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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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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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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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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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화

DUMMY

“그,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는 건데?”


소환진에서 마력이 출렁임과 함께 탑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곧 군단장이 소환될 것 같은 조짐에 아린이가 다급하게 물었다.


“⋯지금부터 내 재생력을 너한테 넘겨줄 거야.”

“에엥?”


갑작스러운 발언에 아린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이 잘 들은 게 맞는지 재확인했다.


“그, 그러니까 나도 너처럼 팔다리가 잘려도 다시 쑥쑥 자라나고 그렇게 된다는 말이야?”

“정확해, 그런데 딱 10초 동안만.”

“그렇게 된다고만 하면 10초면 충분하긴 한데⋯ 어떻게?”

“그냥, 되더라고.”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새로운 가호를 얻었다.

정말 어떤 메시지나 징후도 없이 갑자기 생겨나 있어서 나조차 그런 가호를 얻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내 느낌상 이 가호가 그냥 뜬금없이 생겼다기보다는 데미지 뱅크와 체력은 국력이 설계변경으로 스스로 레벨업 했듯이 수호자 특성도 강력한 힘이 너무 한순간에 들어와 내 몸에 안착하고 적응하는 일종의 설계변경과 같은 시간이 필요했던 거 아닐까 싶었다.


[선택받은 자]


- 10초간 아군에게 힐링팩터의 재생력을 부여합니다.


언제부턴가 내가 가지고 있던 가호는 내 재생력을 아군에게 부여할 수 있는 가호였다.

이거라면 원래 내가 해냈어야 할 일을 아린이가 대신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가호가 있으면서 여태껏 쓰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단순히 생각을 못 해서였다.

뭔가 내 손으로 직접 얻거나 메시지로 알려주면 확실하게 인지하는데 이건 어느 순간 뭐야 이게? 하고 알게 돼 생각해 내는 게 늦었다.

뭐, 솔직히 이제 가지고 있는 능력이 워낙 많아 좀 헷갈리기도 하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 가호 [선택받은 자]를 사용 후 수호자는 조건을 완수하기 전까지 힐링팩터의 재생력을 잃습니다.

[조건] : 일정 수준 이상의 적과 24시간 전투.

현재 전투 시간 : 00. 00. 00


이런 좋은 가호를 당연히 아무 페널티 없이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남에게 재생력을 넘겨준 10초 동안만 재생력을 잃는다고 하면 그냥 눈 딱 감고 써버리겠는데 조건이 아주 구체적이고 악랄했다.


그냥 24시간도 아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적과 24시간 전투라니, 대충 날로 먹을 꼼수를 전부 지워버리고 반드시 목숨을 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준비해! 내가 가호를 사용하면 너는 10초간 어떤 부상을 입어도 계속 재생될 거야, 뭐⋯ 아프기야 뒤지게 아프겠지만⋯ 아무튼! 아까 소은 누나가 말한 대로 주술사한테 네가 즉사하지 않을 정도의 중상만 입히면 돼!”

“어⋯ 어⋯ 알았어!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그럼⋯ 준비됐어?”


내가 묻자 아린이는 긴장한 얼굴로 괜히 무기를 고쳐 쥐고 당장이라고 튀어 나갈 듯 상체를 앞으로 숙인 뒤 고개를 끄덕였다.


- 화아악!


그리고 가호를 사용하며 내 가슴팍에서 심장같이 굉장히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드는 순간 잘려있던 아린이의 오른팔이 재생됐다.


- 콰아앙!


자신이 오른팔이 재생된 것을 확인한 아린이는 발을 딛고 있는 바닥이 터져나갈 정도로 맹렬한 기세로 소환진을 향해 몸을 날렸다.


- 촤아악!


그리고 검기를 날려 자신이 지나갈 수 있도록 결계를 베어냄과 동시에 주술사 하나의 목을 쳐냈다.

곧장 목부터 쳐버리는 모습을 본 나는 순간 즉사를 시켜선 안 된다는 것 깜빡했나, 하는 생각에 식겁했지만 아린이의 계산은 정확했다.


- 덜컥!


결계를 가르며 위력이 상쇄된 검기는 주술사의 목을 딱 절반 정도만 잘라냈고 아린이의 목도 딱 절반 정도만 덜컥 떨어졌다 도로 붙었다.

아무래도 언젠가 내가 싸울 때 목이 이 정도는 떨어져도 도로 붙는 모습을 봤었나 보다.


- 철푸덕!


“⋯⋯?!”


돌진하던 중 목이 잘렸다 붙은 아린이는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고 바닥을 구르다 벌떡 일어나서는 정신을 못 차리고 비틀거렸다.

