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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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츠
작품등록일 :
2023.09.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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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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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3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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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1: 010521 게드3중학교

DUMMY

13:01 여관 <오디노티 포옌> 나틸리/에르제의 방


[A 아, 안녕하세요? 저, 전 얘네들 친구인 안톤 게르츠키입니다. 마, 마, 만나서 반가워요.]


[E 에르제레닌이에요. 줄여서 에르제라고 불러주세요.]


[A 네, 반가워요! 에르제!]


만두가게에서 밥을 같이 먹고 난 후, 같이 일하는 동료를 보고 싶다길래 안톤을 여관에 데려간 우리들은, 에르제를 보자마자 꽁꽁 얼어붙은 채로 서 있는 안톤을 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안톤, 니가 봐도 참 이쁘지? 그런데.. 내가 알기론 얘도 보리스처럼 건강한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해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만큼의 호들갑을 떠는 반응을 보여주진 않았다. 그래.. 순화해서 건강한 스타일이지, 가슴이랑 엉덩이 엄청 큰 여자를 엄청 좋아하지? 얘? 중학교 내내 알리치가 주던 덩치가 우람한 여자들로 가득한 야한 잡지 열심히 돌려보던 거, 한두번 들킨 게 아니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녀석, 자긴 여리여리하고 작은 주제에 여자취향은 어쩜 그렇게 자기와 극단적으로 다른 여자들을 좋아할까? 대개는 자기와 비슷한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아?


[A 헤헤, 마법사님.. 애들한테 이미 들었어요. 여기서 첩보활동을 하고 계신다면서요?]


[E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A 혹시.. 스파이신거에요?]


이런 말을 아주 밝고 명랑한 얼굴로 물어보는 안톤을 바라보는 에르제의 표정은 이게 무슨 하늘에서 젖소가 떨어지는 소리를 하는 거야? 라는 표정이었다.


[E 휴.. 누가 그러던가요?]


[A 응.. 나틸리가 그러던데요?]


<N 죄.. 죄송해요.. 마법사님이랑 같이 다니는데 이유를 물어봐서 어쩌다가 이렇게 말해버렸어요..>


내가 귓속말로 이렇게 말하자, 에르제는 나를 잠시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제, 너무 걱정 마요.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얘는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는 착한 애라구요.


[E 네.. 뭐.. 비슷한 일을 하고 있긴 해요.]


[A 우리나라랑 피아체 해역 사이에서 선박침몰사고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그것도 조사하러 오신 거에요? 설마?]


[E 글쎄요..]


[A 저도 좀 이상하더라구요, 마법사님. 칼파라 해역이 거친 곳이긴 해도.. 그래도 침몰 빈도수가 너무 잦다는 생각은 자주 했거든요..]


[E 미안하지만, 그런 류의 조사를 하러 온 건 아니에요. 그리고, 절 왜 피아체의 스파이로 생각하는거죠? 말하는 걸 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친구들이 그렇게 말하던가요?]


[A 헤헤, 피아체에 있는 미녀 연극배우분들이 마법사님처럼 키도 크고 얼굴도 엄청 이쁜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아! 네르셀 아르카벨리 여왕님과도 좀 닮으셨네요! 헤헤헤..]


안톤, 너 아주 첫인상을 100점을 맞기 위해 용을 쓰는구나? 그래도 에르제도 첫만남부터 헤헤헤 웃으며 좋은 말만 잔뜩 해주고 똘똘하게 생긴 안톤이 마음에 드는지 살짝 웃으며 답을 해 주었다.


[E ..네, 맞아요, 피아체 출신이에요.]


[A 하하, 그럴 줄 알았어요.]


피아체는 무슨! 저 멀리 엘븐리쉬에 왔어! 얘! ..라고 솔직히 말하고 싶었지만 애써 참아야 했다. 하긴.. 피아체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그런 느낌이 좀 있긴 하지.


[A 마법사님, 마법사님이 하시는 임무가 무엇인진 알수 없지만.. 저도 좀 도와드리면 안 되요?]


[E 안 됩니다.]


