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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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2.07 13:04
최근연재일 :
2023.12.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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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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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북서울 대학교 역사학과 강의실


"제가 졸업논문 주제로 택한 것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에서 살아남아 새로운 나라를 건국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고찰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앞에 나와서 발표하는 내 말에 교수를 비롯한 학생들이 관심을 가졌다.


"한 왕조가 500년이나 지속된 것은 역사에서 무척 드문 일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에도 정권이나 청나라도 500년을 채우지 못 했죠. 그렇기에 저는 1392년 조선이 건국한 지 약 200년이 되는 해에 일어난 임진왜란이 역사의 큰 변곡점이 될 수 있으리라 봤습니다."

"이순신이 살아있었다면 왕조 교체가 일어날 수 있었다?"


교수가 흥미롭다는 듯이 물었다.


"저는 임진왜란 때 이미 조선 왕조의 생명력이 다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그 때 새 왕조가 들어섰다면 역사는 크게 달라졌겠죠."

"흐흐 재밌긴한데 너무 가십 위주로 흘러가지 않게 조심하고. 그것만 좀 보완해서 다음주에 다시 보자

."


나는 걱정했던 것 보다 교수님 표정이 더 밝아서 좀 안심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학교에서 마지막 첨삭을 마친 나는 졸업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서 충남 아산에 있는 현충사를 찾았다.

이곳에 있는 충무공의 유물들을 조사하고 사진을 찍어서 졸업 논문을 완성할 생각이었다.


현충사에는 생전에 이순신이 썼다고 하는 지휘검과 요대 등 여러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녹슬어 있었지만 오랜 세월을 견뎌온 유물들에서는 역사의 깊은 향취가 느껴졌다.

유물들을 두 눈으로 보며 논문 완성을 향한 마지막 기운을 얻어가는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주변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현충사 정면에 걸려있는 충무공의 영정이 빛이 났다.

어디선가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인이 기특하게도 내 역사를 연구하고 있구나.]

"누, 누구세요?"

[나는 네가 연구하고 있는 충무공이니라.]

"헉 서, 설마 이순신 장군님?"

[내 너를 보니 너한테서 큰 재능이 느껴지는구나.]

"재능이요?"

[나는 오랫동안 너같은 인재를 기다렸다.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인재를.]


갑자기 나타난 충무공의 목소리에 나는 어찌된 일인지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대체 무슨 말씀인지 감도 못 잡겠는데요?"

[너희 후손들은 나를 충무공이라 받들지만 나는 수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한 작은 장수에 불과하다. 내가 볼때 너는 나보다 더 크게 백성들을 구할 수 있는 재능을 지녔다. 가거라. 가서 더 많은 백성들을 구해내거라.]


목소리와 더불어서 바닥이 꺼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으, 으아악?!"


나는 끝 없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쿠당탕!


어딘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흙바닥의 감촉이었다.

웅성거리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현충사 바닥이 무너지기라도 한 걸까?

누군가 나를 부축하는 손길이 느껴졌다.

그래도 구조대가 오긴 왔나 보다.

나는 안심하며 정신을 잃었다.



***



"서방님 정신이 드십니까···?"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날 걱정스런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누구세요?"

"... 소첩이 기억 안 나십니까?"


여자를 자세히 보니 왠 한복을 입고 머리를 쪽지고 있었다.

나이는 스무살 안팎 쯤 되었을까?


"현충사 직원 분이세요?"


내가 정말로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묻자. 여자가 돌연 돌쇠야! 하고 외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가 보아도 머슴처럼 보이는 남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마님."

"서방님께서 제정신이 아니신 듯하다. 어찌 된 것이냐?"

"아무래도 낙마하실때 충격이 크셨던 듯 합니다. 의원을 불러 올 깝쇼?"


돌쇠의 말에 여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서 의원을 불러 오거라."


난 그 광경을 연극이라도 보는 느낌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의원이 호들갑스럽게 들어와서 내 진맥을 짚었다.

날 서방님이라고 부른 여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연신 날 쳐다봤다.


"저기··· 혹시 지금이 2024년 맞죠?"


나는 조심스레 여자를 보고 물었다.

