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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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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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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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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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화

DUMMY

이 근방의 병사는 일단 대충 처리가 됐는지 한동안 아무도 덤벼들지 않았다.

그에 우리는 엘프의 도시를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헤매고 다녔다.

길을 잃어 어디로 가야 하나 방향을 잡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솔직히 반쯤은 신기해서 더 구석구석 돌아다닌 감도 없잖아 있었다.


“참나, 해외여행보다 엘프 나라 여행을 먼저 와볼 줄은 몰랐네.”


이곳은 군부대가 아닌 아까 봤던 어린 엘프 같은 평범한 민간인들이 사는 도시인만큼 엘프의 문화와 생활 양식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글자도 읽을 수 없고 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곳은 시장 같은 장소였다.


⋯물론 침입자의 등장으로 성 내에 비상이 걸린 탓에 상인과 손님은 전부 집 안에 틀어박혀 썰렁했지만 주르륵 늘어서 있는 상가건물과 그대로 놓고 간 각종 식료품과 상품으로 평소 이곳이 얼마나 번화한 상점가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이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


인간 세계와 겉보기는 다르지만 결국 본질은 비슷한 엘프 나라의 모습에 형은 노점에 놓여 있는 뭔지 모를 과일? 채소? 하나를 집어 들더니 그대로 입에 집어넣었다.


“뭔지도 모르는 걸 막 먹으면 어떡해?”

“뭔지는 몰라도 못 먹을 걸 팔지는 않겠지. 너도 먹어 봐, 꽤 먹을만한데?”

“거참, 남의 물건을 그렇게 막.”

“이 정도 약탈은 허용해 줘야 침략하고 그럴 의욕이 나지.”


- 툭.


형은 자신이 먹은 것과 같은 적갈색의 무언가를 내게 툭 던져주었고 그것을 받아든 나는 잠시 고민하다 냅다 베어 물었다.


딱히 배가 고픈 건 아니지만 이곳을 나가면 평생 구경도 못 해볼 이세계의 작물이다.


지금 아니면 언제 엘프 세계의 작물을 먹어 볼 기회가 있을까,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여기서 이 개고생해서 얻을 건 기억과 경험뿐인데 그걸 놓치자니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었다.


“아저씨까지 그걸 덥석 먹으면 어떡해?!”

“어, 근데 이거 진짜 먹을만한데⋯?”


막 환상의 맛, 그런 건 아니지만 오독오독한 식감에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나는 게 생고구마 비슷한 맛이 났다.


“자, 너도 먹어봐.”

“뭔지도 모를 거 나는 절대 안 먹어!”

“그래? 그럼 넌 먹지 마. 아린이랑 서연이는?”

“음~ 모처럼인데 하나 먹어 볼까?”

“나 먹는 거 좋아.”

“으⋯.”


- 오독, 오도독.

- 오독, 오독.


결국 하은이까지 사이좋게 이름 모를 채소를 하나씩 입에 문 우리는 계속해서 도시를 거닐며 우리가 뭘 찾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뭐라도 없나 열심히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어차피 전장은 어느 방향인지도 모르겠고 괜히 합류하겠답시고 아무것도 없는 숲을 헤치고 다니기보단 이 도시를 뒤적이는 편이 어떤 식으로든 의미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 철컥!


조용하고 썰렁한 도시를 조사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그냥 소리만 들어도 병기를 조작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자진해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고 주요 길목에 진지를 구축해 통행을 통제하고 있는 엘프 병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삐이이이!


그들은 우리를 발견하자 바로 호각을 불어 다른 병사에게 신호를 보낸 뒤 미리 설치해둔 대형 쇠뇌를 쏘며 공격을 개시했다.


- 카앙!


대형 쇠뇌에서 발사된 화살은 화살이라기보다 거의 창이라고 해도 될 만큼 길고 커다랬다.


앞에서 아린이가 화살을 튕겨내 주어 큰 위협이 되진 않았지만 화살을 쳐낼 때마다 땅과 공기를 타고 쩌렁쩌렁한 충격파가 전해지는 걸 보니 나 정도의 각성자 정도는 꼬치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가진 것 같았다.


- 카앙!

- 카앙!

-카앙!


“⋯하아, 괜한 걸 봐버려서 자꾸 망설임이 생기네.”


반격을 하려고 했으면 이미 10번도 더 했을 텐데 계속 화살만 막아내고 있는 아린이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그 시선을 느낀 아린이가 혼잣말하듯 이유를 알려주었다.


⋯확실히 그런 걸 봐버렸으니까.

저들도 분명 이곳 어딘가에 친구와 가족이 있을 거고 어쩌면 아까와 같이 그들이 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준호야, 잠깐 네 메이스 좀 빌려줄래?”

“이거? 그래, 가져가.”


