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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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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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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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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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화

DUMMY

[선택받은 자]


- 10초간 아군에게 힐링팩터의 재생력을 부여합니다.

- 가호 [선택받은 자]를 사용 후 수호자는 조건을 완수하기 전까지 힐링팩터의 재생력을 잃습니다.

[조건] : 일정 수준 이상의 적과 24시간 전투.

현재 전투 시간 : 00. 01. 17


엘프군과 공격을 주고받자 전투 시간이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전투가 시작된 지는 1분 17초가 훨씬 지났지만 이놈의 시스템은 뭐가 이렇게 철저한 건지, 단순히 내가 전투현장에 있는 것만으론 시간이 오르지 않았고 반드시 엘프군과 실질적인 전투를 벌이고 있는 그 순간에만 시간이 올랐다.


이런 식이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24시간을 채우긴 훨씬 어렵겠는데.


- 척! 척, 척!


일단 자연스레 생겨난 전선을 따라 엘프군의 방패병과 대치하며 최대한 위험하지 않게 버티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앞의 방패병 둘이 칼 같은 군무로 옆으로 홱 돌아서며 길을 열더니.


- 휘리릭!


“어.”


그와 동시에 엘프군 진영 안쪽에서 올가미가 날아와 자석이라도 달린 듯 정확하고 깔끔하게 내 목을 휘감았다.


- 촤아악!


“으아악!”


사람이건 짐승이건 목을 제압당하면 아무리 힘이 장사여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한다.

그런데 장사도 아닌 내가 목까지 제압당한 결과는 뻔했다.

나는 단 1초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 슬라이딩하듯 엘프군 진영 안쪽으로 질질 끌려 들어갔다.


“미, 미즈키! 미즈키!”


점화도 못 쓰고, 내가 가진 무기는 메이스고 만년빙의 정수로 단검 같은 걸 만들어 줄을 끊을 수도 없고 힘으로 버티지도 못하겠고.


이대로 끌려 들어가면 아까 그 헌터처럼 난도질당할 게 분명하다.

크게 당황한 나는 일단 목이 터져라 미즈키의 이름을 불렀다.


“뭐, 뭐야?!”


다행히 근처에 있던 미즈키는 목에 올가미가 메여 끌려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단칼에 줄을 끊어주었다.


“켁⋯ 켁!”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차, 차리고 있는데 쟤들이 너무 잘 싸워⋯.”

“쯧! 그건 그래!”


미즈키는 웬일로 내 말에 동의하며 목에 걸린 올가미를 풀어주었고 그녀의 도움으로 겨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숨을 고르며 잠시 전황을 살폈다.


- 카앙! 캉! 까가가각!

- 쾅! 콰아앙!

- 투화아악!


겉보기로는 특별히 나쁘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언뜻 보면 강력한 스킬의 화력으로 우리가 엘프군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


하지만 어느 정도 전황을 살피는 눈이 생긴 나는 뭔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게 뭔지 단번에 꼬집을 순 없지만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 건 분명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것, 나는 그것을 찾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 계속 주변을 응시했고.


“⋯아.”


곧 내가 느낀 기묘함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발견해냈다.


우린 여럿이지만 적은 하나다.


좋은 뜻이 아니라 각자가 멋대로 마구 날뛰고 있는 우리와 달리 엘프군은 저 많은 병사가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뭉쳐 각자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우리의 공격은 요란하기만 하고 엘프군에게 별다른 피해는 주지 못하고 있었다.


“크윽⋯! 뭐가 이렇게 단단해?!”


거기다 엘프군은 장비도 만만치 않았다.

아린이나 요한나 정도 되는 헌터는 엘프군의 방패벽을 시원시원하게 가르며 순조롭게 적의 전열을 무너트리고 있었지만 미즈키의 공격은 꽤 번번한 빈도로 방패와 갑옷에 가로막혀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아린이와 요한나가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지고 있을 뿐 미즈키도 수준급의 검사인데 그런 미즈키의 공격이 막힌다는 건 장비의 성능이 엄청나다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나?”

“저 엘프들의 방패랑 갑옷⋯ 평범한 금속이 아니에요, 바위 골렘의 돌과 나무 정령의 껍질을 갈거나 빻아서 섞어 만든 합성금 같아요.”


긍지 높은 검사인 미즈키는 자신의 공격이 막히는 이유를 적에게서 찾기보단 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보았다.

