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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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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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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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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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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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산 넘어 산

DUMMY

무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고개를 돌렸다.


혼조의 출입국을 지키는 병사들이 그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얼어붙은 무영의 뒤쪽이었다.


"그래, 내가 말했잖아."


혼조의 병사 중 하나가 그에게 다가왔다. 무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식당에서 남은 음식 찌꺼기를 묻는 장소가 정문에서 너무 가깝다니까."


병사는 창을 대충 휘둘렀다.


무영의 뒤에서 쥐 한 마리가 찍찍대며 멀리 뛰어갔다.


"그럼 어떡하나? 두라퀴 장군님이 너무 착하신 것을."


"하긴 그래. 멀리 산으로 가져가서 묻으라고 해도 되는 건데."


"그래도 다시 말씀을 드려야겠군. 더러운 쥐가 공공연하게 돌아다니니 원."


무영은 숨소리가 나지 않게 주의하며 큰 한숨을 내뱉었다.


'주, 죽는 줄 알았네.'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10년 감수했다는 말이, 실은 그의 이능이 가진 부작용이 아닐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무영은 발을 옮겼다.


출입관리국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큰 병영으로, 내부에는 출입국에서 일하는 병사들이 있었다.


성벽 안쪽에는 식당으로 쓰이는 건물, 막사로 쓰이는 건물 등 단출한 건물들이 있었고, 그와 대비되는 큰 건물이 귀퉁이에 있었다.


성 내에서 가장 큰 목재 건물은 입구에 출입관리본부라고 적혀 있었다.


무영 역시 투명해진 상태에서 스스로의 몸을 볼 수 없었으므로, 그는 한 발짝씩 조심스레 내디뎠다.


머리를 뒤로 땋아내린 혼조의 병사 둘이 그의 곁을 지나갔다. 무영은 행여나 그들의 장비에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멀찍이 물러났다.


"···했다니까. 두라퀴 장군님한테 망루 보는 사람 몇 명 더 뽑으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러게 말입니다. 두 명이 휴가 갔다고 해서 바로 3조 교대가 되어 버리니 원."


"피곤해 죽겠구만. 이럴 줄 알았으면 휴가를 보내지 말았어야지."


"동령은 친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긴급하게 떠난 게 아닙니까? 그 정도는 이해해 줘야지요."


"그렇게 정론을 들고오면 내가 할 말이 없어지지."


그들은 그런 말을 하며 무영에게서 멀어졌다.


두라퀴라는 사람이 출입국의 대장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며 무영은 출입관리본부로 들어섰다.


본부는 나무를 이용해 투박하게 지은 4층짜리 건물이었다.


군인들이 쓰는 건물답게 내부는 단순했다. 중앙에 계단이 있었고 양 쪽으로 뻗은 복도에 각 방이 위치한 구조였다.


본부 내부에는 각자 비슷비슷한 무술복에 검이나 창, 도끼 등을 패용한 자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무영은 슬쩍, 1층에 있는 방들에 문패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몇몇 방은 문패가 없었고, 안쪽에 있는 방에 회의실처럼 보이는 방도 보였으나 대장이 거주하거나 업무를 봄직한 방은 보이지 않았다.


'가장 위층으로 올라가야 하나?'


무영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 손에 종이뭉치를 한아름 들고 그의 곁을 뛰어갔다.


"이봐, 뭘 그렇게 서두르는 겐가?"


누군가 뛰어가는 병사에게 묻자, 그는 걸음을 멈췄다.


"아, 중랑장님. 27년 만에 특급 범죄자가 등장했답니다."


"뭐라고?"


"단여에서 공조를 요청했습니다. 남자와 여자인데, 이 쪽으로 올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단여에서? 들고 있는 건 뭔가?"


"그 특급 범죄자 두 명의 얼굴이 그려진 수배지입니다."


"어디, 한번 줘 보게."


무영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들이 들고 있는 수배서에 그려진 얼굴은 과연 검과 희였다.


'이런 젠장, 정말 특급 수배자로 지정됐잖아?'


그렇게 생각하는 무영 앞에서 중랑장이라는 계급을 가진 중년의 사내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탄성을 자아냈다.


"허어, 특이하군. 남녀가 한번에 특급으로 지정되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남자는 특이한 칼을 차고 있어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는···."


"허어···."


그들은 수배서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대단한 미인으로, 미인계를 시도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쓰여져 있군요."


"과연 그렇군."


'이건 희 누나한테 말해주지 말아야지. 날 굴린 벌이다.'


무영은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두라퀴 장군님에게 전하러 가는 겐가?"


"예, 그래야지요. 이미 정문에 있던 병사들에게는 전해주고 오는 길입니다.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두라 전했지요."


