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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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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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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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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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화

DUMMY

재정비를 마친 우린 자의로든 타의로든 또 어떤 역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밖에 들지 않는 62층으로 올랐다.

그런데 이곳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새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62층은 각종 풀과 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따사로운 볕과 촉촉하게 젖은 흙내음이 기분 좋은 울창한 숲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

“흠~ 좋다~.”


이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 채 하루 종일 탑의 답답하고 텁텁한 갇힌 공기만 마시다가 나무가 바로 뿜어내주는 신선한 산소를 맡은 헌터들은 가슴을 활짝 펴고 숨을 크게 들이쉬어 먼지가 쌓인 코와 폐를 청소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갑자기 이게 뭐지? 61층이 좀 힘들긴 했어도⋯ 벌써 쉬어가는 층이 나올 것 같지는 않은데?”


자연휴양림 같은 편안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아린이는 더욱 주변을 경계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는지 얼떨떨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싸우더라도 차라리 이런 데서 싸우는 게 좋은데. 공기도 좋고 햇살 받으니까 기분도 좋잖아. 역시 사람은 자연을 보고 살아야 해.”

“그렇긴 해, 나도 차라리 이게 낫다.”


나는 형의 말에 동의하며 잠시 바닥의 흙을 손으로 만졌다.

언젠가 강원도의 별장에 찾아갔을 때 가끔은 자연을 손으로 직접 만지는 게 필요하다는 소은 누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지금은 이해가 갔다.


“그런데, 만약 여기가 쉬어가는 층이라면 분위기상으로 볼 때 숲의 요정이 맞이해 주지 않을까? 왜 있잖아, 엘프 같은 거! 소문이 사실이라면 엄청 예쁘겠지?”


- 사아아악!


“⋯⋯힉!”

“⋯⋯읏!”


형이 그런 소리를 하는 순간 칼날같이 예리하고 차가운 무언가가 옆통수를 찌르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요한나의 안광 도는 시선이었다.

요한나는 형과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더니 급정색하며 고개를 휙 돌렸다.


“아⋯ 맞다⋯ 저기, 요, 요한나,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아이고, 저 띨빵이.

지 여친 옆에 있는 거 까먹고 저런 소리나 하고 자빠졌는데 어디 결혼이나 하겠나.

아니, 그나저나 살기라는 게 이런 거구나, 형 덕분에 평생 잊을 일 없이 확실하게 경험했다.


“⋯그런데 여긴 대체 뭐지? 정말 아무것도 없다기엔 너무 넓군.”


나를 중심으로 호위하듯 둘러싸 계속해서 62층의 안쪽으로 향하던 둥 미즈키가 중얼거렸다.

벌써 꽤 깊숙하게 들어온 것 같은 데 숲은 끝이 없지, 그렇다고 특별히 무슨 일이 벌어지지도 않지, 괜히 불안하고 긴장되기만 했다.


“흐음~ 어쩌면 진짜 그냥 산림욕장인데 우리가 너무 날이 서 있는 거 아닐까?”

“그럴 리가 없다. 지금까지 쉬어가는 층은 악마가 마중을 나오든, 안내판에 쓰여있든 쉬어가는 층이라고 확실하게 알렸지만 여긴 그런 게 없었어, 아무것도 없을 리가 없다. 우리가 아직 모르고 있을 뿐.”


슬슬 신선한 공기와 햇빛도 질렸는지 유스케가 지루한 듯 그렇게 툭 던졌지만 미즈키는 제법 그럴듯한 가설로 그의 의견을 반박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확실히 지금까지 쉬어가는 층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곳이 안전하다고 확실하게 알렸는데 여긴 그런 게 없었다.


그렇다면 미즈키의 말대로,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지금 여기 어딘가에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지.


- 달칵.


“어.”


괜히 무슨 일이 벌어지기 전에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려 발걸음을 재촉하는 중이었다.

미국 헌터의 무리 쪽에서 자연물을 밟아선 날 리가 없는 기계적인 물체를 밟는 소리가 나더니.


- 콰앙!


그의 발밑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지뢰였다.


“크아악!”

“뭐야, 괜찮아?!”

