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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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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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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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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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6: 010525 입장 시도

DUMMY

[B 아.. 대포를 쏘는 사도라고? 그놈 참 특이하네?]


여관에 와서 작전설명을 듣던 보리스는, 팔짱을 끼고 재밌다는 듯이 듣고 있었다. 이 자식.. 가볍게 흘려듣는 말투가 외모는 중학생 정도에 대포만 쏜다고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보리스.. 그 아이, 전혀 쉬운 상대가 아니야. 당장 싸우게 되면 몇분도 안되서 곧바로 마음을 고쳐먹게 될걸?


[N 지금은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 너? 싸우게 되면 곧바로 생각을 고쳐먹게 될걸? 그 움직이는 폭탄들, 얼마나 귀찮고 까다로운데! 빅토르도 크게 당해서 며칠 치료받아야 했다니까?]


[V 응, 보리스. 조금만 시간을 줘도 앞에 수십마리의 대포가 달려와서 온몸에 달라붙는다구. 깨무는 것도 아픈데 그걸 때리면 자폭까지 하는데, 잠시 만만하게 봤다가 제대로 당했어, 나!]


[B 그정도야? 니가 당했다고? 음..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긴 하네. 빅토르도 당할만큼 까다로운 놈이면, 어떻게 해야 우리가 잡을 수 있지?]


[N 그래서 말인데.. 니가 오기 전에 전략을 이미 짜놨거든? 한번 들어볼래?]


[B 그래, 한번 들어보자. 그게 뭔데?]


[N 바로 분산작전이야.]


[B 에.. 뭔가 작전명부터 되게 불안해지게 만드는데? 서로 갈라져서 싸우자는 거지?]


[N 응, 옥상에 있는 사도를 추격하는 추격조, 운동장 앞에서 잔뜩 도발해서 폭탄을 맞을 몸빵조로 나뉘어서 움직이자는 거지.]


[B 설마.. 몸빵 역할로 나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N 어떻게 알았어? 보리스? 역시 눈치가 빠르네?]


[B 에이, 진짜! 임마, 그러니까 몸빵조가 몸빵으로 맨앞에서 폭탄들한테 물어뜯기고 얻어터지고 있을 동안 너희들이 옆문으로 들어가서 옥상으로 올라가 사도를 처리한다는 말 아니야?]


[V 오오.. 굳이 작전설명 안해줘도 벌써 다 이해했네? 보리스?]


[B 너희들 생각하는 거야 뻔하지 뭐. 야, 그래! 실력 제일 구린 내가 몸빵역할을 하는 건 거지같긴 하지만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긴 해도.. 설마 나 혼자 미끼가 되는 건 아니겠지? 나틸리, 너도 나랑 함께 미끼가 될 거지? 너 방패 폼으로 들고 있는 거 아니잖아.]


[N 아니, 미안하지만 혼자 몸빵 좀 해. 나도 같이 올라가야 되거든.]


[B 뭐라고? 그럼, 운동장에서 나 혼자 대포 다 쳐맞으라는 소리야? 너희들, 모스토크에 오자마자 너무한 거 아니냐? 나 여기 어제 도착했어, 임마! 모스토크 구경도 제대로 못한 상태라고! 나만 한 일주일 침대에서 드러누워 지내라는 거야?]


[N 자세히 좀 작전을 들어봐, 보리스. 일단 중앙 계단 밑에서 니가 도발을 계속 하잖아? 욕설 가득한 니 화려한 언변을 견디지 못하고 사도가 폭탄을 너한테만 계속 던지도록 만들어줘. 그러는 사이에 오른쪽 문으로 빅토르 혼자, 왼쪽 문으로는 나와 에르제가 올라갈 거야. 건물 좌우측으로 누가 들어가는 게 보이자마자, 두개의 대포들은 이제 너한테가 아니라 나랑 빅토르쪽으로 각자 분산되서 우리들을 추적하겠지. 그러니까, 우리가 건물로 들어갈 때까지만 잠시 버티며 폭탄들을 다 제거할 때까지만 버텨주면 돼. 그 다음부턴 오히려 니가 제일 편해지는거야. 왜냐구? 이제 폭탄들은 학교 안으로 들어간 우리들한테만 몰리게 될 거니까.]


