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2.07 13:04
최근연재일 :
2023.12.21 22:05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33
추천수 :
8
글자수 :
80,534

작성
23.12.14 22:00
조회
29
추천
0
글자
12쪽

8화

DUMMY

센노리큐를 대동한 우리 일행은 쓰시마를 거쳐서 다시 인천부두로 도착했다.


“오! 조선의 경치는 과연 일본국과는 다르군요.”


리큐는 처음 오는 조선이 신기한 지 연신 두리번 거렸다.


“미리 준비해둔 도자기 공방이 있습니다. 바로 가시죠.”


인천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도자기 공방을 찰왜부에서 수배해 두었다.


“이 찰관 님이시군요. 이쪽입니다.”


찰왜부 소속의 군관이 우리를 공방으로 안내했다.


“오! 이게 조선의 백자입니까? 현지에서 이리 보니 더 대단해 보이는군요!”


리큐는 장인들이 만든 백자를 보고 좋아서 껌뻑 죽었다.


“허허, 마음에 드십니까?”

“들다 마다요. 조선은 과연 도자기 만드는데서는 당대 제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리큐는 정말 흡족한 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스님. 나중에 무역이 본 궤도에 오른다면 도공들을 일본 현지로 파견을 보내서 도자기 기술을 전수하는게 어떻겠습니까?”

“네엣?! 도자기 기술을 전수해 주신다고요?”


리큐가 깜짝 놀라서 눈을 꿈뻑거렸다.

그도 그럴것이 도자기 기술은 중요한 기밀인데 이것을 전수해 주겠다니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일본과 조선이 서로 우호적 관계를 쌓는데 도움이 된다면 까짓 도자기 기술 쯤 아까울게 무엇이겠습니까. ”


내가 호방하게 말하자 리큐는 감동 받은 얼굴로 눈가가 촉촉해지기까지 했다.


“이 찰관은 정말 일조 양국에 더 없이 필요한 분입니디.”


사실 도자기 기술이 일본인 입장에서는 명품 백 만드는 기술 마냥 대단하게 여기겠지만 조선에서의 인식은 그냥 도자기 기술이었다. 그닥 아까울 것도 없는 기술이다.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일본에 도자기 기술을 전해주면서 우호적 관계를 쌓을 수 있으니 이익이었다.


리큐는 한동안 공방을 둘러보며 도자기들을 관찰하고 일본에서 현재 수요가 많은 다기들이 어떤 것인가 장인들에게 알려주었다.


“말씀 하신 형태의 찻잔이라면 만드는게 그리 어렵진 않을 겁니다.”


도공은 흔쾌히 리큐가 원하는 형태의 다기를 생산하겠다고 했다.


“아미타불. 시주들의 도움으로 일본의 다도가 크게 발전하게 되겠습니다.”

“스님, 앞으로도 양국을 오가며 다기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 드는 경비는 찰왜부에서 부담하겠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소승이야말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리큐는 다도계의 유명인으로 일본의 지도자급 다이묘들과 크게 친분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조선에 대해서 우호적인 감정을 갖게한다면 훗날 도움이 될 터였다.


조선에서 무역을 할 도자기의 점검을 마친 우리들은 다시 쓰시마로 돌아갔다.


“순신. 도자기 점검은 다 마쳤느냐?”


쓰시마에서 무역상사를 만들던 척금생이 웃으며 우리를 맞았다.


“형님 일은 잘 돼가고 있습니까?”

“일이랄게 있겠느냐. 인부들을 모아서 왜국으로 갈 물건들을 쌓아둘 창고를 짓고 뱃사공들의 숙소를 짓고 있는 참이다.”

“잘 되었군요. 쓰시마를 경유해서 왜국과 거래한다면 많이 편해질 겁니다. ”


우리는 리큐 스님이 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배웅하고 다시 저녁 술자리를 가졌다.


“그래 무역관련 준비가 대충 마무리 되어 가는데 순신이 너는 앞으로 어찌할 셈이냐?”

“앞으로 무역에서 제가 필요할 일은 많이 없을 겁니다. 금생 형님이 잘 맡아주시고 저는 한양에서 성룡 형님에게 인사드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하긴 자네는 무과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할텐데 너무 붙잡아 둘 수도 없겠군. 공부 열심히 하게나.”


다음날 척금생에게 인사하고 나는 다시 한양으로 돌아왔다.


한양에 내가 머무르던 숙소로 돌아가 류성룡에게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아무래도 류성룡은 바쁜지라

만나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딱히 바쁜일은 없는지라 하루 이틀 쯤은 기다려 볼까 생각했다.