외적인 모습에 걸맞게 아주 단호히 거절하는 에르제의 모습을 보며, 안톤은 움찔하며 멍하게 있다가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안톤.. 니가 뭘 도울 수 있겠니.. 뼈도 얇고 키도 작고 살면서 싸움 한번 안해본 널 그런 지옥같은 곳으로 끌고 갈 순 없지.. 그럼, 그럼!


[A 제가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 쑥스러운데요.. 마법사님, 저 조금 똑똑한 편이에요.. 첩보활동이나 그런 거면 제 과학지식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는데..]


[V 응? 안톤, 우리들 일.. 머리쓰는 건 하나도 없고 그냥 싸우는.. 읍!읍!]


[A 뭐? 누구랑 싸워? 누구랑?]


안톤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새하얘지는 걸 본 나는 빅토르에게 마빡을 탁 친 후 안톤에게 말했다.


[N 안톤, 그냥 얘가 헛소리하는 거야! 신경 쓰지 마! 요즘같이 이렇게 치안이 좋은 시절에, 누구랑 싸울 일이 있겠어?]


[A 그, 그렇지?]


[N 그럼! 운동신경을 요구하는 일만 한다는 의미야.. 여기서 뭘 싸워.. 치안이 좋아서 깡패 한마리 없는 이런 곳에서, 뭐 군인하고 싸우기라도 하겠어? 우리들이?]


[E 그러고보니, 모스토크는 치안이 괜찮다고 나틸리한테 들었어요. 정말 그런가요?]


[A 네! 깡패들은 보이기만 하면 바로 군대에서 끌고 가거든요, 마법사님. 전 왕정이 폐지되고 군부정권이 들어선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 덕분에 깡패들도 다 사라지고, 가난한 저도 좋은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게 되고, 제 친구들도 고등학교까지는 다 졸업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아, 미안! 나틸리, 널 잠시 까먹었어.]


[N 뭐, 나도 할 수만 있었다면 고등학교는 쉽게 졸업할 수 있었을 테니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야. 뭐.. 나도 원수님과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 그렇게 큰 불만은 없어. 그저 원수님 욕이나 정부 욕하면 슬며시 군인들이 끌고 가 고생시키는 것 빼고는 말이야.. ]


[A 어.. 너희들이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첩보활동같은 거라면.. 들키면 진짜 큰일날거야.. 고생시키는 걸로 끝나지 않을 텐데.. 머리를 요구하는 일이라면 내가 꼭 도와줘야 마음이 놓일 것 같은데.. 정말 나도 도와주면 안돼? 마법사님, 부탁이에요. 여름방학때까지만이라도 제가 도울 수 있게 해주세요.]


[E 이미 말했잖아요? 안 된다구요. 아무리 물어도 답은 바뀌지 않아요. 그러니 다시는 물어보지 마세요.]


[A ···네.]


자기보다 키가 10CM이상 더 큰데다가 기본적인 위압감도 대단한 여자였기 때문에, 안톤은 순식간에 우리들이 보기에도 불쌍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에이, 정말! 우리들 친구인데 좀 자상하게 대해주면 안돼?


[E 미안해요, 안톤. 하지만.. 위험해요. 이 일은 너무 위험해서, 게르츠키 군 같은 일반인이 연루되어선 안 되는 일이라구요. 그러니.. 친구들과 한번씩 만나는 것 정도로 만족하세요. 내 말 이해하겠어요?]


[V 그래.. 안톤. 게다가 넌 열심히 공부해야되잖아. 당장 2학기때부터 다시 학교 다녀야 되는데.]


[N 그래! 천재 과학자께서 무슨 이런 험한 일에 끼어든다는 거니? 공부나 해, 공부!]


[A 알겠어.. 난 끼어들지 않을께..]


[N 불쌍한 척 해도 아무 소용 없어? 안톤? 이건 다 널 위해서라구.]


[A 나 이만 가볼게.]


[N 응? 벌써? 온지 얼마나 됐다구?]


[A 하루에 10시간은 꼭 공부해야 되거든. 오늘 아침에 2시간 읽은 게 다라서, 빨리 가서 공부해야 돼.]


