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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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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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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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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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둘째와 넷째

DUMMY

혼조의 둘째 왕자 곤정은 검의 멱살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검은 그의 팔을 꽉 잡았다.


"오해가 있다면 풀고 얘기하는 게 먼저요. 혼조 사람들은 여전히 거칠기 짝이 없군."


"외지인 주제에. 내가 누군진 알고 하는 말이냐?"


곤정은 그를 들어올린 채 그의 얼굴을 후려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검이 먼저 발로 곤정의 정강이를 강하게 찼다.


"크윽!"


잠깐 사이에 멱살을 쥔 곤정의 손을 쳐낸 검은 옷매무시를 정리하며 말했다.


"나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소. 그러니 그 쪽도 이 이상 무례하게 굴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유련이 그들의 사이에 급하게 끼어들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곤정 님, 제발···."


"또 우는 거냐? 썩 그쳐! 짜증나니까."


곤정은 벌컥 화를 내고 검을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내가 한번 참는다. 당장 꺼져. 두 번 다시 내 눈에 띄지 마라."


검은 그를 무시하고 유련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신경쓰지 않으니 마음에 두지 마시오. 그럼 안녕히."


그의 태도에 길길이 날뛰는 곤정을 뒤로하고 그는 저택을 빠져나왔다.


바깥은 어느새 해가 져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


"결국 아무 소득도 없었군."


검과 희, 무영은 을지무의 외곽에서 만나 모여 있었다.


"근데 넌 얼굴이 왜 그래?"


희가 무영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 그는 한쪽 볼이 퉁퉁 부어 있었다.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니다가 건달들을 만나서 몇 대 맞았다, 왜."


무영은 툴툴대며 말했다.


"복수해 줄까?"


"됐어. 내가 약해서 그런 걸 뭐. 그런 놈들 때문에라도 강해져야 한다는 결심이 더 확고해졌으니까 잘됐어."


그렇게 말하던 무영 역시 희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


"누나야말로 얼굴이 왜 그래?"


그녀는 짙은 화장으로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있었다.


"나? 난 풍물패에 이것저것 물어보고 다녔거든."


"그래? 스승님은 어디에 있었어?"


둘의 시선이 자연스레 검에게 모였다.


그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을지무의 감옥에 잠깐 갇혀 있었다."


"어머, 왜요?"


"특급 범죄자가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은 것 같더군. 하지만 그들은 곧 특급 범죄자가 이미 죽었다며 나를 풀어줬소."


"스승님이랑 누나 말고도 특급 범죄자가 더 있어?"


"특급 범죄자가 그렇게 자주 나타날 리가 있니."


"그럼 누나랑 스승님이 이미 죽었단 말이야?"


희는 무영의 머리를 손날로 콩 쳤다.


"죽음으로 위장된 거겠지. 얘가 무서운 소리를 하네."


"누가 그렇게 해줄 수 있는데? 600살이 넘었다는 누나의 할머니? 아니면 설마 매영강에서 만났다는 누나의 아버지···읍···."


무영은 저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


희가 그녀의 아버지인 명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을 늦게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희는 시치미를 뚝 뗐다.


"글쎄, 할머니는 그 정도로 권력이 강하진 않으신데? 어쨌든 잘 된 일이네, 우리한테는."


"그런 것 같소."


고개를 끄덕이는 검에게 무영이 물었다.


"그럼 내일 발리아리 군도로 출발하는 거야?"


"기무결투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거기에 참가하고 출발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어? 이제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스승님도 참가하려고?"


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는 죽음으로 위장되었으니 여전히 눈에 띄어서 좋을 것은 없다. 무영, 너만 참가하는 거다."


무영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 잘 됐다."


"무영이야 좋겠지만, 며칠을 버리게 되는 건데 괜찮겠어요?"


"여뢰의 말에 의하면 그 유랑 부족은 여름이 되기 전까지 발리아리 군도에 있을 거라고 했으니 그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소.


무영은 아직 실전 경험이 일천하니."


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제자 키우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으신가 봐요? 짐이 되면 버리고 간다더니, 그런 배려도 해 주시고."


"그 말을 어째 무영보다 당신이 더 신경쓰시는 것 같군."


"보통은 제자를 버리지 않는다고 해야 하지 않나 해서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소. 걸림돌이 되기 전에 강해지는 것은 그의 몫이니."


