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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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2.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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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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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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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가까스로 호랑이를 잡은 나는 녀석의 머리만 자르고 몸은 땅을 파서 묻어주었다.

한낱 짐승이지만 녀석을 쫒아 몇 주 동안 산을 헤메다 보니 묘한 감정이 생겨서 그냥 쓰레기마냥 아무데서나 썩도록 놔두는 것은 좀 불쌍하게 여겨졌다.


“죽어선 좋은 곳에 가라.”


종교가 없는 나였지만 호랑이를 위해 간단히 기도하고 난 뒤, 백두산 천지를 향해서 산을 올랐다.

천지에서는 척후인이 말에게 먹이를 주며 유유자적하고 있었다.

나는 척후인에게 다가갔다.


“호오. 정말로 호랑이를 잡아왔단 말이냐?”


척후인은 내가 가져온 호랑이 머리를 보며 감탄했다.


“좋다. 네녀석이 어느정도 근성이 있는 녀석이란 건 인정하지.”

“그렇다면...”

“내 밑에서 배우는 것을 허락하겠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 날 부터 척후인 밑에서 낮에는 수련하고 밤에는 병법을 배우는 나날이 시작되었다.


척후인은 양반가 출신 답게 논어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소양이 있어 부족한 학문도 보충할 수 있었다.


“히이잉!”


나는 말 고삐를 잡고 위에서 떨어지지 않느라 애먹었다.

과거 시험 과목중에서는 말 위에 서서 활을 쏘는 것도 있었다.


‘이건 그냥 서커쓰잖아.’


나는 혀를 찼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대로 따지면 군 간부를 뽑는 시험이었다. 쉬울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몇 달 간 노력한 끝에 말과도 친해졌고 격구라는 괴상한 스포츠도 점차 익숙해졌다.


“네가 호랑이를 잡아왔을때 너는 이미 무과를 통과할만한 자질을 얻은 것이다. 내가 가르치는 것은 그저 시험을 쉽게 통과하기 위한 잔기술이라고 생각해라.”


스승인 척후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모든 공부는 스스로 고민해가며 익히는게 제일이라고 했다. 혼자서 고민하며 배울 자질이 없으면 가르쳐 봤자 말장 헛것이라는게 스승님의 생각이었다.


그 후 1577년이 올 때 까지 일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척후인의 밑에서 시험 준비를 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검을 휘두르고 활을 쐈다. 조랑말 보다 두배는 큰 전투용 전마에도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이 정도면 네놈이 무과시험에서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1576년이 끝나갈 때 쯤 척후인이 내 공부를 칭찬하며 인정해 주었다.

그러나 나는 과거시험 때까지 조금 더 무예를 갈고 닦을 생각이었다.


1577년 2월. 드디어 올해 열리는 정기시험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스승님 그간 감사했습니다.”

“그래 시험 잘 보거라.”


나는 척후인에게 인사를 한 후 산을 내려왔다.

먼저 충남의 집으로 가서 과거에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한양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서방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느덧 만삭이 된 아내가 눈물을 글썽이며 날 맞았다.


“미안하오. 시험 준비를 한다고 집안일을 신경쓰지 못했구료.”


처음에는 형식적으로만 부부라고 생각했지만 방수진과도 어느새 살을 섞으며 진짜 부부같은 감정이 들게 되었다.

수험 준비 중에도 설날과 같은 명절에 잠깐 고향으로 돌아와 있을때 밤일을 치른 것이 그 동안 둘째가 태어나고 이제 부인의 뱃속에는 셋째 아이가 들어서 있었다.


“면아. 아버지가 시험 잘 보고 올테니 엄마 뱃속에서.건강하게 있어야 한다. ”


나는 부인의 배를 쓰다듬으며 뱃속의 아기에게 말을 걸었다.


“아부지 꼭 과거에서 합격하세요!”


이제 9살이 된 장남 이회가 말했다.


“그래 너도 어머니를 도와서 동생들을 잘 돌봐야 한다.”


나는 부모님께도 인사드리고 백두산에서 부터 같이 온 전마를 타고 한양으로 향했다.

잡다한 짐들은 하인 돌쇠가 조랑말을 타고 옮겨 주었다.


오랜만의 한양에 도착하니 척금생과 서란이 미리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친구 이제야 왔군.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네.”

