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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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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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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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화

DUMMY

다들 최선을 다해 악마 군단에 맞섰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최선의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 유럽의 헌터들과 합세하며 인원이 늘었다고 한들 우린 여전히 50명이나 겨우 넘는 소수였고 상대는 수천이 넘는 대군이었다.


“소피아, 눈 감지 마, 조금만 버텨봐!”

“맥! 맥!”


한 차례, 치열한 전투가 잦아든 뒤에야 겨우 정신을 수습해 상황을 파악하니 유럽과 미국 쪽에서 한 명씩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우리 쪽 헌터들은 다들 무사한가, 심장이 철렁였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 우리 쪽에선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아직 전투 안 끝났어! 정신 차리고 자리 지켜!”


가까운 동료의 죽음은 아무리 강인한 헌터라 하더라도 동요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동요는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낼 전염병일 뿐.

요한나는 무릎을 꿇고 동료의 시신을 끌어안고 있는 이들을 억지로 끌어내 다시 전장에 세웠다.


“데우토엘나 타 칸!”

“““데우토엘나 타 칸!”””


악마 군단의 1군 부대를 전멸시키자 곧바로 2군 부대가 진격을 시작했다.

문제는 1군보다 2군 부대가 더욱 정예병 같아 보인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선봉대는 적의 전력과 전술을 분석하기 위한 일종의 정찰부대였고 진짜로 적을 섬멸하는 건 2군 쪽인 것 같았다.


“S급 헌터들! 이쪽으로 모여보세요!”


악마 군단이 진군하기 시작하자 파비오가 자신의 글라디우스를 번쩍 들어 올리며 S급 헌터만을 불러 모았다.


“지금 전투에 무리를 느끼고 계신 분 있으신가요?!”

“아니요, 적의 숫자가 많긴 해도 힘은 남습니다.”

“저도 크게 무리한다거니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그럼 S급 헌터들끼리 전방에 전선을 만드는 건 어떨까요? 우리의 힘을 100% 사용하지 않으면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방식으로 싸우는 건 너무 비효율적인 전술 같습니다!”


S급 헌터들은 모아놓은 파비오는 그런 제안을 했고 파비오의 말에 설득력을 느낀 다른 S급들은 그 전술에 동의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무리 적이 강한 악마의 대군이라고 해도 S급 헌터 수십 명을 상대로는 큰 위협이 되지 못했고 그 외의 A, B급 헌터들은 뒤에서 다시 한번 진영을 이루어 S급 헌터들이 흘리거나 부상을 입힌 소수의 악마만 상대하면 돼 안정성이 크게 올랐다.

그 덕에 우린 1군보다 더욱 정예병인 2군과의 전투에서 단 한 명의 아군도 잃지 않고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데우토엘나 쿠 부르쿠!”

“데우토엘나 쿠 부르쿠!”

“데우토엘나 쿠 부르쿠!”


악마 군단의 후발대까지 모두 물리치며 전진하자 앞에서 그런 악마들의 외침이 들렸다.


“와~ 지겨워 죽겠네, 또 있어?”

“그냥 더 쉰다고 할걸. 나 힘들어.”


대규모의 전투를 두 번이나 치렀는데 아직도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지친 형과 서연은 투덜거렸다.

그리고 그건 다른 헌터들도 비슷했다.

층을 오를 수록 점점 빡세지는 전투에 모두가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


한 사람만 빼고.

하은이는 그냥 귀찮아서 질린 다른 사람들과 달리 뭔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혼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너 왜 그⋯?”


얘가 이러면 뭐가 있어도 무조건 있는 거다.

나는 한시라도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물었지만.


“하은아, 하은아! 너도 들었지?! 저거 그거 맞지?!”


그보다 소은 누나가 한발 먼저 다급히 날아와 다짜고짜 하은이에게 그렇게 물었고.


“네! 저도 들었어요!”

“이런 씨발⋯!”


뭔진 몰라도 하은이 동의하자 소은 누나의 입에서 쌍욕이 나왔다.


“왜, 왜 그래? 대체 뭔데 그래?”