"으음. 병사들 눈요깃거리로 쓰이는 일 없게 간수를 잘 해야겠군."


젊은 병사는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여자 얼굴을 보고 설마하여 조금 많이 받아오긴 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영은 젊은 병사의 말을 듣고 그의 뒤를 따랐다.


병사는 발을 재게 놀려 4층으로 뛰어올라갔다.


무영은 발이 계단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 노력하며 그를 따라올라갔다.


계단을 오르자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무영은 잠시 숨을 가다듬어야 했다.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참에는 무기를 보관하는 상자가 있었고, 병사 두 명이 양 옆에 지키고 서서 4층으로 출입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무영이 숨을 고르는 동안 양 손에 수배서를 들고 뛰어간 남자 역시 무기를 보관하고 지나간 모양이었다.


무영은 숨을 참고 병사들의 사이를 지나갔다.


사람이 많았던 1층에 비해 4층은 한적했고, 방이 몇 개 없었다.


무영은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과연 그 중 하나의 방에서 작게 소리가 새어나왔다.


본능적으로 여기다, 라고 생각한 무영은 문에 귀를 가져다댔다.


"···그들이 이미 지나갔을 가능성은 없나?"


"겉모습을 바꿔주는 이능자를 찾지 않은 이상, 그럴 일은 없습니다."


"하긴 그렇겠지? 물건을 거래하러 들어오는 상단의 짐에 몰래 숨어들을 수도 있으니, 경계를 강화하라고 일러라."


"이미 수배서를 전달할 때 단단히 일러두었습니다, 장군님."


"벌써? 보면 볼수록 참 일을 잘 한단 말이야. 자네 혹시 큰일 한번 해볼 생각 없나?"


"싫습니다."


"허, 어찌 말을 듣지도 않고 단칼에 결정하는가?"


"왕궁으로 들어가 왕자들 중 하나를 보필하라는 말씀을 하시려던 게 아닙니까?"


"······어떻게 알았는가?"


"저도 요즘 왕궁이 혼란스럽다는 정보는 알고 있습니다."


"···일을 너무 잘해도 탈이로군. 이만 들어가 보도록."


"예."


무영은 문에서 귀를 떼고 뒤로 멀찌감치 물러났다. 병사가 나오는 순간에 맞춰 열린 문으로 인자한 인상의 중년인이 잠깐 보였다.


'으음··· 잠깐 봐서 옥패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어떡하지?'


아무리 투명해지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들, 누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안을 뒤지는 것은 너무 큰 모험이었다.


무영은 숨죽여 때를 기다렸다.


이윽고 다른 병사가 문을 두드렸다.


"두라퀴 장군님, 중앙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의 말에 안쪽에서 중년인이 문을 열고 걸어나왔다. 그는 무술복 차림에 어깨에 금빛으로 수놓아진 휘장을 얹고 있었다.


출입관리본부의 장군, 두라퀴가 투덜댔다.


"특급 범죄자가 들어오는지 잘 감시하라는 말을 하려는 거 아닌가?"


"그런 것 같습니다. 중앙에서는 얼굴을 바꿔도 알아볼 수 있는 이능자를 급파하겠다고 했습니다."


"웃기는 소리를. 그 이능자가 오는 동안 특급 범죄자들이 열 번도 여기를 지나겠구먼."


그런 소리를 하며 그들은 함께 어딘가로 걸어갔다. 아마 중앙의 연락을 받기 위해 이동하는 모양이었다.


무영은 방문을 살짝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쪽에는 장군이 업무를 보는 책상이 있고, 그 앞에 몇 명이 앉을 수 있는 탁자가 있는 단순한 공간이었다.


그 중 벽에 기대어 선 책장을 무영은 자세히 살폈다. 그러나 책과 신문을 제외하고는 별다를 것이 없었다.


무영은 장군이 앉아있던 책상에 가까이 다가갔다. 과연 책상의 옆에 서랍이 있었다.


그러나 서랍은 잡동사니 몇 개가 들어찬 위칸을 제외한 두 칸이 모두 열쇠로 잠겨 있었다.


무영은 서랍채 들어보려고 했으나, 그가 들기에는 서랍이 너무 무거웠다.


'젠장, 열쇠까지 찾아야 한단 말이야?'


무영은 재빠르게 주위에 열쇠를 보관할 법한 장소가 있는지 살폈으나,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열쇠를 지니고 다니나?'


옥패가 잠긴 서랍에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영은 책장을 한번 더 면밀하게 살펴보았다.


그의 손이 닿는 동안 물건들이 그와 함께 투명해졌으므로 무영은 이능을 잠시 풀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 문이 벌컥 열리며 두라퀴가 들어왔다.


