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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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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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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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하는 자들

DUMMY

처음에 얼핏 어떤 소리를 들은 것은 무영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스승님이 노래부르는 건가?"


"나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희 역시 귀를 쫑긋 세웠다.


"노랫소리가 들리는데요? 저 부근인 것 같은데."


희는 손가락으로 멀리를 가리켰다. 세 사람은 척박하게 갈라진 땅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멀리 보이는 돌산 언저리인 듯했다.


그리고 그 방향은 그들이 가고 있는 방향이었다.


"풍물패인가? 가락 한번 구성지네."


희가 혼잣말로 말했다. 두드리는 악기와 현을 뜯는 악기가 한데 어우러진 가운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돌산에 가까이 다가가자 산기슭 쪽에 천막 여러 개를 치고 야영하는 무리가 보였다.


그들은 형이상학적인 도형을 그려넣은 깃발을 야영지의 가운데에 세워놓고 연주하며 노래부르고 있었다.


천막의 뒤에서는 노새와 당나귀 몇 마리가 길가에 조금 자라난 풀을 뜯고 있었다.


-강산에 피어난 해수화, 현산의 여자가 말하기를, 불쌍한 꽃을 꺾지 마시오, 그래도 붉은빛···


그들은 그런 가사를 가진 가락을 박수를 치며 함께 부르고 있었다.


검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유랑민들의 깃발을 살폈다. 여뢰가 보여준 동그라미 세 개가 겹쳐진 문양은 아니었다.


"혼조 사람들은 500년째 가무를 좋아하는 성정이 변함없군."


검이 500년 전 동행했던 혼조의 사람, 로구쇠를 떠올리며 말했다.


"저 분들한테 500년 전의 가락이나 한 곡조 뽑아주시죠?"


"···되었소."


검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무영은 그의 뒤에서 목을 길게 빼고 낯선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안녕하시오. 노래 한번 듣기 좋군."


피부가 그을린, 머리를 뒤로 땋은 사람들이 그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오, 안녕하시오. 가사가 참 흥미롭지 않소? 수도에서 유행하는 노래라오."


"과연 그렇군."


유랑민들 중 한 명이 불고 있던 피리를 내리고 물었다.


"부부와 옆에는 아들이신가?"


"아니, 그저 동행이오."


"아하, 대접할 만한 게 콩차밖에 없군. 앉아서 몸 좀 데우시오."


그들은 서스럼없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어디 가시는 길이신가?"


유랑민들을 이끄는 부족장인 흰머리의 사내가 검에게 물었다.


그는 나이들었음에도 흰머리를 뒤로 땋아내렸는데, 붉은색과 주황색 실 두 가닥을함께 묶어내리고 있었다.


"가까운 도시를 향해 가는 중이오. 이곳은 도시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먼가 보군."


"큰 도시 말고 작은 마을은 다 쇠락해 버렸거든. 지금 여기가 작은 마을이라고 생각하게나."


유랑민들은 꾸밈없이 웃었다. 무영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혼조 사람들은 왜 머리에 실을 묶고 다니는 거야?"


붉은 색, 주황색 실과 함께 머리를 땋아내린 백발의 남자가 대답했다.


"이건 혼조 사람들에게는 용맹함의 상징이란다. 싸워서 이긴 사람의 수만큼 색실을 하나씩 추가하지."


"어? 그럼 이제 겨우 두 명 이긴 거야?"


무영의 순수한 질문에 남자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백 명에 색실 하나란다. 나는 이백 명이 넘은 게지."


"허억, 그럼 이 사람들이 다···."


무영은 머리에 각양각색의 실을 하나씩 묶고 있는 부족의 몇몇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500년 전에는 죽인 사람 수만큼 색실을 가지는 것이 전통이었는데, 지금은 좀 변했군."


검이 나지막이 말하자, 부족 중 한 사람이 크게 웃었다.


"이봐, 언제적 얘기를 하는 거야? 그랬으면 혼조에 사람이 남아나지를 않았을 거라고."


"그럼, 그냥 색실 몇 개 차고 나 몇백 명과 싸워 이겼습니다, 하면 되는 거 아냐?"


무영의 질문에 백발 사내가 손자뻘인 무영의 머리를 귀엽다는 듯 쓰다듬으며 말했다.


"혼조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속이는 것을 굉장한 불명예라고 생각한단다."


"맞아, 게다가 그 정도로 기무결투에서 이긴 사람이 유명해지지 않았을 리 없지."


부족 중 하나가 거들었다.


"기무결투?" 무영이 물었다.


"한 달에 한번, 혼조의 모든 도시에서 열리는 비무대회란다. 무기를 들고 하는 기결투, 맨손으로 하는 무결투가 있지.

마주한 상대를 이길 때마다 더 강한 상대와 만날 수 있고."


옆에서 듣고 있던 희가 무영의 귀에 속삭였다.


"강해지기에 더없이 좋은 나라지?"


유랑민 중 하나가 무영에게 말했다.


