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의자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자마츠
작품등록일 :
2023.09.12 03:02
최근연재일 :
2024.09.19 00:31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36
추천수 :
5
글자수 :
1,205,982

작성
24.06.20 09:13
조회
6
추천
0
글자
22쪽

1-073: 010516 자전거 선물

DUMMY

이틀 후


사건이 해결된 후, 나는 천천히 주변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통장에 있는 돈은 8천블랑이었는데, 아무래도 가게란 게 늘 잘 될리가 없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융통할 돈을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3천블랑 정도는 여기에 놔둬서 엘비라가 여유롭게 여유자금으로 쓰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5천블랑을 들고 떠나게 될 것 같았는데.. 아마 이정도면 2년동안은 별 문제없이 충분히 지낼 수 있으리라.


그 외에도 엘비라에게 여관을 인계하기 위해 할 일이 정말 많았다. 은행에도 다녀와야돼, 관공서에도 다녀와야 돼, 나름 바쁘게 이틀을 보냈다. 오늘은 물건을 들여오는 가게에 엘비라를 함께 데려가 이곳저곳을 가보게 한 후 나는 조금 피곤해서 낮잠을 자기 위해 혼자 조금 빨리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Y 언니! 언니!]


[N 왜? 옐레나? 여관에 무슨 일 있어?]


여관에 오자마자 옐레나가 나를 다급하게 불러세우더니, 누가 나한테 선물을 보냈으니 창고로 가보라고 말했다. 뭐지? 도대체 그게 뭘까? 급하게 내려가본 나는, 그 선물의 정체를 보자마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N 맙소사! 이게 뭐야? 도대체?]


여관 뒤 창고를 본 나는 너무 놀라우면서도 기뻐 잠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딱봐도 엄청나게 비싸보이는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먼지가 쌓인 칙칙한 물건들 사이에 서 있으니까 이건 뭔가 남의 물건을 도둑질해 온 것만 같았다. 아아.. 아저씨가 선물로 보내신 거구나! 이맘때쯤 올 거라고 말하시긴 하셨었다.


[Y 와.. 부럽다! 언니, 누구한테 받은 거에요?]


[N 아.. 이거? 저번에 말했던 그 부자 아저씨한테서 한 대 받은 거야.]


[Y 아잉! 도대체 그 부자 아저씨가 누구에요? 왜 언니만 친하고 전 친하지 못한 거냐구요! 언니는 요리만 하다가 계산받을때만 잠시 나오고, 친절하게 웃으며 대화해주고 서빙해주는 건 다 난데 왜 저는 그 아저씨랑 친하지 못한 거야, 정말!]


[N 뭐라고?]


[Y 내가 틀린 말 했어요? 전 언니보다 훨씬 모든 아저씨들한테 친절하게 잘 대해주고 화도 안내는데, 저는 작은 선물 하나 받지도 못하고, 언니만 이런 비싼 선물 받고! 앞으로 덜 친절하게 굴어야지! 친절하게 해봤자 팁도 쥐꼬리만큼 주고 아무 것도 받지도 못하는데 왜 괜한 친절을 베풀어야 되요?]


뾰로통한 얼굴로 나와 자전거를 바라보던 옐레나가 심술이 났는지 휙 하고 가버렸다. 에휴.. 사도를 구해줬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입장에서 옐레나 딴엔 서운할 수도 있겠다. 손님 응대는 옐레나가 다 하는데, 선물은 엉뚱하게 내가 받았으니까.


[N 아.. 애초에 친하던 손님한테 받았다고 하지 말걸 그랬나? 그말을 하니까 직원들이 삐진다는 걸 생각치 못했어.. 아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우습네? 여관 주인인 내가 선물 받는 걸 직원인 옐레나가 왜 질투하는 거야? 어이가 없어.. 정말?]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도, 속으론 옐레나에게 떠나기 전 보너스를 좀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얼마나 착해? 직원이 좀 삐졌다고 보너스를 주는 주인이 세상에 어디 있어? 옐레나, 고마워 할줄 알아! 너같이 어린 나이에 꽤 높은 임금 주고 보너스까지 주는 주인이 세상에 그렇게 많은 줄 알아?