무영은 책장에 바싹 붙었다.


'아무 발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뭐야?'


두라퀴는 자리에 앉아 첫 번째 서랍을 열더니, 물부레를 꺼내 불을 당겼다.


이내 그가 짙은 연기를 내뿜었다. 그는 곧 창문을 열었으나, 매캐한 연기가 금방 온 방에 가득 찼다.


'젠장!'


무영은 기침이 나오지 않게 급하게 코와 입을 틀어막고 숨을 참았다.


그러는 동안 그는 누군가가 문으로 들어와주기를 간절히 기다렸으나,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숨이 다하기 전에 무영은 문을 약하게 똑똑, 두드렸다.


"누군가?"


대답이 없자 두라퀴가 일어나 문으로 다가왔다.


무영은 그가 문을 연 틈을 타 도망치려고 했으나, 그는 문을 조금만 열고 밖을 내다보았을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사이 나가지 못한 무영은 창문으로 다가가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문을 열고 복도를 두리번거리는 두라퀴를 보니, 과연 그의 허리춤에 열쇠 하나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흐음, 잘못 들었나?"


두라퀴는 자리로 돌아왔다.


그 때부터는 기나긴 기다림이었다. 무영은 그가 업무를 마치고 병영 안에 있는 그의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을 때까지 그의 옆을 따라다녔다.


위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무영은 결국 야음을 틈타 열쇠를 훔치고 본부에 숨어들어 세 번째 서랍에서 옥패를 찾아냈다.


하루 종일 장군의 옆에 붙어있느라 그는 의도치 않게 몇몇 알짜배기 정보들을 들을 수 있었다.


긴 하루가 지나고, 무영은 무사히 검과 희에게 돌아왔다.


그들은 그 때까지도 길의 옆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허공에서 옥패를 들고 갑자기 나타나자 희가 반가운 얼굴로 말했다.


"고생했어. 어째 하루 사이에 핼쓱해진 것 같다?"


무영은 이를 갈며 대답했다.


"난 오늘부로 확실하게 깨달았어.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능은 전혀 좋은 능력이 아니라는 걸."


"마음 고생이 심했구나. 걱정 마, 일을 잘 해냈으니 온천이나 목욕탕에서 네가 여자 손님들 몸을 훔쳐봐도 이 누나가 한 번 정도는 봐 줄게."


"저리 가, 이 바보야."


친근하게 어깨에 손을 올리는 희를 뿌리치며 무영은, 혼조의 병사들이 그녀의 외모를 칭찬한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수고했다, 무영. 하지만 아직 옥패를 가져오는 것보다 힘든 일이 하나 남았다."


"이것보다 더 힘든 일이 남아 있을 리가 없잖아?"


"······."


차마 입을 열지 못하는 검의 옆에서 희가 무영에게 눈을 찡긋했다.


"완전범죄가 되려면 우리가 통과하고 나서 이 옥패를 원래 있던 곳에 가져다놓기까지 해야 한다는 것,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무영은 크게 소리쳤다. 새벽을 타고 그의 비명 소리가 멀리 울려퍼졌다.


"나 집에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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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00년 전, 대공습 24.03.05 9 0 14쪽
56 개곰 24.03.04 6 0 14쪽
55 미친 낙하 24.03.03 11 0 12쪽
54 그만 놀라고 싶은 여자 24.03.02 14 0 11쪽
53 대륙을 가로질러 24.03.01 15 0 12쪽
52 다시, 그곳을 향해 24.02.29 13 0 11쪽
51 열받게 생긴 놈 24.02.28 12 0 13쪽
50 기운찬 여행 24.02.27 11 0 12쪽
49 목적 24.02.26 12 0 12쪽
48 바다 위에서 24.02.25 11 0 13쪽
47 24.02.24 12 0 15쪽
46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6 0 12쪽
45 둘째와 넷째 24.02.22 16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6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19 0 12쪽
41 문제의 사람 24.02.18 14 0 12쪽
40 한나 24.02.17 18 0 15쪽
39 무의 시험 24.02.16 21 0 13쪽
38 우연한 만남 24.02.15 19 0 12쪽
37 유랑하는 자들 24.02.14 18 0 12쪽
36 위기···? 24.02.13 19 0 11쪽
» 산 넘어 산 24.02.12 16 0 12쪽
34 숨어들다 24.02.11 18 0 12쪽
33 은랑 24.02.10 18 0 12쪽
32 사승부 24.02.09 19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6 0 14쪽
29 정체 24.02.06 16 0 12쪽
28 괴물에게 가는 방법 24.02.05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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