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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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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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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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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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사람

DUMMY

구름처럼 몰려들었던 기무결투의 참가자들은 이제 여덟 명으로 줄어 있었다.


그 동안 검은 여섯 번을 연속으로 이겼다.


목검 하나만 들고 온갖 무기를 상대하는 그는 이미 관객들 사이에서 유명해져 있었다.


무영과 싸웠던 한나 역시 어른을 상대로는 지고 말았고, 진행을 맡은 사내가 검을 포함해 남은 참가자 여덟을 중앙의 결투장으로 불렀다.


"여러분들의 경기는 내일 치러집니다. 몸을 회복하거나 무기를 정비하시고 내일 같은 시간에 오시기 바랍니다."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 몰려든 사람들을 해산시켰다.


검은 희, 그리고 몸을 회복한 무영과 기무결투장을 벗어났다.


"목검 하나만 들고도 상처 없이 잘 싸우시네요."


희의 말에 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운이 좋았소."


"겸손하시긴."


희는 앞서 걷는 무영을 살펴보다 검에게 물었다.


"우승, 하실 거예요?"


"생각보다 사람이 많더군. 500년 만에 외지인이 우승한다면 이목이 더욱 집중되겠지. 우승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소."


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준우승 정도가 좋다는 말을 하려고 했거든요. 받는 상금은 크게 차이나긴 하지만 그 정도면 당신 말처럼 운이 과하게 좋았다, 정도로 생각될 수 있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시오."


다음 날 아침, 검은 여덟 명이 모인 기무결투장으로 갔다.


전날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관객석에는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미리 자리잡은 희는 그가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있었다.


"이런 대회에서조차 아차 실수해서 죽으면 다음 시대로 날려가 버린단 말이지."


그녀는 검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도 겁도 없이 잘 싸운단 말이야."


희는 몰려든 참가자들의 면면을 둘러보았다. 여자가 한 명, 남자가 일곱 명이었다.


검을 제외한 모두가 머리에 색실 한두개 정도를 끼우고 있었고, 그 중엔 색실을 세 개나 끼우고 있는 남자도 있었다.


300번 넘게 이겼다는 뜻으로 색실 세 개를 머리에 땋아내린 남자는 저번 달 기무결투의 우승자였다.


그는 이제 이번 대회를 이기고 수도 을지무로 들어가 왕자들의 호위를 맡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는 몸을 풀면서 다른 참가자들을 둘러보았다.


'대부분 아는 얼굴들이군. 다 잘 싸우는 놈들이지만, 나한테는 안 되지.'


그의 눈이 한 여자와 검에게 가서 멎었다.


'저건 뭐야? 현산에서는 본 적 없는 여자에 외지인까지 있군.'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외지인이 들고 있는 목검을 바라보았다.


'저런 무기를 들고 이겼단 말이야? 몰래 이능이라도 쓴 거 아니야?'


검은 누구와도 눈을 맞추지 않고 말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진행을 맡은 사회자 겸 심판이 관중들에게까지 들리게 소리쳤다.


"여기 모인 여덟 명은 맞붙은 상대를 모두 이기고 올라온 전사들입니다.


여러분들은 대진에 따라서 각자 정해진 상대와 붙게 됩니다.


이제 세 번만 더 이기면 기무결투의 영광스러운 우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공교롭게도 첫 차례로 검이 호명되었다.


그는 목검을 쥐고 중앙의 큰 결투장으로 나아갔다.


그의 상대는 다부진 몸을 가진 젊은 사내였다.


사내는 양 끝에 묵직한 추가 달린 봉을 현란하게 휘두르며 호기롭게 외쳤다.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함이었다.


"네 이놈! 신성한 기무결투에 애들이나 쓰는 목검 따위를 들고 참여하다니! 네 이름이 무엇이더냐!"


"그냥 단여에서 온 아무개라고 해 두지."


"하하! 이름을 밝히기 싫은가? 그렇다면 네놈을 이길 남자의 이름을 기억해둬라! 내 이름은 혼조의 유룡이다!"


유룡은 현란하게 이리저리 돌리던 봉을 멋들어지게 낚아채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심판이 결투 시작을 선언했고, 유룡은 곧장 뛰어들어 봉을 휘둘렀다.


봉의 앞뒤에 달린 묵직한 추가 바람을 가르며 검의 머리를 부술 기세로 짓쳐들어왔다.


검은 뒤로 물러나며 추를 쳐냈으나, 유룡은 쳐내지는 기세를 이용해서 반대편에 달린 추로 검의 허벅지를 노리고 휘둘러왔다.


검이 옆으로 피하며 봉을 쳐내자, 그는 봉을 길게 잡고 거리를 이용해 멀리서 휘둘렀다.