어쨌든, 자전거를 들고 천천히 바깥으로 나왔다. 모스토크만큼은 아니지만 바르크바도 해안가 도로가 어느정도 닦여 있어서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기 괜찮았다. 늘 저편에서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타는 거나 제미크가 고철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것만 봤지, 이렇게 타보긴 처음이었다.


곧바로 자전거를 탄 후 해안가를 달려봤다. 와.. 진짜 시원하고 쾌감이 대단해! 하지만, 이거.. 마법 부스터 달린 자전거라 하지 않았어? 다른 자전거보다 빠르긴 하지만 훨씬 빠른 것 같진 않았다. 그렇게 달리다가, 우연히 왼쪽 손잡이가 살짝 돌아간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잠시 돌려봤다가.. 원래도 엄청 빠르던 자전거가 2~3배 정도로 달리는 걸 보고 나는 기겁하며 브레이크를 잡아야 했다. 어우.. 젠장! 재수없었으면 곧바로 난간을 박고 몇미터 아래 바다로 빠질 뻔했다. 브레이크가 날 여러번 살리는구나..


그래도, 한번 적응하니까 부스터 쓰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부스터로 순식간에 해안도로를 주파해 나가니, 이 쾌감이 너무 짜릿하고 좋았다. 오랜만에 힘든 거 다 잊고 정말 신나게 해안도로를 내달렸다. 하하하! 아.. 너무 좋아! 이게 바로 자전거 타는 맛인가봐! 모스토크는 자전거도로가 여기보다 훨씬 잘 되어 있다는데, 모스토크에서 쭉 이거 타고 다녀야지!


[Z 야! 나, 나틸리! 너, 너 도대체 뭘 타고 다니는 거야!]


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제미크가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바보처럼 벌리고 그 불쌍한 고철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아.. 이 최신식 마법부스터까지 달린 자전거를 탄 후, 저 씨익씨익 쇳소리 나는 자전거를 보니 저 자전거가 얼마나 구린지 너무 피부로 와닿았다. 아.. 자전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옐레나도 엄청 질투했는데, 저 오빠는 옐레나의 두배 이상으로 질투하겠지?


[Z 너, 그 자전거 도대체 뭐야! 뭐냐고! 누구한테 훔친 거 아니야?]


[N 훔쳤다니, 오빠도 참.. 내가 저번에 말하지 않았어? 이거, 제볼테르 부사장님 구해준 보답으로 받은 선물이잖아.]


[Z 너희들 4명한테 다 준다던 그 자전거가 이거였어?]


[N 응!]


[Z 와.. 맙소사, 아무리 자기 생명을 구해줬다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겁나 비싼 자전거를 너희들한테 다 선물로 주다니! 와.. 역시 부자들은 통이 크다, 정말! 아.. 나도 너희들하고 같이 가서 뭐라도 할걸! 야, 왜 나도 데려가지 않았어? 응? 나도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데!]


[N 하하하! 오빠, 하루종일 힘없어서 헤롱헤롱대는 사람이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가 검을 휘두를 수 있겠어, 아니면 철퇴를 휘두를 수 있겠어?]


[Z 아니, 돌팔매질 정도는 해줄 수 있었을··· 걸? 나 물수제비 엄청 잘한단 말이야.]


[N 에휴.. 이렇게 까지 부러워하는 오빠 얼굴을 보니 이게 진짜 좋은 자전거긴 한가보다? 이거, 어떤 자전거인지 잘 알아?]


[Z 잘 알다마다! 메클랜드 롬멜 사의 최신식 마법공학으로 설계된 마력 자전거잖아! 낮동안의 태양열이 자전거에 달린 마력석을 무료로 충전시켜줘서 하루에 최대 1시간 반 정도는 무료로 마법부스터를 쓰게 해주고, 지금 만들어진 자전거중 속력이 세손가락에 꼽는 최고급 자전거! 그게 바로 니가 타고 있는 거야! 이 바보같은 자식아!]