“어서 오세요 오라버니.”


두 사람이 날 반겼다.


“금생 형님, 서란 두 사람 다 그간 무고하셨습니까?”

“우리야 별일 있겠나. 무역 일도 잘 진행되고 있다네.”

“일전의 사건 이후로 왜국의 암살자들도 큰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우리는 척금생이 미리 예약해 뒀다는 여관으로 향했다.


“과거시험이 열리는 즈음에는 여관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네. 그래서 내가 미리 손을 써둔 것이네.”

“고맙습니다 형님.”

“그래, 시험 준비는 잘 끝났나? ”

“예. 스승님께서 잘 가르쳐 주신 덕에 자신은 있습니다.”


내가 자신있게 말하자 척금생도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이네 자네같은 인재가 빨리 나랏일을 맡아서 해야되지 않겠나. 류성룡도 바빠서 못 오지만 자네에게 기대가 크다네.”

“예 반드시 합격하겠습니다.”


다음날 드디어 무과 시험이 시작되었다.

초시에서 보는 과목은 목전, 철전, 편전과 기사, 기창, 격구 등 말 위에서 활을 쏘거나 창을 다루고 막대기를 활용해 격구를 하는 능력을 시험했다.


척후인 스승님과 계속 연습했던 과목들이었기에 나는 어려울 것 없이 해내었다.


“오! 저 친구 굉장히 잘 해내는 걸.”

“누군가 대체?”

“이순신이라고 하던데···”


다른 시험 참가자들도 내가 시험에서 화살을 전부 과녁에 명중시키자 나를 눈여겨 보기 시작하였다.

기사와 기창도 어렵지 않았다. 수업하는 동안 나와 같이 먹고 잤던 전마는 내 몸과 같이 움직여 주었다.

말 위에서 쏜 화살들도 전부 과녁에 명중했고 기창 시험에서 나와 창을 맞선 상대들은 하나같이 내 창을 당해내지 못하고 항복하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보니 새삼 내 무예가 증진 된 것이 느껴지네.’


백두산에서 무예를 겨룰 사람이래 봤자 스승인 척후인 뿐이었다.

무술의 끝판왕 격인 스승과 비교하자면 내 자신의 실력이 어느정도 나아졌는지 잘 감이 오지 않았다. 막연히 그 전보다는 나아졌거니 생각하는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무과 시험장에 와서 보니 태반은 무과가 문과보다는 널널하겠거니 생각하고 지원한 양반가 자제들이 대부분인듯 보였다.


이들은 무예가 형편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볼품없는 무술을 별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듯했다.

그 외에 몇 명 진지하게 시험에 임하는 듯 보이는 자들도 보였으나 아무래도 나와 비교하면 부족해 보였다.


아무래도 오랜시간을 평화에 젖어 지내다보니 무과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조차 어딘가 기백이 부족해 보였다.


‘스승님이 어째서 나에게 우선 호랑이를 잡아 보이라고 명하셨는지 알 것 같군.’


스승님 정도의 실력을 가진 무인이라면 뼈대있는 양반 가문에서 어떻게든 제 자식을 과거에 합격시키기 위해 문하에 들이려고 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과거시험장에 와서 보니 무인으로서의 기본적인 기백도 안 되어있는 이들이 너무 많아 보였다.


아마 입학 시험도 치르지 않고 제자들을 그냥 받아들였다가는 스승님께서 견뎌내지 못했을 듯 싶었다.


첫날 초시를 무사히 치르고 숙소로 돌아오자 척금생과 서란 그리고 돌쇠는 너무 시험 결과가 궁금하다는 듯 나에게 질문을 해댔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긴장을 풀 수는 없겠지만요.”


아무리 평화 때문에 늘어졌다고 해도 과거는 과거였다. 초시를 잘 봤다고 해서 긴장을 풀고 늘어질 수는 없었다.


나는 며칠 후에 치를 복시를 준비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서 손자병법을 폈다.

과거시험은 초시 복시 전시의 세 단계로 구분되지만 실제로 합격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복시였다.

전시는 합격자들을 모아놓고 주상전하 앞에서 무예를 선보이고 1등부터 마지막까지 등수를 정해 인사를 배치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복시까지만 합격한다면 과거에 급제한 것이었다.