소은 누나가 한 성깔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대놓고 상스러운 짓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정도의 무언가라니 심각한 일임이 분명하기에 나는 하은을 재촉해 사정을 물었다.


“지금 앞에서 악마들이 외치고 있는 말⋯ 그라고스의 서재에서 본 적이 있는 말이거든.”

“무슨 뜻인데?”

“데우토께서 오신다.”

“데우토? 아까 말한 그 데우토? 데우토가 뭔데?”

“사전적 의미로는 아주 먼 옛날에 멸망한 다른 세계의 최강국이었던 코르달디 제국의 군 최고사령관, 저 악마들이 외치는 실질적 뜻은⋯ 악마 군단의 군단장.”


하은이의 말을 들어보니 대충 보스전이 시작된다는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보스전이 좀 빡세긴 해도 소은 누나와 하은이가 이렇게까지 당황하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한 층의 마무리를 보스전으로 짓는 건 몇 번이고 있어 온 흔한 일인데 말이다.


“일단 악마 군단장이랑 싸우게 된다는 건 알겠는데⋯ 소은 누나도 그렇고 왜 그렇게 당황하는 거야? 그놈이 그렇게 세?”

“⋯얼마나 센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엄청나게 강한 건 확실해.”

“그걸 어떻게 아는데? 싸워보기 전엔 모르는 거잖아.”


강해봤자 S급 던전 보스 정도 되는 거 아닌가, 지금 우린 20명도 넘는 S급 헌터가 있다.

전력상으로는 전혀 밀릴 것 같지가⋯.


“많은 문헌에서 악마 군단장을 신이 되지 못한 신이라고 표현해. 신들이 인정해주지는 않지만 신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 그리고 우리와 같이 탑이 솟아오른 세계가 여럿 있는데⋯ 데우토가 직접 강림한 세계는 극소수를 제외하곤 전부 멸망했어.”

“⋯오우.”


설명을 듣고 나니 소은 누나 입에서 욕이 나올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우토엘나 쿠 부르쿠!”


악마들의 외침이 들리는 곳을 향해 다급히 나아가자 곧 자신들의 군단장이 강림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악마들은 더욱 격렬하고 겁 없이 저항했다.


“이것들 최대한 시간을 끌듯이 저항하는 걸 보면 분명 소환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걸 것입니다! 다들 가진 힘과 스킬을 최대한 써 주세요!”


소은 누나는 S급 헌터들에게 상황을 전파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S급 헌터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해 최대한 필사적으로 악마를 해치우며 전진했다.

그리고.


“⋯역시!”


길목의 끝에 다다르자 화려한 마석 장식들로 꾸며진 커다란 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4인의 악마 주술사가 손에 손을 맞잡고 소환진 위에 동그랗게 서 주문을 외우며 데우토의 소환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무낙, 투 싼 그라시!”


소환 의식 중 우리가 들이닥치자 주술사들을 지키는 강력한 문지기들이 우리를 제지하기 위해 몸을 들이댔지만.


“제가 소환을 막을게요!”


S급 헌터들 중에서도 유난히 날렵하고 유연한 아린이가 가장 먼저 포위망을 뚫고 주술사들을 향해 달려드는 데 성공했다.


- 파지지직!


아린이가 접근하자 첫 번째로 주술사들을 보호하는 결계가 작동했다.

하지만 아린이는 그 정도 결계는 손쉽게 찢어발기며 소환진 안으로 들이닥쳤고.


- 촤아악!


주술사 하나의 오른팔을 잘라버리며 소환 의식을 중단하는 데 성공⋯.


- 촤아악!


“⋯⋯⋯⋯!”


반짝반짝 빛나는 은발 사이로, 검붉은 피가 휘날렸다.

어떻게 반응할 새도 없이 벌어진 일에 나는 숨을 들이켜며 놀랄 뿐이었다.

너무 크게 놀란 탓에 시간과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대체 뭐에 당한 것인지, 검을 쥐고 있던 아린이의 오른팔이 통째로 떨어져나갔다.


“⋯끄윽!”


갑자기 팔이 떨어져 나갔음에도 아린이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입을 꽉 다물며 급히 뒤로 물러나 우리에게 돌아왔다.


