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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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츠
작품등록일 :
2023.09.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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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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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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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9: 010428 제미크와 대화/작전 회의

DUMMY

그렇게 사건이 잘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마치, 싸우고 돌아온 게 아니라 고급 별장에서 휴가보내고 온 것처럼 온갖 후유증에 고생을 해야 했다. 와.. 벨라야! 난 너가 너무너무 부러워! 평생 저렇게 좋은 부모님과 할아버지랑 돈 걱정없이 매일 휴가지내는 것처럼 살 수 있는 거잖아! 아! 나도 벨라처럼 살고 싶다!


그렇게 후유증이 맛이 간 상태로 여관 창가에서 멍하니 앉아 있자, 옐레나가 날 미심쩍은 눈빛으로 보며 계속 말을 걸었다.


[Y: 언니, 도대체 1주일동안 어딜 갔다오셨던 거에요?]


[N: 말했잖니, 옐레나! 모스토크에서 친구들이랑 놀다 왔다구 말이야.]


[Y: 근데 왜 모스토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단 하나도 없어요? 언니, 모스토크 4년동안 한번도 가지 못해서 진짜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하셨잖아요! 만에 하나 갔다오면 기념품도 잔뜩 사서 선물로 준다고까지 말해놓구선!]


[N: 음.. 그게.. 옐레나, 휴가 떠났다고 꼭 기념품 사와야 되니? 야, 내가 너한테 주는 월급이 얼만데 기념품까지 바라는 거야! 응?!]


[Y: 네? 언니, 언니가 몇달전에 그렇게 말해놓구선 왜 갑자기 말을 바꿔요?]


[N: 너, 업무시간 일 안하니? 나랑 농담따먹기 하고 있을 때야? 저기 손님들 나가고 있잖아! 빨리 테이블 청소해! 얼른!]


[Y: 아, 정말! 고작 한 테이블이잖아요! 조금 있다 치워도 되는데! 언니 심심해 보여서 말 건 건데 괜히 했어! 흥!]


옐레나가 삐진 표정으로 접시가 쌓인 테이블로 걸어갔다. 아, 평소엔 절대 이러지 않는다! 쟤가 괜한 걸 물어보니 당황해서 이런 거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테이블에 가서 접시들을 치운 옐레나는.. 참,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은지 또 나한테 말을 걸었다. 일주일동안 안보이다 나타나서 그렇게 반가운 거야?


[Y: 그런데 언니, 미안한 말인데 좀 통통해지고 피부도 엄청 좋아지셨어요. 도대체 모스토크의 어디에서 놀았길래 이렇게 건강해져서 돌아오신 거에요?]


[N: 아.. 그냥 해변에서 좀 놀았어!]


[Y: 이상하다.. 언니, 저번 모스토크는 공장이 많아 바다에 기름들이 둥둥 떠다니는 곳이라며, 물놀이하면 곧바로 피부병 생긴다며 가면 절대 해변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N: ..옐레나, 너 오늘따라 왜이렇게 말이 많니, 응? 나 오늘 겁나 피곤한데, 니가 날 더 피곤하게 만들고 있네? 야, 나 진짜 모스토크 다녀온 거 맞다구!!!]


[Z: 나틸리! 너, 에브게닌 가 저택으로 가서 도대체 뭘 한거야? 나틸리, 나틸리!]


갑자기 여관 문을 뻥 차고 들어온 제미크가 놀란 표정으로 나한테 이렇게 소리쳤다. 아.. 진짜! 옐레나가 곧바로 내가 거짓말했다는 걸 눈치채잖아! 이러면!


[Y: 에브.. 뭐요? 오빠?]


[N: 아.. 그게.. 솔직하게 말하면 그.. 모스토크에 있는 손님 중에 갑자기 큰 친분이 생긴 사람이 있어서 그 분 별장에 놀다 온 거야. 되게 부자시더라구! 아! 맞다! 거기 부자 아저씨가 나한테 준 기념선물 중에 화장품 몇개 있는데! 야, 빨리 내 방으로 올라와봐.]


난 급히 입막음을 위해 내 방으로 올라가서 에브게닌 부인께 받은 고급 화장품 몇개를 옐레나에게 줘야 했다. 아잉! 이거 내가 쓸려고 했는데! 저 오빠 때문에 진짜!


[N: 자, 준다는 걸 깜빡해서 안 준 거야. 너 가져.]


[Y: 와! 이거 명품 화장품인데! 너무 고마워요! 언니! 이거 진짜 비싼 건데! 근데, 얼마나 큰 돈을 가진 부자길래 이런 비싼 화장품도 주시는 거에요? 저도 아는 사람이에요?]


[N: 아.. 음.. 모르겠는데? 그 손님이 넌 기억을 못하던데?]


[Y: 아.. 서운해, 진짜! 나 술주정부리는 아저씨들한테도 되게 친절하게 대했는데.. 왜 그 아저씨는 나는 모르는 거에요? 네?]


[N: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니? 그때 니가 친절하게 굴지 않았나 보지! 야, 부잣집 가서 이런 거 받은 거, 아줌마와 엘비라가 알면 나한테 엄청 귀찮게 굴테니까, 절대 말하지 마라? 알겠지?]


[Y: 네, 알겠어요, 언니. 걱정 마요.]


[N: 말하면 월급에서 이 화장품 값 깎아버릴줄 알아?]


[Y: 네? 너무해요! 진짜!]