와.. 난 하루에 그 복잡하고 머리아프게 만드는 과학책이 아니라 일반 소설만 2시간정도를 읽는데.. 10시간동안 그런 책 읽으면 머리 안아플까? 난 여전히 작고 여리여리한 중학교 1학년때 모습 그대로인 안톤을 보며, 왜 저렇게 비실비실한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루에 머리쓰는데 온 에너지를 다 녹였을 테니, 먹은 게 뼈나 살로 갈리가 있겠어?


빨리 공부하러 보내주기 위해 우리들은 자전거를 태워서 학교 앞까지 다시 바래다주었다. 아까 전에도 자전거를 유심히 바라보던 안톤이,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나한테 물어보았다.


[A 와.. 애들아, 근데 이 자전거.. 마법 부스터 달린 거 맞지?]


이렇게 비싼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을 텐데 마법 부스터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과학에 관심이 많으니 저절로 알게 된 거겠지? 이미 알고 있는 거, 오리발 내밀 생각은 없어서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N 응, 이거 마법 부스터 달린 엄청 비싼 자전거다? 안톤, 부럽지? 부럽지?]


[A 응.. 정말 부럽다..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도대체 이런 비싼 자전거를 어떻게 구한 거야? 애들아?]


[V 헤헤, 안톤, 부자 아저씨 도와주고 나서 선물로 받은 거야. 부럽지? 부럽지?]


우리가 부럽지를 연발하며 놀려도, 하도 착한 애다 보니 제미크처럼 재밌는 반응이 나오진 않았다.


[A 으, 으응.. 빅토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니길래 이렇게 좋은 자전거까지 받을 수 있었던 거야?]


[V 안톤.. 난 널 100퍼센트 믿어서 말할려면 충분히 말해줄 수 있거든? 근데 나틸리와 에르제가 말하면 날 죽여버릴 거야.. 그래서 말해줄 수가 없어. 난 죽고 싶지 않으니까..]


[A 나틸리, 넌 날 믿지 못하는거야?]


[N 그럴 리가 있어! 임마! 안톤, 나도 널 100퍼센트 믿어. 하지만..이건 신뢰의 문제가 아니야.. 빅토르, 이 자식아! 말을 그런식으로 하면 어떡해!]


[V 아, 미안.. 근데.. 나틸리,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안톤이면 말해도 아무 문제 없을텐데..]


[N 됐어! 안톤, 우리 일은 신경끄고, 공부만 제발 열심히 해. 알겠지? 우리 일 때문에 괜히 공부 대충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이러는 거야. 내 마음 이해하지?]


[A 아.. 알겠어, 나틸리.. 그런데, 오히려 너무 궁금해서 공부 집중이 하나도 안될 것 같은데.. 그냥 말해주면 안돼? 나 궁금해서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단 말이야!]


휴.. 저 호기심이 가득한 과학소년을 어떻게 해야 되지? 아.. 빅토르 말대로, 그냥 말해줄까? 일단은 그냥 이렇게 보내주기로 했다. 그렇게 안톤을 학교로 보내준 후, 우리들을 조용히 따라오다가 안톤에게 인사를 하던 에르제가 곧바로 우리들에게 고개를 돌려 사무적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왜.. 오늘부터 임무 시작하실려구요?


[E 나틸리, 모스토크에 와서 팔찌 한번이라도 끼워본 적 있어요?]


[N 아니요.. 빨리 방을 구하고 난 다음 끼워보려고 했죠!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꼴을 보니 쉽게 방을 구하긴 그른 것 같네요. 일단 자전거를 타고 이 지역에 사도가 몇명이나 있나 먼저 보기로 할까요?]


[E 그게 좋겠네요. 일단 가까운 지역에 포탈이 있는 사도는 누구인지부터 파악하도록 하죠.]


에르제 말대로, 방을 구하면서 겸사겸사 근처에 있는 사도들의 파장도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 지역은 학교가 참 많은 지역이었다. 과연, 모스토크 학생들 중에서 사도가 된 사람이 있을까?


