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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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9.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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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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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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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6: 010518 출발

DUMMY

09:31 성당 옆 납골당


[N 어머니, 저번에 말했었죠? 저 신의 명령을 받아서 일을 하고 있어요. 사라진 사람들을 구해내, 가족과 친구들에게 돌려보내는 중인데, 얼마나 보람찬지 몰라요. 처음엔 겁이 났고.. 삶의 평화를 깨트리기 싫어서 거부했지만.. 이젠 이 일을 하면서 제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돼요.. 어머니.. 어머니를 잃고 한동안 방황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어머니의 응원 덕분에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어요.. 꿋꿋이 너의 꿈과 미래를 향해 걸어가라고..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겠다고 말씀하셨죠? 이젠 이 일이.. 저의 꿈과 미래에요. 어머니.. 제 꿈과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길을 하늘나라에서 응원해주세요, 아셨죠?]


최대한 웃으며.. 어머니의 유골함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눈물이나 이런 건 나지 않았다. 어차피 몇년 후, 멋지게 나의 소임을 완수하고 고향으로 돌아올 거니까! 나의 앞에 드리워질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수많은 가능성과 재미있는 경험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그래.. 이왕 시작한 거, 즐겁고, 긍적적인 마음으로 하자구!


[N 아! 까먹을 뻔 했다! 이 일을 하면서 메클랜드까지 가게 될 것 같아요. 거기 가서 아버지란 인간이 누군지 꼭 알아보고 올게요. 진짜 우리들을 버리고 메클랜드로 도망친 거라면, 제 몫은 물론이고, 엄마 몫까지 다 합쳐서 아구창을 날려버릴게요! 그럼 통쾌하시겠죠? 하하하..]


그렇게 말한 후, 나는 납골당의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거기엔 흰색의 유골함이 있었고, 앞에는 레냐 블라도프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떠나기 전.. 레냐에게도 인사를 꼭 하고 싶었다.


[N 레냐야.. 계속 내가 이 일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약간의 의문이 남아 있었을 때, 이 일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해 준 건 바로 너의 따뜻한 말 덕분이었어. 너처럼.. 실종된 가족들과 친구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싸워나갈 거야, 마이더리스시여, 이 선하고 착한 제 친구에게 최고의 판결을 내려주시길..]


레냐와 마지막 만남에서의 감동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이전 두 사건때도 보람을 크게 느꼈지만, 블라도프 가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서 비로소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심이 확고하게 선 것 같았다. 하.. 하지만, 블라도프 가 사건은 블란코프 부자가 다 하고, 난 별로 한 게 없다. 피아체로 가기 전에 모스토크에서부터 어떻게든 열심히 동료도 찾고, 내 실력도 길러야할텐데.. 여름방학 이후에 빅토르가 가면 진짜 어떡하지? 나?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해진다..


[N ..레냐야, 모스토크 가면 제~발 괜찮은 동료 찾게 니가 좀 도와주.. 아니야, 내가 헛소리한거니까 신경쓰지 마. 아! 레냐야! 지금쯤이면 모리슨이라는 개자식 마이더리스님의 법정 앞에서 심판받고 있을 텐데, 너무 좋은 말 해주지 마! 그딴 녀석은 어느정돈 벌을 받아야 제대로 정신을 차릴 거라구! 알겠지? 수천년은 아니더라도 최소 백년 이상은 고통의 감옥에 갇혀 고통을 당해봐야 한다구! ]


[R 하하하! 나틸리, 누구한테 그렇게 친근하게 말을 걸고 있는 거니?]


[N 로슈아 오빠!]


로슈아가 예의 그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두 놈팽이 오빠 둘보다 재미는 없긴 하지만, 그 대신 나에게 참 좋은 말을 많이 해주던 오빠였다. 떠나면 이 오빠도 엄청 그리울거야..


[N 아.. 오빠랑도 이제 헤어져야 하는 거구나.. 잘 지내, 오빠, 알겠지?]


[R 나틸리, 왜 벌써 내 얼굴을 완전히 안 볼 생각을 해?]


[N 나 이번에 모스토크로 떠나면 바르크바엔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잖아..]


[R 야, 성 엘지야 축일이 7월 초잖아! 그때 나 모스토크로 갈 거야!]


[N 아, 맞아! 그렇지? 응, 미안. 그때 또 볼거니까 굳이 지금 이별인사 안 해도 되겠네?]