그렇게 옐레나에게 뇌물 반, 협박 반을 해서 입닫음을 하게 한 후, 난 밑에서 이미 뭘 먹고 있는 제미크를 일어서게 한 후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N: 자, 제미크, 밖에 나가서 얘기좀 해.]


[Z: 야, 나 여기에 밥 먹으러 왔는데 밥부터 주면 안돼? 아침부터 우편 돌려서 진짜 배고프단 말이야!]


[N: 에이, 진짜! 대화 좀 나눈 다음에 들어와서 실컷 먹게 해주면 되잖아! 얼른! 얼른!]


제미크가 울상을 지으며 내 팔에 이끌려 억지로 밖으로 끌려나왔다. 어쩜 이렇게 몸에 힘이 없어? 내가 좀 당기니까 쑥쑥 당겨지는 거봐.


***


급하게 등대 주변으로 간 우리는 바닷바람을 쐴 생각도 못하고 곧바로 급하게 대화를 했다. 평일이라 주변에 사람이 단 한명도 없어서 편하게 소리쳐가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Z: 야, 나 어제 발송할 우편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어! 제볼테르 회사편으로 에브게닌 가로 보내는 전보우편이 3개나 있던데?]


[N: 설마, 남의 우편을 훔쳐봤어?]


[Z: 그럼! 미안한데 너무 궁금해서 봉투를 슬쩍 열어서 읽어봤지. 야, 이상한 사업 이야기랑 회의가 언제 있는지에 대해서 적혀있던데? 모슈크 씨 돌아온 거 맞지? 그렇지?]

[N: 응.. 그래, 맞아. 돌아오셨어.]


[Z: 그 우편 받자마자 곧바로 에브게닌 가로 가니까, 벨라가 아빠 돌아왔다고 겁나 좋아하면서, 이쁜 언니 둘이랑 잘생긴 오빠 한명이랑 못생긴 오빠 한명이랑 일주일간 진짜 재밌게 놀았다던데! 이거 딱 봐도 너희 넷이잖아, 그렇지?]


어휴.. 벨라야. 우리들과 노는 게 재밌긴 했겠지만 동네방네 소문을 내면 어떡해.. 어차피 에브게닌 가로 한번씩 우편이나 편지 배부하러 가기 때문에 언젠가는 알았을 사실이라 나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N: 응, 그거 우리 맞아.]


[Z: 그 이상한 키큰 마법사랑 뭘 한거야? 너희들? 그러고 보니, 알리치가 몇년전 갑자기 실종됐던 아이가 돌아왔다고 조사중이라던데, 설마 이것도 너희들이 한 짓이야?]


와.. 이 오빠 생각보다 눈치 빠르잖아? 내가 너무 물로 봤다. 하긴.. 그날 눈치없는 빅토르가 팔찌에 대해서 말한 바람에 팔찌를 보게 된 이후부터 쉽게 눈치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건 다 눈치없는 빅토르 때문이야! 앞으로 저 뇌로 필터링을 거치지 않는 저 주둥이를 제대로 입단속을 해야겠다.


[N: 오빠, 이거 진짜 위험한 일이야. 휘말려들면 오빠도 크게 다칠 수 있다구.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혹여라도 다른 사람한테 이 일 알리면.. 진짜 죽여버릴거야? 알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우리 넷이 경찰서로 끌려갈 수도 있다구! 장장 10년지기라 할수 있는데, 그런 우리를 위험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생각은 아니지? 오빠?]


[Z: 어.. 어.. 알겠어. 당연히 절대 말 안하지! 나 조금이라도 피곤해지는 거 죽는 것보다 싫다구! 이거.. 알리치한테도 말하면 안되겠지?]


[N: 당연하지.. 다른 사람도 아닌 알리치 오빠한테 수갑채워져서 경찰서로 끌려가 취조당하는 꼴 보고 싶나봐? 오빠는?]


[Z: 으으.. 알겠어, 나틸리. 근데 너희들, 그 이상한 마법사들이랑 친해지지 않는 게 좋겠는데? 딱봐도 그 여자애 너무 위험해 보여.. 인상도 너무 차가워서 인간적이지도 않고.. 너희들을 이용해먹는 것 같은데 빨리 손절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용하긴.. 오히려 내가 그 여자애를 이용하는 입장이라구, 오빠.. 이렇게 말할 순 없으니까 난 슬픈 미소를 지으며 오빠에게 말했다.


[N: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오빠.]


[Z: 으응, 그래.. 음.. 이제 이야기 다 했지? 나 아침도 안먹고 편지 돌려서 진짜 배고파, 빨리 가서 밥 좀 줘! 제발!]


[N: 으이구, 알겠어! .. 아, 맞다! 오빠, 그 몇년 전 블라도프 저택의 비극이라는 사건 잘 알지?]


[Z: 아아! 나틸리! 왜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보는 거야? 나 귀찮아지는 거 진짜 싫다구!]


[N: 이제 귀찮게 안 할게. 단지, 그 블라도프 저택 주소가 어떻게 되는 지만 좀 알려줘. 직접 알아보려니까 귀찮아서.]


[Z: 헉! 설마 거기에서 실종된 가족 3명도 너희들이 구해낼 거야?]


[N: 그래, 오빠. 그것만 끝내면 고향에서 그 여자애랑 더이상 할 일 없어.]