초시와 다른 점은 복시에서는 병법서와 유교경전을 무예 시험과 같이 본다는 점이었다. 무예는 척 스승님에게 배워 걱정되지 않았지만 한자로 글을 지어 치르는 병법서와 유교경전 시험이 좀 걱정되었다.

그래서 시험까지 며칠 안 남은 기간동안 책을 다시 한 번 독파할 생각이었다.


복시 시험날이 다가왔다.


시험의 주제는 날이 갈수록 피해가 심해지는 왜구의 격퇴법을 논하라 였다.


‘됐다!’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내 한자 작문 실력은 볼품없는 수준이었지만 일본의 침략에서 나라를 지키는 것은 내가 조선시대로 떨어진 후에 한시도 다르지 않게 고민하던 문제였다.


나는 거침없이 붓을 놀려서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을 써내려 나갔다.


왜구가 우리 땅에 침입을 못하게 하려면 일본의 권력자가 스스로 자신의 백성을 통솔하게 해야하고 우리 역시 해안 경비를 강화해야 한다. 그 방법은 현재의 군역제도를 개혁해서 전문적으로 군역에만 종사하는 직업 군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써내려간 답안의 골자였다.


병법서에 관해 논하는 시험이 끝나고 다음 시험은 유학서에 관한 시험이었다.


[무로 임금을 섬기는 방법을 논하시오.]


결국 어떻게 나라를 지킬 지 물어보는 시험으로 앞의 병법서 시험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나는 유학적인 관점에서 나라를 지키는 것이 곧 임금에 대한 충이라는 것을 논한 뒤. 역시 현재의 군역제도의 문제점을 들춰내고 군비증강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내 작문 실력은 좀 부족했지만 내용적으로는 감독관들도 충분히 납득 시킬 만한 수준의 문장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학문 시험이 끝난 뒤에는 초시와 같이 활쏘기와 말타기 능력을 점검하는 무예시험이 펼쳐졌다. 여기서는 초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나를 능가하는 자는 없었다.


모든 시험이 끝나고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과거 시험장을 나섰다. 적어도 내가 시험에서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숙소에 돌아가자 초시때와 마찬가지로 일행들이 궁금해 했지만 나는 걱정말라고만 말한 뒤에 푹 잤다.

전시 시험은 왕 앞에서 행해지는 시험이었지만 탈락할 우려가 없었으므로 부담감은 훨씬 덜했다.


드디어 전시 날.


선조가 복시 시험에 합격한 스무명 남짓한 인재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순신. 그대와 이렇게 다시 보는 건 오랜 만이구나.”


선조가 날 아는체 했다.

한 번 봤을 뿐인 나를 기억해 주다니 류성룡이 날 좋게 말해준건 맞는 듯했다.


“듣자하니 자네가 복시까지 장원이었다 하더군. 오늘도 기대해 보겠다.”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한 번 쯤 해보고 싶었다. 이 대사.


전시는 말하자면 쇼 같은 것이었다. 높은 순위로 급제해 금위군 같은 곳에 들어가고 싶은 녀석들이야 기를 쓰고 무예를 펼칠 테지만 어차피 나는 전라 수군 만호로 부임하고 싶었기에 성적 따윈 어차피 관심 없었다.


그러나 원래 사람이란 긴장을 풀고 평소 실력을 발휘하기가 힘든 법. 그걸 해내버린 나는 오히려 더 돋보이는 결과를 내버렸다.


쉭쉭쉭!


화살이 쏘는 족족 과녁판의 한 가운데를 꿰뚫어 버렸다.


“허허허. 이순신이야 말로 신궁이로다!”


선조가 신나하며 나를 치하했다.

주변 수험생들도 나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좀 숙쓰러운데···


“과찬이시옵니다.”


결국 장원으로 과거를 급제하고 홍패를 받아 버렸다.


“장원 이순신.”


감독관이 나지막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인자한 미소로 날 보며 ‘축하하네’ 하고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감독관의 입장에서 보면 주상전하의 총애를 받으며 무과 장원에 급제한 인물이니 친해둬서 손해날 것이 없었을 것이다.


“...흐헤헤헤.”


장원 생각이 없었더라도 1등은 언제나 기쁜 것이다. 나는 손에 쥔 합격 홍패를 보자 절로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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