“끄으으⋯! 아프긴 하지만 갑옷 덕분에 크게 다치진 않았어⋯!”


그는 발목이 날아가거나 하는 중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혼자선 제대로 일어나지 못해 동료들이 그를 부축해주려던 순간이었다.


- 쉭! 쉭! 쉬익! 쉬이이익!


지뢰의 폭연이 사라지기도 전에 머리 위에서 화살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며 날아들기 시작했다.


- 쩌저적!


순간 촉에 실린 마력이 눈에 보였다.

맞으면 무조건 치명타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반사적으로 만년빙으로 머리 위를 덮는 장막을 펼쳤다.

하지만 실수였다.

아니, 굳이 따지면 나 덕분에 내 주변 동료들은 아무 피해 없이 화살비를 모면했으니 실수라고까지 할 거야 없지만 어쨌든 좀 적당히 위력을 조절했어야 했는데 평소처럼 무작정 최대출력으로 아이템을 발동해 버렸다.


“크악⋯!”


만년빙의 주인을 사용한 반동으로 손끝이 꽝꽝 얼어붙었다.

동상이다.


평소라면 아이템을 발동하고 얼마 안 있어 바로 재생돼 잠시 얼얼하고 마는 정도였지만 재생력을 잃은 지금은 손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찢어지는 고통마저 느껴졌다.

그 고통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으니 믿을 수 없는 정도의 괴리감이 느껴졌다.


“뭐지?! 분명 아무것도 없었는데!”


한편 계속해서 주변을 경계 중이던 아린이는 적잖이 당황했다.

아린이 뿐만 아니라 다른 S급들의 감각까지도 전부 피해 기습에 성공하다니,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 콰과과과과!

- 탕! 타다당!

- 파아아아앙!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건 매한가지인데 어디서 화살은 계속 날아드니 당황한 S급 헌터들은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스킬을 난사하며 일대를 날려버렸다.


- 쿠구구구구구⋯.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적을 충분히 제압했다 생각한 헌터들은 하나, 둘 공격을 멈추고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파괴된 풀과 나무의 잔해 속에서 우리를 공격한 무언가의 흔적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끽끽끽⋯.”

“끅, 끄윽⋯.”


그때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숲속을 울렸다.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에서, 풀숲 사이에서 하나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저건⋯?”


처음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190~200cm 정도로 상당히 큰 키와 모델처럼 쭉쭉 뻗은 신체 비율, 무엇보다 유난히 길고 뾰족한 귀로 그들이 사람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형의 바람대로 진짜 엘프가 나타난 것이다.


“깍⋯! 까아악⋯!”

“끌끌끌⋯.”


다만 그들은 잘생기고 아름다운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체로 약에 취한 듯한 과장된 웃음과 괴상한 웃음소리로 보는 이들의 기분을 더럽게 만들었다.


“형이 좋아하는 엘프다, 가서 인사해봐.”

“뒤진다.”


나는 눈은 우리를 둘러싼 엘프들에게 고정한 채 메이스를 꺼내며 말했고 형도 눈은 엘프에게, 손은 화살을 시위에 걸며 대꾸했다.

당장에 전투가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에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 파사삭!


한번 모습을 드러냈던 엘프들은 마치 바람에 나뭇잎이 흩어지듯 한순간에 사라졌다.

워낙 빠르고 기척도 없어 내 감각으론 추적도 되지 않았다.


“⋯⋯⋯?”


그래서 나는 곧장 아린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린이라면, S급 헌터라면 그들의 기척을 쫓아 추적을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감각이 매우 뛰어난 아린이는⋯ 오히려 그 매우 뛰어난 감각 때문에 더욱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왜 그래? 안 쫓아가?”

“아니, 그게⋯.”


내 물음에 아린이는 혹시 자기만 그런 건가, 고개를 돌려 다른 S급 헌터들의 눈치를 봤는데.


“지금 이거 뭐야? 이거 나만 이런 거 아니지?” “허! 거참! 희한한 일이구만!”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죠?”

““⋯⋯⋯⋯???””