고향에서 할 일은 전혀 없어지긴 하지.. 그래, 그건 맞는 말이다. 대신 이게 끝나면 곧바로 모스토크에 가서 여기에서보다 훨씬 많은 사도와 싸워야 되서 문제지! 이런 촌구석에서도 사도가 셋이나 있는데 대도시인 모스토크는 몇명이나 있을까? 벌써 머리가 아파온다..


[Z: 응, 거기 주소야 알아내는 건 너무 간단하지.. 거기 유명한 데잖아.. 근데, 나틸리..]


[N: 응? 왜?]


[Z: 거기.. 사건 조사 문제로 크게 바리케이트가 둘러져 있고 아무도 들어가면 안되는 곳이야.]


[N: 어어? 3년전 일인데도? 거기 아직도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어?]


[Z: 응, 이 사건, 바르크바뿐만 아니라 모스토크 남부경찰청에서도 조사할 만큼 우리지역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실종사건이었잖아. 그래서 아직도 모스토크 경찰청에서 미제사건으로 조사중이래.]


[Z: 오빠가 경찰도 아니고 이런 내용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어?]


[Z: 당연히 알리치가 알려줬지.]


알리치가 말해준 거면 100퍼센트 정확하다는 건데.. 아아, 진짜! 그러니까, 그 말은 포탈을 타려면 그 조사지역에 불법으로 울타리 타고 들어가야 된다는 거잖아? 이전 두가지 사건보다 훨씬 까다로운 입장조건에 난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Z: 아.. 나틸리, 이건 경찰의 도움이 좀 필요하겠는데? 알리치까진 알아도 되지 않을까? 야, 알리치도 믿을 만 하잖아. 걔 놀기 좋아하고 맨날 여자랑 놀아서 그렇지 나름 정의로운 경찰이라구!]


[N: 맙소사.. 알리치까지? 이건 좀 깊게 생각해봐야 될 문제 같은데? 오빠?]


[Z: 잘 생각해봐. 알리치, 생각보다 입 무거운 편이야. 아무리 술이 취하든 여자친구와 대화를 나누든 안해야 될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으니 믿어도 좋을 거야.]


[N: 알겠어. 이제 더이상 오빠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 이거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위험해 보여서, 더 이상 주변 사람들 연관시키고 싶지 않거든? 그러니 앞으로 우리들 하는 일엔 완전히 신경 꺼. 알겠지?]


[Z: 당연하지! 나틸리! 근데 이제 대화 다 끝난 거 맞지? 나 이제 제발 밥 좀..]


[N: 아, 알겠어! 알겠다구! 우리 집이 무료 급식소야? 어떻게 요즘들어선 계속 우리 집에만 오는 거야! 정말?]


***


그리고 저녁 7시.


[V: 아.. 애들아, 우리들 일주일동안 너무 행복했어, 그렇지?]


[B: 에이씨, 역체감이 오지네! 진짜! 일주일만에 집에 돌아온건데 집이 반갑지 않고 오히려 답답해 죽겠다! 벨라는 참 좋겠다! 그런 집에서 평생 휴가지내듯이 살 수 있잖아. 난 이제 배타고 선원들에게 욕처먹으며 하루하루가 고통인 인생을 살텐데! 제기랄!]


나처럼 이 둘도 에브게닌 가에서 놀다 온 후유증이 심한 것 같았다. 지금 우리는 여관이 아니라 번화가의 카페에 와 있었다. 단체손님용 방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 말을 누가 들을 수가 없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곳이 블라도프 저택과 상당히 가까워서 여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N: 그래.. 두번째 사건은 무슨 전투하러 간 게 아니라 휴가보내고 온 것 같애. 하지만, 애들아, 이제 환상에서 깨어나야지. 두번째 사건과는 달리 세번째는 꽤나 무거운 사건이란 말이야.]


[B: 그렇지.. 무고한 소녀 한명이 강간당한 후 살해당하고 가족 3명이 실종된 사건이잖아. 두번째 사건은 물론이고 첫번째 사건보다도 더 진지하게 대해야 하는 사건이지. 죄없는 사람이 살해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그 말에 싱글벙글해하던 빅토르도 웃음기를 잃고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블라도프 저택의 비극. 정말 미스테리한 미해결 실종사건으로 남겨진 이 사건은 4년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사건에 대해 알긴 해도 아주 디테일하게까지 알진 못했다. 학교에서 좋지 못한 일이 있은 직후 어머니까지 돌아가신, 나한테 있어서 인생 최대의 암흑기에 일어난 일이라 나 자신의 일에 관심이 쏠려 당시엔 제대로 살펴볼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어머니 간병을 대신 해주었던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년이 지난 후에서야 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은 보리스가 뒤늦게 관심을 보여 이리저리 자기 식으로 수사해봤지만, 모스토크 경찰청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보리스가 해결할리가!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이 사건은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아.. 그 가족 3명이 사도가 되서 마법처럼 사라진 거였구나.. 이러니까 남부 최대의 경찰청인 모스토크 경찰청도 전혀 알아낼 수가 없지.


[V: 음.. 애들아, 오늘 낮에 너희들과 같이 도서관에서 그 사건에 대한 신문을 보긴 했는데.. 왜 기억이 잘 안나는 걸까?]


[B: 좀 보다가 바로 잤으니까 그렇지! 임마! 3시간 내내 침까지 질질 흘리며 잤잖아! 나틸리, 왜 쟬 깨우지 않은 거야? 도대체?]


[N: 오늘 들어가면 제일 열심히 싸워야 되니까 푹 자는 게 좋잖아? 어차피 머리 쓰는 건 우리들이 하면 되기도 하고.]