한참 화살을 막기만 하던 아린이는 이것보다 더 좋은 무기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굳이 내 메이스를 빌려갔다.


- 부웅!


그리고 내 메이스를 받은 아린이는 공격을 퍼붓는 엘프 병사의 진영 한가운데로 한걸음에 파고들어 순식간에 그들의 팔다리를 때려 부숴놨다.


자기 무기로는 적당히 쳐도 죽어버릴 테니 비교적 힘 조절하기 용이한 내 메이스를 빌려 간 것이었다.


“------!”

“----!”


양팔과 다리가 전부 박살난 병사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고꾸라졌지만 그래도 생명에 지장은 없어 보였다.


혹시 모를 반격에 대비해 대형 쇠뇌와 그들의 무기까지 밟아 망가트린 아린이는 병사들을 방치하고 유유히 앞으로 나아갔고 우린 그런 엘프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쳤다.


만약 내가 무력화된 적군을 불쌍히 여겨 일부러 죽이지 않는다면 그건 오만이고 건방이지만⋯ 이들이 살려준 은혜도 모르고 다시 찾오면 그때 얼마든지 죽일 힘과 실력이 있는 아린에게만 허용되는 강자의 여유였다.


- 빠악, 빠각!


그렇게 아린이는 앞장서 드문드문 보이는 병사들을 때려잡으며 전진했고 우린 안전하게 그 뒤를 따랐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별생각 없었는데 갑자기 형이 그런 아이디어 하나를 제공했다.


“얘들아 잠깐만, 지금 보면 병사들이 주요 길목을 통제하고 있잖아? 그럼 중구난방 돌아다닐 게 아니라 길 하나를 딱 정해서 거길 계속 따라가면 뭔가 중요한 장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보통 진지를 구축할 때 지나가봤자 아무 의미도 없는 곳에 불필요한 병력을 배치하진 않잖아?”


⋯거의 상식에 가까운 간단하고 당연한 말이었다.


하지만 우린 형이 그 말을 하기 전까진 누구도 그렇게 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장, 실전경험이라는 게 이래서 중요한가 보다.


“우와⋯ 대체 여긴 얼마나 큰 거지.”


그렇게 형의 말대로 다른 곳보다 뭔가 커 보이는 대로를 쭉 따라가다 보니 저 앞으로 성벽이 한 겹 더 보였다.

아까 우리가 봤던 건 외성이고 이제 이 안쪽부터가 이 도시의 심부라는 뜻이었다.


“⋯그럼 부탁할게.”


진작에 침입자의 소식을 들은 데다 대비할 시간도 충분했던 내성의 성벽 위쪽으론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대비가 이루어져 있었다.


심지어 성문엔 불투명한 푸른빛의 벽 같은 게 스멀거리는 걸로 보아 마력으로 강화까지 해둔 모양이었다.


이런 튼튼한 성을 괜히 모두가 같이 뚫으려고 하면 사상자만 생길 것 같았던 나는 아린이에게 부탁을 좀 했고.


“들어와!”


홀로 훌쩍 성벽을 넘어간 아린이는 잠시 뭐가 터지고 깨지는 소리를 내더니 곧 안쪽에서 성문을 열어주었다.


“⋯여기가 중요하긴 중요한가 보다. 괜히 성벽을 한 겹 더 둘러놓은 게 아니네.”

“하~ 슬프다, 슬퍼~ 역시 지상낙원 같은 건 없는 건가, 여기도 신분제야?”


내성을 넘어오자 갑자기 건물과 도로의 규모와 재료, 디자인 등이 확 바뀌었다.


바깥은 나무와 벽돌, 점토 등의 흔하고 값싼 재료로 지어진 친근한 느낌의 건물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쪽은 갖은 조각과 문양 등을 새겨넣은 대리석 같은 재질의, 딱 봐도 고급스러운 건물이 주르륵 늘어서 있었다.


사방이 온통 숲뿐인데 저런 양질의 돌은 어디서 캐온 걸까,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고혈을 빨린 흔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저기, 저거 뭔가 엄청 대단하고 중요해 보이는 데 저기로 가볼까?”

“응?”

한편으론 부정적인 생각도 들긴 하지만 어쨌든 엘프의 미적 감각은 정말 뛰어났다.

그런 엘프들이 사치까지 부려가며 꾸며 놓은 미관의 화려함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아린이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또 뭐야?”


아린이의 손끝으로 시선을 옮기자 엘프 건축 예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화려하고 거대한 돔 형태의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돔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증축된 어딘가 날쌔고 뾰족한 느낌의 건물들은 마치 날갯짓하는 새 같기도 했고 바위에 부딪혀 흩어지는 파도 같기도 했다.


