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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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2.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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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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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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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다음날. 나는 류성룡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 무역관련 일은 잘 처리 되었다지? 정말 수고 많았네.”


류성룡은 내 공적을 치하하고 앞으로 어쩔 것인지 물었다.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가족들을 보고 과거 준비도 해야 겠지요.”


2,3년 남았지만 현대의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에 준하는 난이도를 가진 과거시험이었다. 무과라서 공부할게 문과에 비해 적다고는 하지만 기초가 없는 내가 쉽게 통과하기 어려운 시험일 터였다.


“그래. 과거시험 준비가 한창일 수험생을 내가 괜히 시간을 뺐은 듯 해서 미안하구만. 그 사과로 내가 자네에게 한가지 정보를 줄까 하는데.”

“정보요?”

“자네 어제 율곡 선생을 만났다며?”

“성룡이 형이 그걸 어찌 아십니까?”


내가 좀 놀라서 물었다.


“나 정도 되면 다 연줄이 있네. 뭐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자네, 그 율곡이 과거에 9번이나 장원으로 합격하여 구도장원공이라 불린다는걸 아나?”

“아··· 들어본 것도 같네요.”


한 번도 하기 힘든 과거 급제. 그것을 장원으로 9번이나 붙었다는 것은 율곡 이이의 천재성을 나타내는 일화였다. 듣고 보니 예전에 공부했던 게 어렴풋이 떠올랐다.


“물론 율곡의 머리가 뛰어난 것도 있지만 그 스승이 쪽집게 강사로 유명하다지.”

“예엣?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저번에 자네가 기억상실로 여러가지를 잊어버렸다길래 아무래도 학문도 많이 잊지 않았을까 걱정했다네. 자네 정도의 인재과 과거에 합격 못하고 낙방한다면 나라에도 큰 손해가 아니겠나.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율곡이 수학했던 그 스승님을 찾아가도록 권하는 바이네.”


그 율곡 이이가 배웠다던 스승님이라면 찾아가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분은 지금 경기도 파주 지방에 있다는데 율곡에게 소개장을 부탁해보게. 듣기로 그자가 자네의 먼 친척이라지 않나.”

“감사합니다. 형님.”


나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다음날.

나는 이이 형님께 찾아가서 내가 기억상실로 학문을 많이 잊었다는 것을 밝히고 그 스승님에 대한 것을 물었다.


“내 스승님은 존함을 백 자 인걸 자를 쓰신다네. 가르치시는데 있어서는 정말 따를 자가 없는 분이기는 하지. 다만 내가 스스로 말하기는 겸연쩍네만 그분한테 배운다고 해서 나처럼 되기는 힘들 걸세. 과거에 급제한다는게 스승님을 잘 만난다는 것 보다는 스스로의 노력과 능력이 중요한 법이지.”

“물론 형님처럼 아홉 번이나 장원에 급제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무과 급제가 가능할 정도만 학문을 배우려는 것이지요.”

“그래그래, 아무래도 무과에 합격하기 위해 하는 공부가 좀 더 수월할걸세. 비록 문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무 역시 나라를 세우는데 중요한 것이니 말이야.”


앞으로 문보다 무가 더 중요해지는 전란의 세상이 올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이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 집안 식구의 부탁인데 소개장 하나 써 주는게 무에 어렵겠는가. 잠시만 기다리시게.”


곧 이이는 한지를 펼치고 유려한 필체로 소개장을 써주기 시작했다.


‘와···’


서예에 별 지식이 없는 내가 봐도 유려하고 힘 있는 필체였다. 현대였다면 바로 문화재로 지정될법한 글씨였다.


“스승님이 좀 성격이 까칠하신 분인데 그것만 빼면 흠잡을 데 없는 스승이시지. 잘 배워보게.”

“감사합니다 형님.”


나는 연신 감사함을 표하며 이이의 집에서 나왔다.


일단 나는 충남 아산의 집으로 향했다.

한양에 간다고 한게 작년 가을 즈음이었는데 벌써 새해가 다가왔으니 4개월 만에 돌아가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눈이 쌓여서 집을 떠날 때와는 또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나는 집으로 향했다.


“서방님···!”


마당에서 빨래를 널던 아내가 날 알아보고 쪼르르 달려왔다.


“어디 다친데는 없으십니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림으로 그린듯한 현모양처의 모습이었다. 요즘에 참 보기 드문 모습이다.