"너는 목검을 들고 있는 걸 보니 검술을 수련하는 아이 같은데, 한번 기결투에 참가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다, 얘야."


"그 기무결투에 나 같은 외지인도 참여할 수 있는 거야?"


"당연하지, 하지만 혼조의 기무결투 역사상 외지인이 이겼던 적은 단 한 번밖에 없어."


"그게 언젠데?"


"한 4, 500년쯤 됐을걸? 그 때는 상대를 죽이면 안 되는 규정도 없었다는데, 대단한 사내였다고 하더군."


"500년이라고? 설마···."


희는 검을 바라보았다. 검은 말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니야, 안 물어볼 거야. 설마 이 사람이겠어?"


혼잣말하며 도리질하는 희에게 검이 웃으며 말해주었다.


"오랜만에 듣는 이야기로군. 그 기무결투에서 로구쇠와 만났었지."


"아악!"


희는 웃는지, 우는지 모를 비명을 질렀다.


"진짜 당신이었어요?"


"그렇소."


"설마 혼조의 축제이기도 한 기무결투에서 청경의 힘을 쓴 건 아니겠죠?"


"그 때의 기무결투는 유신께 그의 전사들의 용맹함을 보여드리는 제사이기도 했소. 이능은 유신에게서 비롯된 게 아니니, 쓰지 않는 것이 전통이었지."


"그건 지금도 그래. 순수하게 육체의 강함만을 따지지. 이능이 깃든 무기도 사용금지야."


유랑민 중 하나가 말해주었다. 앞에 있는 검이 설마 500년 전에 혼조에 왔던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현상금 사냥이 아니더라도 기무결투에서 우승해 상금을 받는 방법도 있겠군."


혼잣말처럼 뱉은 검의 말에 백발의 부족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꿈도 큰 사내로군. 기무결투에 참가하려고? 보름 뒤가 기무결투가 열리는 날이니까 한번 도전해 봐. 외지인들이라도 경험은 쌓을 수 있을 테니."


"지금도 기무결투에서 우승하면 상금이 주어지나요?"


"그렇소, 아가씨. 상금도 주긴 하지만, 요즘은 왕궁으로 들어가 왕자를 지킬 수 있는 호위대가 될 자격이 주어지지."


"왕자를 지킨다구요?"


가만히 듣고 있던 무영이 대신 대답했다.


"혼조의 수도인 을지무에 네 명의 왕자가 있는데, 그 사람들이 서로 왕위를 이으려고 싸우고 있나 봐."


"수도에서 싸움을?"


"응. 실질적으로 첫째 왕자가 왕위에 가장 가깝지만 둘째하고 넷째 왕자도 왕위를 노리고 있다나 봐.

하지만 둘째하고 넷째 왕자는 한 여자를 두고 싸우고 있어서 전력이 분산된 데다, 셋째 왕자는 왕위에 관심이 없어서 변방을 떠돌고 있다던데?"


"오오, 외지인 아이가 혼조의 그렇게 깊은 사정까지 어떻게 알지?"


"당연히 혼조의 장군이 하는 말을 들었··· 아차···."


무영은 신나서 이야기하다 입을 다물어 버렸다.


"혼조의 장군···?"


고개를 갸웃하는 유랑 부족들에게 희가 무영을 껴안으며 얼버무렸다.


"이름이 장군인 사람인데, 나라 사정에 밝은 사람이라 이것저것 들은 게 많아서요! 하하핫···."


"이름이 장군···? 자네 들어본 적 있나?"


"아니, 나는 처음 듣는데."


유랑민들이 더 이상하게 여기기 전에 검이 먼저 말했다.


"혼조에 오기 전에 나라 사정은 알아야 하지 않겠소. 정보원이 있었다고 생각하시오.

그보다 당신들도 여기저기서 듣는 정보가 많은 유랑민들이니,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어떤?"


검은 땅바닥에 동그라미 셋이 겹쳐진 문양을 그려 보여주었다. 유랑민들이 너도나도 몰려들었다.


"이런 문양을 쓰는 부족을 알고 있으시오?"


"음··· 아는 사람 있나?"


"아니, 난 처음 보는데."


"나도."


백발의 부족장이 그에게 말했다.


"나는 오래 떠돌아서 혼조의 유랑 부족이라면 대부분 안다고 생각하는데, 문양을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닌가?"


"모르신다면 되었소. 겉으로 드러나기를 꺼려하는 부족이라더니, 과연 그런 것 같군."


"저도 묻고 싶은 게 있어요!"


희가 손을 번쩍 들었다.


"대형 상단이나 높은 신분을 가진 분이 의뢰한 현상금 건이 있나요?"


유랑민 중에 하나가 어디선가 행낭을 가지고 와 뒤적였다.


"나는 여기저기서 수배서를 모으는 게 습관이라. 한번 보자, 어디···."


"나라에서 건 의뢰는 빼구요. 좀 부담스러워서."


"알았어. 나라에서 거는 의뢰는 너무 큰 건이라 해결하지도 못할걸. 잠시 기다려."


