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강 특) 격투기 피지컬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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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블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9.18 16:36
최근연재일 :
2024.01.02 13:2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43,118
추천수 :
751
글자수 :
239,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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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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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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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7쪽

처음

DUMMY

나는 눈을 끔뻑대며 메신저에 끝없이 올라오는 채팅을 확인했다.


[8팀 최한솔 : 주임님 완전 멋졌어요!]

[8팀 양우형 : 오~ 불도저 등장!]

[8팀 이정 : 강용 주임님 원래 저런 거 하셨던 거에요? 대박이던데요!]

[5팀 김명진 : 저 촬영 따라갔을 때 김민석 선수 포스 장난 아니던데 어떻게 출연할 생각을 다 하셨어요?]

.

.

.


우리 팀 동료들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말을 걸어왔다.

하나같이 하는 소리는 멋지다, 대단하다, 의외다 같은 이야기.


“이 무슨...? 아!”


주말 내내 격투기에 대한 생각에만 빠져 내가 출연한 영상을 모니터링하지 못했다.

난 너튜브로 들어가 한펀치TV를 검색했다.

최근 동영상에 올라와있는 썸네일엔 웬 덩치 큰 사내가 차에서 내리고 있는 사진이 박혀 있었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난 한눈에 그게 나라는 걸 알아봤다.


[촬영 중 일어난 실제 상황! 프로도 밀어버리는 불도저 난입!]

조회수 126만회 | 1일 전


고작 하루 사이에 동영상 조회수가 30만은커녕 100만도 넘어서 있었다.

팀원들의 말에 따르면 인기 급상승 동영상으로 선정되어 계속 조회수가 오르는 중이라고 했다.


“와.... 팀장이 인성은 박살났어도 콘텐츠 레이더는 살아있구나....”


내가 얼렁뚱땅 찍고 부랴부랴 사라졌던 그 촬영 소스를 가지고, 주차 시비로 다퉜다가 스파링으로 본때를 보여주고 쿨하게 사라지는 동영상으로 편집해냈다.

덕분에 동영상에 달린 댓글도 대체로 내게 우호적이었다.


[와 맷집 개미쳤다 한 방으로 딜교 쌉이득 봤네 ㅋㅋㅋㅋ 이게 ㄹㅇ 한펀치 아니냐고]

[04:22 이 부분 지린다.. 불도저가 민석님 복부 비게 하려고 일부러 가드만 두드림 ㄷㄷ;]

[지금까지 도전자들이랑 차원이 다르다 진짜 나도 길가다 촬영 갑질 당해봤는데 대신 때려주는 거 같아서 속이 다 시원하다]

[진짜 싸움이 뭔지 보여주고 유유자적하게 사라지는 것까지... 뭐하는 사람인지 ㅈㄴ 궁금하네 다음에 정식으로 초대해서 스파링 더 길게 볼 수 있었으면...]

[격투기 선순데 띄울라고 주작하는 거 아님? 김민석이 살살 때려주는 거 다 보임 ㅋㅋ]

[└딱 보면 자세가 격투기 모르는 티 나는데 눈이 안 달렸냐? 그리고 김민석 선수 폼만 봐도 오히려 평소보다 사정없이 갈겼구만 격알못 인정이죠?]


하룻밤 사이에 평생 받았던 걸 다 합쳐도 모자랄 정도의 관심이 집중되자 현실감각이 상실될 지경이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 아냐?

진부하지만 허벅지라도 한 번 꼬집어보려 하는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날 불렀다.


“강용 주임! 이리 와 봐요.”


“아, 네! 팀장님.”


달콤한 솜사탕을 먹다가 순간 혀를 깨문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는데, 날 부르는 팀장의 목소리가 사뭇 부드러웠다는 것.

난 서둘러 박철호 팀장의 자리로 향했다.


“팀장님, 부르셨어요?”


“후후후.... 봤죠?”


“예?”


“아이, 참. 한펀치!”


“아! 예, 하하....”


내가 팀장의 말을 알아듣고 어색하게 웃자, 팀장도 마주 웃었다.

지금까지 회사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흐뭇한 미소였다.

으, 긍정적인 표정일 텐데도 보기 징그럽네.