[B: 그래도.. 지금 와서 또 설명해달라고 할지도 모르잖아.]


[N: 에이, 설마.. 빅토르, 대략적인 건 아니까 굳이 말 안해줘도 되지?]


[V: 미안.. 나틸리.. 이젠 절대 안 졸테니까 한번만 제대로 설명좀 해줘, 응?]


[N: 어휴! 도서관에서 왜 잔 거야! 그럼! ..에휴, 해줄게, 그럼.]


[V: 고마워, 나틸리.]


[B: 야, 나틸리! 귀찮지도 않냐?]


[N: 쟤가 포탈에 들어가 가장 열심히 싸워야 할 주인공이잖아. 주인공이 아무것도 모르면 어떡하겠니? 좀 귀찮지만 말해줘야지.. 보리스, 너도 좀 도와줘. 에르제두요.]


[E: 네, 알겠어요.]


[B: 야, 그냥 내가 설명해 줄게! 빅토르, 너의 눈높이에 맞춰 어려운 단어 안쓰고 말해줄게. 응..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N: 살해당한 레냐 블라도프와 용의자에 대해서부터 말해주는 게 어떨까?]


[B: 그래, 그게 좋겠어. 이 사건의 피해자들인 블라도프 집안은, 부모님과 두 자매로 구성된 집안이야.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시체로 발견된 사람은 이 집안의 둘째딸인 레냐 블라도프야. 빅토르, 너 사진 기억나지? 동그란 얼굴의 이쁜 여자애.]


[V: 아! 기억나! 근데.. 확실히 기억이 안나네?]


[E: 자, 봐봐요. 이 사람이에요.]


에르제가 신문 복사물을 모아놓은 스크랩철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다. 이야.. 역시 마법사 아니랄까봐, 이런 면에선 참 꼼꼼하다니까? 우리들은 이미 다 본 거라 빅토르에게 스크랩철을 완전히 가져다주었다. 유심히 살펴본 빅토르의 눈빛에 활기와 밝은 느낌이 사라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V: ..동그랗고 이쁜 얼굴이네요.. 맞아.. 이 아이였어요.]


[B: 야, 이때가 4년전이었고, 그때 우리도 고등학교 1학년이었으니까 우리랑 얘랑 동갑이야.]


[V: 아, 그러고보니 그렇네?]


[B: 중학교는 가까운 지역을 다니게 되는 만큼 근처의 바르크바 남부중학교를 다녔어. 거기서 꽤 공부를 잘한 것 같더라구? 친구가 많진 않았지만 선생님들이나 주변 친구들이나 평판이 괜찮은 아이였어. 그렇게 공부를 잘했는데.. 엉뚱하게도 고등학교는 바르크바 고등학교가 아니라 게닌 23고등학교에 입학했어.]


[V: 게닌 23고등학교? 공부를 잘했다면서, 왜 우리 모교가 아니라 게닌고등학교에 들어간 거야?]


[N: 게닌고등학교가 집에 아주 가까운 게 가장 중요한 이유일 거야. 그리고 게닌고등학교면 크게 나쁘지도 않은 고등학교기도 하고.. 하지만.. 다른 한 가지 추측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이것도 아마 적지 않게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봐.]


[V: 뭐야? 그게?]


[N: 바로..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추측되는 모리슨 신시노프라는 애가, 바르크바 고등학교로 가게 되었다는 점이야.]


[V: 바르크바 고등학교면.. 우리 둘 모교잖아!]


[N: 응, 맞아. 게다가 너희들과 똑같은 학년.]


[B: 에이씨, 불쾌해! 그 개새끼가 우리 학교 출신에다가 우리들 동창이라니!]


[V: 진짜? 우리들은 모리슨이란 애를 본 적이 없는데?]


[B: 빅토르, 다른반이었으니까 당연히 못봤겠지! 붙어있는 이웃 반도 아니었나 보네, 나도 기억에 전혀 없는 걸 보면.]


그랬다. 이 사건의 용의자로 보이는 모리슨 신시노프가 다름아닌 두 친구들의 모교인 바르크바 고등학교 출신이었다. 이후 드러난 몇년간의 상황과 레냐가 당한 것들을 종합해 보면, 어쩌면 이것도 레냐가 게닌고등학교에 진학한 이유 중 하나가 될 지도 모르겠다.


[B: 레냐를 우리 모교가 아니라 게닌 고등학교로 가게 만든 이 개자식은, 중학교때부터 비실비실하고 음침하기 짝이 없는 놈 같더라구. 아무래도 따돌림을 당한 것 같아. 그냥 조용하다고 따돌림을 당하는 거면 따돌림 시키는 놈들이 당연히 나쁜 놈들인데, 얘는 그런 경우도 전혀 아닌 것 같더라구. 예민하고 날카로운 성격에 조금만 장난을 쳐도 욕을 하고 난리를 부려서 3년 내내 별 다른 친구가 없이 중학교를 다녔다고 해.]


[V: 보리스, 너 1학년때랑 좀 비슷해 보이는데?]


[B: 나도 1학년땐 예민하고 괴팍하긴 했지만, 그건 사춘기가 와서였을 뿐이지 2학년때부턴 멀쩡했다구! 그렇게 치면, 너도 1학년때 주먹으로 애들 패고 다녔잖아! 임마!]


[V: 야, 나도 그땐 사춘기였고, 죄없는 애들은 안건드렸어! 그리고 너처럼 2학년때부턴 학교에서 나틸리한테 맞고나 다녔지 누구 함부로 때린 적이 없다는 거 잘 알면서 그래.]