[B 그렇긴 하겠네.. 잠시만 버티면 내 임무는 끝난다 이거지?]


[N 그렇지! 조금만 고생하면 돼.]


[B 근데, 왜 굳이 세명이나 다 올라가야 돼?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체력좋고 싸울줄 아는 빅토르랑 너만 각자 올라가고, 에르제도 여기에 남아서 내가 함께 막으면 안돼?]


[N 야, 학교를 컨셉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라면, 옥상쪽으로 들어가는 문에 자물쇠가 달려있겠어? 안 달려 있겠어?]


[B 젠장.. 달려 있을 수도 있겠지.]


[N 그럼, 자물쇠를 따야 사도를 처리할 수 있을 거 아니야! 여기서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사람이 누구지?]


[B 에르제지.. 젠장, 알겠어! 임마! 혼자서 외롭게 운동장에서 한참 얻어터지면 될 거 아니야? 아니지? 그런 이유로 에르제가 올라가는 거라면.. 에르제 혼자 올라가면 되지 않아?]


[N 야, 마법사인 에르제가 순식간에 달라붙는 폭탄들을 곧바로 처리할 수 있겠어? 내가 옆에서 다 떼어내줘야지!]


[B 그럼 빅토르는 왜 혼자 올라가냐? 얜 마법사도 아니라 잠금장치를 못 풀텐데. 뭐, 저 덩치로 밀어서 문짝을 떼어낼 생각이야? 설마?]


[V 오오.. 보리스, 똑똑한데? 맞아, 난 몸으로 밀어서 열어볼려구. 몇번 힘껏 몸으로 밀면 충분히 열릴지도 몰라.]


[B 니 덩치랑 힘이면 충분히 열리긴 하겠네.]


위의 대화에서 다 읽었겠지만, 보리스를 제외한 우리 셋이 학교로 들어간 후의 전략은 이러했다. 한쪽으로 들어간 나와 에르제는 옥상에 올라가게 되면 해제마법으로 문을 열고 옥상으로 올라가고, 빅토르는 그냥 힘으로 문짝을 뜯어서 올라갈 생각이었다. 뭐.. 그렇게 나쁘지 않은 작전이지? 나름 어제 친구들이랑 1시간 동안 열심히 논의해서 짠 작전이라구. 난 나름 이 전략, 괜찮은 작전이라고 생각한다.


[B 그럼, 나한테 폭탄이 더이상 안 달라붙으면 난 뭐 하면 되냐? 운동장 밖에서 구경만 하고 있으면 돼?]


[N 뭐? 친구들이 학교 안에서 사도랑 피터지게 싸우고 있을 텐데 운동장 밖에서 쉬고 있을 거라구!]


[B 젠장, 그러면 운동장에서 한참 얻어터지고 또 얻어터지러 학교 안으로 들어가라는 거야?]


[N 중앙 계단으로 올라간 다음, 니가 주변 상황을 보고 어느 쪽에 가야 도움이 될지 판단한 후 나나 빅토르 둘 중 한곳에 붙어서 좀 도와줘.]


[E 운동장에서 너무 크게 피해를 입어서 도무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면 올라오지 않아도 되요. 알겠죠?]


[B 에이.. 아니에요. 고작 작은 폭탄 열몇마리들한테 얻어터진다고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제가 약한 사람이 아니에요, 에르제. 구원자로서 이렇게 왔으니까, 나름 첫 전투부터 한건 제대로 할게요. 기대하세요. 하하핫!]