여태껏 팀장에게 당해온 역사가 있다 보니 쉽사리 좋게 보이지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팀장은 신이 나서 떠들었다.


“강용 주임이 진짜 잘 해줬어. 덕분에 내가 한펀치 쪽에 얼마나 면이 섰는지 알아요? 하하하! 내가 딱 강용 주임이 운전하고 있는 뒷모습을 봤는데 이게 보통이 아닌 거야. 아마 조선 시대에 태어났으면 장군감이었을걸?”


양 엄지를 치켜드는 팀장.


“처음에 막 얻어맞을 때만 해도 조마조마했는데, 역전하는 걸 보고 이거다! 했지. 하하하하! 그래서 내가 막 빨리 가라고 막 그랬잖아~ 기억나죠?”


“예, 그러셨죠.”


“그게 다 계산이 나와서 한 거라니깐? 괜히 또 붙잡고 구구절절 떠들면 모양새가 안 살거든. 현장감도 줄어들어서 이상한 의심이나 받고. 내가 이 일을 한 지가 몇 년인데 바로 감 잡았지!”


역시 팀장은 소시오패스였다.

내 칭찬을 좀 해주는가 싶더니 어느새 자기 자랑과 생색으로 넘어갔다.

나는 몇 마디 들어주다가 팀장이 어느 정도 만족해하는 타이밍에 내게 중요한 얘기를 꺼냈다.


“역시 팀장님 안목이 장난 아니십니다. 그나저나, 그때 약속하셨던 거 있잖아요...?”


“응? 약속?”


팀장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하지만 나는 팀장이 내게 보냈던, 월요일에 출근해서 업무분장을 다시 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밀어 그 가증스런 표정을 지웠다.


“조회수 30만 넘으면 담당 브랜드 줄이고 영상 쪽 업무 볼 수 있게 해주시기로 한 거요.”


“아아! 그럼, 당연히 기억하고 있죠. 하하, 나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사람 아니야.”


팀장은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했다.


“그래요, 일단 지금 담당하는 브랜드가 3개죠?”


“네, 맞습니다.”


“그건 다른 팀원들 업무량 보고 분배를 할게요. 그리고 당장 팀에 영상 업무가 고정적으로 있는 브랜드는 한펀치밖에 없으니까 제안서 시즌 끝나고 고정 업무 배치하자고. 아마 영상 쪽에 건바이건으로 작업하고 있는 것들 있을 거거든요? 우선 그쪽 기획이랑 보고서 같은 일부터 시작합시다.”


기대 이상으로 파격적인 업무 조율이었다.

브랜드를 맡는다는 건 콘텐츠 기획 및 제작부터 SNS 채널 관리, 댓글 등으로 발생하는 이슈 처리와 보고서 작성 등등 엄청난 양의 일거리가 수반되는 것이었다.

보통은 기획자가 1개 브랜드를 메인으로 맡고, 다른 브랜드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게 일반적.

근데 난 무려 3개 브랜드의 메인 기획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니 회사에서 살다시피 할 수밖에.

한데 이번 촬영 지원 한 번으로 일폭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대우였다.

하지만 바로 이어서 팀장이 왜 내게 이토록 후한 대접을 하는지 이해를 시켜줬다.


“이러면 업무량에 불만 없겠죠?”


“어유, 불만을 가질 수가 없는 업무량인데요.”


“그럼 대신 가끔 우리 회사 소속 크리에이터 영상에 출연 좀 부탁할게요. 불도저로.”


“엇....”


박철호 팀장은 손해 보는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팀장이 내 일을 대폭 줄여주면서 이런 제안을 하는 건 절대 날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충분히 계산을 때려봤을 때, 당분간은 회사에서 써먹을 수 있는 출연자로서의 가치가 있을 거라는 판단이 선 게 분명했다.

이번 한펀치TV의 동영상이 크게 터진 것만 봐도 팀장의 감은 꽤 날카로웠다.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어영부영 흘려보내지 말고 정신 잘 차려야겠어.

팀장이 우호적으로 나올 때 회사 자원으로 내 밥그릇 키울 방법이 있을 테니까.

난 고개를 끄덕이며 팀장의 제안에 답했다.