[N 하하하! 오빠, 이 자전거에 대해 진짜 잘 알고 있네? 전문가 수준이잖아? 원래 자전거에 관심이 되게 많나봐?]


[Z 그래! 나는 이런 고물 자전거 계속 타야 되는데 벨라는 조금만 힘을 줘도 쑥쑥 나가는 비싼 자전거 타니까 부러워서 좀 알아봤다! 나도 돈좀 모아서 사볼려고! 와.. 이거, 200블랑이나 하는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같이 가서 돌이라도 던질걸! 부러워 눈물이 날 것 같다! 아아! 부러워 설사할 것 같애!]


[N 꺼억.. 거짓말이지? 이, 이게 2,2,200블랑이라고?]


[Z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왜하겠냐? 이거 진짜 최신식에다가 최고급의 자전거야, 이 얄미운 녀석아! 부사장님은 무슨 선물로 200블랑짜리나 되는 자전거를 사주시는 거야? 너희들처럼 튼튼한 애들이면 100블랑짜리만 줘도 충분히 잘 타고 다닐텐데.]


으윽.. 부사장님이 우리가 진짜 고맙긴 했나보다.. 200블랑짜리를 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내 것만 좀 빨리 왔지, 이틀 후에 에르제랑 친구들 것까지 오잖아? 그러면 800블랑을 자전거 선물하는 데 태우셨다는 말이 된다! 와.. 너무 고마우면서도 너무 부담스럽다.. 이렇게까지 비싼 자전거는 필요없었는데.. 제미크 말대로, 100블랑 자전거만 되도 충분히 부담감 느끼면서도 감사함을 느낄 만큼 좋은 자전거였을 텐데..


[N 오빠, 속력 실험해 보게, 같은 선상에서 달리기 시합 좀 해볼래?]


[Z 야! 너 나 배아파 죽게 만들려고 그러는 거지? 이 자식이, 이런 잔인한 방식으로 자전거 자랑을 하려고 그래? 날 그렇게까지 비참하게 만들고 싶은 거야? 응?]


[N 오버하지 말고, 한번만.. 응? 내가 몇번 타게 해줄게.]


착한 제미크는 우울한 표정을 하면서도 내 말대로 자전거로 달리기 시합을 해주었다. 1분정도 마력부스터를 켜고 시원하게 달리고 나서 뒤를 돌아보니.. 제미크가 벌써 점처럼 보였다 속력차이가 2배도 아니지, 3배 이상 나는 게 분명했다.. 와. 돈값을 제대로 하는 물건이잖아?


[N 와.. 진짜 좋다, 이 자전거! 모스토크에 가면 잘 써야지!]


[A ..야, 나틸리, 너, 모스토크 언제 간다고 했지?]


[N 응, 아마 일주일 안으로?]


[A 에이씨, 그럼 나 이거 몇번 못 쓰잖아!]


[N 아! 맞다! 이 자전거, 보리스도 선물로 받아, 오빠. 그러니 보리스한테 허락받고 낮에 잠시 쓰면 되겠네. 게다가 보리스 배 타고 돌아다닐 때는 하루종일 써도 상관없을 걸?]


[A 야, 그 집에 보리스 한사람만 살아? 가족들이 쓸 수도 있잖아!]


[N 음.. 그건 보리스 엄마한테 잘 설득해봐.]


제미크에겐 미안하지만, 이 멋진 최신식 자전거는 모스토크뿐만 아니라 어쩌면 피아체에 가서도 아주 잘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제미크에게 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 맞다! 그러고보니, 빅토르도 여름방학 즈음에 북쪽 대륙으로 가지? 마이더리스는 자전거로 돌아다니기 힘든 거친 지형이 많은데다가, 그 먼길에 자전거를 들고 가긴 힘드니 여름방학 후엔 쓰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빅토르는 형제가 없으니, 빅토르한테 받아서 써도 되겠네! 아니나 다를까, 제미크가 갑자기 고양이같이 눈을 반짝이는 걸 보니,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게 분명했다.


