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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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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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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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상단과 함께

DUMMY

검과 희, 그리고 무영은 발리아리 군도로 가는 대형 상단의 마차에 타 있었다.


"발리아리 군도까지 태워주신다니, 이렇게 신세를 져도 되는지 모르겠소."


검은 마차의 맞은편에 앉은 사내에게 말했다.


사내는 금실로 수놓인 푸른색 옷을 입고 있었고, 옆에는 호위무사 하나가 앉아 있었다.


사내는 웃으며 대답했다.


"가는 길이 같으니 태워드리는 건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그는 검의 옆에 앉은 희를 가리키며 농담조로 말했다.


"그리고 동행하시는 분께서 저희 때문에 인사불성이 되셨으니, 책임을 져야지요."


희는 약하게 코까지 골며 무영의 무릎에 기대 자고 있었다.


무영은 얼굴을 찌푸렸다.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반나절쯤 전, 을지무를 떠날 채비를 한 그들은 도시의 끄트머리에 있는 주막에서 짐을 꾸리고 있는 상단과 만났다.


만향이라는 이름을 가진 상단의 많은 인원이 큰 주막에 꽉 들어차 있었기에, 그들도 상단 사이에 끼어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상단의 사람들 중에는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도 있었고, 저들끼리 대련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영이 눈을 질끈 감으며 귀를 막았다.


"으으··· 귀가 멍멍해 죽을 것 같아. 너무 시끄러워."


"식사를 마치는 대로 출발할 테니 조금만 참거라."


시끄러운 공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두 남자와 달리, 희는 어느새 만향의 주요 인사들과 살갑게 섞여 앉아 있었다.


"어머, 여러분도 발리아리 군도까지 가시는 거예요?"


"그렇다네, 아가씨. 우리 만향은 매 해마다 발리아리 군도부터 시작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이 전통이지."


"왜요? 이렇게 큰 상단이면 을지무 같은 수도를 거점으로 삼아도 되잖아요."


상단의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중년 사내는 가슴을 쭉 폈다.


"당연히 각 도시에 만향의 지부가 있다네. 게다가 우리는 뱃길을 통한 무할과의 무역도 담당하고 있거든.


연초에 발리아리 군도로 가는 건 무할과의 무역을 처음 시작했던 초대 상단주님을 기리는 전통이라네."


"와아, 대단하네요!"


희는 박수까지 쳐 가며 그들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무영은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거지들 사이에 던져놔도 밥을 얻어먹을 사람이야, 누나는."


대화를 나누고 있던 만향의 간부들과 희 사이에 누군가 끼어 앉았다.


금실로 수놓인 푸른 옷을 입은 청년이었다.


"아름다운 아가씨, 상단의 일에 관심이 많아 보이시네요. 저는 만향의 상단주, 서립이라고 합니다."


서립은 손을 내밀었다. 희는 웃으며 손을 잡고 흔들었다.


"아가씨는 어린데도 사람을 대함에 익숙해 보이시는군요."


"그런 말을 많이 듣죠. 고마워요."


"그래, 저만 빼고 어떤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습니까?"


그의 옆에 앉은 중년인이 말했다.


"이 아가씨는 단여에서 왔다더군요. 마침 저희와 행선지도 같은데, 이런 큰 상단은 처음 보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시기에 답해 주고 있었습니다."


만향의 상단주, 서립은 씩 웃었다.


"설마 아름다운 아가씨에 술까지 있다고 만향의 기밀을 술술 부신 건 아니겠죠?"


"그렇잖아도 조금만 더 늦게 오셨으면 저희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술술 불 뻔했지 뭡니까?"


서립과 간부들은 크게 웃었다. 허물없고 시원시원한 사내들이었다.


"상단이 궁금하신 걸 보니 만향에서 일하고 싶으신 생각이라도 있으신가요? 저희는 언제나 환영입니다만."


그는 부드럽게 물었다.


"으음, 그것도 좋죠? 하지만 지금은 같이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희는 멀리 앉은 무영과 검을 가리켰다.