[N: 내가 언제 널 맨날 때리고 다녔다고 그래?]


[B: 아주 틀린 말은 아니야. 우리 둘, 중학교 2학년부터 2년동안 선생님보다 너한테 더 맞았어, 임마! 에이씨.. 어쩌다가 이야기가 딴길로 흐른거야? 좀 이야기 흐름에 벗어나는 이야기는 좀 하지 마! 이 자식들아!]


[V: 알겠어, 안할게. 그러니 계속 말해줘.]


[B: 사춘기때 잠시 거칠어졌던 우리 둘과는 달리, 이 새끼는 원래가 그런 성격이었던 게 분명해. 왜냐구? 3년 내내 그 지랄을 떨었거든! 맨날 지각하고, 체육은 귀찮고 힘들다고 다 빠지고, 반끼리 같이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그날은 학교 나오지도 않고, 와서 아무한테도 말 안걸고, 누가 심기 거스르게 하면 인상 찌푸리며 혼잣말로 욕하고 싸우고.. 이러니 애들이 좋아할 수가 있나! 성격이 고약해도 너무 고약해서 3년 내내 친구 한명 없었던 애라고 하더라구.]


[V: 음.. 애들이 때리거나 하는 일이 좀 있었을 것 같은데?]


[B: 중학교 1학년땐 실컷 두드려맞았다는데, 다행히 2학년 이후론 맞고 다니진 않았다고 하더라구. 그냥 원래 저렇게 생겨먹은 또라이다 싶으니 애들도 다 포기하고 없는셈 친거지, 뭐. 야, 똥묻은 개를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V: 그런데.. 모리슨이란 애는 어떻게 레냐를 알게된 거야?]


[B: 이 동그랗고 발랄해보이는 외모를 보면 알겠지만.. 레냐가 착한 아이였나봐. 쓸데없이 착했어! 친구도 없이 맨날 구석에서 책이나 읽거나 잠만 자는 얘가 불쌍해 보였는지 중학교 2학년때 같은 반이 되었을 때 말을 좀 걸고 도와줬나봐.. 안 그랬어야 했는데! 애들이 안 건드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건데, 쓸데없는 호의를 베풀었다가, 이 개새끼가 얠 좋아하게 됐나봐.. 그렇게, 중학교 2학년때부터 레냐와 인연을 맞게 된 거지. 아니, 레냐 입장에선 악연을 맺게 된 거지.


그 이후에 3학년때 반이 갈라지긴 했지만, 계속 어느정도의 친분은 유지했던 것 같아. 하지만.. 중학교 3학년때 레냐 친구들이 말한 걸 들어보면, 모리슨이 시도때도 없이 여학생 반으로 가거나 방과후에 레냐에게 들러붙어서 레냐를 당혹스럽게 한 것 같더라구. 결국 참다못한 레냐가 제발 이러지 말라고, 다시는 자기한테 오지 말라고 해서, 그 이후론 레냐에게 오지 않았어.


하지만.. 그 이후로 공부를 잘 안하던 애가 갑자기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어. 이 음침한 녀석이 레냐를 좋아하는 게 알만한 동급생 애들에겐 다 알려진 상황에서, 왜 공부를 갑자기 열심히 하게 됐는지 다들 쉽게 눈치를 챘겠지. 레냐와 함께 바르크바 고등학교로 가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말이야. 그게 레냐의 귀에도 곧바로 들어갔나봐. 결국.. 이래서 레냐가 공부를 잘하는데도 우리 모교의 동급생이 되지 못하고, 이 악마같은 새끼가 우리 모교에 진학하게 된 거지.]


[E: 레냐 입장에선, 본능적으로 느꼈을 거에요. 저 아이랑 연관되면 불행한 일이 닥치게 될 거라는 걸.]


[V: 그리고.. 결국 그 불행을 막을 수 없었던 거네요.. 휴, 그래서 고등학교땐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B: 어차피 이후에 자세한 정황을 잘 알게 될 것 같으니, 간단하게 말할게. 이 개새끼가 오직 자기 하나때문에 바르크바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로 가질 못했는데, 죄책감을 가지긴 커녕 정신을 못차리고 방과후 계속 게닌고등학교로 갔나봐.. 그렇게 만나서 레냐랑 걔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둘만의 일이라 자세히는 모르겠어. 하지만, 안사귀어 주면 어떻게 하겠다고 협박같은 걸 하지 않았겠어?]


[N: 지독하다, 정말..]


[B: 그러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1학기가 지나선 전혀 보이질 않았다고 하더라구. 1학기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어. 그렇지만, 그 이후 모리슨 신시노프의 행적을 생각해 보면, 매우 큰 충돌이 있었던 건 분명해.]


[V: 왜? 2학기때 모리슨이 뭔가 달라진 게 있었어?]


[B: 어. 고등학교땐 좀 괜찮게 살아보려고 했는지 고약한 성격이지만 조용히 살던 그 녀석이, 2학기가 지나자마자 반애들과 계속 싸우고, 선생님과도 말싸움 하는것도 모자라 중간고사때 컨닝까지 하게 됐고, 이 일때문에 퇴학까지 당했거든.]


[V: 아.. 그런 일이 있었어?]