친구들과 함께 팔찌를 끼고 천천히 돌아보기로 한 나는 곧바로 팔찌를 껴봤다. 아이고, 맙소사! 팔찌를 끼자마자 파장들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안톤의 모교인 모스토크과학고등학교 방향으론 전혀 느껴지는 게 없었다. 그렇겠지.. 이렇게 시설좋고 나라에서 운영하고 공부만 하는 애들만 모아놓은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을 리가 없지.


[V 나틸리, 안톤 학교에선 느껴지는 게 없어?]


[N 응, 없어. 공부만 열심히 하는 애들이라 서로 기본적인 경쟁심은 있겠지만, 서로 죽이고 싶을 정도의 경쟁심까진 다행히 안가지고 있었나봐.]


[V 휴.. 다행이다.]


[N 다행은 무슨.. 야, 아주 가까운 곳에서 파장이 느껴지고 있어. 아무래도 학생인 사도가 주변에 있나봐..]


[V 그래? 그럼 빨리 그곳으로 가 보자.]


파장이 느껴지는 곳으로 자전거를 몰고 가기 시작했다. 안톤의 모교를 지나, 여중으로 보이는 곳을 또 하나 건넌 우리는 안톤 학교의 잔디로 이뤄진 운동장과 비교되는, 흙 운동장으로 되고 투박하게 지어진 건물로 된 일반 중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V 게드3중학교..라고 적혀 있는데? 나틸리? 중학생인가봐..]


[N 휴.. 중학생이라니까 괜히 겁이 나네? 그레고리가 중학생이었는데.. ]


[V 아, 맞아! 그레고리가 중학생인데 중급 사도였지? 사도들은 나이랑 강함이랑 아무 상관이 없더라, 그러고 보니? 나이 제일 많은 부사장님이 제일 약했었잖아.]


[N 그러게 말이야.. 아, 제발 하급 사도 걸리게 해주세요! 처음 전투부터 고생하고 싶진 않단 말이야..]


[E 파장으로 어느정도 강함을 느낄 수 있잖아요. 어때요? 파장이?]


[N 약한 편이긴 한데.. 샤노브때 보니 파장이 늘 맞는 것도 아니잖아요?]


[E 그렇긴 하죠.. 자, 파장으로 우릴 데려가봐요.]


자전거를 학교 내의 자전거 주차장에 댄 우리는 천천히 고등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이 낮 3시라 그런지 하교하는 애들이 정말 많았다. 어우.. 대도시라 그런지, 진짜 잘 빼입은, 누가 봐도 부잣집 도련님처럼 보이는 애도 있고 낡은 가방을 멘 아이도 보이고 다양한 아이들이 보였다. 아.. 중학교때가 내 인생에서 제일 재밌고 의미있던 시간이었는데.. 저 애들을 보니 괜히 그때로 돌아가고 싶네?


[V 하하하! 나틸리, 저기 봐봐! 우리들때처럼 내기해서 가방 대신 들어주기 하는 것 봐!]


[N 괴롭히려고 그런 거 아니야? ..가 아니구나, 들어준 애 덩치를 보니. ]


[V 애들이 이렇게 많은데, 지금 포탈로 가봐도 될까? 근데?]


[N 포탈만 안열면 되지, 그럼. 음.. 벌써 가까이에서 느껴지는데?]


뭐야? 도대체? 운동장 한 가운데인데 왜 벌써 근처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나는 의문을 가득 품고 흙으로 된 운동장을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학교 운동장의 구석, 농구대가 놓여진 부분에 가서야 멈추었다. 파장은 분명히 여기서 끝이 났다.


[V 응? 나틸리, 왜 여기에서 멈춰?]


[N 파장이 여기에서 끝나니까 여기서 멈추지!]


[V 어? 여긴 그냥 운동장 외곽이잖아.]


[E 또 지하인가보네요.. 그럼.]


[V 아아.. 그런데.. 야, 나틸리. 운동장 밑이면 뭐가 있을까?]


[E 아무래도 하수도가 지나가고 있겠죠.]


[N 저기에 하수도가 지나는 구멍이 보이는데? 저기로 가보자.]