“알겠습니다.”


“역시 강용 주임은 말이 잘 통해서 좋다니까. 오늘은 맡고 있던 업무들 인수인계만 잘 해주고 마무리되면 퇴근시간 전이어도 일찍 들어가요.”


방긋 웃으며 말하는 팀장.

조기퇴근을 하라는 말이었지만 그리 고맙진 않았다.

어차피 브랜드 세 곳 인수인계하려면 정말 빡세게 해야 겨우 야근이나 면할 텐데 일찍 들어가긴.

아마 팀장도 업무량을 다 가늠하고 한 말일 거다.

늘 능구렁이처럼 말 한 마디로 사람 기분을 들었다 놨다 하는 양반이었으니까.


* * *


필사적으로 인수인계를 해낸 덕분에 6시가 되기 전에 회사에서 나올 수 있었다.

내가 일찍 퇴근하자 같은 층을 쓰고 있던 직원들 모두가 놀랐다.

사무실에서 항상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이 나였거든.

난 사람이 바글바글한 지하철에서 사방을 압박당하는 중에도 콧노래가 나왔다.


“흐흥~ 흥~”


말로만 듣던 퇴근길 지옥철.

야근이 일상이던 나는 도대체 누가 퇴근시간에 퇴근을 하기에 그렇게 지하철이 꽉 찬다는 건가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그 인파 속에 나도 포함되어 있으니 참 감개무량했다.

지하철의 흔들림에 일렁이는 사람의 물결이 흥겨울 지경.

다만 이렇게 흥얼거리고 있으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오인한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긴 했다.

그렇게 평소와는 다르게 전철을 타고 이동한 나는 목적지인 신림역에 내렸다.


“와...!”


지하에서 올라온 내 입에선 절로 감탄이 나왔다.


“아직도 해가 안 졌네. 미쳤다, 미쳤어. 남들은 이런 일상을 누리고 있었단 말이야?”


오늘은 계속 놀람의 연속이었다.

생소한 역 근처의 풍경을 눈에 담은 난 정신을 차리고 걸음을 뗐다.

내 발이 향한 곳은 집이 아니었다.

미리 검색해둔 동네의 종합격투기 체육관에 가볼 생각이었다.

팀장이 복리후생비로 뺄 테니까 운동도 다녀보라고 법인카드까지 내줬거든...!

안 그래도 주말에 원재와 유진이 놈들 얘기 때문에 체육관에 가볼 생각이었는데 공짜로 등록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

내가 도착한 곳은 조금 허름한 건물 앞이었다.

2층에 깨끗한 간판이 달려 있는.


[BB MMA GYM]


이 외에 창문에는 MMA, 복싱, 킥복싱, 주짓수, 레슬링, 호신술이라고 적혀 있었다.

전반적으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새였다.

나는 건물 위로 올라가기 전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왠지 투기 종목 체육관에 가보려니 긴장이 됐다.


“에이, 헬스장 등록이랑 뭐가 다르냐! 가보자!”


크게 한 번 숨을 쉬고는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막상 올라와 보니 체육관의 유리문 안쪽이 어두웠다.

불이 켜져 있지 않은 것.


“어? 인터넷에 나와 있는 운영시간인데.... 오늘은 영업을 안 하나...?”


체육관 안을 살펴보려 유리문에 더 가까이 가자 갑자기 문이 슥- 열렸다.

자동문이었다.

자동문 센서가 작동한다는 건 영업을 한다는 거 아닌가?

난 일단 문 안으로 들어가 봤다.

어둠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휴....”


바람 부는 소리 같기도 하고....

가스가 새는 소린가 싶기도 하고....

슬슬 어둠에 적응한 눈이 체육관 바닥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어우, 뭐야. 주무시고 계셨네.”


불이 다 꺼져있는 체육관 한 구석에서 누군가가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 혼잣말 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하-암...! 벌써 수업 시간 됐나? 경주씨? 경주씨예요?”


자고 있던 남자는 기지개를 쫙 펴더니 체육관 조명을 켰다.

눈이 부신지 얼굴을 찡그리며 내 쪽을 보던 그는 날 확인하고는 눈이 커졌다.