[R 그래.. 7월에 보자! 너 요즘 성당에 거의 안나오고 있는데, 모스토크에 가선 성당에 기도드리러 좀 가? 엘지야님께서 서운해 하시겠다.]


[N 에이.. 뭐, 자비로운 엘지야님이니 다 이해해 주실껄?]


맞아.. 맨날 돌아다니고 싸우고 쉬느라 이주일 넘게 성당에 들르지 않아서 저번에 로슈아가 크게 삐졌던 게 생각났다. 뭐.. 여유없으면 못 갈 수도 있지! 8년 내내 가다가 이번 이주일 못간 것 가지고.. 이건 디렐로스님도, 엘지야님도 다 이해해 주실 걸? 뭐 어쨌든, 모스토크에 가면 성 엘지야 대성당에 몇번 가서 기도를 올리긴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성당을 나온 나는, 마을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히 가서 인사를 드렸다. 알리치, 제미크의 가족들은 물론이고, 안톤, 카트린의 가족들까지.. 아.. 안톤과 카트린을 한번 보고 갔으면 참 좋았을 텐데! 둘다 저번 겨울방학때 본 게 끝이 될 줄이야.. 뭐, 둘다 최고급 과학 대학교와 군사간호대학교를 가서 앞으로 계속 싸우고 뒹굴어야 할 나보다 팔자가 좋으니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모스토크로 가서 편지 몇장 보내보지, 뭐.


그 외 이 일기에 적지 않았을 뿐, 나와 친한 마을사람들과 여관 단골들까지 쫙 다 인사를 돌린 후, 보리스의 어머니한테 갔다. 어머니는 보리스가 참 외로워 할 거라며, 자신도 외로울 거라며 따뜻하게 날 안아주셨다. 내가 사립학교애 가 있을때, 어머님의 병간호를 다 해주셨던 분이라 나에겐 다른 친구들의 어머니 중에선 가장 큰 애틋함을 가지게 만드는 분이셨다.


[N 어머니, 정말로 성 엘지야 축일때 모스토크로 안 오실 거에요?]


[B 얘, 모스토크로 가는 길이 얼마나 먼데! 비싼 돈 내고 마차를 타고 하루 종일 가야 나오는 곳이라구! 고작 기도 하나 올리러 그 먼 길을 떠나겠다구? 얘야, 그러고 싶진 않아. 게다가 가서도 성당 주변이 개미보다도 더 많은 인파가 들끓어 화장실에 오줌싸러 가지도 못하고 3시간을 서 있어야 할 텐데, 어으.. 난 방광이 약하다는 거, 너도 잘 알잖니. 정말 그러고 싶지 않구나..]


[N 하하하! 알겠어요, 어머님. ]


하긴.. 어머니 성격에 그렇게 인파가 들끓는 곳을 가고 싶으시진 않겠지. 빅토르 가족들이랑 여관 직원들, 그리고 제미크는 온다고 해서, 어머님도 와서 한번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참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참 아쉬웠다. 그래서 보리스 어머님한테는 꽤 시간을 들여 감사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음.. 그리고.. 어휴! 마지막 작별인사를 드릴 사람들이 참 많네! 진짜! 분명 아침일찍 납골당에 가서 어머니와 레냐한테 인사드리고 곧바로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드리러 갔는데 벌써 정오를 훌쩍 넘겨 2시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마지막 인사야.. 당연히 여관 직원들과 빅토르의 부모님에게 드려야겠지. 빅토르는 나와 함께 모스토크로 가는 만큼, 여관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물론, 부모님과 함께.


여관에 가니, 직원들이 쓸데없이 폭죽을 터뜨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얘네들, 내가 떠나니까 기분이 좋은가? 난 눈물을 글썽이며 언니.. 흑흑흑 거리는 걸 기대했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


[N 야, 내가 떠나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니? 엘비라? 니가 여관 주인이 되서 기분이 날아갈 것 같나 보구나? 고깔모자에, 폭죽을 쏘며 케이크까지 주며 날 완전히 보내려 하네?]


[L 그럴 리가요! 언니! 절 뭘로 보는 거에요?]


[N 하하하! 농담이야. 그래.. 뭐, 내가 죽으러 떠나는 것도 아니고, 재밌게 여행 떠나는 건데 눈물 똑똑 흘리며 떠나보낼 필요는 없지. 게다가, 너희들 다 성 엘지야 축일 때 모스토크로 올 거지?]


[Y 그럼요! 언니!]


