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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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2.07 13:04
최근연재일 :
2023.12.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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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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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방에서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는데 부인이 찾아왔다.


"방금 군관이 왔다 갔는데 서방님에게 관청으로 출두하라고 전하라 했습니다."


부인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무슨 일인지 물었다.


'드디어 연락이 온 것인가···?'


관청에서 날 찾을 일 이라곤 한 달전 올린 상소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재빨리 의관을 갖춰입고 관청으로 갈 준비를 했다.


"정말로 나쁜 일은 아닌 거지요?"


부인은 걱정스런 얼굴로 재차 확인했다.


"내가 평소에 허튼 짓을 하고 다녔소? 아마도 주상전하께써 중요한 국가대사를 결정하는데 내 상소를 참고하려는게 틀림없소."

"글쎄요··· 과거에 계속 낙방만 하시는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영···"


부인이 못 미덥다는 듯이 고개를 외로 꺾었다.


"허 참. 그 얘기는 또 왜 자꾸 꺼내오. 빨리 옷들 좀 가져다 주시구료."


내가 과거에 불합격한 건 아니었지만 현생에서 수능 삼수하던 시절이 떠올라 괜히 불편한 나였다.

다행히 부인은 별말없이 두루마기와 버선등의 의관을 내어왔다.


아산 지역을 관할하는 관현에 도착하니 현령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이 생원. 어서 오시게."

"현령어르신 강녕하셨습니까."


왠지 현령이 나를 아는체 하길래 대충 처음 봐도 다시 봐도 무난한 인사를 했다.


"자네가 인재인 줄은 알았지만 젊은 나이부터 이렇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줄은 몰랐네. 참 대단허이."


현령이 은근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무슨 일 입니까?"

"조정에서 자네를 불렀네. 빠른 시일 안에 데려오라고 했으니 지금 바로 출발해얄 것이네."

"알겠습니다."


내 예상대로 조정에서 날 부른 듯했다.


"돌쇠야 너는 집안에서 걱정하지 않도록 돌아가 아뢰고 오너라."

"예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나으리."


돌쇠가 나가자 현령이 응접실로 날 안내했다.


"기다리는 동안 엽차에 과자라도 곁들이세. 이야기도 좀 나누고. 허허."


현령은 내가 조정에서 관심을 두는 유망주라고 생각했는지 대접이 은근했다.

귀한 곶감과 팥떡 등이 곁들여진 엽차를 즐기며 좀 기다렸다.

얼마 안가 관원이 바깥에 말이 준비 되었다고 알려왔다.


밖에 나가니 돌쇠가 말 고삐를 잡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관에서 경비를 대주고 호위군관도 한명 붙여줄 것이네. 조심히 다녀오게."


현령이 어깨를 매만져주며 자상한 얼굴로 날 전송해 주었다.


"배려 감사드립니다. 돌아와서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나는 현령에게 인사하고 말을 타고 한양으로 향했다.


며칠을 걸쳐서 한양에 도착하니 과연 아산과는 다르게 사람도 많고 커다란 기와집이 늘어서 있었다.


"한양은 과연 다르군요. 쇤네는 깜짝 놀랐습니다요."


돌쇠가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며 말했다.


"근처 여관에 짐을 푸시고 등성하시지요."


관원의 말에 우리 일행은 여관으로 향했다.

간단히 짐을 풀고 나는 관원을 따라 관청으로 향했다.

나를 데려온 관원이 앞서 설명하자 곧 관원 한 명이 마중 나왔다.


"아, 자네가 이순신인가? 자네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따라오게."

"절 부른 사람이 누굽니까?"

"6조의 별제 어르신이네."

"별제 어르신이요?"


별제라면 종 6품의 관원이었다.

선조가 날 불렀을 거라 생각한 나는 좀 실망하며 관원의 뒤를 따랐다.


"그 별제 어른의 성함이 어찌 됩니까?"

"류 자 성룡 자를 쓰시네."


'류성룡···!'


날 부른 사람이 서애 류성룡이었구나.

나는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관원을 뒤따랐다.


6조의 공무를 보는 듯한 관청 건물에 들어가니 청렴한 선비 같아 보이는 인상의 관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벌떡 일어나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는 걸 보니 그가 류성룡인듯 했다.


"순신이! 어릴 때 모습이 남아 있구만. 그간 잘 지냈나?"


류성룡이 내 손을 꼭 잡아주며 살갑게 맞이했다.


이순신과 류성룡은 어릴 적 한양에서 친하게 지낸 과거가 있었다.