서립은 씩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눈이 마주친 무영 역시 얼떨결에 고개를 깊이 숙였다.


"아가씨도 발리아리 군도까지 가시나 보군요. 거기엔 어인 일로 가십니까?"


"찾을 사람이 있어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호오, 어떻게 연이 닿게 된 사람인가요?"


거짓으로 둘러댈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대형 상단의 상단주에게 수상쩍게 여겨져서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 일행이 찾는 사람이 있대요. 뭘 전해주기 위해서라나, 뭘 물어보기 위해서라나. 자세히는 몰라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자를 찾을 방법이 있나요? 어떤 이능이라도 가지고 계신 겁니까?"


"사람을 찾는 이능은 없지만, 그 사람이 있는 부족이 이런 문양을 쓴다는 건 알아요."


희는 문양을 그려 보여주었다.


"흠··· 처음 보는 문양인데요. 여러분은 보신 적 있으십니까?"


만향의 간부들 역시 뚫어져라 희가 그린 문양을 들여다보았다.


그 중 한 명이 자신없는 말투로 말했다.


"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부족이 쓰는 깃발은 아니긴 했지만."


희는 반색하며 물었다.


"어디서요?"


"발리아리 군도의 한 섬에 있는 동굴에서 본 것 같아."


"동굴이요? 거기가 어디였죠?"


"글쎄,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그는 희가 꺼내든 지도를 골똘히 보다가 말했다.


"중도는 아니었던 것 같고··· 대충 여기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는 수백 개의 섬이 모인 발리아리 군도의 북동쪽 지점을 손으로 가리켰다.


"음··· 안다는 사람이 없네요. 참고하도록 할게요. 고마워요."


희는 지도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녀는 문득 만향의 간부들이 마시는 술을 내려다보았다.


"처음 보는 술 같은데, 이건 무슨 술이에요?"


"아, 이건 우리 상단의 이능자가 만든 술이라네."


"어머, 그래요?"


희는 술을 받아 한 모금 마셔 보았다.


"흐음··· 별 맛 안 나는데요?"


간부 중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 난다긴다 하는 이능자들이 많지만, 이상하게 술만은 자연이 빚은 술이 더 맛있단 말이지."


"돈도 많으신 분들이 이런 밍밍한 술을 드세요?"


서립 역시 웃으며 말했다.


"대신 숙취가 없고 빨리 깹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상단이 먹기엔 좋은 술이죠."


"그래, 그리고 먹다 보면 독특한 맛이 난다오. 그 술만 찾는 이들도 있지."


희는 고개를 갸웃하며 술을 홀짝였다.


"내가 너무 조금 마셔서 그런가? 독특한 맛이 난다고?"


희는 계속 술잔을 들어 마셨다.


그리고 그녀는 그만 취해 버렸다.


하여 그들은 거대 상단 만향의 앞쪽, 상단주 서립의 마차에 타서 같이 발리아리 군도로 가는 중이었다.


거대 상단의 장이 탄 마차답게 말이 아닌 이능자가 마차를 몰고 있었고, 큰 마차 안은 아늑하고 조용했다.


"그러고 보니까 상단 이름이 만향이라고 했었지?"


무영이 물었다. 서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들어본 적 있으십니까?"


"그게 아니라 잠영이라는 사내한테 현상금을 건 게 그 만향이라는 상단 아니었나 해서 말이야."


"맞습니다. 그 사내는 지금 7년째 잡히지 않고 있지만요."


"그 잠영이라는 자가 상단의 중요한 물건을 가지고 갔다던데?"


무영의 질문에 서립은 쓰게 웃었다.


"입단속을 그렇게나 했는데, 역시 소문이란 건 어쩔 수 없군요."


"그 중요한 물건이 뭔데?"


"그건 악용될 가능성이 너무 큰 물건이라 함부로 말해줄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때 희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인사불성이 된 줄만 알았던 그녀 역시 잠결에 그들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던 듯했다.


"그래서 수배지에 살았든 죽였든 원형 그대로 가져오라고 쓰여 있었군요.