“부인이 걱정해준 덕분에 다행히 별 일 없었소.”

“참으로 다행입니다.”


나와 부인이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장남 녀석이 “아버지~!” 하면서 달려나와 내 품에 안겼다.


“회야. 그동안 엄마 말씀 잘 듣고 있었느냐?”

“예. 저는 착하게 어머니를 돕고 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콩.


부인이 그런 장남의 머리에 알밤을 먹였다.


“너는 어린 놈이 거짓말만 느는구나. 저번에도 밭에서 고구마 서리를 하다 들킨 녀석이.”

“히잉···.”


나는 장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부모님의 거처로 갔다. 효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부모님께 먼저 문안 인사를 드려야 했다.


“아버지, 어머니.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내가 두 사람이 앉은 안방에서 절했다.


“그래, 잘은 모르겠지만 나라의 부름을 받고 일을 하고 왔다고. 서애 그 친구도 서신을 보내서 너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더라.”

“정말 잘 됐지 뭡니까. 이렇게 급제하기 전부터 조정의 신임을 받으니 과거를 급제하기만 하면 출세는 따논 당상 아니겠습니까.”


어머님은 과하게 기뻐하셨다.


“흠흠. 그래도 우쭐하지 말고 시험 준비에 전념하거라.”

“예. 명심 하겠습니다.”


나는 두 분을 좀 보다 다시 말을 꺼냈다.


“집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다시 떠나야 할 듯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류성룡 형님이 추천해 주신 스승님이 있어서 그 밑에서 공부해 보려 합니다.”

“그래? 어떤 분이더냐?”

“예. 백 자 인걸 자를 쓰시는데 옛 조광조 문하에서 공부하신 분으로 율곡 이이 선생의 스승 되시는 분입니다.”


이이의 스승이라는 말에 두 부모님의 표정도 밝아졌다. 천재로 칭송이 자자한 이이의 스승이라면 믿을만 하다고 여긴듯 했다.


“그런 분 밑에 들어가서 배우면 좋겠지만 아무나 받아 주겠느냐?”

“실은 율곡 선생이 같은 덕수 이씨 종친이었습니다. 한양에서 만나 형제 결의를 맺고 소개장까지 써 주셨습니다.”


내 말에 부모님은 더욱 놀랐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냐?”

“꿈만 같구나.”

“소개장이 있으니 백인걸 선생님 문하에서 공부하는 건 가능할 겁니다.”

“그래 돈은 얼마든지 지원해 줄테니 공부 열심히 하거라.”

“감사합니다 아버님.”


저녁밥을 같이 먹고 방으로 가자 아내가 어두운 얼굴을 했다.


“돌아오시자 마자 이번엔 파주로 가신다고요.”

“그렇게 되었소.”


부인은 4개월이나 나가있던 남편이 또 나간다니 걱정도 되고 아쉬운 듯했다.


“내 나이도 있고하니 다음 과거에는 꼭 붙어야 되지 않겠소. 그대를 혼자두고 떠나자니 마음이 아프지만 어쩌겠소.”

“저랑 회는 괘념치 마시고 공부에 집중하세요.”

“고맙소.”


다음날 나는 파주로 향했다.

돌쇠가 내 말을 이끌고 갔다.


파주에 도착해 ‘백인걸 선생의 서당이 어디오?’ 하고 물으니 뒷쪽 언덕 너머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이 마을에서는 유명한 곳인듯 했다.


마을 외곽의 호젓한 곳에 꽤 규모가 있는 서당 건물이 보였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젊은 서생이 나와서 우리를 맞았다.


“예 저는 충청도에서 온 이순신이라는 자인데 백인걸 선생님 밑에서 공부하고자 찾아 왔습니다.”

“아, 입학 희망자시군. 그런데 우리 서당에는 아무나 받아주지 않소.”


서생이 귀찮다는 기색으로 말했다.


“사실은 율곡 이이 선생님께서 써주신 소개장이 있는데 백 선생님께 전해 주실수 있을련지요.”

“율곡 선생의 소개장이라고요?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


내가 소개장을 건네자 서생은 내 소개장을 들고 안 쪽 서재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백인걸을 만날 수 있었다.


“이이가 소개장을 쓰다니 흔치 않은 일이구만. 자네는 이이와 어떤 사인가?”