마찬가지로 나도 남자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 오, 오영웅...?”


동네 체육관 바닥에서 한숨 때리고 있던 남자는 다름 아닌 WFC에서 뛰고 있는 오영웅 선수였다.

WFC는 명실상부 세계 1위 종합격투기 단체.

바로 어제도 오영웅의 경기 영상을 봤던 나는 나도 모르게 그를 이름으로 불러버렸다.

이에 오영웅 선수는 아직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내 얼굴을 훑어봤다.


“누구...?”


“아, 안녕하세요, 오영웅 선수. 저 여기 체육관이 있길래 등록해보기 전에 그냥 좀 이것저것 여쭤보려고요.”


“그러셨구나. 이쪽으로 앉으세요.”


오영웅 선수는 운동하는 매트 바깥쪽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로 손짓했다.

여기 혼자 있는 것도 그렇고, 주저 없이 상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봐도 이 체육관의 관장인 모양이었다.

오영웅 선수가 체육관을 차렸구나....

하긴, 선수에서 지도자로 전향하는 경우는 많으니까.

근데 지금 한창 WFC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오영웅 선수의 체육관이 왜 이렇게 한산하지?

현재 우리나라 격투기 선수들을 줄 세웠을 때 무조건 한 손 안에 꼽힐 선수가 오영웅이었다.

그런 사람의 체육관에 파리가 날리고 있다니.

홍보를 할 줄 모르시나보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관원도 적다면 열성적으로 가르치시겠지?

운이 좋았네.

난 속으로 기뻐하며 오영웅 선수가 안내한 의자에 앉았다.

나중에 포털 사이트 지도 등록이나 SNS 홍보 같은 거 기본적인 부분을 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자리에 앉자 오영웅 선수는 나를 빤히 보며 말했다.


“뭐 물어보러 오셨어요?”


“아...?”


난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내가 이런 곳 등록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 상담 받는 걸 여쭤보러 왔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대개 등록하기 전에 방문했다고 하면 절차 같은 게 있겠거니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오영웅 선수는 건물 밖에 붙어있는 깨끗한 간판처럼 체육관 운영에 대해서도 거의 백지 상태인 것 같았다.


“어.... 그 체육관 등록비랑 뭐 운동은 어떻게 하는지 그런 게 궁금해서요.”


“아아, 관비는 여기 이거 보시면 되고요. 그 아래에 제 계좌번호도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운동은.”


1개월, 3개월, 6개월, 1년 관비가 적힌 표를 건넨 오영웅 선수.

그는 눈을 위로 치켜뜨며 잠깐 기억을 더듬었다.


“운동이 그 6시 반, 7시 45분, 9시 이렇게 세 타임 있고요. 월, 수요일엔 타격. 화, 목엔 도복 주짓수. 금요일은 노기 주짓수합니다. 원랜 금요일에 레슬링을 했었는데, 다치는 분들이 많이 나와서.... 하하.”


“아....”


나는 이해한다는 의미로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체육관 창문에 크게 레슬링이라고 적어놨어도 관원이 다치면 바로 수입의 감소로 이어지니 어쩔 수 없겠지.


“....”

“....”


오영웅 선수는 내 질문에 대한 답을 마치고는 날 가만히 보았다.

이게... 상담 끝인가?

평생 헬스장 포함 어떤 체육관도 다녀보질 않아서 이게 정상적인 것인지 판단이 안 섰다.

어쨌든 격투기 체육관을 다녀보기로 했고, 심지어 관장이 현역 선수 그것도 WFC 선수인데 주저할 게 뭐가 있을까.

난 바로 6개월 치 비용을 긁었다.

1년 등록비는 팀장이 제한한 법카 비용을 넘어서 아쉽네.

내가 바로 장기 결제를 하자 오영웅 선수 아니, 관장님의 표정이 밝아졌다.


“영수증 여기 있습니다. 6개월 등록하셔서 도복은 무료로 드리거든요. 내일 오시면 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오늘부터 바로 운동 시작하시는 건가요?”


“네, 그러려고요.”