그 자가 가져간 물건을 지닌 채로 잡아야 하니까."


서립은 별 놀란 기색도 없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저희가 받은 수배서는 몇 년 전의 수배서인데, 아직 십만 냥이라는 현상금은 그대로인가요?"


"예. 사실 그 물건에 한정해서라면 백만 냥도 걸 수 있으나 그것은 존재를 드러낼 수 없는 물건이기에."


"그렇게 궁금증을 자극해놓고 알려주지 않으시기엔 너무 가혹한 거 아니에요?"


희는 장난기 있게 말했다. 서립은 씩 웃으며 본론을 꺼냈다.


"사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상단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그 자를 찾았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저희 내부적으로는 이미 죽었거나, 그에 준하는 상태일 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만 그 물건은 반드시 회수되어야 합니다."


서립은 큰 마차의 창을 열고 따라 걸어오던 상단원에게 말했다.


"시오러 형제를 준비시켜라."


창문을 닫고 그는 이어 말했다.


"하여 저희는 나름대로의 심사를 거쳐 한정된 사람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도 조금 실례해도 괜찮을지요?"


"그 나름대로의 심사란 게 뭔데?"


"저희 상단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이능자가 있습니다.


그 이능자에게 마음 속을 열어 보이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일 때에 한해 정보를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그 말에 검과 희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소."


"맞아요. 허락 없이 마음 속을 읽지 않아준 건 고마워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알고 싶진 않아요."


"알겠습니다."


호기심 강한 나이인 무영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나는 상관 없는데··· 알고 싶어."


"일행 전부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습니다. 알고 계시겠지요? 이해해 주시길."


그들은 발리아리 군도로 가는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상단과 함께했다.


무영은 상단의 사람들과 금방 친해져 무술 공부와 대련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희는 상단의 식사를 책임지는 마차로 가서 잡일을 도왔다.


검은 힘 쓰는 일을 도맡아 했으며, 진중하고 사려깊은 모습에 사람들에게 금방 호감을 샀다.


그들이 발리아리 군도로 가는 항구에 거의 도착했을 때, 서립이 그들을 다시 불렀다.


"저희는 항구에서 처리할 업무가 많아 당분간 머물러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곧장 군도로 출발하시지요?"


"네, 현소기 님이 알려준 그 동굴이 있다는 북동쪽을 한번 돌아보려구요."


현소기는 그들이 처음 상단을 만났던 주막에서 그 문양을 본 적 있다고 말했던 만향의 간부였다.


짧지 않은 시간 같이 지내며 서로의 이름도 알 만큼 친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까, 행운을 빕니다. 헤어지기 전에 부탁과 선물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만."


"뭐죠?"


"첫 번째로 잠영이 가져간 그 물건을 알려드리고 여행길에 찾아주시길 바라는 부탁입니다."


"그건 심사를 거쳐서 믿을 수 있는 사람한테만 알려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주제넘은 말로 들리시겠지만 저 역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함께하며 지켜본 결과, 여러분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무영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잘됐다. 그 물건이 뭔데?"


"그것은 눈입니다. 한 사람의 눈에서 뽑아낸."


"뭐라고?"


일행 모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것을 본 사람을 모두 딱딱한 돌로 굳게 하는 이능을 지닌 눈이지요."


서립은 조용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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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목적 24.02.26 12 0 12쪽
48 바다 위에서 24.02.25 11 0 13쪽
47 24.02.24 12 0 15쪽
» 대형 상단과 함께 24.02.23 17 0 12쪽
45 둘째와 넷째 24.02.22 16 0 12쪽
44 현산의 여자 24.02.21 16 0 13쪽
43 수도에서 24.02.20 17 0 11쪽
42 두 사람의 싸움 24.02.19 19 0 12쪽
41 문제의 사람 24.02.18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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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유랑하는 자들 24.02.14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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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사승부 24.02.09 20 0 12쪽
31 각오 24.02.08 17 0 12쪽
30 결의 24.02.07 16 0 14쪽
29 정체 24.02.06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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