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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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2.07 13:04
최근연재일 :
2023.12.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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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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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서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현충사에서 들렸던 장군님의 목소리도 기억났다.


'분명히 백성들을 더 많이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하신 거 같았는데···'


나는 마침 졸업 논문으로 이순신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이순신이 무과에서 낙마해서 떨어진 건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온 유명한 에피소드다.

머슴은 지금이 계유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분명히 1573년일 것이다.


'맙소사. 거의 500년 전으로 왔다는 거잖아.'


임진왜란은 분명 1592년이다.

왜란까지 아직 19년은 남았다.

이순신 장군님이 임진왜란 직전도 아니고 무려 19년 전으로 보냈다는 것은 무슨 뜻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우다다다다!


생각에 잠겨 있는 내 앞으로 7살 꼬맹이가 마구 방안을 휘젓고 다녔다.


“회야! 방 안에서 뛰지 말라고 그랬지!”


방 안에는 나를 비롯해서 아내··· 와 아이도 같이 있었다.


“누굴 닮아서 이리 천방지축인지 원···”


이순신의 부인.

기록에는 방수진으로 이름이 추정 되는 방씨 부인.


부인은 이순신의 장남으로 올해 7살난 이회를 자기 품으로 끌어들였다.

아이는 엄마 품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비틀었다.

현실에서는 여친도 없는 내가 애딸린 유부남이 되다니··· 뭔가 굉장히 어색하고 억울한 느낌이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고 계십니까?”


방씨 부인이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좀 걱정이 되어서···”


방씨 부인이 의아해 하지 않도록 최대한 사극 톤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어서 대답했다.

오늘 하루 종일 기억 상실증에 걸린 내 몸 상태를 걱정하는 온 가족들에게 시달린 터라 기억이 좀 돌아온 연기를 해야 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서방님이 이번에는 운이 안 좋아서 낙마를 하셨지만 그 외에 성적은 좋지 않았습니까. 다음 번 시험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방씨 부인이 나를 위로해주려는 듯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아무래도 가족들은 내가 무과에서 떨어진 탓에 큰 상심을 해서 행동이 이상한 것이라고 지레 짐작을 하고 있는 듯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내 이상한 태도를 가족들이 많이 이상해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나는 역사학도였고 이순신에 대해서 이전에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했어서 크게 의심받지 않고 이순신으로서 연기해 나갈 수 있었다.


“너무 괘념치 마시고 오늘은 이만 쉬시지요.”


부인은 그렇게 말하고 방의 불을 끄려 했다.


“어, 저기···벌써 자려고 하오?”

“자야지요.”


방씨 부인이 이상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방씨 부인은 벌써 아이를 한 명 낳았지만 전혀 그 미모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예뻤다. 블럭핑크 지수를 닮았다···

한 이불에서 자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이불을 깔고 있는 부인이 조금 부담스럽다.


‘아내와 같이 자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아직 결혼도 안 한 총각인데··· 왠지 싱숭생숭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 마자 대충 세수하고 씻고 수라상을 받으니 대충 8시 쯤 된 듯 싶었다.


‘이거 스마트폰이 없으니 영 불편하구만.’


폰도 없으니 할 것도 없고 툇마루에서 멍하니 있었다.

어젯 밤에는 애랑 부인 때문에 조용히 혼자서 생각에 잠기지 못 했다.


‘이순신 장군님은 분명 나한테 더 많은 백성들을 구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9년 전으로 와 있다.’


이순신 장군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지휘로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대승을 거둔 장군이었다.

전쟁에서 그분 이상으로 잘 할 수 있을리 없었다.

물론 중간중간에 원균과 선조의 트롤 짓으로 해군이 큰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백성들의 피해를 봤을 때는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전쟁을 수행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 동안 마당을 거닐면서 이순신 장군이 나를 과거세계로 보낸 뜻을 가늠해 보려 했다.


‘... 전쟁을 이순신 장군 이상으로 잘 이끌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최대한 피해를 줄이는 것. 아예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면 되었다.

아예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백성들이 죽을 일도 없다.


‘전쟁을 막는다라···’


나는 또 다시 생각을 굴렸다.

전쟁을 막으려면 일단 조선 조정이 일본이 침략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했다.

그래야지 외교로 전쟁을 막던지 최소한 전쟁이 일어났을 때 큰 피해가 없도록 대비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일본이 침략할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지?’


역사학도로서 이순신과 임진왜란을 공부하면서 그 부근의 일본사도 대략적으로 같이 봤었다.

1973년도 쯤에 일본의 상태는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정권을 잡기도 전이었다.

그의 전임자 오다 노부나가가 살아있던 시기로 히데요시는 오다의 일개 부하에 지나지 않았다.

애시당초에 조선 침략은 커녕 오다는 일본을 통일하기도 전이어서 집안 싸움에 열중할 시기다.

이 시기에 오다의 일개 부하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해 봤자 나부터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오다가 곧 통일을 할거고 그렇게 된다면 조선을 노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스토리를 짜야될까?

내가 생각해도 좀 무리한 비약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조선은 미리부터 방비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조선시대의 왕은 선조였다.

미래의 역사를 아는 나로서는 그가 못 미더운 것은 사실.

그러나 사실 선조도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제법 나라를 잘 다스린다는 평가를 받던 왕이었다.


'선조에게 상소를 올린다면 임진왜란을 방비할 수 있을까?'


방법은 그것 밖에 없었다.

상소를 올린다고 하면 일반 사대부도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관직에 있는 관원이라야 약발이 먹힐 것 같았다.