“그럼 저기 공용 체육복으로 갈아입으시고 몸 좀 풀고 계세요. 이따가 수업 때 기본적인 자세 알려드릴게요. 심심하시면 샌드백 같은 거 쳐보셔도 돼요.”


체육관 한쪽 구석에 쭉 매달려있는 샌드백을 가리키는 관장님.

난 샌드백을 보자마자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수많은 선수들의 훈련 영상에서 멋지게 샌드백을 두드리던 모습이 떠올랐으니까.

빠르게 공용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어설프게 팔다리를 풀었다.

옛날에 댄스 동아리에서 몸을 풀던 방법도 있지만 너무 요란스러울 것 같아 간단한 스트레칭만 해줬다.

그러고는 바로 관장님께 안내를 받아 목장갑과 복싱 글러브를 착용했다.


“그, 샌드백 칠 때 조심하세요. 잘못하면 손목 나가요~”


“네? 아, 네. 알겠습니다.”


난 관장님의 주의에 고개를 꾸벅인 뒤 샌드백을 살살 쳐봤다.

너튜브에서 봤을 땐 다들 호쾌하게 빵빵 소리도 나던데, 내 펀치는 정말 모래에 파묻히는 것처럼 기운 빠지는 소리가 났다.

뭐가 다른 거지?

난 몸에 힘을 빼고 동영상에서 봤던 선수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샌드백 공간의 옆면에 붙은 거울에 비친 내 몸과 비교를 해봤다.

뭔가, 뭔가인데....

나는 그냥 팔을 뻗는 것 같고, 동영상에선 마치 공을 던지는 느낌이랄까...?


-턱, 턱, 툭


머릿속의 자세와 거울 속 자세의 싱크로가 맞춰질수록 샌드백에서 나오는 소리가 달라졌다.


-툭, 퍽, 팍, 팍!


점점 샌드백이 시원시원한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하자 나도 신이 났다.

손으로 전해지는 그 타격감이 왼손 다음에 저절로 오른손을 뻗게 만들었다.

와, 이거 재밌네?


-팡!


딱 마음에 드는 타격음이 터져 나오자 난 관장님의 주의도 잊어버리고 오른손에 온 힘을 실었다.


“흐읍...!”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살짝 참으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방금 전의 상쾌한 타격음을 기대하며.


-꽈직!


어... 꽈직?

샌드백에선 내가 바라던 소리가 나지 않았다.

무언가 부서지는 파열음이었다.

하지만 관장님의 경고처럼 내 손목이 나간 건 아니었다.

뻗은 채로 굳어있는 내 주먹 앞에 뚝하고 떨어져 내리는 샌드백.


“어어...!”

“어어...!”


체육관에 있던 둘은 동시에 당황한 음성을 뱉었다.

황급히 달려온 관장님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내동댕이쳐진 샌드백과 나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이날부터 관장님은 신규 관원 상담 때 꼭 운동 경력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체육관 등록 상담 내용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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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9 노잼이면움
    작성일
    23.12.29 17:18
    No. 1

    음...좀 심한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한량무한
    작성일
    24.01.01 15:55
    No. 2

    커녕 : 어떤 부정적인 사실을 서술함에 있어, 앞의 조건이나 상황보다 더 못한 조건이나 상황을 뒤에 제시할 때 쓰임. `말할 것도 없고'의 뜻을 나타내며, 뒤의 대비를 이루는 말 다음에 `도', `조차' 등의 조사가 붙기도 함. 강조의 뜻을 나타낼 때에는 앞에 `은 / 는'의 조사가 붙음.

    "밥∼ 죽도 못 먹는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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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너무 치사하다 +1 23.12.19 995 17 13쪽
21 세상 더럽게 불공평하네 23.12.18 1,014 20 12쪽
20 꿈만 같았다 +3 23.12.17 1,048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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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누구 말이 맞는 거지? 23.12.16 1,092 16 17쪽
17 소싸움 23.12.15 1,115 19 11쪽
16 난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 23.12.14 1,122 20 15쪽
15 투우양성소 23.12.13 1,183 18 18쪽
14 사고 쳤다...! +1 23.12.13 1,221 19 14쪽
13 BJ빡꾸 23.12.12 1,187 2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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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게 되네? +2 23.12.07 1,685 2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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