그러자 하은은 그냥 적의 장비빨이 너무 좋을 뿐이라고 미즈키에게 넌지시 언질을 주었다.


“그런데 그럼 얘네 갑옷은 물리 공격이랑 마법 공격 둘 다 안 통한다는 소리야?!”

“맞아, 연금술이 전공은 아니지만 이건 꿈의 소재에 가까울 정도로 물리 방어력이랑 마법 저항력이 뛰어난데 가볍기까지 해⋯ 샘플 가지고 돌아가면 연금술에 엄청난 발전이 있겠는데⋯?”

“넌 이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들어?! 진짜 천직이다!”


나는 우리를 압박하듯 들이대는 방패를 메이스로 열심히 내려쳤지만 방패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고 그 예술적인 문양과 매끈함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런 금속을 우리 세계에서도 생산할 수 있게 되면 이래저래 쓸모도 많고 비싸게 팔릴 것 같긴 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샘플을 챙겨서 제철공장 한 번 차려볼까?


- 슈악!


“힉!”


하여튼 전투 중에 딴생각하는 것도 내 고질적 단점 중 하나인 집중력 부족이다.

나는 방패 사이에서 날카롭게 튀어나온 창날을 몸을 비틀어 가까스로 빗겨냈다.


아오~ 평소 같으면 저런 창 따위 그냥 배에 꽂은 채로 창대를 잡아당겨 창병을 끌어냈을 텐데 지금은 뭐에 스치기만 해도 낫질 않으니 아주 매 순간이 살얼음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뭐, 치명상을 입어도 어떻게든 해볼 최후의 수단이 있긴 하지만 너무나 귀중한 기회를 이런 곳에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 척, 척, 척⋯ 척!


당장 눈앞의 엘프군에게도 고전하며 상당히 애를 먹고 있을 때 어느새 우리의 측면으로 다른 부대가 더 많은 바위 골렘과 나무 정령까지 이끌고 도착해 똑같이 창과 방패를 앞세워 포위망을 좁혀들기 시작했다.


그 탓에 안 그래도 한 곳에 제대로 집중되지 않던 우리의 전력은 전선이 확장됨에 따라 더 분산됐고 그렇게 되자 팽팽하다는 느낌이 들던 전황은 점점 불리해질 징조가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는 부상이 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 촤악!


“아으⋯!”


공격을 막고 피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검과 창과 화살이 마구 난무하는 전장에서 어떻게 모든 공격에 다 대응할 수 있을까, 이대로 대치만 해서는 방패에 깔려 죽겠다는 생각에 돌파를 시도하던 나는 방패병이 내지른 검에 옆구리를 살짝 내주었다.


몸통은 용갑이 막아줬기에 무탈했지만 엘프의 칼이 빠져나가는 순간 팔뚝 부분을 베이고 말했다.


그래도 뭐, 다행히 크게 베인 것도 아니고 굳은살 특전 덕분에 고통도 그리 심하지 않아 하찮은 부상이라고 생각해 나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체력 41965(-65) /43925

체력 41913(-52) /43925

체력 41856(-57) /43925

체력 41812(-44) /43925


하지만 몇 초가 지난 뒤, 내 입가에선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베인 부위가 재생되지 않으니 찢어진 살 사이로 주륵주륵 피가 새어 나왔고 그 데미지가 무서운 속도로 축적되었다.

인간은 상처를 입으면 피를 흘리고 너무 많이 흘리면 죽는다.

그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뛰어난 재생력 때문에 잊고 있던 것이다.


“야! 너 팔⋯! 이리 와봐!”


내가 팔에서 피를 질질 흘리고 있자 형이 허리띠에 달린 가방에서 급히 무언가를 꺼냈다.

붕대였다.


“살다 살다 붕대를 다 써보네.”

“넌 몰랐지? 남들은 다 이러고 살아.”


형은 능숙한 솜씨로 붕대를 감으며 그렇게 말했다.


“⋯⋯⋯!”


그런데 형은 아마 별 생각 없이 한 말일 테지만 그 한마디가 나에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커다란 페널티를 안고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형의 말대로 나를 제외하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부상을 입으면 그렇게 빨리 나을 수 없다.

그게 기본이고 그게 정상인 상태며 모두가 그런 상태로 지금까지 싸워온 것이다.


“허어⋯.”