하여튼 예술과 디자인이라곤 쥐뿔도 모르는 내가 봐도 뭔가 있다는 느낌이 팍 오는 그런 화려한 건물이었다.


“예로부터 돔 형태의 건축물은 돈이랑 시간이 많이 들어서 권력의 상징으로 쓰였는데, 이 도시에 돔 형태의 건물은 저기가 유일하고 그렇다는 건 이 동네 대장님이 저기 산다는 소리니까~.”

“저기가 왕궁이라는 소리네.”


지금은 저렇게 잘 보이는 왕궁이 방금까지만 해도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였다.


엘프의 왕궁은 내성 안에선 어디서든 보이지만 밖에선 전혀 보이지 않도록 아주 세밀하고 과학적으로 설계가 된 모양이다.


“그럼 저기로 바로 가볼까?”

“그래, 가보자, 왕을 사로잡으면 뭐라도 되겠지.”


나도 눈으로 봤지만 엘프군의 병력은 상당했다.


더군다나 이렇게 도시의 규모까지 직접 확인하니 병력은 고작 그게 끝이 아닐 거라는 확신도 생겼다.


이건⋯ 전장의 현황은 모르겠지만 제발 잘 버텨주고 있기를 바라며 차라리 왕을 사로잡아 전투를 끝내는 게 훨씬 현실적이고 안전한 전략인 것 같았다.


“⋯하은아.”


역시 왕궁 쪽으로 향하자 길목을 지키는 병사의 숫자가, 장비가 많고 정예화 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어차피 싸움은 다 아린이가 하고 있고 딱히 버거운 느낌도 없는 것 같으니 나는 관심을 아까부터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하은이에게로 돌렸다.


“⋯어, 어?! 왜?”

“너 어디 안 좋아? 뭔가 불편해 보이는데.”

“그, 그런 거 아냐. 그냥 아까 땅굴에서 길 찾느라 마력을 많이 써서 피곤해서 그래.”

“혹시 어디 안 좋으면 바로 말해. 다 같이 살아남자고 하는 일인데 죽으면 그게 뭐야.”

“아니야, 진짜 괜찮아, 신경 쓸 거 없어.”

“⋯⋯⋯⋯.”


내가 눈치가 빠르고 사려가 깊어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그러는 건 아니지만 하은에겐 분명 뭔가의 문제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 캐묻는다고 실토할 느낌도 아니고 괜히 역효과만 날 것 같으니 나는 일단 두고 보기로 했다.


“음⋯ 여기가 최종 보스가 있는 곳이 맞긴 맞나 보다.”

“⋯지금부터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할지도? 아, 깜빡할 뻔했다. 준호야, 여기 메이스.”

“오, 어.”


잠시 후, 왕궁의 입구에 도착하자 우리를 마중 나온 병사들을 보며 형은 바짝 마른 입술을 핥았고 아린이도 병사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내게 메이스를 가볍게 던져 패스해 주었다.


“⋯세 보여.”


거기다 서연까지 꽤 긴장했는지 평소보다 부산스럽게 몸을 풀며 전투를 준비했다.


뭐, 그럴 만도 하다.

지금 우리 앞에 서 있는 이들은 포스부터가 남달랐으니까.

왕궁이니까 뭐 왕실호위부대 그런 애들이 나온 거겠지.


“⋯⋯⋯⋯.”

“⋯⋯⋯⋯.”

“⋯⋯⋯⋯.”


칠흑 같은 검은 갑옷과 망토 그리고 가면까지 쓴 왕실호위부대는 오와 열에 죽고 사는 일반 병사들과 달리 각자 자유분방한 위치에 자유분방한 자세로 서서 가만히 우리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마치 왕궁 밖은 자신들이 나설 영역이 아니라는 듯 우리가 왕궁의 입구 안으로 발을 들이길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저런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니 더더욱 기가 눌렸고 또 그게 마냥 허세는 아닌 게 왕실호위부대의 병사 하나 하나에게서 꼭 미즈키를 상대할 때와 비슷한 감각이 느껴졌다.


아린이도 그 기운을 느꼈기에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한 거겠지.


“⋯내가 먼저 들어가서 간을 좀 봐볼게. 다들 이제부턴 싸워서 이기기보다 자기 안전만 생각해.”

“항상 고생하네.”

“우리 길드는 아린 마스터님 없었으면 어쨌을까 몰라~.”

“아린이 멋져.”


아린이는 자신의 검을 뽑았고 나도 형도 서연이도 각자의 무기를, 주먹을 꽉 쥐었다.


- 터벅, 터벅, 터⋯.

- 슈와아악!


“!!!”


- 터어어엉!


그리고 아린이가 왕궁의 입구 안쪽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격돌한 아린이와 왕실호위부대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충격파에 나는 움찔 몸을 떨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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