“아, 아린아!”


강한 적을 상대로 어디가 찢어지거나 멍이 드는 상처 정도는 입는 건 자주 봤다.

하지만⋯ 하지만 아예 팔 한 짝이 떨어져 나가는 건⋯.


“와⋯ 팔이 잘리는 거⋯ 엄청 아프구나⋯ 준호 넌 이런 고통을 매일 버텨온 거야?”

“지,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아이리, 아이리!!!”


오른팔을 잃은 아린이는 애써 웃으며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를 했다.

가장 놀란 건 본인일 텐데, 나를 안심시키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참, 이 와중에도 저러는 거 보면 아린이의 강함은 힘에서만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알았어, 알았어!”


내 부름에 급히 달려온 아이리는 곧장 회복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상처에서 주륵주륵 흘러내리던 피는 일단 멎었지만⋯.


“뭐, 뭐야. 왜 더 회복 마법 안 써?”

“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S급 헌터의 신체를 회복시키는 건 다른 사람을 회복시키는 것과 차원이 달라. 당장 내 마력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야.”


나는 도움을 요청하는 눈으로 다른 힐러들을 바라봤지만 그들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시선을 피했다.

아린이의 팔을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다른 사람들도 현재로선 불가능하거나 소모되는 마력이 너무 크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데 나 뭐에 당한 거야? 전혀 안 보였어. 혹시 본 사람?”


아린이는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그렇게 물었지만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아린이가 보지 못한 걸 우리가 봤을 리 없기 때문이다.


“⋯반사 마법이야. 그것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최상급의 반사 마법.”


그때 소은 누나가 천천히 다가와 아린이의 팔을 자른 원인을 알려주었다.


“반사⋯ 마법이요?”

“목을 베지 않기를 정말 잘했어, 그랬으면⋯.”

“하하⋯ 어쩐지 뭔가 목을 베기는 싫더라구요.”


아린이는 순간의 판단으로 싹둑 잘렸을지도 모를 자신의 목을 남은 왼팔로 매만지며 말했다.


“그, 그런데 누나, 반사 마법이라니, 그런 것도 있어요? 그거 너무 사기 아니에요?”


초등학생 때 하던 무지개 반사도 아니고 공격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마법이라니,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도 되게 혼란스러워,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그 불완전하고 비효율적인 반사 마법을 이 정도로까지 구현해놓은 건지⋯ 얼마나 무식한 출력의 마력원이 있길래⋯.”


그런데 당연히 이런 마법이 평범한 마법은 아닌 건지 소은 누나는 이마를 짚으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소은, 이건⋯ 시간 좀 걸릴 것 같죠?”


그런 소은 누나를 향해 샬롯이 다가와 그렇게 물었다.

샬롯은 뭔지 방법이 있을 것 같다는 대답을 원하는 표정이었지만.


“⋯네, 행여 해제하는 법을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소환진의 진행 상태로 봤을 때 데우토가 소환되는 게 더 빠를 게 분명해요.”


소은 누나는 절망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반사 마법이 문제면 내가 원거리에서 공격해볼까요? 그럼 마법 범위 밖일 수도 있잖아요?”

“아, 안 돼요!”

“쏘지 마세요! 절대 안 돼요!”


난관에 봉착해 모두가 심각한 얼굴로 침묵만을 지키고 있을 때 눈치를 보던 제이든이 그렇게 말하며 주술사를 향해 피스키퍼를 겨누었다.

하지만 소은 누나와 샬롯이 화들짝 놀라며 그런 그를 온몸으로 제지했다.


“저 마법은 그런 개념이 아니에요! 어떤 방식으로든 저 주술사에게 피해를 입히면 그 행위자는 반드시 똑같은 피해를 입어요!”

“⋯뭐라고요? 아니, 잠깐만요. 그렇다는 말은 즉⋯ 주술사를 죽이려면 누군가 죽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주술사가 넷이니까 우리 쪽에서도 네 명이?”


제이든의 물음에 소은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허.”


데우토의 강림을 막기 위해선 네 명이 죽어야 한다.

하지만 데우토의 강림을 막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절망적이기만 한 선택지에 모두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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