[Z 야, 이 선물.. 빅토르도 받지?]


[N 응! 빅토르도 받아.. 아! 오빠, 여름방학 지나면 빅토르꺼 쓰면 딱이겠다!]


[Z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야. 설마 그 자전거를 들고 마이더리스까지 가진 않을 것 같으니까, 빅토르 떠나기 전에 나한테 달라고 해봐야지이!]


[N 가족들이 쓸 수도 있지 않을까?]


[Z 야,. 빅토르 아버님은 덩치가 커도 너무 커서 이 자전거 타면 몇달 안에 자전거 부숴질걸? 그리고 자전거같은 거 타는 걸 선호하지도 않으실 것 같고, 아마 어머님도 자전거 안 타실 거야. 아마.. 도? 꼭 그래야 될텐데..]


[N 뭐, 빅토르 가족들이 쓴다고 해도, 필요할때마다 두 집 중 한개 빌려 쓰면 되니까. 어차피 오빠, 일주일에 일하는 시간 절반도 안되지 않아?]


반은 놀잖아, 라고 말하면 으레 화를 낼법도 한데, 제미크는 진짜 절반 이상을 놀기 때문에 뻔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Z 그러고보니, 니 말이 맞아. 나 하루에 절반 이상은 노니까.. 자전거 타는 시간도 별로 없으니 크게 상관없긴 하겠다.]


일안하고 노는 게 자랑이야? 오빠? 라고 말하려다가, 이미 질투로 좀 삐져있는데 이런 농담을 하면 제대로 삐질까봐 입을 닫았다. 그런데.. 그렇게 대화를 하던 즈음에, 갑자기 저편에서 경찰 복을 입은 날렵하게 생긴 아저씨가 다가오고 있었다. 알렙 경사님이었다.. 경감님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친분이 있는 경사님이었다. 알리치의 직속 상관이기도 했고.


[N 아, 경사님! 안녕하세요!]


[A 나틸리, 반갑다. 인사를 하고 잡담이나 좀 나누다 갔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말하마. 너, 바로 경찰서로 같이 가자.]


응? 왜? 왜 내가 가야 하는 거야? 블라도프 사건은 바르크바 경찰 선에서 충분히 마무리 된 거 아니었어?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두려움에, 난 온몸이 싸늘하게 식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위기를 읽은 제미크가 사라지려 하자, 나는 제미크를 붙잡은 후, 잠시 자전거를 써도 된다고 말했다.


[N 오빠, 지금 우편 배부해야 될 일 있어?]


[Z 으, 응! 그렇긴 한데..]


[N 그럼 잠시 내 자전거 써. 쓰고 나서 여관에 꼭 놔둬야 돼? 아! 자전거 자물쇠 비밀번호는 (귓속말로)1162야.]


[Z 으, 응.. 근데.. 나, 괜찮아, 나틸리.. 경찰서까지 거리가 좀 있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가는게 편할 텐데..]


[N 괜찮아, 오빠. 경사님이랑 같이 가야 되잖아. 나 이만 가볼게.]


[Z 어, 어, 그래.. 조, 조심해라?]


방금 전까지 짖궂게 웃던 동생이 갑자기 차분해진 걸 보고, 뭐 그게 아니라도 경찰서에 갑자기 가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자 제미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전거는 타지도 않고 한참 떠나는 내 등 뒤를 바라보았다.


휴.. 왜 갑자기 부르는 거지? 아무리 작은 파출소라도 경찰서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알리치 오빠든 경감님이든 경사님이든 사람 좋은 분이시고 여관에 오면 늘 반갑고 재밌는 분이시지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이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싶진 않았다. 도대체 급하게 날 부르는 이유가 뭘까?


[N 경사님, 블라도프 사건 문제로 가게 되는 거죠?]