[B: 두달동안 잠시 그러다가 퇴학당해서 우리들도 잘 몰랐나봐. 그리고 이딴 병신같은 놈한테 관심 가질 필요도 없고. 여튼 그래서 전학가게 된 고등학교가.. 바로 발터 공업고등학교야. 뭐, 아주 잘됐지! 원래 그놈 수준에 맞는 고등학교로 가게 된 거니까.]


발터 공업고교.. 작은 도시인 바르크바의 고등학교 세 곳 중, 가장 공부를 못하는 애들이 가는 고등학교였으며, 그만큼 질이 좋지 못한 애들이 많이 진학하는 고등학교였다. 바르크바 최고의 고등학교에서, 최악의 고등학교로 순식간에 굴러떨어진 것이었다.


[V: 약한 몸에 성격도 그런데, 발터 공업고교로 갔으면.. 지내기 많이 힘들었겠는데?]


[B: 놀랍게도 아니야. 거기서 어떻게 지냈는진 몰라도, 나름 잘 지냈나 보지. 거기서 질 안좋은 놈들 몇몇과 친해졌거든.]


[V: 아.. 그래?]


[B: 응. 이제 사건이 일어났던 2학년 1학기때로 가보자. 한동안 그놈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레냐는 평화롭게 게닌 고등학교에서 2학년 1학기까지 잘 다니고 있었어. 원래도 바르크바 고교에 가야 할 머리가 게닌 고등학교에 있으니 성적이 어땠겠어?]


[E: 전교 5등 안에 들었을 것 같네요.]


[B: 맞아요. 친구들 평판도 좋고, 선생님들도 좋아하고, 아주 잘 다니고 있었어요. 하물며 벌레같은 그 개자식까지 사라졌으니 얼마나 행복했겠어요? 반면, 나락으로 굴러떨어진 그 새끼는 공업고등학교에서 의외로 적응을 하며 지냈다고 하더라구요. 선생님들도 조용하긴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던 애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거기서 자기만큼 질이 안좋은 새끼들과도 몇몇 친해졌구요.


그리고.. 사건 당일날로 추측되는 날에, 모리슨이 질이 정말 좋지 않은 고등학교 친구 두사람과 함께 시내를 지나 농가 지역으로 가는 모습이 몇몇 사람들의 눈에 포착됐어. 그리고 이틀 후 아침, 블라도프 가에 계란을 받으러 온 상인 아저씨가, 아무리 두드려봐도 안에 기척이 없자, 수상함을 느꼈는데 때마침 학교로 출근하면서 어제 갑자기 학교를 나오지 않은 레냐가 걱정스러워 와본 담임 선생님과 마주치게 된 거야. 두 사람 다 서로 대화를 나누며,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겠지. 담임선생님은 학교로 출근해야 되니 어쩔 수 없이 떠났고, 상인 아저씨가 곧바로 경찰에 가서 신고를 했어. 그래서 곧바로 경찰이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보리스는 말을 멈추었다. 가장 입밖으로 꺼내기 아픈 부분을 말해야 했기 때문이다.


[B: 블라도프 가는 건물이 3곳이 있는데, 왼쪽에 창고가 하나 있어. 그곳은 레냐의 공부방이 딸려 있기도 해서 레냐가 공부를 할땐 그곳으로 가서 공부를 하곤 했지. 그 창고에서.. 레냐가 성폭행을 당한 후 목이 졸려져 죽은 채로 발견이 된 거야.. 그리고, 격렬한 전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어. 아무래도 가족들이나 레냐가 침입자들과 싸운 게 아닐까 싶어.]


[V: ..]


[B: 중간에 있는, 가족들이 거주하고 생활하는 큰 건물은 너무도 멀쩡했어. 특히 이상한 부분은, 설거지를 하다 말았는지 설거지 거리가 세제가 잔뜩 묻은 채로 남아있었다는 거야. 레냐가 그렇게 죽은 것도 의문투성이지만.. 가장 알 수 없는 미스테리로 남아 남부 지역 신문에 한동안 오르내린 가장 큰 이유는.. 세 가족이 마법처럼 사라졌다는 거였어.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끔히 사라졌어. 아주 말끔히! 1년이 지난 후 나랑 나틸리가 너무 궁금해서 한동안 열심히 머리속으로 조사해 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고, 바르크바 경찰청 사람들이 와서 샅샅이 수색해도 아무 실마리도 찾을 수 없었어. 그리고.. 결국 이제서야 알게 된 거지.. 저 세사람.. 사도가 된 거야. 맞죠? 에르제?]


[E: 확실해 보이네요, 정황적으로 보면 말이죠.]


[V: 그런데, 애들아. 레냐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 모리슨이란 증거는 어디에 있어? 내가 보기엔.. 친구 두사람과 농가 근처를 지났다는 것 정도만으론 증거가 애매한 것 같은데?]