[N 좋은 생각이야. 내 여관일 도와준다고 너희들 다 몇년동안 단 한번도 성 엘지야 축일때 모스토크로 가보지 못했잖아? 이번에 같이 보내보자! 아.. 그런데, 엘지야 축일 근처땐 바르크바도 나름 여관장사가 잘 되는데.. 좀 아까운걸?]


[L 아.. 언니! 다 언니 보려고 가보려는 건데!]


[N 헤헤헤, 농담이야! 성 엘지야 축일 때 보자! 긴 작별 대화는 그날 하면 되니까, 오늘 이별 인사는 간단히 하자. 옐레나! 너 디자이너가 꿈이라고 했지? 엘비라한테 월급 좀 더 올려주라고 했어. 그리고 미리 퇴직금을 너한테 지급해줄 테니까, 이돈으로 1년정도 더 하다가 여관일 때려치고 모스토크든 어디든 가서 디자이너일 배우러 가봐, 알겠지!]


[Y 네.. 언니.. 너무 고마워요!]


[N 라즈찐. 우리 여관 유일한 남자 직원으로써 야간에 술주정뱅이들 막기 힘들었지? 오빠도 조금 더 월급 올려뒀어. 우리 여관 유일한 남자 직원인 만큼, 앞으로도 이 두 가녀린 여자 직원들의 안전을 잘 부탁해?]


[R 그럼, 걱정마.]


[N 엘비라, 너 자신도 너무 잘 알테지만, 너 입이 너무 가벼워! 이제 너 이 여관을 이끄는 주인이잖아. 약간 진중해질 필요가 있다구! 내 말 잘 알지?]


[L 언니, 중요한 비밀같은 건 부모님한테도 말하지 않는 거 잘 알면서 그래요?]


[N 그냥 걱정되서 말하는 거야.. 여관주인 됐다고 직원들한테 너무 고압적으로 대하지 마? 내가 계속 전보로 직원들한테 니가 어떻게 하는지 물어볼거야?]


[L 아! 언니! 날 그렇게 못 믿어요?]


[N 혹시나 해서 말이야.. 나처럼 인간적으로 직원들을 잘 대해줄거지? 굳이 내가 전보 보낼 필요 없어도 되겠지?]


[L 그럼요! 언니! 실망이에요! 절 그렇게 못 믿으세요?]


[N 아니.. 100퍼센트 신뢰하니까 여관을 너한테 다 맡기고 가는 거지!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야..]


[L 이미 저와 친한 이 두 직원들은 잘 대해줄 거에요. 그리고 앞으로도 일 잘하고 착한 직원들은 잘 대해줄 거에요. 하지만요.. 오늘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아줌마처럼 일 못하고 저 뒷담화하는 직원들은 제 방식대로 해도 되죠?]


[N 그럼! 엘비라! 그런 직원들은 니 마음대로 해! 너의 재량껏 확 잘라버리고 그래.]


[L 알겠어요, 언니··· 와, 이 어머님, 언니가 이제 여관 주인 아니라고 만만하게 보나봐요! 아직까지도 나타나질 않는 거 보면!]


[N 괜찮아.. 너희들이랑만 인사해도 충분해, 자, 이제 밖으로 나가자.]


밖으로 나가자, 빅토르의 부모님이 빅토르와 함께 날 기다리고 계셨다. 보리스의 어머니만큼이나, 빅토르의 부모님도 나에겐 제2의 부모님이셨다. 이렇게 튼튼한 몸과 정신을 만들어주신 아버님이나, 여관주인이 된 나에게 늘 관심을 기울여 주시고 이것저것 도와주신 어머님하며.. 이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글로 다 설명할 수 있겠어?


[N 아버님.. 어머님.. 정말 여러모로 너무 감사합니다..]


[M 나야말로 고맙다. 여름방학때까지 빅토르를 잘 부탁한다.]


[V 아버지.. 제가 애도 아닌데.. 나틸리한테 왜..]


[S 내 아들이 무슨 잘못이라도 하면, 니가 우리들 대신 혼을 내주렴, 알겠지?]


[N 하하하! 네, 여름방학 동안은 제가 어머님 대신 꾸중 좀 할게요.]


[V 아이.. 정말! 엄마, 내가 무슨 잘못이라고 할까봐서 그래요?]


[M 우리들이 없으니까 해이해져서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아들아, 늘 아침훈련을 빼놓아선 안된다. 내가 없다고 하루도 절대 빠뜨려선 안된다. 나틸리, 니가 내 아들이 훈련을 빠짐없이 잘 하는 지 잘 보도록 해라.]