[A 그래, 나틸리..]


[N 저희들은 이 사건이랑 아무 상관이 없는데..]


[A 나틸리, 경감님이나 나나, 너희들이 이 사건에 어느정도는 관련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너희들이 나쁜 짓을 한 건 아닌 것 같고, 사건 조사에 밀접한 연관까진 없다보니 너희들을 보호해주려고 경찰서에 부르지도 않았을 뿐더러 너희들을 이번 일에서 최대한 떨어뜨리려고 한 거다.]


아.. 경감님은 우리들이 이 사건과 뭔지는 모르겠지만 관련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시는구나! 맨날 느긋하게 콧수염관리만 하시길래 대충 사시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연륜이 있으신 분 답게 경찰로서 어느정도 이상은 하시는 분이셨어. 나를 좋게 보시는 분 답게, 나를 보호해주셨기에 우리들이 이 사건에서 벗어날 수 있었구나.. 난 경감님에게 매우 깊은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하지만.. 왜 그런 경감님이 갑자기 나를 경찰서로 부르시는 거지?


[N 그런데.. 왜 갑자기 절..]


[A 이틀 전, 전보로 모스토크 경찰청에 용의자가 자살했으니 수사를 종결하겠다는 전보를 보내자마자 다음날인 어제, 모스토크 경찰청의 경찰 한 사람이 사복차림으로 혼자서 내려와, 우리들의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맙소사.. 모스토크 경찰청에서 경찰이? 역시.. 한참 떠들썩한 사건이었던지라, 결국엔 수사를 했던 모스토크 경찰청까지 무시하지 못하고 누가 내려온 모양이었다. 단 한명이라.. 모스토크 경찰청 치곤 초라한 인원이었지만, 무시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바르크바 경찰서 사람들처럼 무고한 나와 친구들을 절대 보호해 주지 않을테니까.


[N 그.. 그래서요?]


[A 우린 너와 너희 친구들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경찰은 이미 너희들의 존재를 다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족들이 돌아와서 우리들이 수사를 시작하자마자 모스토크에서도 이미 따로 수사를 한 시작했던 모양이야.. 아침에 그 경찰이 너의 이름을 똑바로 말하며, 곧바로 데려오라고 우리들에게 명령을 내렸을 때, 우리들은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알리치가 표정 관리를 전혀 하지 못하더군.]


[N ···]


[A 모스토크 경찰청에서 온 그 경찰, 나와 알리치에게 서슴없이 명령을 내리는 걸 보니 경감님과 비슷한 계급인 것 같다. 그러니, 말 조심해라. 말 한번 잘못했다가 너와 친구들까지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나틸리, 내 말 명심해라.]


[N ..조언 고맙습니다, 경사님..]


[A 조만간 경찰서다. 들어가기 전, 바깥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알리치를 잠시 만나고 취조실로 들어가라.]


[N 네, 알겠습니다, 경사님..]


아침의 밝고 신나던 기분은 이제 완전히 소멸된 상태였다. 심장이 벌컹벌컹 뛰며,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머릿속으로 열심히 상황들을 굴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해도, 기분나쁘고 불쾌한 가정들만 생각이 났다. 뭔가 빠져나가려 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거대한 거미줄 정중앙에 딱 붙어버린 것 같았다. 마치 거미의 먹이가 되길 무력하게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곤충이 되버린 것만 같았다.


그렇게 경찰서에 도착했다. 우리 가게랑 꽤 거리가 먼 곳인 데다가, 내 여관은 북부파출소와 아주 가까이 붙어 있어서 더더욱 가볼 일이 없는 곳이었다. 거의 1년만에 보게 된 경찰서였다. 그 1년전 마저도 스쳐 지나가듯이 보게 된 게 다고, 입구 계단으론 한번도 올라가본 적이 없었다. 근데.. 이 계단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걸어서 올라가야 되다니.. 도대체, 이 계단을 올라가서 보게 되는 바르크바 경찰서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취조실안에서 만나게 될 모스토크에서 온 경찰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계단을 하나씩 걸어올라갔다. 상급 사도인 샤노브와 싸우러 들어가기 전 포탈에 섰을 때나, 처음으로 들어가게 되는 그레고리의 포탈 앞에 섰을 때도 이렇게 긴장되지 않았는데.. 나는 불안을 주체할 수 없었고, 어지럽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유리문 입구에서 평소의 가벼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무겁게 내려앉은 표정의 알리치가 날 바라보고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아챌 수 있었다.