[B: 니가 봐도 그렇지? 하지만, 그럴만한 증거가 있어. 일단, 그 두놈이 학교에서 매우 질이 좋지 않은 놈들이었는데, 이 두놈도 이 사건이 일어난 날을 기점으로 완전히 실종상태가 됐어. 뭐, 꼬라지를 보니 이 두놈은 조각상이 놓여져 있는 밀실에 죽은 채로 발견되겠지. 그건 조금 있다 가서 알아보면 될 일이고, 이 모리슨 개새끼가 글쎄, 농가 근처 숲에서 냉동생선처럼 얼어붙은 채로 발견된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급히 수습해서 병원에 데려가서 녹인 다음, 그래도 거의 죽으려던 걸 모스토크 병원까지 데려가서 겨우 살려놓았어. 하지만.. 모스토크 경찰청 사람들까지 갈 필요도 없고, 바르크바 경찰 사람들만 해도 충분히 깨달을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어. 이 새끼는 이 살인사건과 실종사건이 일어난 장소 근처에서 왜 냉동된 상태로 발견된거야? 혹시.. 이 사건의 용의자가 아니야? 라고 말이야.. 그래서 바르크바 경찰서는 물론이고 모스토크 경찰청까지 가서 아주 강도높은 심문을 당했어. 하지만.. 그 놈이 말하길, 레냐한테 반년전 일은 미안하다고, 다시 친구로 지내면 안돼겠냐고 말하려고 그 집으로 갔는데, 갑자기 숲에서 이상한 마법을 맞고 이렇게 됐다고 말했던 거야.]


[V: 두 친구들에 대해선 뭐라고 말했어?]


[B: 그냥, 하교 길에 잠시 같이 있었던 것일 뿐, 그 집에 간 건 자기 혼자라고 말했어. 그리고 나서.. 계속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하더라구. 자기가 진작에 일찍 갔으면 혹시 자신이 살렸을지도 모른다면서 말이야.]


[V: 혹시.. 모리슨은 이 사건과 연관이 안 된 거 아닐까? 우리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내가 알기론, 모리슨은 잠시 의심받고 끝나고, 다른 사람이 더 큰 의심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B: 맞아. 블라도프 가 첫째딸 샤노브의 남자친구인 아이발씨가 제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받았어.]


[V: 왜? 그럴만한 이유라도 있어?]


[E: 사건 당일날, 낮에 그 집을 방문했었거든요.]


[V: 그래요? 아이발씨는 그 날 그 집에 왜 간 거에요?]


[E: 아이발씨는 이미 결혼허락을 받았고, 그저 결혼식 문제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 갔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아닐지도 모르죠. 제가 보기엔 결혼 승낙을 다시 받기 위해 간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니, 블라도프 부부가 아이발씨와 샤노브 양이 결혼하는 걸 계속 반대해 왔었다고 말했었거든요.]


[V: 왜 반대한 거에요?]


[B: 왜냐고? 첫째딸과 결혼하려던 그 아저씨.. 무려 50대 아저씨에 애 둘 딸린 유부남이었거든! 부자라도 쉽게 허락을 하기 힘들텐데 직업도 파이프 수리공이었어. 어떤 부모님이 24살 딸아이를 직업도 변변찮아 보이고 이혼한 늙은 아저씨한테 시집을 보내고 싶겠냐? 내가 부모님이라도 어떻게든 뜯어말렸을걸?]


[E: 부모님도 보리스군처럼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아니, 보리스 군 이상으로 이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블라도프 가를 지나던 사람들이, 저녁 직전 그 집 안에서 격렬한 말다툼 소리를 들었다고 했거든요.


하지만 아이발씨는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이미 결혼 허락은 받았는데, 결혼식을 어디서 할지에 대해 부모님과 샤노브가 너무 심하게 싸워서 버티지 못하고 자기는 조용히 빠져나왔다구요. ]


[N: 고작 결혼식 문제로 그렇게 소리치며 싸웠을 것 같진 않아보이지 않아요? 전 왠지 아이발 씨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요.]


[V: 왜 그런 거짓말을 한 걸까?]


[N: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나저나.. 참.. 불행이라고 봐야 될까, 아니면 다행이라고 봐야 될까? 그날 그 아저씨께서 집에 계셨으면 침입자를 막아서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을 지도 몰라. 하지만 어쩌면 오히려 간 덕분에 이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고..]


[V: 아니, 어쩌면.. 그 아저씨가 범죄를 저질렀던 건지도 모르지 않아? 결혼허락을 받지 않아서?]


[B: 야, 바보야! 아저씨가 나쁜 짓을 저질렀으면 그 아저씨가 죽었겠지, 왜 모리슨 패거리가 그런 꼴이 됐겠냐? 모리슨 패거리가 나쁜 짓을 한 건 분명해. 이 아저씨는 무고한 게 분명하다고.]


[V: 아.. 생각해보니 그렇네? 헤헤헤, 미안.]


[E: 우리야 결과를 아니까 이런 말을 하는 거지, 경찰들은 당연히 처음엔 빅토르군처럼 아이발씨를 유력한 용의자라고 생각했겠죠. 그래서 강도높은 심문으로 자백을 유도해봤어요. 하지만, 결국 그 아저씨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게 밝혀졌어요. 만약 농가에서 다 죽이려 했다면, 분명 블라도프씨와는 격렬한 싸움이 있었을 테고 몸에 어떻게든 상처가 났을 테니까요. 하지만 아이발 씨는 몸이 아주 멀쩡했어요. 도저히 누군가랑 싸운 상처가 전혀 없었죠. 게다가 몇몇 사람들이 6시 이전에 아이발 씨가 번화가를 힘없고 우울한 표정으로 걸어가며 투숙하는 여관이 있는 방향으로 사라지는 걸 봤다고 해요. 그런데 6시 이후에 몇몇 사람들이 블라도프 가에서 샤노브가 부모님과 격렬하게 말싸움을 하는 걸 들었다고 했거든요. 즉, 아이발씨가 번화가에 있는 여관으로 돌아온 후에도 한동안은 블라도프 가족들은 다 멀쩡했다는 말이 돼요. 그래서 결국 아이발씨는 전혀 이 사건과는 관련 없는 걸로 밝혀져 석방되었어요.]


