내러 갔다.


"뱃멀미가 심한 아가씨라 큰일이군. 이럴 줄 알았으면 무할에서 파는 뱃멀미 약이라도 좀 챙겨놓을 걸 그랬어."


"외지 사람들이 배에 탈 거라고 예상이나 할 수 있었겠소. 마음 쓰지 마시오."


검의 감정 없는 대답에 필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나는 희 누나 등이나 좀 두드려주고 올게."


무영 역시 희를 따라 배의 뒤켠으로 향했다.


먼 바다를 바라보는 검에게 대장선의 선원 몇이 다가왔다.


거친 일을 하는 사람들답게 온 몸이 흉터투성이였고, 새카만 그림을 온 몸에 새긴 사람도 있었다.


"이봐, 선장님이 뭐라고 하시든?"


그들 중 한 명이 시비조로 물어왔다.


검이 단여의 하레에서 칼 한 자루만으로 역귀 대부분을 쓸어버렸다는 이야기는,


그가 처한 상황상 배의 선원들에게까지 전달되지는 않았다.


여행의 처음에는 선원들도 낯선 그들이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들인 줄로 알고 쭈뼛대며 피했으나,


소문이란 것은 안개처럼 퍼지기 마련이었다.


상단주 서립이 특별히 그들에게 선단의 호위를 부탁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기존에 선단의 호위를 맡은 전투원 몇이 공공연히 시비를 걸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일행은 별다른 이능도 없어 보이는 남자 하나에 여자 하나, 아이 한 명이 끝이었으니 그들 사이에서는 외지인들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져,


어떤 방법으로 서립과 필림을 속여 배의 식량이나 축내는 치들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검은 이러나저러나 별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무심하게 받았다.


"별 말은 하지 않았소."


"흥, 할 말을 못 하신 거겠지. 들어본 적도 없는 자가 꺼드럭대며 밥이나 축내고 있으니."


그들 중 입에 긴 흉터가 있는 남자가 말했다. 그의 이름은 적철이었다.


"이 정도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있는 걸 보니 어지간히 싸움을 잘 하는 모양이지?"


검은 얼굴을 조금 찌푸렸다.


"하고 싶은 말이 뭐요?"


"이제 해적놈들이랑 만나게 될 텐데, 전투가 벌어지면 당신이 앞장서라고."


"그래,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호위로 온 거 아냐."


"해적놈들과 싸우는 데 걸림돌이 되거나, 꼴사납게 도망치면 우리 손에 죽을 줄 알아라."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검은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그러니 당신들도 내 일행을 건드리지 마시오.


듣자하니 당신들 중 몇이 벌써 그녀 주변을 기웃대는 모양이던데."


뜻밖에도 그를 둘러싼 선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허세 하나는 일품이로군. 그 반만이라도 되는 실력을 가졌기를 빈다.


전투 도중에 눈먼 칼에 찔리고 싶지 않으면."


"하하하하!"


그들은 웃으며 떠나갔다.


그 때, 그들이 있는 대장선 밑에서 쿠웅, 하고 은은한 진동이 울렸다.


자주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들도, 검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윽고 물 밑에서 누군가 올라왔다.


몸에 배와 연결된 길다란 금줄을 감고 있던 여자는 별 일 아니라는 듯 금줄을 스스로 풀었다.


그녀는 대장선에서 식사를 담당하는 선원 중 한 명으로, 바다 밑으로 자맥질해 들어가 그녀의 이능으로 물고기나 해초를 잡아오는 게 일이었다.


방금 전에 일어난 진동은 그녀의 이능으로 물고기를 기절시켰던 진동이었다.


기다리고 있던 배의 선원들이 뜰채로 물고기를 건져 올렸고, 그녀는 투망에 담아온 조개와 해초를 꺼냈다.


그녀 역시 수영에 능하지만 그녀는 이능에 대한 부작용이 잠시 동안 눈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잡고 올라올 수 있게 길고 가느다란 금줄로 몸을 묶고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녀가 머리를 탈탈 털며 뜰채로 물고기를 건져올리는 선원들에게 말했다.


"좀 이상하다. 중도 해역은 늘 물고기가 많았는데, 오늘은 잔챙이들밖에 없네."


"그러게? 오늘 고기가 영 헤실한데."


그녀의 이능으로도 물 위로 떠오른 물고기는 한 줌이었다.


