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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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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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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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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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화

DUMMY

솔직히 처음엔 적당히 몇 번 하다가 다들 지칠 줄 알았다.

아무리 S급이라도 어떻게 이 거대하고 울창한 숲을 쉬지도 않고 계속 밀어버릴 수 있겠나.


“야! 넌 방금 했잖아!”

“아, 한 번만! 한 번만 더! 진짜 끝내주는 아이디어가 있어서 그래!”

“그냥 아무나 빨리 해! 아니면 내가 한다?!”

“⋯⋯⋯⋯.”


하지만 그건 지극히 내 기준에서 생각한 착각일 뿐이었다.

S급 헌터들은 숲을 파괴하며 전진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지친 기색은커녕 아직도 힘이 넘치는지 혹시라도 숲의 끝에 다다를까, 서로가 한 번이라도 더 스킬을 쓰겠다고 다투고 있었다.


“끽⋯! 키이익⋯!”


그리고 그런 진짜 광기를 맞이한 숲의 엘프들은 웃으면서 미친 척할 땐 언제고 이젠 상당히 곤란한 얼굴로 열심히 우리를 쫓아다니며 화살을 쏘고 창을 던져댔지만.


“타하아아앗!!!”


- 파아아아앙!


석혁 형님의 기합 한 번에 생겨난 돔 형태의 충격파가 화살과 창을 이쑤시개처럼 후두둑 날려버렸다.


“⋯쟤들은 이론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겠지?”


형은 함정이고 기습이고 그냥 통째로 날려버리며 전진하는 우리를 막기 위해 허겁지겁 먼저 앞으로 향해 다시 매복하고 함정을 준비하는 엘프들을 보며 말했다.


“그렇겠지⋯ 처맞기 전까진⋯.”


완벽한 은신 능력을 갖춘 적의 매복과 함정이 난무하는 깊은 숲을 정공법으로 돌파하려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아예 돌파가 불가능 했을 수도 있고.

그런데 이렇게 무식한 방법이 가능할 줄 누가 알았을까, 나도 몰랐는데 엘프들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 부우우우!


아무튼 이대로 보스전까지 가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상대도 바보는 아니었다.

함정은 전부 제거되고 매복도 속수무책이자 엘프도 전략을 바꿨고 저 멀리서 뿔나팔 소리가 등장을 알리며 각종 악기의 연주가 들려왔다.

아마 행진곡 종류인 것 같은데 너무 아름다운 엘프의 음악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까딱이며 음률을 즐겼다.


- 척, 척, 척, 척, 척.


그리고 잠시 후, 제식에 따라 발을 맞춰 진군하는 엘프군의 대열이 모습을 드러냈다.


- 척, 척, 척⋯ 척!


엘프군은 어떤 신호도 없었음에도 마치 하나로 연결돼있는 것처럼 모두가 완벽한 타이밍에 진군을 멈추고 자세를 갖춘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제식만으로도 그들이 매우 잘 훈련된 군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사납고 포악한 악마 군단보다 엘프군에게서 더욱 위압감을 느꼈다.


“뭔진 몰라도 멋있다, 왠지 공격하기 싫어.”

“깔끔하게 포장된 물건 괜히 뜯기 싫은 그런 느낌?”

“⋯어! 맞아, 비슷한 것 같아.”


그런 엘프군을 맞이한 서연은 행진곡과 제식에 감탄하며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엘프군은 특유의 외모와 그에 걸맞은 나무와 숲을 형상화한 무늬의 은빛 갑옷으로 무장해 한명 한명이 예술작품 같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아름다운 엘프들이 완벽히 오와 열을 맞춰 가지런히 서 있기까지 하니 그 완벽하고 정돈된 아름다움은 상대가 적임에도 흐트러트리기 싫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였다.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전면전인데⋯.”


나는 아직도 동상으로 화끈거리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메이스에 손을 가져다 대며 지금의 나는 재생력이 없다는 사실을 반복해 되뇌어 머리에 새겨넣었다.


전투가 격렬해지며 정신이 빠졌을 때, 병신같이 히트 비전이라도 쐈다가는 그대로 실명이다.


재생력은 내가 지금까지 추구해온 전투방식이 성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전제조건인데 그걸 배제하고 싸우려니 뭘 해도 되고 하면 안 되는지 헷갈려 계속 뇌정지가 왔다.