음⋯ 목이 떨어졌다 다시 붙는 그 느낌, 나도 아직 적응 못 했는데 처음이면 혼이 빠질 만도 하다.


“아직 셋 더 해치워야 해! 이제 8초 남았어!”


내가 그렇게 외치자 자신이 뭘 하고 있었는지 정신을 차린 아린이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 푸욱!


이번엔 주술사 하나의 가슴팍에 검을 찔러넣었는데 그 위치가 묘하게 애매했다.

심장을 정통으로 찌르지 않고 살짝 빗겨 반정도만 찢어놓는 상처를 입힌 것 같았다.


“흐악⋯!”


그리고 그 부상은 물론 아린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린이는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에 검을 놓치며 다리가 풀려 잠시 주저앉았지만 어금니를 꽉 물고 버티며 세 번째 주술사에게로 향해 놈의 배를 그냥 발로 뻥 걷어찼다.


- 푸확!


“쿨럭⋯!”


그 충격에 뱃속의 내장이 다 터진 주술사는 피를 토하며 날아갔고 당연히 아린이도 입과 코에서 피를 뿜었다.

하지만 아린이는 멈추지 않았고 마음이 급해졌는지 주문을 외우는 속도가 빨라진 마지막 주술사에게로 향해 놈의 목과 어깨를 텁 잡았고.


- 쫘아아아악!


“크아아아아!”

“으아아아아!”


그대로 놈의 몸을 손으로 잡아 찢었다.

한 번에 쫙 찢으면 자기 자신도 똑같이 쫙 찢길 테니 일부러 천천히 자신은 재생이 되기를 기다리며 주술사의 몸을 반으로 찢어놓았다.


“헤엑~.”

“우와~ 자극적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온갖 전투와 참상을 다 겪어본 헌터들조차 놀랄 정도로 과격했다.


“켁⋯ 켁⋯.”

“꺽⋯ 꺼억⋯.”


- 우우우웅⋯.


그렇게 주술사들은 죄다 피를 토하며 죽어갔고 그들이 주문을 외우지 못하게 되자 자연스레 마법이 중단된 소환진은 빛과 진동을 잃고 침묵했다.


“하아⋯ 하아⋯ 된⋯ 건가?”


가호가 끝나기 전, 네 마리의 주술사를 모두 해치운 아린이는 없는 정신을 붙잡고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더듬어 혹시 잘리거나 터진 곳이 없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아린이의 몸은 완벽히 재생되어 있었다.


- 드드드드!


주술사가 죽고 소환진이 꺼지자 이번 층의 끝을 알리듯 소환진 밑에서 다음 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솟아올랐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또 한 층을 클리어 한 것이다.


“어⋯ 허어⋯.”

“후⋯.”


하지만 그런 만족스러운 결과에도 누구도 환호성을 지르거나 기뻐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압박에 스스로 지쳐 모두 기진맥진해진 데다 이제 겨우 한 층을 클리어했을 뿐, 탑은 아직도 더 어려운 시련이 남아 있을 위층을 향해가라고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으⋯ 왜 머리가 아프지⋯.”


일을 마친 아린이는 이마를 짚으며 비틀비틀 이쪽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기분 탓이야, 기분 좀 괜찮아지면 머리도 괜찮아져.”


나도 겪어봐서 안다.

분명 몸은 최상의 상태로 완벽히 재생됐을 터인데 묘하게 어디가 아프고 컨디션이 나쁜 것 같은 느낌.

극심한 통증을 겪고 난 뒤엔 꼭 저런 후유증이 따랐다.


“⋯준호야, 넌 평소에도 싸울 때마다 매번 이런 경험을 하면서 싸웠던 거야?”

“뭐⋯ 나보다 강한 적이면 대부분 그렇지?”

“직접 겪어보니까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내색을 안 해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진짜 너무 끔찍해서 말도 안 나와.”

“하다 보면 익숙⋯해지진 않는 데 결국 적응은 되더라고.”

“살면서 이런 고통은 처음이야⋯ 너무 아파서 무기 쓸 생각도 못 할 정도였어⋯.”


중간부터 무기를 쓰지 않고 그냥 때리고 찢어 죽인 게 그 이유였나.

아린이는 굳은살 특전도 없이 자신이 가한 부상의 고통을 전부 생으로 느꼈으니 제대로 무기를 쓸 정신이 없었을 만도 하다.


“손으로든 무기로든 할 일은 다 했잖아, 그거면 됐지.”


지금에 와서 든 오싹한 생각이지만 사람에게 고통은 엄청난 브레이크다.

그런데 나는 내 관점에서만 생각해 고통을 전혀 고려치 않고 아린이에게 일을 맡겼다.

만약 아린이가 너무 큰 고통에 망설이다 시간을 초과했다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일이지만 생각만 해도 참 섬뜩한 일이었다.