여자의 얼굴에 수심이 깊어졌다.


“어떤가? 병환이 깊은 것 같은데.”

“말에서 낙마하실때 머리를 강하게 부딫히신 듯 한데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돌아 오실 수도 있습니다. 좀 기다려 보시죠.”


의원도 어두운 낮빛으로 날 보면서 말했다.


“서방님. 좀 쉬시지요.”

“아니, 그것보다 지금이 대체 몇년도에요?”

“계유(癸酉)년 진(辰)월이지요.”


‘계유년의 진월???’


나는 한복 여인의 말을 듣고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금 장난 치시는 거죠?”

“서방님이야 말로 소첩을 놀리시는 것이 아닙니까?”


여자가 뾰루퉁한 낮빛으로 말했다.

나는 벌컥 일어서서 방 밖으로 나갔다.

바깥 풍경은 마치 민속촌을 보는 것 같았다.

대궐같은 기와집이었다.


‘아니, 나는 분명히 현충사에 있었는데?’


기절한 나를 누군가가 민속촌으로 옮겨놨다는 말인가?

말은 안 되지만 그것 말고는 지금 내 상황을 딱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뛰쳐나온 내 뒤를 따라서 여자와 의원도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다행히 몸 상태는 멀쩡하신 듯 싶습니다.”

“천만 다행일세.”


의원과 여자는 기뻐하며 말했다.


계유년의 진월은 조선시대에나 쓰던 60갑자 태음력이었다.


“흐흐, 설마 지금이 조선 시대라는 건 아니겠지···”


내 혼잣말에 여자는 이상한 소리라도 다 듣겠다는 듯이 받았다.


“지금은 당연히 조선 시대지요. 설마 고려 시대나 신라 시대 겠습니까?”

“지금이 조선시대라고?!”


내가 깜짝 놀라 외치자 여자와 의원은 다시 어두운 낮빛이 되었다.


“역시 상태가 심각한듯 싶으이.”


나는 믿지 못하고 집 밖으로 나가봤다. 마치 조선 시대 사극의 한 장면 같은 마을 풍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칠 때까지 한참을 마을을 돌아다녔다.

아무리 민속촌이라도 한 시간을 넘게 돌아다녔는데 끝이 보이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러나 초가집과 기와집이 늘어선 풍경은 전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진짜 조선 시대에 와 있는 듯이.


“아니··· 믿기지는 않지만···”


여기는 진짜 조선 시대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대규모의 민속촌이 한국에 존재한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다.

설마 누가 악질적인 몰래카메라라도 설치했단 말인가?

이렇게 뛰어다녀도 별 수 없었다.

나는 다시 처음에 일어났던 기와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커다란 기와집이어서 금방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내가 생각 외로 복잡해서 어느샌가 나는 길을 잃어 버렸다.

조선시대 복색을 한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도시 한복판에서 나는 미아가 되어 버렸다.


“아니, 이게 말이 되냐?”


나는 허탈하게 읆조리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나으리! 나으리 여기 계셨군요!”


인파 속에서 낮익은 남자가 튀어 나왔다. 일어나자 마자 여인의 부름에 의원을 부르러 갔던 머슴이었다.


“... 돌쇠라 했던가.”


머슴은 기뻐했다.


“어이쿠. 그래도 어르신이 쇤네 이름은 기억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갑자기 집을 뛰쳐나간 내가 걱정 되어서 나를 찾으러 온 집안의 하인들이 한양을 뒤졌다고 했다.

이쯤 되니 슬슬 내가 처한 상황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한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어이쿠. 말씀 낮추십시오 나으리."

"내가 지금 온전한 상태는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짚이는 게 있습니까?"


내 물음에 돌쇠는 조금 주저하다 말을 꺼냈다.


"나으리께서는 무과 시험에서 승마 시험을 보시던 중에 낙마하는 사고를 겪으셨습니다. 자연히 무과에서도 낙제를 하셨고요. 쇤네가 보기에는 그일로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커다란 충격을 받으신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낙마 사고를 당했다?

현충사 바닥이 사라지며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혹시 그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가.


"절 아세요?"