이순신의 둘째 형 이요신이 퇴계 이황의 학당에서 수학했는데 마침 류성룡도 같은 동문 사이였다.

이요신과 류성룡은 절친한 친구가 되었고 요신의 동생인 순신과도 자연히 어울려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서애 형도 풍채가 좋아지셨군요. 주상 전하의 신임을 받아 주요 내직을 역임하며 큰 일을 하시는 걸로 시골에서나마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류성룡이 씩하고 웃었다.


"큰 일은 무슨. 다만 주상 전하께서 과분하게 믿어주시니 분골 쇄신할 뿐이네."


관원은 물러가고 우리 둘은 자리에 앉았다.


"그래, 요신이에게 듣기로는 승마 시험을 보다 말에서 떨어졌다는데 몸은 좀 어떤가?"

"머리를 좀 다쳤는지 기억이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좀 기억을 못해도 너무 괴이쩍게 여기지 말아 주십시오."


아무래도 내밀한 과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모르는 일이 나올거고 류성룡이 의아하게 여길 터였다.

미리 기억 못하는 타당한 이유를 밑밥을 깔았다.


"그것 참 큰일이군. 그런 일이 더러 있다고 듣기는 했다만···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데."


류성룡은 진심으로 오랜만에 만난 어릴적 친구의 몸 상태를 걱정해주었다.


"서애 형님은 어쩐일로 절 부르셨습니까."

"음 사실은 자네가 올린 상소문을 보았네. 그 상소문의 내용에 주상 전하도 깊은 관심을 보이시고 있네."


류성룡의 말에 나는 안도했다. 어쨌든 선조의 귀에 일본의 침략을 경고했으니 아무리 암군이라고 해도 어느정도 방비할 생각을 할 터였다.


"사실은 조정에서도 왜구의 침략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자네 말대로 왜국의 직전신장이라는 자가 우리 나라를 노린다면 얼마나 골치아파 지겠는가?"


조선의 해안가는 오랜세월 동안 왜구의 약탈로 힘들어 했다. 고려시대부터 왜구 소탕에 힘을 쏟았으니 오죽 하겠나.


다만 류성룡 등 조정에서는 내가 경고한 일본의 침략을 단순히 왜구가 더 대규모로 약탈을 시도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다.


"서애 형님을 비롯한 조정에서는 단지 왜구의 약탈이 더 대규모로 이루어질 것을 예상하시는 것 같은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단호한 내 말에 류성룡이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럼 왜놈들이 어떤 일을 벌인 다는 말인가?"

"왜국의 대규모 군대가 조선 땅을 침략할 수 있습니다."

"왜의 군대가 조선을 침략한다? 그 오랑캐 놈들이 그만한 군사력이 있다는 말인가?"


류성룡은 내 말을 못 믿겠다는 태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닌의 난 이후에 100년 넘게 통신사조차 보내지 않은 조선이었다.

일본의 사정에 대해서 놀라우리만치 모르고 있을 터였다.


"왜항에서 일하는 왜인들에게만 물어봐도 직전신장이라는 자가 평소에 걸핏하면 조선과 명을 정벌하겠다고 떠들어댔다는 것은 다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자들은 지난 100년 동안 자기네들끼리 싸우면서 힘을 길러 왔습니다. 그 병력은 30만 대군이 넘는다고 합니다."

"30만?! 아무리 그래도 30만 군대는 너무 허황된 얘기가 아닌가?"


실제로 임진년에 왜군은 10만의 대병력으로 조선을 침공해왔다. 류성룡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과장하긴 했지만 뒤의 예비대와 본국의 병력을 생각하면 30만 군대는 충분히 가능한 수치였다.


"적어도 왜국이 그정도의 군대로 침공할 것을 예비하고 대비해얄 것입니다."

"음···"


류성룡이 침음을 흘리면서 고민했다. 그로서도

어느정도 일본의 위협을 느끼고 내 말에 관심을 보인 것일 터였다. 그러나 내가 말한 적의 위협이 생각보다 더 커서 놀란 듯했다.


"자네가 왜국의 사정을 잘 아는 듯한데 내 밑에서 왜구의 침략을 막을 준비를 해 볼 생각은 없나?"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당연히 나서야 겠지요. 다만 저는 3년 후의 무과에 나갈 생각이니 그 전까지 만이라면 힘을 보태겠습니다."

"허허, 잘 생각했네. 정식으로 관원이 된 것은 아니지만 나라에서 섭섭치 않게 녹이 나올 것이고 나중에 과거에 급제해서 정식 관원이 되더라도 6조에서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걸세."