[N 그럼요! 아버님! 하루라도 빠뜨리면 전보로 바로 알려드릴게요.]


[V 에잉.. 나틸리! 너무하다, 정말..]


하하하하 웃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어차피 성 엘지야 축일때 다시 볼 테니까, 빅토르 가족과의 인사는 이정도로 하기로 했다. 음.. 그리고, 친구들만큼이나 정이 많이 든 두 오빠와 이별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알리치는 역시 경찰일 때문에 아예 오지도 않았다. 며칠전


[어차피 성 엘지야 축일때 볼테니 그때 보면 되지! 이 자식아! 나 그날 아침에 출근해 일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너의 여관을 어떻게 가냐?]


라고 말한 게 기억이 나 괜히 서운해졌다. 그래도 10년넘게 보던 동생이 고향을 떠난다는 데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


다행히 제미크는 오늘 일이 없는지, 아니면 또 농땡이를 피우고 있는지 몰라도 떠나기 직전 나한테 왔다. 그리고..


[Z 야, 나틸리! 피아체는 눈내리는 곳도 많고 자전거 탈만한 곳이 많지 않대! 그냥 피아체 가기 전에 나한테 주면 안돼? 제발!]


나한테 이별 인사는 커녕 이런 말을 하며 나를 상당히 기운빠지게 만들었다. 아니, 이 오빠가 진짜! 무슨 자전거 못 타서 한이 맺힌 유령이라도 깃들이셨나! 요즘 들어 맨날 만나면 자전거 타령이라니까?


[N ···이별 인사 하러 온 거 아니었어? 오빠?]


[Z 성 엘지야 축일때 나도 갈건데? 그때 이별인사하면 되는데 지금 왜?]


[N ···안 줘. 안 줄거야! 피아체에 가서도 타고 다닐 거니까, 보리스나 빅토르 가족들한테 빌려달라고 애원해봐.]


[Z 야, 보리스 가족이나 빅토르 부모님들한테 물어봤는데 타신대! 그러니까 너한테 부탁을 하지!]


보리스 집안이야 중학생인 동생이 둘이나 있어서 충분히 자전거를 타고 다닐만하지만, 빅토르 집안은 의외였다. 마침 옆에 있어서 내가 진짜 타실 거냐고 물어보자, 아버님이


[M 음. 내가 탈 생각이다.]


라고 말했다. 맙소사.. 아무리 자전거가 200블랑짜리라지만, 그리고 그만큼 튼튼하기도 튼튼하겠지만, 아무리 봐도 저 오우거(아버님, 죄송합니다!)같은 덩치를 견뎌낼 것 같지가 않은데? 하지만 당연히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할 뿐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M 하지만 자주 타진 않을 생각이니, 제미크, 낮동안 일할 때 잠시 쓰는건 언제든 괜찮다.]


[Z 쳇.. 그렇지만 빅토르가 떠나야 자전거가 여기로 되돌아오니, 여름방학때까진 이 고물자전거 써야 된다는 말이잖아요.]


[N 아.. 그럼 당분간 보리스 동생한테 애원해서 타고 다니던가 해!]


제미크가 삐졌는지 입이 제대로 삐죽 튀어나왔다. 이 오빠 정말 웃긴 오빠라니까? 자기 자전거도 아닌데 왜 이렇게 우리들 자전거에 이렇게 집착을 하는 거야?


어쨌든, 이렇게 모든 고향 사람들에게 인사를 마친 후, 자전거를 타고 우리는 드디어 고향을 떠나기 시작했다.


[L 잘 가요, 언니!]


[Y 언니! 고마워요! 으흐흑!]


옐레나는 뭐가 그리 고마운지 나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며 눈물까지 흘렸다. 아.. 왜그래! 옐레나! 나도 괜히 눈물날것 같잖아! 요즘들어 장난이지만 구박을 많이 했는데, 괜히 그게 미안해졌다. 아.. 옐레나도 그렇고 듬직하게 야간일을 도와줬던 라즈찐도 너무 부러울거야.. 정말.. 엘비라는 뭐, 성 엘지야 축일 때 만날 거라 그런지 활짝 웃으며 나를 밝게 보내주었다. 뭐.. 정말 믿을 수 있는 엘비라에게 맡기고 가서 큰 걱정은 되지 않긴 하지만.. 저 셋이 여관을 잘 운영할 수 있을까? 가계부하며 물건 주문부터 해가지고 신경쓸 일이 한두개가 아닐텐데.. 제발 서로 힘을 합쳐서 잘 해내기를 바랄 뿐이다.