"아이고 또 이러시네. 당연합지요. 이정 영감님의 셋째 아드님 아니십니까."

"내 이름이 뭔데요."

"이 자 순신 자를 쓰시지요."


이순신···!


"내가 이순신이란 말이에요?"

"거참 당신 이름도 잊으셨습니까?"


돌쇠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돌쇠가 이끄는 대로 집으로 돌아갔다.

머리는 여러 생각으로 복잡했다.

내가 이순신이라고?

그러고보니 현충사에서 이순신 장군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는데···


"아범아 밥 맛이 없느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어느새 안 방에서 둥그런 밥상에 둘러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옆의 작은 상에서는 늙은 아줌마와 날 간호해 주던 여인이 따로 밥을 먹었다.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로 여겨지는 아줌마가 날 걱정스레 쳐다봤다.


"아뇨. 아무래도 말에서 떨어져서 몸 상태가 안 좋나 봐요."


상차림은 으리으리 했다. 요즘 쌀밥에 비해 좀 거칠지만 밥은 백미밥에 고기 반찬에 정갈한 한식이었다.

아마도 내가 걱정되어서 어머님이 힘 좀 쓰신듯 했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 지라 별 밥 맛은 없었다.


"그래도 밥은 잘 챙겨먹어야지. 건강이 재산이니라."


아버지로 보이는 아저씨가 엄한 얼굴로 재촉한다.

무섭게 생기셨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밥을 퍼먹었다.

그래도 밥을 너무 많이 퍼줘서 다 못 먹을거 같았다.


"아부지! 이 고기 저 먹어도 돼요?"


왠 꼬맹이가 쪼르르 오더니 내 앞의 돼지고기를 낼름 집어먹었다.


"회야! 너 아버지 드시는 걸 버릇없이 뭐하는 거냐."


장군님의 부인인 듯한 한복여인이 아이를 나무랐다.


'벌써 애도 있으셨어?'


부인 분은 아무리 나이를 많이 잡아도 20대 중후반 같아보였는데 벌써 초등학교 1, 2 학년을 될 법한 애의 어머니였다.

부인은 애를 익숙한 손놀림으로 끌어와 자신의 앞에 앉혔다.


'하긴 지금은 조선시대니까 놀랄 건 아닌가.'


30 넘어서 결혼하는게 당연한 거 같은 시대에 살다보니 이 광경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너무 상심할 거 없다. 너가 잘 아는 원균이 그 친구도 28세에 무과에 급제하지 않았더냐. 그 친구도 급제야 좀 늦었지만 지금 무인으로서 맡은 바를 잘 하고 있지 않더냐? 좀 급제가 늦어 지더라도 초조해 할 건 없다. 아직 네 나이 28세가 아니더냐."


아저씨가 근엄한 표정으로 날 위로해 주셨다.


"아···예···."


마치 삼수에 실패한 뒤 아버지랑 저녁을 같이 먹었던 때가 떠올라서 체할 것 같았다.


"그래도 그 신립이라는 사람은 우리 순신이보다 어린데 벌써 무관으로 크게 승진했다던데···"

"어허 이 사람아. 왜 그런 소리는 해."


중얼거리는 아줌마를 아저씨가 호통쳤다.

가시방석이었다.

여기 진짜 장군님이 앉아계셨으면 얼마나 불편했을까.

생판 남인 나도 이렇게 불편한데···


"다행히 조상님 은덕으로 먹고살 걱정은 없다. 너도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다음번 무과 준비나 철저히 하거라."

"예, 예···"


나는 엉겁결에 대답했다.

그래도 조선 시대 과거 시험은 3년에 한 번 있다.

아직 먼 미래의 일이니까 나중에 생각해도 되겠지.


지금은 그것 말고도 생각할 일이 많았다.

난 대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대체 역사물 연재 시작하겠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고증에 관해서 조선시대에 대해 제가 모르고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가능한 수정하면서 진행할 생각입니다.

현재 이순신 장군의 긴 인생중에 일부분인 젊은 시절을 다룬 1부 만 연재하려고 생각 중이고 화수가 그리 길지는 않을 듯 합니다. 재밌게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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