[N 오.. 오빠!]


[Al 나틸리, 잠시 나좀 보자.]


[Ar 알리치, 대화가 다 끝나면 곧바로 나틸리를 취조실로 안내해라. 10분 후 정도에 그 경찰한테 나틸리가 왔다고 말하도록 하겠다.]


[Al 네, 경사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한 후, 알리치는 곧바로 유리문을 들어가, 옆에 있는 비상구 계단으로 통하는 문으로 날 안내했다. 그리고 계단에서, 담배 한까치를 물고 담배를 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와.. 이런 땔 보면, 진짜 미남이긴 하단 말이야.. 멋진 턱수염과 모델같은 턱선, 야성미가 넘치면서도 재기넘쳐 보이는 눈빛에 오똑한 콧날..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이지만, 난 이날따라 오빠가 어지간한 연극배우보다 훨씬 잘생긴 미남이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평소에 늘 귀찮음과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다니니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이 오빠, 진짜 미남이긴 했다. 그러니까 벌써 여자친구를 5명이나 갈아치운 거겠지만..


[N 오빠, 오늘따라 뭔가 연극배우 같이 되게 잘생겼다?]


[A 야, 농담할 상황 아니야. 한껏 진지하게 고민해도 모자랄 상황이라구! 임마!]


[N 상황은 경사님한테 이미 다 들었고, 나도 한참 고민하다 왔어. 그 모스토크에서 온 경찰.. 도대체 직위가 뭐야?]


[A 방금 전에 알았어. 총경이야.]


[N 흐엑? 총경? 맙소사, 그정도나 되는 사람이 왜 혼자 여길?]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덕분에, 경찰 직위가 대략 어떤 건지는 다 알고 있었다. 총경님이면 경감님보다 두 단계나 높은 계급에, 상당한 고위직이란 뜻이었다! 그런 사람이 왜 보좌해주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내려온 거지? 그리고, 왜 다른 사람도 아닌 날 먼저 부른 거지? 계급을 알게 되자 더더욱 혼란과 두려움이 내 마음 속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A 몰라.. 첫인상은 좀 웃길 거야. 왜냐하면, 턱이 겁나 크거든. 내가 살면서 본 인간들 중에서 가장 큰 턱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잠시만 바라봐도 알게 될 거야.. 턱 빼곤 웃긴 부분이 하나도 없단 걸. 총경답게 상당히 고압적인 데다가, 성격도 전혀 좋게 보이지 않아.. 나틸리, 촌동네 경찰들인 우리들과, 모스토크 경찰청 정도에 속한 경찰들은 달라도 많이 달라. 가장 큰 차이점은, 우리들은 최대한 말로 해결하려 한다면, 저 사람들은 말을 좀 하다가 안 통한다 싶으면.. 심문을 가장한 고문을 한다는 거야.]


[N ..약간은 알고 있어. 샤노브의 남자친구가 되는 분한테 모스토크 경찰 사람들이 일주일간 고된 심문을 했다고..]


[A 그렇게 혐의점이 없었던 그 아저씨도 고된 심문을 피할 수가 없었어.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거야. 그 아저씨.. 왠지 여자라고 봐줄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어. 그러니 단단히 각오를 하고 가야 할 거야.]


[N 알겠어. 최대한 겁내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할게. 그리고, 이 일에 관련해서 오빠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을게. 맹세할게.]