류성룡은 나중까지도 큰 도움이 될 인맥이었다. 며칠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인사는 하고 가고 싶었다.

그러던 다음날 아침.

뜻 밖의 사람이 찾아왔다.


“소인은 율곡 이이 선생님 댁의 하인이온데 선생님께서 어르신을 보고자 하십니다.”

“이이 선생님께서 나를?”


율곡 이이라면 몇년 전 돌아가신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시대 유학의 거목이라 불리는 대유학자가 아닌가? 그런사람이 야인으로 지내는 나를 보고자 한다니?

천원 짜리 지폐에 초상화가 새겨진 분에 대한 궁금증에서라도 이이를 만나보고 싶기는 했다.


나는 하인을 따라서 이이의 사택으로 향했다.


“그대가 순신이구만. 만나서 반갑네.”


이이가 웃으며 날 맞이했다.


“예. 그런데 선생님께서 어찌 저를 아십니까?”

“자네가 요즘 유명하더군. 류성룡의 아래에서 왜구들을 막는 일에 공을 세웠다지? 나 역시 덕수 이씨라네.

류성룡이 자네가 덕수 이씨라 알려주기에 한 집안 식구끼리 한번 만나보고 싶어 이리 불렀다네.”


이이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예.”

“자네와 내 촌수를 살펴보니 15촌 쯤 되는 듯 하더군.”


‘15촌 이면 거의 남 아닌가···?’


나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날 만나 좋아하는 이이에게 그런 말을 하진 못 했다.


“앞으로 날 형 처럼 여기고 힘든 일 있으면 주저않고 말 하게나.”

“예. 감사합니다.”


그 후로 이이는 술상을 들여서 내가 일본에 가서 활약한 사건에 대해 시시콜콜히 물어왔다.


“허어. 나는 왜국에 사는 놈들이 한낱 오랑캐라고 생각했는데 자네 말을 들어보니 얕봐서는 안 되겠구만.”


내 말을 들은 이이의 얼굴색이 달라졌다.

그러고보면 아직 이이가 십만 양병설을 주장하기도 전이다. 내가 이이에게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심어주어 이이가 좀더 일찍 십만양병설을 주장한다면 역사가 달라지진 않았을까?


“훗날의 일이 되겠지만 왜국의 전란이 끝난다면 그들의 최고 권력자가 부하들에게 어떻게 보상을 하겠습니까? 왜국의 땅을 다 나누어 주면 땅이 부족하여 조선을 넘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큰일이 나겠군.”

“이미 왜국은 직전신장이라는 자에 의해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준비는 빠를수록 좋을 것입니다.”


내 말에 이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나도 전부터 양반들 돈 있는 양민들은 다 빠지고 몇몇 힘없는 자들만 군역을 지는 현재 군역 제도에 문제가 있어서 이를 시정해야 겠다고 생각했네. 그런데 오늘 순신이 네 얘기를 듣고보니 정말 이대로 있어선 안 될 일이구나.”


현재 6조 정랑을 지내고 내년부터는 대사간으로 임명 될 이이라면 어느정도 끝발을 가지고 십만양병설을 주장할 수 있을 거였다.

현실의 역사에서는 그럼에도 결국 실패하는 십만양병설이지만 좀더 구체성을 띈 일본군의 침략을 대비하며 빨리 준비 한다면 혹시 몰랐다.


“형님께서 나서주시지 않는다면 정말이지 조선의 앞날에 큰 우환이 생기지 않을지 염려가 됩니다.”

“동생은 걱정 말게나. 내 당장 내일 아침 등성해서 주상전하께 대책을 강구하도록 말씀드리겠네.”


이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 선조가 과연 얼마만큼이나 군역을 손댈 수 있을지···.

사실 군역제도의 개혁이라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당장 군대에 가지도 않고 세금도 안내는 양반들에게 군대도 가고 세금도 내라 하면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제도를 앞장서서 실행해야할 관리들부터 양반신분이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은 격.

그렇기에 현실에서도 끝까지 제대로 손보아지지 않고 조선이 멸망할때까지 제대로 된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윤두수 영감께서 오셨습니다.”


방 바깥에서 하인이 일렀다.


“허. 시간이 벌써 그리 되었나?”


윤두수? 나중에 좌의정까지 올라가는 서인의 중진이었다.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험악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선비라기 보다는 산적같이 생긴 남자였다.


“율곡 먼저 손님이 와 있었는가?”