운동장 옆, 뭔가가 졸졸졸 흐르고 있는 곳으로 우리들은 이동했다. 그리고..


[V 나틸리, 밑에서 뭔가 악취가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은데?]


[N 아무래도 하수도로 내려가야 포탈이 있는 공간으로 갈 수 있나봐. 아, 정말! 이젠 하다하다 하수구로 내려가봐야 돼? 어이가 없네, 정말.]


아래로 약간 뚫린 타일 밑으로 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었고, 약간의 악취가 느껴지고 있었다. 하수구안에 포탈이 있는 게 분명했다. 아.. 여기 학교 학생들의 똥 오줌과 음식 쓰레기들이 지나가는 통로로 들어가야 된다는 말이잖아? 또 마른세수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다. 불행중 다행히 가까이 가도 파장이 커진다는 느낌이 없는 걸 보니, 사도는 그렇게 쎈 사도는 아닐 것 같았다.


[N ..쩝, 오늘 새벽에 몰래 들어가야겠다. 하수구 뚜껑같은 거 주변에 있나 살펴볼래?]


[V 나틸리, 저길 봐! 동그란 뚜껑 저거 열고 들어가면 될 것 같은데?]


10미터 거리에 철제 하수구 뚜껑이 박혀 있었다. 제대로 땅에 붙어서 열려면 일반인이라면 지렛대를 쓰고 몇 사람이 달라붙어 큰 수고를 들여야겠지만, 우리들이야 에르제가 윤활마법 써주고 힘이 장사인 빅토르가 열면 되니까.. 어쨌든 낮에 한번 와본 게 큰 도움이 되었다. 하급 사도인 게 유력해 보이니까, 오늘 새벽에 몰래 와서 싸우고 빨리 한 건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보였다.


중학교를 나온 우리들은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후, 근처 바닷가로 가서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와.. 그나저나, 대도시 아니랄까봐, 인프라가 확실히 우리 고향과는 차원이 달랐다. 해안가를 따라 깔끔하게 만들어진 도로와, 그 옆으로 시원하게 나 있는 자전거 도로와 중간중간 바다경치를 조망하며 쉴 수 있는 의자들까지.. 고등학교 1학년때보다 훨씬 더 시설들이 좋아졌잖아? 모스토크에 들이는 막대한 돈으로 바르크바도 일반도로랑 자전거도로 좀 정비해주면 안됐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N 와.. 우울할 때마다 자전거로 해안에 나 있는 자전거 도로를 돌아야겠어. 대도시 아니랄까봐 진짜 시설 좋네? 3년 전에도 좋았는데 그때보다 더 좋아졌네? 우리 고향은 아직도 비포장도로 투성인데?]


[V 헤헤, 그러게, 원래도 좋았는데 훨씬 더 좋아졌네? 맛있는 음식점도 많아졌고, 자전거도로도 엄청 좋고, 놀러 다닐 데도 많고.. 집값만 싸면 참 좋을 텐데. 그치?]


[N 그러게. 공장이 많긴 하지만 공단 근처만 안가도 생각보다 공기질도 나쁘지 않고. 정말 장점들이 가득한 도시긴 해. 근데 이 모든 장점들을.. 쌍욕나오게 만드는 집값이 상쇄시키고 있어! 정말! 아.. 정말, 우리 공장 주변 빌라에 들어가야 되나?]


[V 거기도 도배만 한번 하면 나쁘진 않을 것 같긴 한데.. 그러면 안톤이랑 너무 멀어져서 별론 것 같아. 이 자전거를 타도 안톤한테 가는 데 30분 넘게 걸릴걸?]


공단 주변의 소음과 공기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공장에서 좀 거리가 먼 빌라에 들어가면 될 것 같았고, 수질도 정화조에서 잘 걸러져서 나와서 그런지 상당히 깨끗한 물을 쓸 수 있었다. 그렇긴 해도.. 안톤의 모교랑 너무 멀어지게 됐고 주변 번화가도 너무 변변찮았다. 거긴 정말.. 공장 노동자들이 쓰는 빌라지, 일반인들이 사는 곳은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으로선, 거기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N 아.. 그냥 몇백을 태우고 몇개월이라도 주변환경 좋은 데서 지낼까? 우리? 공단쪽은 아무리 봐도 우리들보단 공장 노동자들이 지내기 좋은 곳인데?]