알리치는 담배를 깊게 마신 후 연기를 고래처럼 하늘위로 내뿜더니, 나의 어깨를 잡고 근래들어 가장 진지하면서도 모델같은 표정을 지으며 나한테 말했다. 와.. 이 오빠, 진짜 멋진 사람이긴 하다! 맨날 실없는 소리 하고 다니는 것 없이 이런 면만 봤다면 진작에 나도 빠졌을 지도 모르겠다.


[A 나틸리,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해! 그 이후 있을 일들은 모두 내가 책임질 테니까, 그 괴상한 포탈과, 거기서 마녀로 변한 샤노브와 싸웠던 일은 절대 말하지 마! 알겠어? 아무리 겁을 줘도, 니가 억울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면, 그 총경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을 거야. 혹시라도, 널 가해하려 한다면 곧바로 취조실 입구에 있는 비상벨을 눌러! 내가 곧바로 달려가서 제지할 테니까!]


[N 응.. 알겠어.. 오빠, 너무 고맙고, 미안해.. 고작 나때문에 이런 위험을..]


[A 괜찮아. 어느정돈 예고된 과정이니까. 모스토크 경찰 사람들이 올 거라 어느정돈 예상했었거든. 나틸리, 우리들 걱정은 하지 말고, 니 걱정이나 해. 이 사건에 너와 친구들은 전혀 관련된 게 없다는 걸 열심히 그 총경에게 설득하란 말이야. 알겠어?]


[N 응, 알겠어.]


[A 휴.. 자, 들어가자. 이제 그 턱돌이 총경을 만날 시간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금의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8 1-087: 010525 경찰서 24.07.17 8 0 17쪽
87 1-086: 010525 입장 시도 24.07.17 6 0 18쪽
86 1-085: 010524 허락 24.07.13 9 0 25쪽
85 1-084: 010524 뜻밖의 손님 24.07.13 8 0 23쪽
84 1-083: 010524 체노라비 역사도서관 24.06.30 12 0 27쪽
83 1-082: 010522 사도와의 전투 24.06.30 12 0 30쪽
82 1-081: 010521 게드3중학교 24.06.30 9 0 20쪽
81 1-080: 010521 블레턴 블로슈크 교장선생님 24.06.30 8 0 15쪽
80 1-079: 010520 이곳에 있게 된 이유 24.06.29 5 0 24쪽
79 1-078: 010520 원치 않던 만남 24.06.29 9 0 15쪽
78 1-077: 010520 모스토크 24.06.29 7 0 21쪽
77 1-076: 010518 출발 24.06.29 9 0 17쪽
76 1-075: 010516 정의의 마음 24.06.20 6 0 26쪽
75 1-074: 010516 취조실 24.06.20 6 0 21쪽
» 1-073: 010516 자전거 선물 24.06.20 7 0 22쪽
73 1-072: 010514 사건 종결 24.06.13 7 0 20쪽
72 1-071: 010510 경찰서안의 대소동 24.06.13 8 0 20쪽
71 1-070: 010505 레냐의 마지막 인사 24.06.13 8 0 17쪽
70 1-069: 010505 샤노브의 기억 B 24.06.12 6 0 21쪽
69 1-068: 010505 샤노브의 기억 A 24.06.12 6 0 24쪽
68 1-067: 010505 빅토르 vs 샤노브 24.06.05 8 0 30쪽
67 1-066: 010505 말릭 vs 샤노브 24.06.05 6 0 19쪽
66 1-065: 010505 아버지와 함께 24.06.05 6 0 36쪽
65 1-064: 010502 패배감 24.06.05 7 0 28쪽
64 1-063: 010501 다리에서의 교전 24.06.05 6 0 28쪽
63 1-062: 010501 레냐의 고백 24.06.04 9 0 37쪽
62 1-061: 010501 부둣가에서 작별 인사 24.06.04 5 0 31쪽
61 1-060: 010429 이공간 방문 24.05.29 8 0 29쪽
60 1-059: 010428 제미크와 대화/작전 회의 24.05.29 9 0 35쪽
59 1-058: 010427 작별 통보 24.05.27 9 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