“다들 준비해! 준호가 재생력을 되찾기 전까지 도와주자!”

“에휴~ 그래도 내 동생인데 뒤치닥꺼리 해줘야지~.”

“까불지 말고 뒤에 잘 숨어 있어라.”


싸움을 앞두고 재생력을 잃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모두가 모여들었다.

그래도 요즘 항상 1인분은 해서 기분 좋았는데, 이렇게 다시 보호받는 몸이 되니 기분이 영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잘 됐다, 아까 소은 누나가 엘프의 전투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고 했다.

어차피 시간 때워야 하는 거 비교적 약한 적을 상대로 최대한 시간을 채울 수 있다면 이득이다.


“⋯⋯⋯⋯.”

“⋯⋯⋯⋯.”


우린 엘프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전열을 갖추고 전투에 대비했다.

하지만 엘프군은 고장이라도 난 듯 그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가만히 서 있을 뿐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네가 먼저 와라, 그건 건가.”


따지고 보면 엘프는 우리를 향해 먼저 공격을 가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천성 자체가 매우 호전적인 악마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달려들었지만 어차피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입장은 우리다.

엘프는 그저 땅에 발을 딱 굳히고 서서 입을 쩍 벌리고 우리가 아가리 속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하! 그래, 한 번 언제까지 거기 서 있을 수 있는지 볼까?”


그런 엘프군을 본 소은 누나는 재밌다는 듯 웃으며 몇 미터 정도 공중으로 떠올랐다.

또 샬롯과 다른 마법사들도 마찬가지로 천천히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엘프군을 향해 각자 마법을 쏟아부었다.


- 으지지지지직!


엘프군에는 특별히 마법에 대응할 방법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엘프군을 향해 마법이 작렬하는 순간 갑자기 주변의 나무들이 확 꺾이며 공격을 몸으로 막았다.


- 쉬이이익⋯.


평범한 나무라면 마법사들의 공격에 그대로 증발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폭연이 걷히자 껍질에 흠집도 나지 않은 나무들이 천천히 눈을 뜨고 가지와 뿌리가 손과 발이 되어 일어서기 시작했다.


“뭐야 저건?”


자신의 마법이 막혔다는 사실에 놀란 소은 누나는 인상을 팍 찡그리며 나무를 노려봤다.


“저 나무껍질 마법 저항력 뭐 저래?! 어떻게 마법이 저렇게 흩어져?!”


그리고 마력은 없어도 아직 보는 눈은 그대로인 하은도 깜짝 놀라 거의 비명을 질렀다.


“보아하니 생각한 대로 잘 안 되는 모양인데 좀 도와드릴까?”


마법이 통하지 않자 이번엔 제이든이 손가락에 건 리볼버를 빙빙 돌리며 앞으로 나섰다.


“이번엔 우리 차례인 것 같네.”


그러자 형을 포함한 다른 원거리 공격 수단을 가진 헌터들이 눈치껏 앞으로 나서 엘프군을 향해 무기를 조준하고 발사하는 순간이었다.


- 드드드드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땅이 울룩불룩 요동치더니 그 안에서 거대한 바윗덩이가 솟아올라 공격을 모두 막았다.

그리고 그 바윗덩이들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서로 합쳐지더니 이내 골렘이 되어 엘프군을 보호했다.


“이야, 아주 스페셜하네. 물리 마법 공격을 막을 수단이 다 준비돼 있던 거야? 이런 게 유비무환이구나.”


나름 회심의 일격이었는데 골렘의 단단한 몸에 간단히 화살이 막힌 형은 코웃음을 흘렸다.


- 부우우우!


바위 골렘과 나무 정령에 공격이 모조리 막혀 대치가 길어지고 있을 때 다른 방향에서도 뿔나팔 소리와 함께 엘프군의 행진곡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숫자가 좀 적다 싶었는데 우리 앞을 막고 있는 건 일단 급하게 출동한 대응부대고 본진은 따로 있나 보다.


“여기서 계속 시간 끌다가는 완전히 포위당하겠는데요?”

이렇게 되면 적의 본대가 합류하기 전에 가급적 빨리 전투를 시작해 최대한 각개격파 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벌써 적의 행진곡뿐만 아니라 발걸음까지 느껴지기 시작한 아린이는 모두를 재촉하듯 그렇게 말했고.