그로부터 닷새가 지났다. 그 해가 넘어가기 전의 마지막 기무결투였던 탓에 을지무는 어떤 때보다 들끓었다.


검과 희는 무영을 보기 위해 기무결투장의 관객석에 앉아 있었다.


희가 주변을 둘러보며 새삼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쟁 난 것도 아니고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린 건 처음 봐요."


"유랑 부족들이 엄청나게 들어온 것 같더군.


이 나라의 왕에게는 유사시에 밖으로 떠도는 유랑 부족을 집결시킬 권한이 있다더니, 이 정도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병력이오."


검 또한 관객석을 둘러보았다.


그런 그의 눈이 관객석 한 곳에서 멎었다.


경기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여자가 한 명 앉아 있었다.


그 여자는 바로 유련이었다.


어떤 우연의 일치인지 유련 역시 문득 고개를 돌려 검과 눈이 마주쳤다.


먼 거리였지만 그녀가 살짝 웃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 보였다.


검 역시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런 검을 보고 희가 그의 시선을 따라가 유련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아는 사람이에요?"


"이름이 유련이라고 하더군.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녀가 바로 현산의 여자인 것 같소."


"헉, 정말요?"


희는 실례한다는 기색도 없이 고개를 이리저리 빼며 유련을 오래 바라보았다.


"이렇게 멀리서 보는데도 예쁘다는 건 알겠네. 한 나라의 왕자 둘이 싸울 법해요."


유련의 양 옆자리는 비어 있었고, 주위에 앉은 사람들은 전부 호위를 맡은 자들인 듯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 설마 저 양 옆 자리가 둘째와 넷째 왕자의 자리인 건가?"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그녀의 옆자리에는 누구도 앉지 않았다.


을지무는 거대한 도시라 참가자가 매우 많았기 때문에 사흘 동안 대회를 치뤘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무결투가 먼저 열렸고, 무결투의 결승이 열리는 날 기결투의 예선이 치뤄지는 구성이었다.


때문에 검과 희는 전날 무결투에서 이겨 추려진 8명 강자들의 싸움을 먼저 보고 있었다.


하지만 무기를 들고 싸우지 않는 무결투의 특성상 관중들의 호응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기결투가 시작되기 전 흥을 돋굴 겸으로 쓰이는 듯했다.


희 역시 하품까지 해 가며 건성으로 경기를 보고 있었으나, 검은 눈을 빛내며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결승이 시작되기 전, 희가 곁눈질로 그를 건너다보며 물었다.


"그렇게 재밌으세요?"


검은 저도 모르게 앞으로 숙였던 허리를 뒤로 기대 앉으며 헛기침을 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는 법이오. 매 시대에서 무섭게 진화하는 무술을 배워 나를 갈고닦을 필요가 있어서···."


"흐응··· 이미 적수가 없을 만큼 강하시잖아요?"


"그것 역시 매 시대에서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오.


무술은 모든 이가 지혜를 모아 조금씩 발전시켜나가는 것이고, 당연히 내 힘만으로 깨달음을 얻어 발전시켜나가는 것보다 빠를 수밖에 없는···."


"알았어요, 알았어. 의외로 애 같은 구석이 있으시네."


검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무안하다는 듯 자세를 고쳐 앉으며 결투장을 가리켰다.


"그리고 내가 아는 얼굴이 있어서 말이오."


무결투의 결승, 환호를 받으며 결투장으로 올라오는 사람은 예의 곤정이었다.


"저 사람은 누구예요?"


"유련과 함께 있던 남자였소."


"어? 그러면 설마 저 사람이 혼조의 왕자인가요?"


"그럴 가능성도 있소."


희 역시 눈을 빛내며 자세를 고쳐앉았다.


"결승에 올라온 저 두 사람만 특이한 격투술을 쓰던데, 어릴 때부터 왕궁에서 배운 건가?"


"관심이 없으신 것 같더니, 용케 보고 계셨군."


곤정의 상대 역시 결투장으로 올라왔다.


곤정보다 키가 컸지만 덩치는 작은 호리호리한 사내였다.


심판에게 들리지 않도록 그가 조용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용케 결승까지 올라오셨소, 형님."


곤정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네가 더러운 수를 썼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아느냐?"