[B: 쳇, 경찰들은 사건 조사를 충분히 한후 심문을 해야지, 심문을 한 후에야 그런 사건 조사들을 완료했다는거 아냐? 덕분에 아주 죄없는 아이발 씨는 괜히 모진 심문이란 심문은 다 받고 육체도 상해.. 결혼상대도 실종돼서 마음도 상해.. 아무 죄도 없는데 최악의 시간을 보내셨겠네!]


[N: 그러게.. 강력한 힘을 가진 모스토크 경찰청 사람들이라 협박은 물론이고 때리기도 하면서 심문했을지도 몰라.]


[B: 신문엔 나지 않았지만 분명 그랬을걸? 모스토크 경찰청 사람들은 권한이 강력해서 시골 경찰들보다 훨씬 힘을 쓸 수 있다고 경감님이 말한 적이 있어.]


불쌍한 아이발 씨.. 괜히 그날 결혼 허락 받으러 갔다가 졸지에 용의자로 몰려 모스토크 경찰청한테 두드려 맞아가며 심문당하다니.. 어쩜 그렇게도 운이 없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V: 아.. 도대체 그 날, 아이발씨가 가고 나서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너무 궁금하다, 그렇지?]


[E: 빅토르, 블라도프 가 세 사람이 실종되면서 동시에 모리슨의 두 친구가 실종되었다는 점, 또 모리슨까지 얼어붙어 죽기 직전의 상태까지 갔다는 걸 보면 이미 어느정도는 짐작할 수 있죠. 모리슨과 그 친구들이 그 집에 가서 몹쓸 짓을 했고, 그걸 목격하고 분노한 가족 세 사람 중 한명이 사도로서 각성을 해서 세 사람을.. 처리한 거에요.]


[N: 그래, 빅토르. 모리슨이 어떻게 간신히 살아난 건지는 몰라도, 모리슨과 두 친구가 이 사건의 범인인 게 분명해.]


[B: 야, 여기서 계속 앉아 쓸데없는 추리를 할 필요가 없어. 어차피 사도 두드려 팬 가족들의 다음 기억을 읽어보면,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관적으로 알게 될 테니까 말이지. 아, 입아퍼! 나만 계속 떠들었더니 나만 벌써 힘 다 뺐네! 빅토르, 도서관에서 같이 읽고 있을 때 같이 읽었으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좋았잖아!]


[V: 헤헤, 난 읽는 것보단 너희들이 설명해주는 게 더 재밌고 좋아. 고마워, 보리스.]


[N: 이제 가볼까? 이제 충분히 깜깜해져서, 우리들이 농가에 잠입해도 눈치챌 사람은 전혀 없을 것 같은데.]


[V: 그래! 빨리 가보자! 기대되는걸?]


작가의말

분량 조절 실패.. 1화씩 적는 게 아니라 잔뜩 적어놓고 자르는 식이라 이런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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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1-087: 010525 경찰서 24.07.17 8 0 17쪽
87 1-086: 010525 입장 시도 24.07.17 6 0 18쪽
86 1-085: 010524 허락 24.07.13 9 0 25쪽
85 1-084: 010524 뜻밖의 손님 24.07.13 8 0 23쪽
84 1-083: 010524 체노라비 역사도서관 24.06.30 12 0 27쪽
83 1-082: 010522 사도와의 전투 24.06.30 12 0 30쪽
82 1-081: 010521 게드3중학교 24.06.30 8 0 20쪽
81 1-080: 010521 블레턴 블로슈크 교장선생님 24.06.30 8 0 15쪽
80 1-079: 010520 이곳에 있게 된 이유 24.06.29 5 0 24쪽
79 1-078: 010520 원치 않던 만남 24.06.29 9 0 15쪽
78 1-077: 010520 모스토크 24.06.29 7 0 21쪽
77 1-076: 010518 출발 24.06.29 9 0 17쪽
76 1-075: 010516 정의의 마음 24.06.20 6 0 26쪽
75 1-074: 010516 취조실 24.06.20 6 0 21쪽
74 1-073: 010516 자전거 선물 24.06.20 6 0 22쪽
73 1-072: 010514 사건 종결 24.06.13 6 0 20쪽
72 1-071: 010510 경찰서안의 대소동 24.06.13 8 0 20쪽
71 1-070: 010505 레냐의 마지막 인사 24.06.13 7 0 17쪽
70 1-069: 010505 샤노브의 기억 B 24.06.12 6 0 21쪽
69 1-068: 010505 샤노브의 기억 A 24.06.12 6 0 24쪽
68 1-067: 010505 빅토르 vs 샤노브 24.06.05 8 0 30쪽
67 1-066: 010505 말릭 vs 샤노브 24.06.05 6 0 19쪽
66 1-065: 010505 아버지와 함께 24.06.05 6 0 36쪽
65 1-064: 010502 패배감 24.06.05 7 0 28쪽
64 1-063: 010501 다리에서의 교전 24.06.05 6 0 28쪽
63 1-062: 010501 레냐의 고백 24.06.04 8 0 37쪽
62 1-061: 010501 부둣가에서 작별 인사 24.06.04 5 0 31쪽
61 1-060: 010429 이공간 방문 24.05.29 8 0 29쪽
» 1-059: 010428 제미크와 대화/작전 회의 24.05.29 9 0 35쪽
59 1-058: 010427 작별 통보 24.05.27 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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