[V 아.. 공단 주변엔 맛있는 요리점도 별로 없던데..]


[N 그래, 넌 그게 제일 불만이지? 아.. 그래! 정 안되면, 몇백을 쓰더라도 주거지역의 방을 쓰자. 에르제, 조금만 버텨봐요. 제가 괜찮은 방 구해서 편하게 방 쓰게 해 줄게요.]


[E 너무 성급하게 구할 필요는 없어요, 나틸리. 저 때문이라면.. 전 훨씬 열악한 상황에서도 잘 지냈어요. 공단 주변으로 가도 아무 상관 없으니, 부담 가지지 말고 알아보세요.]


훨씬 열악한 상황? 저렇게 피부가 고운 마법사님이 그럴 리가.. 날 생각해서 하는 말인 건 나도 잘 알았다. 뭐, 그래도 저렇게 말해주니 너무 고마운데? 에르제한테 너무 미안해서라도 빨리 방을 알아봐야겠다.


[V 나틸리, 에르제, 근데 전투는 언제 할 거야?]


[N 음.. 왔으니까 하나 빨리 끝낼까? 컨디션도 좋은데. 오늘 새벽 5시 어때?]


[V 좋아. 오늘 좀 빨리자야겠네? 그럼?]


[N 당연히 그래야지! 빨리 여관에 가서 자자, 우리.]



[V 응, 알겠어. 근데..]


[N 근데.. 뭘?]


[V 우리.. 이번에도 몰래 들어가야겠지?]


[N 당연하지! 학교는 공유지니까 몰래 들어가야지.]


[V 경비아저씨도 있고.. 교문도 잠겨있을텐데.. 괜찮을까?]


[N 빅토르, 굳이 정문으로 갈 필요가 있어? 측면 울타리 타고 넘어가면 돼. 일반 중학교라서 그런지 담장도 높지 않고, 에르제의 밧줄이나 마법으로 만들어진 사다리 타고 가면 쉽지 않겠어?]


[V 아.. 그렇구나.. 저번처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되겠구나? 그런데, 혹시라도 주변을 지나가는 경찰이나 경비 아저씨한테 들키면..]


[N 들키면 당연히 경찰서로 가겠지! 그리고 우린 ○되는 거구..]


[V ···]


[N 헤헤, 농담이야, 농담. 안 들키면 되지, 뭐! 아무리 대도시라지만, 새벽 5시면 완전 깜깜한데 설마 학교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이 있기야 하겠어?]


[V 그, 그렇..겠지?]


[N 그럼!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라고 말은 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도 조금 겁은 났다. 음.. 아무 일도 없겠지? 에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아무리 모스토크에 경찰이 고향보다 몇배는 더 많다지만, 이렇게 넓은 대도시를 어떻게 다 돌아다니겠어? 내일 싸우게 되는 만큼 바깥에서 빅토르에게 고기를 든든히 먹인 우리는 새벽에 싸우러 나가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뭐.. 그렇게 쎈 사도랑 싸우는 게 아닐 것 같아서 긴장하는 것 없이 아주 푹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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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1-067: 010505 빅토르 vs 샤노브 24.06.05 8 0 30쪽
67 1-066: 010505 말릭 vs 샤노브 24.06.05 6 0 19쪽
66 1-065: 010505 아버지와 함께 24.06.05 6 0 36쪽
65 1-064: 010502 패배감 24.06.05 7 0 28쪽
64 1-063: 010501 다리에서의 교전 24.06.05 6 0 28쪽
63 1-062: 010501 레냐의 고백 24.06.04 9 0 37쪽
62 1-061: 010501 부둣가에서 작별 인사 24.06.04 5 0 31쪽
61 1-060: 010429 이공간 방문 24.05.29 8 0 29쪽
60 1-059: 010428 제미크와 대화/작전 회의 24.05.29 9 0 35쪽
59 1-058: 010427 작별 통보 24.05.27 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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