“예. 율곡의 먼 친척 됩니다.”

“친척이라고 해서 그냥 소개장을 써줄 친구가 아닌데 꽤나 자네가 마음에 들었나 보군. 이순신이라고?”

“예. 무과를 준비하고 있는데 배움이 얕은데다 최근에 낙마한 후에 머리를 다쳐 기억상실에 걸려 학문을 거의 다 잊었습니다.”


나는 최대한 사실대로 말했다.


“허어. 머리를 다쳤다고?”

“예. 원래도 변변찮은 학문이었습니다만 기억을 잃어 더 힘든 상황입니다.”


내말을 듣고 백인걸이 논어에 들어가는 기초적인 부분들을 물었다. 물론 내가 알리 없었으므로 다 모른다고 대답했다.


“허어. 가장 기본적인 소학도 기억을 못하니 이를 어쩌나.”

“선생님 방법이 없겠습니까? 저는 꼭 3년 뒤의 무과에 붙어야만 합니다.”


백인걸은 한참 고민하다 입을 뗐다.


“그래도 자네가 치려는 시험이 무과라 다행이네.문과 시험이었다면 하늘이 두 쪽나도 불가능 했을 것이야. ”

“그렇다면 방법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음. 속성으로 과거 무과 시험에 나왔었고 앞으로 나올법한 과목들을 중점적으로 공부한다면 불가능한 일 만은 아니지. 아직 시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그래도 피나게 노력해야 할 걸세.”

“선생님이 받아만 주신다면 공부에 전념하겠습니다.”


백인걸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공부에 관해서라면 나에게 배울 수 있겠지만 무과라면 무예 준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걸세.”

“이곳에서 무예 준비도 할 수 있습니까?”

“음··· 종합 서당을 목표로 세웠으니 무과와 잡과를 준비 할 기본 시설은 있네. 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서당은 문과 위주로 준비되어 있어서 본격적인 무과 준비를 하려면 다른 곳에 가야할 걸세.”


백인걸이 솔직하게 말하자 조금 망설여 졌다. 그러나 내가 봤을 때 3년 동안 무예를 기본적으로 익히는 건 크게 어려울 것이 없겠지만 문제는 학문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숭상해서 아무리 무과라도 기본적인 유교적 소양이 없다면 급제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무과에 응시해 합격한 척금생에게서 무예를 청한다면 속성으로라도 어느정도 준비가 가능할 듯했다.


“아무래도 학문적인 부분이 많이 부족하니 선생님 문하에서 먼저 공부하고 무예는 차후에 다른 곳에서 배우면 좋겠습니다.”

“흠. 그렇다면 나도 최선을 다해 보겠네. 자네도 공부에 심혈을 기울이도록 하게나.”

“예 선생님 감사합니다!”


대략적인 수업 방식을 들은 나는 돌쇠에게 명해 수업료로 가지고온 쌀 스무가마니를 옮기게 하고 백인걸을 따라서 기숙사 건물로 향했다.


“우리 서당은 기숙제로 이곳에 살면서 공부하고 있네. 자네는 처자식도 있는 몸이지만 아무래도 기초가 부족하니 과거 준비를 하려면 기숙하며 공부해야 할텐데 괜찮겠지?”


기숙학원에서 삼수하던 때의 어두운 기억이 떠올랐다.


‘설마 다시 기숙학원으로 오게 될 줄이야.’


“ 바라던 바입니다.”

“음. 마음가짐은 된 듯 하구나.”


백인걸은 주위를 살피더니 제자를 한 명 불렀다.


“흥식이 게 있느냐?”

“스승님 부르셨습니까?”


왜소한 체구의 나이가 좀 있어보이는 청년 서생이 튀어 나왔다.


“여기 새로 공부하러 온 이순신이다. 내가 오래 되었으니 생활이나 공부법을 좀 가르쳐주고 살펴주거라.”

“예. 알겠습니다.”

“나는 이만 갈 터이니. 오늘은 흥식이에게 배우고 내일부터 공부를 하자.”

“예. 스승님 들어가십시오.”


나는 백인걸에게 인사했다.

백인걸이 가자 흥식이라는 녀석이 날 째려봤다.


“너 몇살이냐?”

“...45년 생이오.”

“나보다 어리네. 깝치지마라.”

“...”


‘이새끼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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