그가 행낭을 뒤적이며 수배서를 하나하나 넘겨보는 동안, 부족장이 그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은 단여 사람이지? 단여는 요즘 좀 어떤가?"


"단여의 동쪽 끝에 있는 매영강이라는 도시가 많이 위태한가 봐요. 역귀가 코앞에 있으니까."


희의 말에 그는 깊이 끄덕였다.


"그렇겠지. 점점 난설이 넓어지는 만큼, 역귀들도 행동반경이 넓어지는 건지··· 그래도 거기에는 여뢰라는 대단한 장군이 있다고 들었는데."


"암, 여뢰 대부사님 덕분에 매영강 사람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는 거지. 지금쯤 하레의 남은 역귀들을 다 물리치셨을 거야."


매영강 토박이인 무영이 가슴을 쭉 펴는 것을 보고 검이 말했다.


"혼조 사람들도 알 만큼 대단한 사람인가 보군."


"무할의 연계신보에 따르면 단여에서 일곱 번째로 강한 사람이죠."


"연계신보?"


"무할에서 비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신문이에요. 대륙의 정세나 동향을 익명의 정보원이 조사해 적어넣죠."


"그걸 보고 당신의 아버지가 세 번째라는 사실을 안 건가?"


검의 말에 희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떠올렸다는 듯 몸서리를 쳤다.


"연계신보에는 적히지 않았어요. 세 번째였던 강자를 죽인 게 그 사람이라서요. 그리고 그 사람 얘기는 가급적 하지 말아줘요."


"알겠소."


그 때, 행낭을 뒤지던 유랑민이 오래된 수배서 하나를 꺼내들었다.


"찾았다!"


"오, 적당한 의뢰가 있나?"


그는 수배서를 보여주었다.


"이건···."


그것은 혼조의 어떤 상단에서 내건 의뢰였다.

어떤 남자의 얼굴이 꽤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잠영이라는 사람을 산 채로 잡아오면 십만 냥이라고?"


"오래된 의뢰 같은데, 아직 잡히지 않았나?"


유랑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잡히진 않았어. 이 의뢰를 내건 상단은 지금 혼조에서 제일 큰 상단이 됐지만, 잠영이라는 사람이 상단에 중요한 물건을 훔쳐 갔다나 봐."


"그게 무엇이길래?"


"그야 나도 모르지?"


어깨를 으쓱하는 그에게 희가 수배서를 받아들었다.


"몇 년은 족히 돼 보이는 수배서인데, 어떤 이능을 쓰는지도 나와있지 않아서 좀 힘들겠는데. 어쨌든 고마워요."


"뭘. 떠돌이들끼리 돕고 살아야지."


"떠돌이?"


"나는 알 수 있어. 돌아갈 곳이 있는 여행이 목적인지, 그렇지 않은지. 이 형씨는 명백히 후자 같은걸."


검은 고개를 끄덕였다.


"호의는 감사히 받겠소."


"다음에 또 만나자구. 우리는 이제 무곡 쪽으로 갈 거야."


"그 쪽으로 가게 된다면 유랑민들의 깃발을 더 유심히 보겠소."


"좋아, 그럼."


유랑 부족은 떠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근처에 있다는 도시를 향해 다시 출발한 셋 중 희가 말했다.


"현상금 의뢰는 이렇다할 게 없었네요. 그럼··· 아시죠?"


검은 한숨을 쉬었다.


"기무결투 참가로 봐주면 안 되겠소?"


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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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00년 전, 대공습 24.03.05 9 0 14쪽
56 개곰 24.03.04 6 0 14쪽
55 미친 낙하 24.03.03 11 0 12쪽
54 그만 놀라고 싶은 여자 24.03.02 14 0 11쪽
53 대륙을 가로질러 24.03.01 15 0 12쪽
52 다시, 그곳을 향해 24.02.29 13 0 11쪽
51 열받게 생긴 놈 24.02.28 12 0 13쪽
50 기운찬 여행 24.02.27 11 0 12쪽
49 목적 24.02.26 12 0 12쪽
48 바다 위에서 24.02.25 11 0 13쪽
47 24.02.24 12 0 15쪽
46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6 0 12쪽
45 둘째와 넷째 24.02.22 15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6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19 0 12쪽
41 문제의 사람 24.02.18 14 0 12쪽
40 한나 24.02.17 18 0 15쪽
39 무의 시험 24.02.16 21 0 13쪽
38 우연한 만남 24.02.15 18 0 12쪽
» 유랑하는 자들 24.02.14 18 0 12쪽
36 위기···? 24.02.13 18 0 11쪽
35 산 넘어 산 24.02.12 16 0 12쪽
34 숨어들다 24.02.11 18 0 12쪽
33 은랑 24.02.10 18 0 12쪽
32 사승부 24.02.09 19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6 0 14쪽
29 정체 24.02.06 16 0 12쪽
28 괴물에게 가는 방법 24.02.05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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