"젠장, 해 지기 전에 또 들어가야겠네."


여자는 툴툴대며 그녀의 방으로 쉬러 갔다.


그 때,


땡땡땡땡!


돛대의 꼭대기, 망루에서 망을 보던 선원이 다급하게 종을 쳤다.


"비상! 비상! 적습이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선내에 있던 모든 인원들이 즉시 갑판 위로 올라왔다.


대장선의 뒤를 따르던 다른 배들도 즉시 분주한 움직임이 일었다.


검은 망망대해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육안이 닿는 거리에는 이렇다할 것이 없었다.


망루에 있는 선원은 까마득한 돛대의 꼭대기에서 목소리를 전달하는 긴 관으로 말하고 있었다.


필림이 다급하게 뛰어와 망루와 연결된 관의 수화기를 붙들고 물었다.


"해적의 습격인가?"


"아닙니다!"


선원은 찢어질 듯한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역귀입니다! 역귀 떼가 이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필림 역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갑판 위에 올라선 선원들 역시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역귀가 발리아리 군도까지 온다고···?"


"말도 안 돼, 한번도 그런 일은 없었잖아."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검에게 시비를 걸었던, 입에 길게 흉터가 난 사내 적철이 그런 말을 하는 선원을 거칠게 밀었다.


"정신 차려! 망루에서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거냐! 당장 전투를 준비해! 전투조는 나와 함께 선수로 간다!"


필림 역시 수화기에 대고 외쳤다.


"조새! 한번만 더 확인하겠다. 역귀가 맞는가? 몇이나 되지?"


"확실합니다! 그것도 떼거지로 오고 있습니다! 셀, 셀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거의 실성한 비명이었다.


필림은 즉시 갑판에 몰려든 인원들을 제자리에 배치했다.


역귀가 몰려오는 위치를 파악한 후 항해사를 배치하고,


대장선을 따라오는 배들과 연락하여 배치를 조정했고,


선상 전투를 맡은 전투원들을 선수와 알맞은 위치에 배치했으며,


원거리 공격을 맡은 포수들을 대포로 집결시켰다.


모두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급박한 분위기 속에서 필림이 문득 검을 쳐다보았다.


"상단주 님께서 엄청난 무력을 지닌 자라고 말씀하시던데, 역귀와의 싸움에서도 유효한가?"


검은 고개를 끄덕였다. 희와 무영 역시 다급하게 배 위를 뛰어왔다.


"그럼 자네도 앞으로 가서 전투원들과 싸울 준비를 하게."


일행은 전투원들이 몰려든 배의 앞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전투를 맡은 선원들이 잔뜩 몰려서 있었다.


만향이라는 혼조 제일가는 상단의 선단, 그것도 대장선에 타 있는 자들답게 준비하는 기색도 남달랐다.


한 명은 손에 번개를 일으키며 묵묵하게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고,


한 명은 옆에 포탄을 잔뜩 쌓아놓고 터질 듯한 근육으로 포탄을 한 손에 쥐고 있었으며,


한 명은 손에 보이지 않게 일렁이는 무형의 기운을 뭉쳐놓고 공중에 떠 있었다.


그를 띄우고 있는 것은 다른 한 명의 이능인 듯했다.


그런 각양각색의 전투원들이 선수에서 몇십 명이나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 그들의 눈에도 먼 바다에서 다가오는 역귀가 보였다.


갑각류와도 같은, 거대한 집게를 앞세우고 바다 위를 달려오는 역귀가 보였고,


그 뒤로 바다 위로 몸을 반쯤 드러낸 역귀들이 새카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수많은 실전을 겪은 선원들조차 아연실색했다.


"골귀해도 아닌데 어떻게···"


골귀해란 난설에서 빠져나오는 물길에서 시작되는 바다의 이름으로,


역귀들이 서식하는 해역이라 수많은 배를 표류시키고 좌초시킨 죽음의 바다였다.


그리고 그들이 골귀해에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할 만큼 많은 역귀가 그들을 향해 오고 있었다.


입에 길게 흉터가 난 선원, 적철이 일갈했다.


"우리가 이긴다! 산승! 가까이 오면 지져버려!"


손에 번개를 머금고 있던 산승이 이를 뿌드득 갈았다.


"방어조! 멀리서 어떤 공격을 해올지 모르니 너희도 정신 똑바로 차려라!"