봉의 양 끝에 달린 추로 공격하는 방법이 주를 이루며 그 사이사이 봉을 길게, 짧게 잡으며 현란하게 방향을 바꿔 들어오는 공격은 확실히 날카로웠다.


하지만 검은 아주 좁은 간격을 두고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신기에 가까운 재주로 봉을 잡은 유룡의 손만을 노려 치고 있었다.


목검으로는 제대로 된 공방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기회를 노리는 것이었다.


과연 그의 뜻대로 유룡의 양 손이 금방 벌겋게 부어올랐다.


"이놈! 네 뜻대로 될 것 같으냐!"


유룡은 조금 물러서 머리 위에서 봉을 돌리다가 봉을 길게 잡고 내리쳤다.


검은 그 틈을 타 내리쳐지는 봉을 목검으로 내리눌러 땅에 꽂히게 한 다음, 그것을 지렛대 삼아 봉을 타고 올라가 발차기로 유룡의 턱을 후려갈겼다.


비틀대며 물러나는 유룡에게 다가간 그가 순식간에 머리, 명치, 단전에 세 번의 공격을 가했다.


유룡은 눈에 힘이 풀리며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관객석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와! 또 이겼다! 저 외지인 정말 강해!"


"어이! 외지인 녀석, 비겁하게 무슨 이능을 쓰고 있는 거지? 추잡한 짓은 그만둬라!"


"맞아!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현산의 이무기는 이기지 못할걸!"


"목 닦아놓고 기다리라고!"


"하하하하!"


검은 비난과 환호가 섞인 함성을 무시하고 결투장 아래로 내려왔다.


그에게 이제 일곱 명 남은 기무결투의 참가자 중 유일한 여자가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실력이 좋으시네요. 그 기묘한 검술은 어디의 검술이죠?"


"지금은 실전되어 말해도 모르실 거요."


"후후, 알려주기 싫으면 됐어요. 나는 산청이라고 해요."


그러나 검은 생글생글 웃는 산청에게 대꾸는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가만히 결투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기보다 냉랭하시네. 같이 다니는 여자가 있던데, 그 여자가 아내인가 보죠?"


"그 여자는 내 아내가 아니오. 그저 동행일 뿐."


"아, 그래요?"


사회자에게서 산청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산청은 뒤로 땋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결투장으로 나아갔다.


그녀의 머리에 검은색 실 하나가 묶여 있었다.


산청은 검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여기서 이기면 당신은 나와 붙게 돼요."


"알고 있소."


그녀는 의미 모를 미소를 지었다.


"내가 지기를 온 마음으로 빌어야 할 거예요."


산청과 결투할 사내도 마주 걸어나왔다.


이제까지 중 가장 큰 함성이 솟았다.


"현산의 이무기다!"


"우승하면 수도로 간다면서? 마지막으로 화려한 싸움을 보여달라고!"


"이무기! 이무기!"


어느새 대중은 소리높여 그를 연호하고 있었다.


산청의 앞에 선 근육질의 사내는 귀찮다는 듯이 귀를 후볐다.


그의 무기는 커다란 언월도였고, 산청의 무기는 붉은 술이 달린 칼이었다.


"이봐, 천을 미리 꺼내 놔."


도장이 찍힌 천을 던지는 것은 곧 기무결투에서 기권을 의미했다. 산청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왜?"


"다섯 합도 못 주고받고 다들 항복을 해대니 김이 빠져서 결투 하겠어? 너도 어차피 그럴 거 아니냐."


"내가 왜?"


현산의 이무기라 불리는 남자, 300번을 넘게 이긴 군륭은 커다란 언월도를 장난감처럼 크게 휘두르며 말했다.


"다들 첫 합에 무기가 부서지고 두 번째는 납작 엎드려서 천을 흔들어 대니까."


"오만하기가 짝이 없네. 너 따위가 왜 현산의 이무기라고 불리는 거야?"


"현산에서 5년째 내가 우승하고 있거든. 이 기무결투에서 우승을 마지막으로 나는 을지무로 가서 청룡이 새겨진 옷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이무기라고들 하던데."


산청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어딘지 차가움이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오오, 좋다. 난 그런 멋있는 얘기를 좋아해. 내 칼에 아직 이름을 못 붙이고 있었는데 잘 됐다. 방금 이름이 생각났어."


"뭐라는 거냐? 어서 천이나 꺼내라니까."


그녀는 입을 길게 찢으며 웃었다.


"낙룡. 승천하려는 용을 거꾸러뜨린 칼이라고 해야겠다."


그러나 군륭은 쉽게 흥분하지 않았다. 그 역시 무예를 수련하여 깊은 깨달음을 얻은 자였기 때문이었다.