호리호리한 사내는 바로 혼조의 넷째 왕자, 얼밀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형님은 왜 그렇게 나를 멋대로 오해하시오? 유련을 빼앗긴 게 그토록 분하셨소?"


"네 이놈!"


곤정은 불같은 그의 성격답게 화를 버럭 냈다.


하지만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은 궁정의 일을 모르는, 그들도 어쩔 수 없는 부외자였으므로 곤정은 곧 목소리를 낮췄다.


"큰동생도 네가 죽이고 시체를 숨긴 채 을지무를 떠났다고 속인 게지?"


"저만 보면 그 말씀이시군요. 얼빈 형님을 대체 제가 왜 죽입니까?"


"그가 없어지면 네가 왕위의 적통 계승자가 되니까. 내 너의 시커먼 속을 모를 줄 알았더냐?"


"하하하,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형님과 큰형님의 어머니는··· 아차, 이거 제가 말실수를 할 뻔했군요."


혼조의 첫째 왕자와 둘째 왕자인 곤정은 왕비가 아닌 후궁의 아들이었고, 셋째인 얼빈과 넷째인 얼밀은 왕비의 아들이었다.


얼밀은 그 점을 돌려서 비꼬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노린 대로 곤정은 눈이 뒤집힐 듯 화를 내며 달려들었다.


"내 오늘 너의 눈과 혀를 뽑아 씹어먹겠다!"


검과 희는 둘의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곤정은 타고난 몸집과 큰 근육에서 나오는 힘으로 한 방을 노리는 전법을,


얼밀은 호리호리한 몸집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가다 발차기 등 작은 타격으로 충격을 누적시키는 전법을 쓰고 있었다.


거의 비슷한 격투술을 쓰는 두 사람 사이의 승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호리호리한 사내, 얼밀의 승리였다.


곤정이 누적된 타격에 다리에 힘이 풀리며 결정적인 타격을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분노로 가득찬 채 얼밀을 잡아먹을듯이 노려보는 곤정을 바라보며 희가 말했다.


"같은 곳에서 격투를 배운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쓰지 않는 격투술이니까 역시 저 둘이 왕자라고 봐도 괜찮을까요?"


"저 둘이 왕자라기에는 좀 이상하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왕자 둘을 무방비로 노출시키다니."


"혼조에는 혼조의 법이 있겠죠 뭘."


건성으로 대답하는 희의 말을 들으며 검은 유련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느새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복잡한 사정이 있어 보이는군."


검은 어디까지나 부외자였으므로 그 이상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결투의 시상이 끝나고 이어진 기결투에서 무영은 그보다 한참 덩치가 큰 어른을 만나 분투했으나 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친 무영이 회복하기를 기다리며 여기저기에 여뢰가 알려준 부족을 수소문했으나 끝내 그들을 아는 자는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은 발리아리 군도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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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00년 전, 대공습 24.03.05 9 0 14쪽
56 개곰 24.03.04 6 0 14쪽
55 미친 낙하 24.03.03 11 0 12쪽
54 그만 놀라고 싶은 여자 24.03.02 14 0 11쪽
53 대륙을 가로질러 24.03.01 15 0 12쪽
52 다시, 그곳을 향해 24.02.29 13 0 11쪽
51 열받게 생긴 놈 24.02.28 12 0 13쪽
50 기운찬 여행 24.02.27 11 0 12쪽
49 목적 24.02.26 12 0 12쪽
48 바다 위에서 24.02.25 11 0 13쪽
47 24.02.24 12 0 15쪽
46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6 0 12쪽
» 둘째와 넷째 24.02.22 16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6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19 0 12쪽
41 문제의 사람 24.02.18 14 0 12쪽
40 한나 24.02.17 18 0 15쪽
39 무의 시험 24.02.16 21 0 13쪽
38 우연한 만남 24.02.15 19 0 12쪽
37 유랑하는 자들 24.02.14 18 0 12쪽
36 위기···? 24.02.13 18 0 11쪽
35 산 넘어 산 24.02.12 16 0 12쪽
34 숨어들다 24.02.11 18 0 12쪽
33 은랑 24.02.10 18 0 12쪽
32 사승부 24.02.09 19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6 0 14쪽
29 정체 24.02.06 16 0 12쪽
28 괴물에게 가는 방법 24.02.05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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