'관원이라··· 나, 아니 이순신 주변에 관원이 누가 있었더라···'


당장 떠오르는 인물은 역시 서애 류성룡이다. 이순신이랑 어린시절 친구 사이기도 하고 나중에도 이순신의 뒷배 역할을 한 정승이다.

어떻게 류성룡을 찾아가 봐야하나?


마침 마당에서 부인이 빨래를 걷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하십니까?"

"어··· 주상 전하께 올려야할 상소가 있는데 전달해 줄 관원이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소."

“전달해 줄 관원이요?”

“아무래도 야인 신분인 내가 바로 주상 전하께 직소할 수는 없지 않겠소.”


잠시 곰곰히 생각하던 부인이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장사랑의 봉작을 받으신 분인데 어찌하여 멀리서 찾으십니까?”

“아··· 그도 그렇구려. 부인도 알다시피 말에서 떨어진 후에 내가 좀 까먹는 게 많아졌소.”


아버지 이정은 음서이긴 하지만 나라의 봉작을 받은 양반이었다.

이정에게 부탁하면 선조에게 상소를 올릴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바로 방 안으로 들어가서 머슴 돌쇠에게 먹과 종이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잠시 멍해졌다.


조선 시대의 상소를 언문이라고 불리는 한글로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역사학도로서 한문을 어느정도 배우기는 했지만 유창하게 글을 써서 올릴 정도는 아니었다.


‘이거 참 큰일이군.’


어쨌거나 나중에 사람을 시켜서 글을 한문으로 번역한다고 치고 일단은 한글로 상소문을 쓰기로 했다.


[ 소신은 옛 영중추부사였던 이변(李邊)의 후손이자 장사랑 이정의 셋째 아들 이순신이라 하옵니다.


다름이아니라 소신이 근년에 왜국을 방문한 일이 있었사온데 왜국의 분위기가 많이 불온하였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왜국의 왕인 직전신장이라는 자가 공공연히 힘을 모아서 우리나라를 치고 불경스럽게도 명나라까지 정벌하겠다고 떠벌리고 말 뿐 아니라 군사까지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소신이 이에 깜짝 놀라서 왜국의 분위기를 보니 과연 병사들의 기운이 흉흉하고 귀기가 서린 것이 가만히 자기 나라에서 평화롭게 지낼 자들이 아닌 듯 싶었습니다.

게다가 직전신장이라는 자는 저 멀리 서양의 화란이라는 나라에서 철포라는 무기를 사들였다고 하는데 이 위력이 단순히 새나 잡는 것에 지나지 않고 병사에게 들리면 능히 일당백의 위력을 뽐낸다고 합니다.


이에 나라의 앞날에 큰 우환이 염려되어 상소를 올리는 바이니 주상 전하께오서는 소신이 전달하는 사실을 조사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臣 이순신 署名.]


나는 한글로 적은 상소문을 가지고 마을의 대필가를 찾아가 쌀 한 말을 지불하고 한문으로 대필하게 시켰다.

생각보다 한문 문장을 못 짓는 실력 없는 사람이 많은 듯 대필가는 별로 수상히 여기지도 않고 내가 한글로 쓴 상소문을 멋드러진 필체의 한문 상소로 바꿔주었다.

나는 상소문을 격식에 맞게 족자로 만든 다음 둘둘 말아서 품에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아버지는 안방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고 계셨다.


“아버지 부탁이 있습니다.”

“무슨 부탁?”

“제가 긴히 주상 전하께 올릴 상소문이 있으니 아버지가 관청에 전달해 주셨으면 합니다.”

“상소문이라니 네가 무슨 상소문을 올린단 말이냐?”

"아버지 앞으로 있을 큰 우환을 대비하기 위한 상소이니 자세한 건 묻지 마시고 조정에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버지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지만 내 진지한 표정을 보시더니 상소문을 챙겨 일어나셨다.


"그래도 네녀석이 평소에 쓸데없는 장난이나 하는 녀석은 아니었지··· 네가 나라를 생각하는 충정은 엿보이니 관아에 전달하도록 부탁해보겠다."


아버지를 통해서 상소를 전달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조정에서 별 소식은 없었다.


하기야 전국에서 올라오는 상소의 양이 어마어마하니 일개 지방 유생의 상소가 선조한테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상소가 전달 된다 하더라도 선조가 내 상소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확률도 컸다.


한 달이나 지났는데 상소의 효과에만 기대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도 지난 한 달 동안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3년 후에 있을 무과 준비를 위해 틈틈이 무예를 연마하며 한문을 하루빨리 읽고 쓸 수 있도록 공부에 전념했다.


'결국 무슨 수를 써도 임진왜란을 사전에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최소한 역사대로 임진왜란 전까지 수군 절도사가 되어야 했다.'


만약 이순신이 임진왜란에 없었다면 어땠을까?

물을 필요도 없이 이 땅은 일본 땅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순신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이순신인 상황이다.

내가 이순신 장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임진왜란은 어떻게 될까?


낙관적으로 본다면 다른 누군가가 활약을 해서 역사가 비슷하게 흘러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아니라면?

나는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이 조선 수군을 12척만 남기고 거의 전멸시킨 사건을 기억했다.


'그런 일만은 막아야해.'


어떻게든 전쟁을 막는게 우선이었지만 잘 안 될 때를 대비해야 했다.

역사학과를 나와서 한자는 그나마 친숙한 편이었지만 운동은 전혀 안 하다시피 한 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기 시험인 식년시는 3년 가량 남았다는 것.


'매일 조금씩이라도 팔굽혀펴기랑 스쿼트를 해야지.'


조선 시대에 역기 같은 건 없으니 맨몸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기로 했다.

3년 후의 무과에서 무슨 수를 써써든 합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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