[V 헤헤, 우리 셋으로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잘 안왔는데, 보리스가 와서 참 다행이야, 그쵸? 에르제?]


[E 그러게요. 게다가 정신적으로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더 든든하네요. 아직 실력은 만족스럽지 못하긴 하지만요.]


[B 참.. 마법사님, 직설적으로 말해서 좋네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해주세요. 아, 이건 비꼬는 말이 아니라 정말 진심입니다. 배틀 타기 전 에르제의 말에 설득되서 이렇게 오게 된 거니까, 저 절대 포기하지 말고 계속 쓴소리 해주세요. 설마 좀 실력 없다고 그냥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시진 않을 거죠?]


[E 전 쉽게 사람을 포기하지 않아요. 그런 만큼,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결코 간단하지 않죠. 지금까지 저한테 보여준 결심이나 실행력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보리스 군, 앞으로 멋진 전사로 성장할 수 있을 거에요.]


참 나.. 고향에선 한동안 계속 그렇게 반대하던 사람이, 어쩜 갑자기 저렇게 태도를 바꿀 수가 있지? 뭐, 어쨌든, 에르제 말대로 완전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계속 나와 함께한다는 거.. 나로서도 전혀 나쁠 게 없었다. 하지만.. 얘, 정말 이 험난한 여행을 잘 버틸 수 있을까? 내가 너무 시작부터 걱정이 많은 걸까? 어쨌든, 난 일단은 보리스를 받아들였지만, 아직까지도 완전히 보리스가 함께 피아체까지 가게 될지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모스토크의 후반부 여정에서, 다시 내 친구에게 선택지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되면 어쩌면 보리스의 생각이 지금같지는 않을 수도 있으니까.


***


06:00 게드3중학교 근처

하수구의 구린 냄새를 어지간하면 길게 맡고 싶지 않았던 나는 어지간하면 곧바로 포탈로 갈 수 있을 학교 안 하수구 통로로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며칠 전 새벽에 뚜껑을 열고 들어간 데다가 크게 폭발음까지 들리는 큰 사고가 있어서 그런지, 이날은 아침부터 경비 아저씨가 굳게 앞문을 지키고 있었다.


[B 야, 굳이 학교 안 뚜껑으로 들어가야 되냐? 하수구는 다 통로로 연결되어 있을 테니까 근처 하수구 뚜껑 따고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야? 왜 굳이 학교 내 하수구로 들어가려는 거야?]


[N 야, 니가 하수구에 한번이라도 들어가봤으면 그런 소리 못할걸? 하수구 똥내가 얼마나 심한 줄 알아? 되도록이면 학교 안 하수구로 내려가 빨리 포탈 타고 들어가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구. 포탈 타기 전부터 구역질로 힘 다 빼놓을 일 있어?]


[B 쳇, 성인이 되가지고 그깟 똥내가지고 참.. 코 잠시 막고 참으면 되지! 엄살은! 너희들은 맨날 화장실에서 똥 안 싸냐? 그죠? 에르제?]


[E 보리스, 친구들이 장난으로 하는 말이 절대 아니에요. 쉽게 참을 수 있는 악취가 아니긴 했어요.]


[B 그.. 그래요? 오우.. 어지간한 푸세식 똥간보다도 냄새가 구린가보네? 그렇긴 해도! 저긴 아무래도 방법이 없잖아요! 경비 아저씨가 저렇게 누가 오기라도 하면 바로 경찰서에 넘겨버리려는 뜨거운 눈빛으로 입구를 지키고 있는데!]


[N 휴.. 저번에 경비 아저씨가 있으면 학생인 척 하고 들어가보려 했거든? 지금 한번 해보자!]


[B 야, 고등학교면 몰라, 우리 넷 중 중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누가 있어? 애들아, 우리 다 중학생이라기엔 덩치가 너무 커!]


[V 음.. 나는 좀 어려보이지 않아?]


[B 니가 이 산만한 덩치때문에 제일 나이들어 보여, 이자식아!]