- 툭툭.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뭔가, 하고 뒤돌아보니 서연이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뭐?”


뭘 어쩌라는 건지 계속 멍청한 얼굴로 날 바라만 보길래 한마디 했더니 서연은 실망이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우리 아직 이 정도도 안 통하는 사이야?”

“그러고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으면 우리 엄마랑도 안 통하겠는데?”


- 스윽.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서연은 다짜고짜 옷을 걷어 자신의 배를 보여주었다.

뭐에 맞아서 피멍이 들고 찔려서 출혈이 있고 아주 만신창이였다.

아무래도 회복하게 피 좀 달라는 소리인 것 같았다.


“음⋯? 아, 맞다. 그거 말인데, 당분간 못 해줘.”

“어? 왜, 왜⋯?”


내가 피를 줄 수 없다고 하자 어지간해선 표정이 거의 없는 서연이 억장 무너진 얼굴을 했다.

지금까지 본 표정 중 가장 감정이 확 드러난 표정이었다.


“어, 그게⋯ 말 나온 김에 다른 사람들한테도 알려줄 게 있어. 야, 미즈키! 너 이리 와봐. 네가 특히 잘 들어야 하는 이야기니까.”

“음? 무슨 시답잖은 소리를 하려고 그러지?”


나는 가장 요주의 인물인 미즈키까지 불러놓고 말했다.


“아린이한테 재생력을 넘긴 스킬의 영향으로 난 당분간 재생력을 완전히 잃었어. 그러니까, 이제 혹시라도 나한테 그⋯ 아까 봤지? 미즈키처럼 막 칼로 베어버리고 그러면 절대 안 돼. 이제 안 자라나니까.”


“에엥?!”

“뭐, 뭐라고?!”

“이럴 수가⋯.”


내 아이덴티티이자 가장 강력한 능력인 재생력을 잃었다는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다른 사람으로 치면 아린이가 무기를 다루지 못하게 됐다거나 하은이가 마법을 쓰지 못하게 됐다는 급의 발언이니 그런 반응이 나올 만도 했다.


“준호가 재생력을 잃었다니⋯ 그럼 할 줄 아는 게 뭐야?”

“너 말이 좀 심한 거 아니니?”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서연이라면 나쁜 의도 하나 없이 정말 순수한 의문으로 그렇게 말한 걸 너무 잘 알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재생력 없는 박준호를 어디에 쓰지? 분리수거나 되나 모르겠다?”

“활 부러트리기 전에 닥쳐.”


재생력만 잃고 특전은 그대로라 예전의 F급 박준호로 돌아간 건 아니라는 게 그나마 다행인 점이지만 데미지 뱅크와 점화, 만년빙의 정수 등 내 전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봉인 당한 셈이니 굉장히 치명적이긴 했다.


“아, 아니⋯ 그런 걸 왜 말 안 했어?”

“상황이 급박하기도 했고 말한다고 해서 크게 바뀔 건 없었으니까. 누가 무조건 목숨을 잃어야 하는 상황보단 이게 낫지. 뭐, 그렇다고 재생력을 완전히 잃은 것도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

“어떻게 하면 되찾을 수 있는데? 도와줄게!”


아린이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눈은 웃지 않고 있었다.

이거 무조건 자기 탓 하나 없는데 내 재생력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얼굴이었다.

참, 애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심성이 착해서 문제다.


“재생력을 잃은 채로 적이랑 싸워서 24시간을 채워야 해. 정확한 기준은 모르겠는데 너무 약한 적은 안 되는 모양이고.”

“으음⋯ 뭔가 별로 어려울 것 같지는 않은데? 예전에 그라고스 때처럼 내가 널 지켜주면서 싸우면 되는 거잖아?”

“어? 아~ 그러고 보니까 이미 한 번 해본 일이긴 하네?”


닥치는 대로 뭐라도 해보라는 게 이런 건가, 그때 그 일이 이런 식으로 경력이 될 줄은 또 몰랐네.


“그럼 네가 재생력을 되찾기 전까진 우리도 널 지키는 방향으로 전투하도록 하지.”

“오~ 미즈키, 또 이런 데선 의리 지키는구나?”

“⋯네가 아이리를 구해줬으니 그 빚을 갚을 뿐이다. 빚지고 사는 건 싫어하니까.”

“그래, 그래도 고마워.”

“크흠⋯.”


미즈키는 낯간지러운 상황에 부끄러워하며 등을 돌렸다.

뭐, 어쨌든 내 상징과도 같은 능력을 잃은 건 좀 충격적이지만 그래도 모두의 반응을 본 나는 어찌저찌 무난히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기운을 느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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