"좋아. 전력으로 해주지."


군륭은 그녀에게 뛰어들며 언월도를 크게 휘둘렀다. 엄청난 힘으로 휘두르는 무거운 언월도 때문에 피하더라도 풍압에 빨려들어갈 만큼 기세가 거셌다.


산청은 필요한 만큼만 칼을 갖다대어 궤도를 비트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흐읍!"


그녀가 몇 번 군륭의 언월도를 빗겨치자 군륭은 언월도를 휘둘러 그녀의 하체를 노렸다.


숙여서 피하면 몸이 절단되고, 뛰어서 피하면 이어지는 공격에 당하도록 계산된 높이였다.


산청은 언월도의 날을 피해 군륭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기다렸다는 듯 군륭은 언월도를 뒤집으며 손잡이의 끝부분으로 그녀의 인중을 쳤다.


산청은 가까스로 몸을 피했으나 그만 얼굴의 옆쪽을 얻어맞고 말았다.


얼굴을 움켜쥐고 물러나는 그녀에게 군륭이 말했다.


"허세는 힘 있는 자가 부리는 거다."


그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언월도를 휘둘렀다.


산청은 얼굴을 부여잡고 언월도를 숙여 피했고, 군륭은 발로 숙인 그녀의 얼굴을 후려찼다.


산청은 피하지 않고 그의 발을 그대로 맞았다. 하지만 밀려나기는커녕, 그녀는 이마로 그의 발을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은빛이 번뜩였다. 산청이 군륭의 발목 힘줄을 잘라 버린 것이었다.


군륭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언월도를 놓치고 본능적으로 발목을 움켜쥐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칼을 곧추세워 군륭의 눈을 찔렀다.


몸을 숙이던 군륭은 스스로의 기세로 그녀의 칼에 눈을 찔리고 말았다.


"크아아악!"


황급하게 심판이 말리러 들어와 산청에게 벌컥 화를 냈다.


"이봐! 내가 경고했지, 의도적으로 상대를 다치게 하면 기무결투 자격을 박탈한다고!"


산청은 얼굴을 부여잡고 있어 표정을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짐짓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눈을 찔린 건 저 사내가 스스로 한 거예요. 보셨잖아요?"


"그, 그건···."


황급히 들것을 든 사내들이 달려와 힘줄과 눈을 다친 군륭을 싣고 갔다.


지켜보던 관중들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말이 없었다.


산청은 그 때까지도 다친 얼굴을 부여잡고 있었다.


의료원들이 그녀에게도 달려왔지만 그녀는 손을 내저었다.


"아, 됐어요. 난 치료에 관한 이능자니까 내 상처는 스스로 치료할 수 있어요. 그러면 대회 규정에는 위반되지 않죠?"


의료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갔다.


그녀는 얼굴에서 손을 뗐다.


"이런. 현산에서 벌어지는 기무결투라고 너무 얕봤나."


분명 얼굴뼈가 부서졌어야 할 타격을 받았음에도 그녀의 얼굴은 그저 우묵하게 들어가 있을 뿐이었다.


"가면을 다칠 줄이야."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으로 향했다. 가면을 고쳐 쓰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바로 희가 몸담은 은랑의 일원이자 검이 다음에 싸우게 될 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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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00년 전, 대공습 24.03.05 9 0 14쪽
56 개곰 24.03.04 6 0 14쪽
55 미친 낙하 24.03.03 11 0 12쪽
54 그만 놀라고 싶은 여자 24.03.02 14 0 11쪽
53 대륙을 가로질러 24.03.01 15 0 12쪽
52 다시, 그곳을 향해 24.02.29 13 0 11쪽
51 열받게 생긴 놈 24.02.28 12 0 13쪽
50 기운찬 여행 24.02.27 11 0 12쪽
49 목적 24.02.26 12 0 12쪽
48 바다 위에서 24.02.25 11 0 13쪽
47 24.02.24 12 0 15쪽
46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6 0 12쪽
45 둘째와 넷째 24.02.22 15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6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19 0 12쪽
» 문제의 사람 24.02.18 14 0 12쪽
40 한나 24.02.17 18 0 15쪽
39 무의 시험 24.02.16 21 0 13쪽
38 우연한 만남 24.02.15 18 0 12쪽
37 유랑하는 자들 24.02.14 17 0 12쪽
36 위기···? 24.02.13 18 0 11쪽
35 산 넘어 산 24.02.12 16 0 12쪽
34 숨어들다 24.02.11 18 0 12쪽
33 은랑 24.02.10 18 0 12쪽
32 사승부 24.02.09 19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6 0 14쪽
29 정체 24.02.06 16 0 12쪽
28 괴물에게 가는 방법 24.02.05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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