참..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왔던 고향을 이렇게 떠나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과연.. 나의 이 불안정한 여행이 어떻게 시작될지, 난 처음엔 너무도 궁금하면서도 조금은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도를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쌩쌩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뭔가 마음이 쾌활해지면서 될대로 되라는 식의 마음이 되어버렸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이왕 이렇게 여행을 하게 된 거, 맛있는 것도 잔뜩 먹고 관광명소도 이곳저곳 가보면서 재밌게 해보자. 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본연의 임무가 아무리 사도를 처리하고 카파클로스를 저지하는 무거운 임무라지만, 이 여행을 내내 무겁고 엄숙하고 진지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 정신 망가져! 가뜩이나 사도랑 싸워야 되는데! 싸우기 위해 이공간에 뛰어들때야 진지한 태도로 전투에 임하겠지만, 그 외에는 많은 추억들과 행복을 여행 속에서 느끼며 정신 건강을 충분히 챙겨야지! 라는 마음으로 난 고향을 떠나는 슬픔보단 새로운 세상을 보는 두근거림으로 모스토크로 갔다.


아아.. 그렇긴 하지만.. 내 인생 최악의 시절이었던 고등학교 1학년때 잠시 살았던 바로 그 도시, 모스토크부터 먼저 가게 된다는 점은 참 아쉬운 점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16세의 모스토크의 그렇게도 지독하게 나빴던 기억을, 20살의 모스토크가 아름다운 기억으로 맞이하며 그 기억들을 지워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들자 다시 긍정적인 에너지가 폭발해 하하하 웃으며 국도를 미친듯이 내달렸다가, 또 다시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죽을 뻔한 이유로는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국도를 달려야 했다. 자전거란 거.. 너무 위험해! 정말! 모스토크에 가서도 조심조심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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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1-086: 010525 입장 시도 24.07.17 6 0 18쪽
86 1-085: 010524 허락 24.07.13 9 0 25쪽
85 1-084: 010524 뜻밖의 손님 24.07.13 8 0 23쪽
84 1-083: 010524 체노라비 역사도서관 24.06.30 11 0 27쪽
83 1-082: 010522 사도와의 전투 24.06.30 12 0 30쪽
82 1-081: 010521 게드3중학교 24.06.30 8 0 20쪽
81 1-080: 010521 블레턴 블로슈크 교장선생님 24.06.30 8 0 15쪽
80 1-079: 010520 이곳에 있게 된 이유 24.06.29 5 0 24쪽
79 1-078: 010520 원치 않던 만남 24.06.29 9 0 15쪽
78 1-077: 010520 모스토크 24.06.29 7 0 21쪽
» 1-076: 010518 출발 24.06.29 9 0 17쪽
76 1-075: 010516 정의의 마음 24.06.20 6 0 26쪽
75 1-074: 010516 취조실 24.06.20 6 0 21쪽
74 1-073: 010516 자전거 선물 24.06.20 6 0 22쪽
73 1-072: 010514 사건 종결 24.06.13 6 0 20쪽
72 1-071: 010510 경찰서안의 대소동 24.06.13 8 0 20쪽
71 1-070: 010505 레냐의 마지막 인사 24.06.13 7 0 17쪽
70 1-069: 010505 샤노브의 기억 B 24.06.12 6 0 21쪽
69 1-068: 010505 샤노브의 기억 A 24.06.12 6 0 24쪽
68 1-067: 010505 빅토르 vs 샤노브 24.06.05 8 0 30쪽
67 1-066: 010505 말릭 vs 샤노브 24.06.05 6 0 19쪽
66 1-065: 010505 아버지와 함께 24.06.05 6 0 36쪽
65 1-064: 010502 패배감 24.06.05 7 0 28쪽
64 1-063: 010501 다리에서의 교전 24.06.05 6 0 28쪽
63 1-062: 010501 레냐의 고백 24.06.04 8 0 37쪽
62 1-061: 010501 부둣가에서 작별 인사 24.06.04 5 0 31쪽
61 1-060: 010429 이공간 방문 24.05.29 7 0 29쪽
60 1-059: 010428 제미크와 대화/작전 회의 24.05.29 8 0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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