[V 뭐? 야, 보리스.. 니가 키가 크고 얼굴도 그래서 제일 나이들어 보여.]


[B 뭐? 얼굴이 뭐 어떻다는 거야, 이 자식아!]


아침부터 둘이서 볼을 꼬집으며 싸우는 걸, 내가 두 사람의 귀를 잡아당기는 것으로 중재시켰다. 아아.. 우리 덩치로 중학생인 척 하는 건 아무래도 양심이 없는 짓이긴 하겠지? 그럼 어떡해! 다른 방법이 없는걸. 이 방법을 한번 써보긴 해보기로 했다.


[N 해보고 안되면 다른 방법을 써보면 되지! 한번 가보자.]


그렇게 말한 후, 안될 것 같은데.. 라고 계속 모기처럼 중얼거리는 보리스를 무시하고 나는 뻔뻔하게 중학교 앞으로 걸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가 깜짝 놀라며 앞을 막았다.


[G 너희들은 누구야? 누군지 신분을 밝혀라.]


[N 아.. 저희들요? 하하하! 운동부 학생들인데, 훈련때문에 좀 빨리 들어왔어요, 아저씨.]


[G 거짓말 하고 있네! 내가 지금까지 경비일하면서 너희들같이 나이들어보이는 중학생은 처음 본다! 딱봐도 다들 20살은 훌쩍 넘겨보이는데 무슨 소리야? 아, 맞아! 너희들, 저번에 하수구로 기어들어간 놈들 아니야? 저번에 얼핏 봤었는데 너같은 덩치랑 여자 두명이었는데! 맙소사.. 맞네, 맞아! 이 자식들! 도대체 무슨 헛짓거리를 하려고 또 중학교로 온 거야! 나 경비일 잘리게 만들려고 작정했어? 이 대가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놈들이, 무슨 짓을 하려고 또 여기로 기어온 거냐고!]


[N 네? 맙소사.. 경비 아저씨, 그게 무슨 소리신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요. 저, 저희들이 왜 하수구를 들어가요.. 헤헤헤..]


[B 아아! 여기, 우리 고등학교가 아니라 중학교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착각했나봐, 하하하! 아직 주변이 너무 어두워서 착각했어요, 경비 아저씨. 자, 빨리빨리 가자!]


[N 그래요.. 아저씨. 새벽이라 잘 안보여서 저희들이 착각했어요. 옆에 있는 고등학교에 간다는 게 말이에요. 하하하!]


[G 옆은 초등학교인데? 주변엔 고등학교가 없어. 제일 가까운 고등학교가 10분 거리라구. 이 녀석들, 너희들이 초등학생이야?]


[V 음.. 당연히 아니죠, 헤헤헤.]


[G 이 녀석들, 아무리 봐도 수상해.. 며칠 전 하수구에 들어가 이상한 폭발음을 낸 놈들이 너희들이지? 그렇지?]


[V 아, 아니에요! 아저씨, 제발 좀 믿어주세요. 어딜 봐서 저희들이 나쁜 일 하는 사람처럼 보이세요?]


[G 충분히 그렇게 보이는데?]


경비 아저씨가 이 상황에서도 차가운 인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에르제와 억울해서 안그래도 험상궂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보리스를 보며 말했다. 아.. 이 둘때문에 망했어. 아니, 애초에 학생인 척 하고 들어가자고 말한 내가 제일 문제긴 하지!


맙소사.. 나틸리 안보렌, 너 진짜 바보야! 왜 이렇게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짓을 한거야? 이 덩치에 장신들을 누가 중학생으로 보겠냐구! 난 실컷 후회하며 신호를 주고 도망친 다음 그냥 다음날이나 오늘 밤중에 다른 하수구 뚜껑을 따고 들어가기로 했다. 아아.. 미로처럼 엮여져 있어서 한참 구린내를 참으며 포탈까지 가야 할 텐데! 코막는 뭔가를 들고 와야겠어..