원거리 공격의 방어를 맡은 전투조원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역귀 무리가 전투조원들 중 몇의 공격 사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 포탄을 움켜쥔 자가 돌멩이라도 되는 것처럼 포탄을 쏜살같이 던졌고,


보이지 않는 충격파를 쏘는 이도 있었다.


삽시간에 몇십 개의 포탄과 충격파가 바다 위를 가르며 역귀들에게 쏘아져 나갔으나,


역귀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바다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산승!"


손에 번개를 두른 사내가 다른 이능자의 도움을 받아 먼 바다로 쏘아져 물 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갔다.


곧 먼 바다 속에서 선상에서도 보일 만큼 커다란 번개가 번쩍거렸다.


번개의 잔류가 물 위를 흘러갔고, 산승은 기진맥진한 채 배 위로 돌아왔다.


"소용 없어.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한 것 같은데."


"2조! 중거리 타격을 준비해라!"


"역귀들이 멈춰섰습니다!"


다음 전투원들을 준비시키는 적철에게 누군가 외쳤다.


"뭐라고?"


검을 비롯한 사람들은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과연 역귀들의 무리는 꽤 멀리서 멈추어 있었고,


온 몸에서 검은 진액을 흘리는 역귀가 홀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위에 누군가 타고 있습니다!"


"뭐라고!"


과연 맨들맨들한 역귀의 머리 위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것이 곧 그들에게도 보였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얼어붙은 전투원들에게 필림이 달려왔다.


"적철! 무슨 일이냐!"


"사령관님! 저기에!"


적철은 역귀를 타고 오는 사람을 가리켰다.


곧 그의 모습이 자세히 보였다.


그것은 파란 도포를 걸친 여자였다.


얼굴이 보일 만큼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의 머리 양 옆에 마치 동물 같은, 길고 축 처진 귀가 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필림은 크게 외쳤다.


"멈춰라! 그 이상 다가오면 발포한다!"


역귀는 말을 알아들은 듯 스르륵 멈췄다.


온 몸에서 더러운 진액을 질질 흘리는 역귀 때문에 바다가 금방 검고 끈적한 진액으로 뒤덮였다.


"아! 들리나?"


여자의 입에서 사람의 말이 튀어나왔다.


선수에 있던 사람들 모두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광경에 넋이 반쯤 빠져 있었다.


필림은 지지 않고 되받았다.


"넌 누구냐?"


"나는 묘일이다! 거기에 있는 사람 하나를 찾으러 왔다!"


여자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묘일이라고···?"


검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옆에서 역시 멍하니 묘일을 바라보던 희만이 그 말을 알아들었다.


"설마 누군지 알아요?"


"헤엄칠 수 있는 역귀를 전부 통솔하는 자가 있다고 했소. 그 이름이 묘일이라고도."


"그럼 저 여자가 역귀라는 거예요?"


선상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기 때문에 검이 하는 말은 선수에 있는 선원들도 들을 수 있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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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00년 전, 대공습 24.03.05 10 0 14쪽
56 개곰 24.03.04 6 0 14쪽
55 미친 낙하 24.03.03 12 0 12쪽
54 그만 놀라고 싶은 여자 24.03.02 15 0 11쪽
53 대륙을 가로질러 24.03.01 15 0 12쪽
52 다시, 그곳을 향해 24.02.29 13 0 11쪽
51 열받게 생긴 놈 24.02.28 12 0 13쪽
50 기운찬 여행 24.02.27 12 0 12쪽
49 목적 24.02.26 12 0 12쪽
» 바다 위에서 24.02.25 12 0 13쪽
47 24.02.24 12 0 15쪽
46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7 0 12쪽
45 둘째와 넷째 24.02.22 16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7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20 0 12쪽
41 문제의 사람 24.02.18 14 0 12쪽
40 한나 24.02.17 18 0 15쪽
39 무의 시험 24.02.16 22 0 13쪽
38 우연한 만남 24.02.15 19 0 12쪽
37 유랑하는 자들 24.02.14 18 0 12쪽
36 위기···? 24.02.13 19 0 11쪽
35 산 넘어 산 24.02.12 17 0 12쪽
34 숨어들다 24.02.11 18 0 12쪽
33 은랑 24.02.10 19 0 12쪽
32 사승부 24.02.09 20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7 0 14쪽
29 정체 24.02.06 16 0 12쪽
28 괴물에게 가는 방법 24.02.05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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