“하아~ 간만에 좀 깔끔하게 끝나는 줄 알았는데 결국은 또 진흙탕 싸움이구나.”

“어차피 해야 하는 일, 기왕이면 웃으면서 하자고!”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이미 엘프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방어진을 굳히고 있는 적을 향해 먼저 뛰어들었다.


- 척, 척!


공격을 시작하자 굳은 듯 가만히 있던 엘프군도 행동을 개시했다.

그들은 마치 기계처럼 정확히 똑같은 타이밍에 정확히 똑같은 속도와 각도로 움직이며 먼저 몸을 완전히 가릴 수 있는 커다란 사각 방패를 앞세우고 그 뒤에 선 엘프가 긴 장창을 앞으로 내밀어 접근을 차단했다.


“하앗!”


물론 이쪽도 싸움을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인 만큼 그 정도 방어진에 대처하는 법을 알고 있었고 앞서간 미국의 헌터 한 명이 엘프군의 진영에 뛰어들며 워해머를 휘두르는 순간.


- 척, 척!


“?!”


마치 새의 무리가 한 덩어리처럼 이동하듯 엘프들은 한 몸처럼, 미리 정해놓기라도 한 듯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움직임으로 흩어져 헌터의 착지 지점을 비우고 주변을 다시 방패병으로 둘러싸 가둔 뒤 방패 사이사이로 창병이 장창을 들이밀어 그를 포위했다.


“뭐, 뭐야⋯!”


안에 달려들어 난전을 벌이려 했건만, 난데없이 완벽히 포위당한 헌터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앞, 뒤, 양옆, 빈틈없이 방패 벽이 자신을 가두고 있는 데다 촘촘한 창날이 자신을 겨누고 있으니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어디를 방어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이다.


- 척!


“어⋯ 어어!”

- 척!


그를 가둔 엘프들은 통일된 움직임으로 한 발짝, 한 발짝씩 한 치의 빈틈도 없이 포위망을 좁혀왔다.


“으아, 으아아!”


- 부웅! 부웅!


차근차근, 조여오는 포위망의 압박에 평정심을 잃을 남자는 닥치는 대로 워해머를 휘두르며 엘프를 위협했지만.


- 쉬익!

- 푹!


어느새 창날이 닿는 거리까지 포위망을 좁혀온 엘프는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창을 내질러 헌터의 등을 찔렀다.


“윽?!”


등을 찔린 헌터는 당연히 급히 몸을 돌리며 자신의 후방을 방어하려 했다.


- 쉬익!

- 푹!


하지만 몸을 돌리면 당연히 다른 방향이 후방이 될 뿐 후방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이번엔 방금까지 그의 전방에 있던 엘프가 창을 내질러 다시 헌터의 등을 찔렀고.


“끄악?!”


- 쉬익!

- 푹!

- 쉬익!

- 푹!

- 쉬익!

- 푹!


“컥⋯ 커억⋯.”


두 번이나 창에 찔린 헌터가 비틀거리는 순간, 사방에서 쇄도한 창날에 난도질당한 그는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뭐, 뭐야, 저게⋯ 엘프 전투 능력⋯ 뛰어나지 않은 거 맞아?”


뒤지게 잘 싸우는데⋯?


대체 얼마나 훈련을 해야 저 정도의 합을 맞출 수 있는 걸까, 엘프는 수명이 기니까 군 생활을 2000년씩은 하는 건가.


방심하고 달려든 헌터 한 명이 순식간에 당하는 모습을 본 나는 내가 얼마나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이건 적당히 전투 시간을 채울 생각으로 임할 전투가 아니라 정말 살기 위해 발악해야 하는 전투였는데 소은 누나의 말과 엘프들의 온화한 생김새 때문에 긴장감이 다 풀려있던 것이다.


- 툭.


“?”


누가 툭 치길래 뭔가하고 돌아봤더니 미즈키였다.

미즈키는 나와 같이 약간 얼떨떨한 얼굴로 말했다.


“⋯항상 내 검이 닿는 곳에 있어라.”

“어⋯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완전히 기가 눌린 나는 어깨가 닿을 정도로 미즈키의 옆에 딱 붙어섰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발대마왕님 후원 감사합니다! (늦게봤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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