[N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애들아, 가자! 빨리!]


[V 으, 응! 아저씨, 다시는 안올테니 제발 좀 용서주세요!]


[B 야! 그렇게 말하면 진짜 도둑놈같잖아! 임마! 우리 진짜 하나도 훔친 게 없다구요!]


[G 어, 어, 어! 저기요! 경찰분들! 여기 도둑이에요! 도둑!]


아.. 이렇게 운이 없을 수가.. 하필이면 때마침 그 근처로 경찰 두사람이 새벽순찰을 돌고 있었고, 경비 아저씨는 도주하기 시작하는 우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리고.. 저 뒤에서 경찰 두 사람이 맹렬히 우리를 뒤쫓기 시작했다. 맙소사! 그냥 똥내 좀 참으며 다른 하수구 구멍으로 들어갈걸! 조금 편하게 들어가려다 되려 완전히 망해버렸잖아?

급하게 도망친 다음 주변 거주지역 빌라의 구석, 쓰레기를 넣는 큰 상자 옆에 숨은 우리들은, 10분간 가만히 숨죽인 채로 구석에 숨어있어야 했다. 휴.. 다행히 계속 들려오던 경찰 아저씨들의 걸음소리가 더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제서야 나는 크게 한숨을 쉬고 말을 했다.


[N 휴.. 다행이다. 경찰아저씨들 다른 데로 갔나봐.]


[B 야, 봐봐! 임마! 내가 통하지 않을거라 했잖아! 이게 진짜! 근래 니가 한 생각중 가장 멍청한 생각이었어! 임마!]


[N 야,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알았겠냐구! 뭐.. 됐어. 이제 경찰 아저씨들 다 따돌렸으니까, 다른 하수구 뚜껑 따고 들어가자.]


[B 그래, 그래.. 빨리 하수구 뚜껑 찾아보자.. 사도 잡기 전부터 바깥에서 시간 다 보내겠다, 우리.]


[V 으윽.. 근데 여긴 너무 먼데? 한참 하수구 안을 돌아다녀야 될 텐데..]


[B 똥내 좀 맡는게 어때서! 이 자식들, 자기들은 맨날 아침에 똥을 뿌직뿌직 싸면서.. 아무 하수구 뚜껑이나 따고 들어가자, 좀.]


[N 갓 내장에서 나온 신선한 똥냄새랑, 한참을 썩어서 다른 이물질과 뒤섞인 똥냄새랑 같니? 게다가.. 똥내도 똥내지만.. 보리스, 하수구 밑은 완전 미로처럼 엉켜져 있을 거라구. 이렇게 먼 거리에서 포탈까지 가는건 상당히 무리일 거야. 학교 변두리에 있고 사람이 없는 곳의 하수구 뚜껑을 내가 두곳 알아봤거든? 거기로 가보자.]


[B 휴.. 알겠어, 그럼. 빨리 가보자구. 이제 조금만 있으면 완전히 아침이야! 아무리 외진 지역이라도 금방 누가 하수구 뚜껑 따는 걸 보게 될걸?]


우리들은 그 말을 끝으로 건물 골목을 돌아 내가 봐둔 하수구 쪽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골목을 돌자마자 이상한 랜턴빛이 우리를 비추더니, 아까 전 봤던 덩치 좋은 경찰 두 사람이 건물 저편에서 우릴 자신만만하게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아.. 어쩐지 거의 근처까지 따라오다가 갑자기 발소리가 사라지더니, 이런 식으로 몰래 숨어서 우리를 잡으려고 했던 거구나? 망했다.. 하지만, 거리는 15미터 이상 벌어져 있어서 도망가려면 뭐.. 충분히 도망갈 수 있는 거리긴 했다.


[P1 젊은이들, 경찰서로 잠시 같이 가지.]