S급들끼리는 무슨 텔레파시라도 통했는지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왜, 왜, 뭔데 그래?”


모두가 그러자 더 궁금해진 나는 이유를 캐물었고 아린이는 이 느낌적인 느낌을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참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 그러니까⋯ 아까 나타났던 그 사람⋯? 몬스터⋯?가 나무나 풀이랑 똑같아!”


⋯나름 많이 생각해 표현한 것 같은데 미안하게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그러니까! 기척이! 기척이 똑같다고!”


딱 봐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을 하고 있자 아린이는 추가설명을 덧붙여줬다.

이래서 주어가 중요한 거구나, 기척이라는 말을 덧붙이자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단번에 이해됐다.


“그럼 저것들을 미리 감지하거나 추적할 수가 없다는 거야?”

“응, 전혀 안 돼, 근처에 있어도 그냥 수많은 풀잎 중 하나인 것 같고 움직여도 나뭇잎이 살랑이는 느낌밖에 안 들어.”


아린이의 말에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빽빽한 숲은 어딜 가나 수십만, 수백만 개의 풀잎이 나 있었고 산들바람이라도 살짝 불었다 하면 1초에도 수천, 수만 개의 나뭇잎이 휘날렸다.

아무리 S급이라도 이런 환경에서 풀잎, 나뭇잎과 기척이 똑같은 적을 구분해내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쯧, 좀 귀찮긴 해도 이 정도면 괜찮지, 자! 다들 모여보세요!”


하지만 소은 누나는 뭔가 방법이 있는지 모두를 불러 모아 놓고 말했다.


“일단 별로 중요한 사실은 아니지만 이번 층의 몬스터는 엘프족인 것 같아요. 근데 그냥 엘프는 아니고 맛이 좀 간 엘프요. 그리고 엘프의 기척을 느낄 수 없어서 당황하셨을 텐데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라 그냥 원래 그런 것 같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소은 누나는 잠시 말을 멈춰 모두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한 뒤 이어 말했다.


“제가 알기로 엘프의 전투 능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습니다. 직접 싸워본 건 아니고요, 책에서 봤습니다. 그래서 방금처럼 함정을 설치하거나 게릴라전 위주로 싸운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그 말과 동시에 소은 누나는 우리가 진행하던 방향으로 손을 뻗더니.


- 콰아아아아아아!


헬파이어로 전방 수십 미터의 숲을 통째로 밀어버렸다.


“기습이고 함정이고 어떻게 손 쓸 수도 없게 그냥 모두가 뭉쳐서 다 부숴버리면서 앞으로 밀고 나갑시다. 혹시 더 좋은 생각 있으신 분 계신 가요?”


소은 누나의 아이디어는 과격하고⋯ 다소 무식할 수도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와우.”


S급 헌터들의 번뜩이는 눈과 씩 올라간 입꼬리를 본 나는 몸을 떨었다.


S급 헌터들은, 까놓고 말해 한 국가를 상대로 홀로 싸울 수도 있는 힘을 가지고서 현대사회라는 시스템에 순응하며 살아가기 위해 자신이 가진 어마어마한 힘을 평생 그 힘을 억제하고 자제해왔다.


아마 살면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더더욱 강렬할 폭력성과 파괴성을 단 한 번도 시원하게 쏟아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물론 몬스터를 상대로 그 폭력성과 파괴성을 어느 정도는 배출해 왔겠지만 왜, 스트레스 해소방이라고 돈을 내면 방에 있는 모든 것을 때려 부술 수 있는 그런 것도 있지 않은가.


S급 헌터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정도로 뭘 부수려면 대도시 하나는 파괴해야 직성이 풀릴 텐데 지금 이 넓은 숲을, 대자연을 마음껏 파괴할 기회와 명분이 생겼다.


“후욱⋯ 후욱⋯.”

“그것 참⋯ 멋진 생각이군요⋯.”


소은 누나의 아이디어를 듣고 평생 답답하게 가두어뒀던 자신의 힘과 스킬의 봉인을 풀고 날뛰어볼 생각에 흥분한 S급 헌터들은 누구도 그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그들의 눈과 얼굴엔 이미 막을 수 없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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