지금까지 내게 얼마나 큰 특권이 있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비장한 마음으로 싸워온 건지 그 모든 것이 누리던 것을 잃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아저씨, 아저씨!!!”

“어, 어? 왜?”


이 충격은 나중에 다시 천천히 음미하기로 하고, 붕대로 지혈을 마친 나는 하은이의 다급한 부름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어.”


그런데 하은이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엘프군의 방패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이런 씨발⋯!”


- 쩌저저저적!


사태를 파악한 나는 급한 대로 엘프군 사이에 빙벽을 세워 진격을 막았고 갑자기 솟아난 빙벽에 잠시 진영이 깨지며 빈틈을 보인 엘프 몇 명을 메이스로 때려죽이고 하마터면 포위당할 뻔한 하은을 구출해왔다.


“크으으⋯!”


조금 나았나 싶었는데 만년빙의 정수를 또 사용한 반동으로 손에 찢어질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그래도 애는 살려야지 뭐 어쩌겠는가.

그리고 지금 문제는 겨우 동상에 걸려 아픈 내 손 따위가 아니었다.


“아린아! 윤아린!”


이건 진짜 좆됐다 싶은 생각이 든 나는 전방에서 워해머로 바위 골렘을 쳐부수고 있던 아린이를 불렀다.


“서연아! 너도 내 옆으로 와!”

“응? 응.”


그리고 저쪽에서 혼자 싸우고 있던 서연이도 불렀다.

나머지 사람은⋯ 이미 잘 보이지 않았다.


- 척, 척! 척, 척, 척.


압도적인 병력과 완벽한 합을 갖춘 엘프군이 한 걸음, 한 걸음씩 하지만 꾸준히 우리 진영 사이로 파고들고선 방패벽으로 공간을 분리해 안 그래도 숫자가 적은 우리를 갈라놓기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워낙 천천히, 또 단계적으로 깔끔하게 작전이 진행되고 있어서 나는 우리가 고립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아린이는 그런 엘프군의 방패벽을 간단히 돌파해 내 곁으로 돌아와 주었다.

모든 게 절망적이기만 한 순간에 그나마 가능성을 보게 해주는 한 줄기의 빛과 같았다.


“이 자식들 우리를 천천히 우리를 고립시키고 있어! 이러다간 S급 헌터들은 몰라도 다른 헌터들은 전부 방패벽에 갇혀서 죽을 거야! 우리도 막 싸우지 말고 하나로 뭉쳐야 해!”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솔직히 우리로선 방패벽을 뚫고 다른 헌터들이랑 합류하기 힘들어! 그러니까 네가 우리가 다른 헌터들과 합류할 수 있게 길을 뚫어줬으면 해!”

“그거야 어렵지 않지! 알았어!”


내 말을 들은 아린이는 한 번 주변을 슥 살펴 다른 헌터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최적의 경로를 설정한 뒤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 콰자자작!


아린이가 한 번 크게 워해머를 휘두르자 전방에 서 있는 방패병은 물론 그 뒤로 버티고 서 있던 창병과 궁수까지 십 수명의 엘프군이 시원하게 쓸려 날아갔다.

엘프군의 방패와 갑옷이 얼마나 단단한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 저런 모습을 보니 뭔가 나도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린이의 공격은 가볍고 경쾌했다.


‘후우⋯ 부르길 잘했다.’


이대로 모두가 고립돼 각개격파 당해 전멸하는 엔딩이 나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살짝 들었는데 이렇게 되면 일단은 안심이다.

아린이는 우선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일본 헌터, 미즈키를 향해 나아갔고 우리 사이를 가르고 있던 엘프군을 거의 다 해치워 서로가 시선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쯤이었다.


- 쑤욱!


“⋯어?”


분명 눈앞에서 잘만 싸우고 있던 미즈키와 유스케, 켄토, 아이리가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마치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진 듯 정말 갑자기 확 사라졌다.


“⋯?!”


일본 헌터들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순간 걸음걸이에 뭔가 이질감이 들어 바닥을 내려보니 땅에서 올라온 나무 덩굴⋯ 같은 것이 내 다리를, 형과 아린이와 서연이와 하은이, 모두의 다리를 옭아매고 있었다.


“이게 뭔⋯.”


그리고 어떻게 풀어볼 시도를 하기도 전에 나무 덩굴을 우리를 순식간에 땅속으로 끌고 들어갔고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아, 미즈키, 너 땅으로 꺼진 거였구나.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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