[B ..망했다, 애들아, 어떻게 해야 돼? 우리 뒤로 도망칠까?]


[N 됐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도망을 쳐? 물건 하나 훔친 게 없는데! 따라가보지, 뭐.]


원래는 나도 곧바로 도망을 갈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곧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어서, 난 더이상 도망가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총경님이 모스토크에 오자마자 날 만나러 오라며 주소까지 줬었지? 아마? 뭐.. 원래대로라면 총경님 집 안에서 만나는 게 이상적이었겠지만, 경찰서 안에서 보는 것도 나름 색다르고 재밌겠다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B 너 어떡하려고 그러냐? 무슨 뾰족한 생각이 있기라도 해?]


[N 어제 내가 말했잖아. 내가 모스토크 경찰청 총경님과 주소교환 한 사이라고.]


[B 아.. 맞다! 그 총경 아저씨가 우릴 구해주겠구나?]


[P2 어이! 너희들! 뒤로 도망쳐봤자 소용없어! 뒤엔 막혀있거든. 경찰봉으로 몇대 맞기 전에 순순히 나오는 게 좋을걸?]


그렇게 말하면서도 험상궂게 생긴 장신의 남자와 단단한 근육질의 덩치가 우리쪽에 있어서 그런지, 경찰 아저씨들은 차마 쉽게 가까이 다가오진 못했다. 나의 말을 들은 친구들은 나처럼 뭐.. 총경 아저씨가 알아서 도와주겠거니 라고 생각하고 순순히 그 골목에서 나온 다음, 순순히 경찰서까지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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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1-087: 010525 경찰서 24.07.17 7 0 17쪽
» 1-086: 010525 입장 시도 24.07.17 6 0 18쪽
86 1-085: 010524 허락 24.07.13 9 0 25쪽
85 1-084: 010524 뜻밖의 손님 24.07.13 8 0 23쪽
84 1-083: 010524 체노라비 역사도서관 24.06.30 11 0 27쪽
83 1-082: 010522 사도와의 전투 24.06.30 12 0 30쪽
82 1-081: 010521 게드3중학교 24.06.30 8 0 20쪽
81 1-080: 010521 블레턴 블로슈크 교장선생님 24.06.30 8 0 15쪽
80 1-079: 010520 이곳에 있게 된 이유 24.06.29 5 0 24쪽
79 1-078: 010520 원치 않던 만남 24.06.29 8 0 15쪽
78 1-077: 010520 모스토크 24.06.29 7 0 21쪽
77 1-076: 010518 출발 24.06.29 8 0 17쪽
76 1-075: 010516 정의의 마음 24.06.20 6 0 26쪽
75 1-074: 010516 취조실 24.06.20 6 0 21쪽
74 1-073: 010516 자전거 선물 24.06.20 6 0 22쪽
73 1-072: 010514 사건 종결 24.06.13 6 0 20쪽
72 1-071: 010510 경찰서안의 대소동 24.06.13 7 0 20쪽
71 1-070: 010505 레냐의 마지막 인사 24.06.13 7 0 17쪽
70 1-069: 010505 샤노브의 기억 B 24.06.12 6 0 21쪽
69 1-068: 010505 샤노브의 기억 A 24.06.12 6 0 24쪽
68 1-067: 010505 빅토르 vs 샤노브 24.06.05 8 0 30쪽
67 1-066: 010505 말릭 vs 샤노브 24.06.05 6 0 19쪽
66 1-065: 010505 아버지와 함께 24.06.05 6 0 36쪽
65 1-064: 010502 패배감 24.06.05 7 0 28쪽
64 1-063: 010501 다리에서의 교전 24.06.05 6 0 28쪽
63 1-062: 010501 레냐의 고백 24.06.04 8 0 37쪽
62 1-061: 010501 부둣가에서 작별 인사 24.06.04 5 0 31쪽
61 1-060: 010429 이공간 방문 24.05.29 7 0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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