류성룡이 기뻐하며 내 손을 맞잡았다.


'말하자면 인턴 같은 거로군.'


"자네는 찰왜부의 외부 관원 자격으로 일을 도와주길 바라네."

"예."

"정식으로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주상전하를 알현하러 가세. 전하도 자네를 보고 싶어 하셨네."

"주상전하를 뵐 수 있는 겁니까?"


내가 깜짝 놀라 묻자 류성룡은 허허롭게 웃었다.


"그리 긴장하지 말게. 우리 부서는 주상전하의 직명을 받는 부서이니 알현할 일이 많을 걸세."


나는 류성룡을 따라서 어전으로 향했다.

내관에게 알현의 뜻을 전하고 얼마뒤 선조를 만날 수 있었다.


"그대가 이 당상관의 손자인가?"


선조가 나를 살갑게 맞이했다. 나이는 이순신 장군보다 7살 연하. 21세의 젊고 날카로운 인상의 젊은 왕이었다.


"이 순신이라 하옵니다."

"과연 조부를 닮아 강직해 보이는구나."


본적도 없는 조부를 거론하며 나를 상찬하는 선조.

이순신의 조부 이거는 연산군의 스승까지 맡은 정3품의 당상관이었다. 강직한 선비였다고 전해진다.


"그래, 성룡에게 듣기로 그대가 왜국에 대해서 잘 안다지?"

"몇 번 왜국을 다녀와 그 풍문을 듣고 우려스러워 상소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두어 번 도쿄 등지로 여행 갔었으니까.


"직전신장이라는 자가 그리도 흉폭하더냐?"


선조가 걱정스레 물었다.


"신장뿐 아니라 그 밑에 목하수길이라는 자가 있사온데 제가 볼때 신장의 아들들이 어리석어 그자가 왜국을 차지할 듯 보였습니다. 그자는 신장보다 더 위험한 자 이옵니다."


목하수길은 풍신수길의 옛 이름이다.

내말에 선조는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그 왜구들을 어쩌면 좋겠느냐."

"전하 신과 순신이 힘을 합쳐 나라의 우환을 막아 보겠나이다."


그 말에 선조가 나와 앉으며 내 손을 잡았다.


"오, 순신. 나라를 위해 힘을 보태 주겠느냐?"


나중에 내 통수를 칠지 모르는 선조였지만 지금 만큼은 진심으로 날 믿는 듯했다.


"저만 믿으십시오 전하."


삼도수군통제사가 되기 전에는 선조의 환심을 사둘 필요가 있었다. 선조는 우리 두 사람만 믿는다고 강조했다.


조정에서 나와 류성룡이 저녁 술자리에 초대했다.


"찰왜부에서 같이 일하기로 했으니 축하할겸 사람들 소개도 하지. 이따 술시에 한월루로 나오시게."

"알겠습니다."


숙소로 돌아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나는 한월루로 향했다.

한양에서 유명한 기루로 조선의 높은 관리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입구에서 류성룡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게 순신. 오늘은 밤새 마셔보세."


류성룡은 단골인지 기루 마담이 친근하게 맞이했다.


"내 오랜 벗이니 제일 가는 술을 내오고 제일 가락이 좋은 아이들로 들여 보내게."

"여부가 있겠습니까 별제나리. 안으로 드시지요. "


마담을 따라서 안 쪽 방으로 들어갔다. 현대의 룸쌀롱 처럼 조용하고 은밀하게 즐기기 좋은 곳이 나왔다.

이윽고 여자들이 술과 고기를 내왔다.


"한 곡조 뽑아보거라!"

"예 소첩 춘향가를 부르겠습니다."


기녀가 나에게 눈웃음 치면서 앞쪽으로 나서서 춘향가를 불렀다.


"얼쑤 좋다."


솔직히 현대인인 나로서는 판소리가 뭐가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류성룡은 마치 뉴진스 직관을 하는 팬 마냥 부채 춤을 추며 좋아 죽을라 했다.

나도 분위기를 깰수는 없어서 클럽에서 연마한 최신 댄스를 추며 호응했다.


"아니, 순신이? 그 흥겨운 춤사위는 뭐라 하는가? 재밌구만."

"부래이구라고 하는 외국의 춤사윕니다."

"허허 희안한 춤사위군, 나도 배워보세!"


우리는 같이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흥겹게 놀았다.

그때 드르륵 하며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오 금생. 이제야 왔는가?"


류성룡이 사내를 보며 반가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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