“두수 형님. 어서 오시오. 이쪽은 내 친척인 이순신이라고 합니다.”


이이가 윤두수에게 자리를 권하며 나를 소개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호오. 자네가 서애가 요즘 총애한다던 그 친구로군. 조정에서 자네 자랑을 그리 해대더군. 서애와는 어릴적 죽마고우라지?”


윤두수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저희 둘째 형님과 성룡 형님이 동문수학한 사이여서 저도 자주 보고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서애와 동문수학 했다면 돌아가신 퇴계 선생님에게 배웠겠구만.”


퇴계 이황의 얘기가 나오자 이이도 한숨을 내쉬었다.


“참 아까우신 분이 일찍 가셨습니다.”

“그분이 학문을 비롯해서 다 좋았지만 정치는 좀 잘못하셨지.”


윤두수가 말하자 이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 입장 차가 다른 것이니 그건 제쳐 두더라도 그분의 학문만으로도 존경할만 하지요.”

“그건 나도 동감일세.”


이이와 윤두수는 둘다 서인으로 동인의 우두머리 격인 이황과는 사이가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 자네 얘기를 들으니 앞날이 기대되는 친구 같은데 류성룡 같은 자와는 깊게 교제하지 않는게 좋을걸세.”

“... 무슨 말입니까?”


찰왜부의 직속 상사로 잘 해준 류성룡에 대해 윤두수가 험담을 하려는 듯하자 난 좀 날카롭게 받았다.


“그친구는 머리는 좋은 사람이 시국을 정확히 볼줄 모른단 말이지. 자네와 같은 집안 사람인 이이가 이쪽 사람인데 자네가 동인의 류성룡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영 좋지가 않을 걸세.”

“제가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 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뭐야?”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이이가 웃으며 말렸다.


“두수 형님 그만 하시죠. 순신이와 류성룡이 어릴적부터 죽마고우라는데 그 앞에서 친구의 욕을 하는 것도 옳지 않은 듯합니다.”


이이가 그렇게 나오자 윤두수도 몇번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속 좁게 서애의 험담을 하는게 아니라 제대로 된 정견을 가지고 나랏일을 하려면 우리 쪽으로 오는게 낫다는 충고를 하려는 것 뿐이었네. 순신이 자네는 아직 젊으니 잘 새겨 듣게나.”

“예. 어르신. 충고 감사드립니다.”


나는 류성룡과의 교우관계를 끊을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내 앞의 두 사람은 류성룡보다 나이도 지위도 훨씬 높은 사람들이었다. 밉보여서 좋을건 없었다.


“두 분께서 미리 약속을 하신듯 한데 저는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내가 일어나자 이이가 미안해 하면서 나를 배웅해 주었다.


“자네와 내가 같은 덕수 이씨라는 걸 알게 되어 기뻐서 두수 형과 약속을 한 일도 잊고 그대를 불렀구만. 순신이 나중에 한가할 때 다시 보세. 내 이 사죄는 그때 치르도록 하지.”

“아닙니다. 형님 신경쓰지 마십시오. 천하에 이름이 나신 형님께서 이리 불러주신 것만 해도 큰 영광입니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게나.”


이이는 마당까지 나와서 나를 배웅해 주었다.


***


이순신이 나가고 나서 이이는 다시 사랑방으로 돌아왔다.


“저 친구 강단이 있어 보이는데 벌써 서애의 사람이 된 듯하니 아쉽구만.”


윤두수가 술잔을 한잔 기울이며 말했다.


“서애의 사람이든 우리 사람이든 나라를 위해서 다같이 일하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윤두수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아직 나이가 어려 친구의 편을 드는 것이겠지요. 관직에 나아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지 않겠습니까.”


이이는 허허롭게 웃으면서 윤두수가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16화(1부 완결) 23.12.21 30 1 5쪽
15 15화 23.12.21 21 0 12쪽
14 14화 23.12.20 25 0 12쪽
13 13화 23.12.19 26 0 12쪽
12 12화 23.12.18 28 0 12쪽
11 11화 23.12.17 35 0 12쪽
10 10화 23.12.16 35 0 12쪽
9 9화 23.12.15 32 0 12쪽
» 8화 23.12.14 30 0 12쪽
7 7화 23.12.13 34 0 12쪽
6 6화 23.12.12 44 0 12쪽
5 5화 23.12.11 41 0 12쪽
4 4화 23.12.10 51 0 12쪽
3 3화 23.12.09 53 1 12쪽
2 2화 23.12.08 62 2 12쪽
1 1화 23.12.07 87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