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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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2.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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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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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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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쓰시마를 거쳐서 조선에 돌아오니 벌써 날씨가 쌀쌀한 가을이 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은 며칠에 걸쳐 이동해 한양에 도착했다.


류성룡 형님은 바빠서 다음날 늦게서야 만날 수 있었다.

찰왜부가 사용하는 외곽의 건물에 류성룡 형님이 늦게서야 도착했다.


“금생, 서란 그리고 순신. 세 사람 다 고생이 많았네.”


류성룡은 우리들을 치하했다.


“그래 왜국의 사정은 어땠는가?”


나는 류성룡에게 일본에서 있었던 일들과 어떻게 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만나게 되었는지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왜인들이 도자기를 팔아주길 원한다고?”


류성룡은 고개를 갸웃했다. 일본인들이 도자기에 대해서 가지는 집착은 현대에 와서 봐도 이상할 정도로 뜨거웠다. 류성룡이 이해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조선에서는 별 가치도 없는 밥그릇 조차 일본에서는 예술품으로 비싸게 거래되는 것이었다.

그만큼 이때는 조선과 일본의 도자기 기술의 격차가 컸다. 일부 학자들은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인들이 도자기를 원하는 마음이 컸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지금 왜국 상류층들 사이에서는 조선의 도자기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별 가치 없는 도자기를 팔고 쌀이나 조총같이 부국강병에 도움을 주는 물건들을 받아오려고 합니다.”

“흐음. 이치에 맞는 말이네. 그정도야 주상전하께 부탁드리면 큰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을 것이네. 하지만 그걸 우리 찰왜부에서 해야할 필요가 있는가? 상인들에게 맡기면 되지 않는가?”


아직 조선 중기라 유교사상이 짙게 배어있어서 류성룡은 선비가 장사를 하는 걸 꺼림칙하게 여기는 눈치였다.


“그렇지가 않습니다. 전부 상인들에게 맡겨두면 편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조정으로 들어오는 이익은 자연히 줄어들 겁니다. 그리고 금전 뿐 아니라 저희가 도쿠가와와 무역을 하겠다는 것은 그를 통해서 왜국의 사정을 파악하려 함입니다. 굉장히 조심스럽게 왜국의 사정을 캐내야 하므로 일개 장사치들에게만 맡겨 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허어. 순신이 자네 생각이 참 깊네 그려.”


류성룡은 내 주장에 감화 되었는지 무역을 하지 말자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 주게. 내 주상전하께 말씀을 올리고 일을 추진해보도록 하지.”


류성룡은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여 선조를 만나러 갔다.



***


류성룡이 찰왜부의 일로 왔다고 내시가 알리자 선조가 기뻐하면서 류성룡을 들라고 했다.


“그래 찰왜부의 일은 잘 되어 가는가?”

“예, 전하. 찰왜부에서 왜국의 사정을 소상히 알아내기 위해서 좋은 계책을 짜냈습니다.”

“좋은 계책이 무엇인가?”

“왜국의 덕천가강(이에야스)이라는 자가 있사온데 직전신장(노부나가)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부하라 합니다. 이번에 순신이 그자와 접촉하는데 성공해서 그자를 통해서 신장의 정보를 얻어낼 발판을 마련했사옵니다.”

“오. 그런가? 거 참 잘 되었구만. 그런데 신장을 제거한 것도 아니고 왜구의 문제도 딱히 해결되는 것은 없지 않은가?”


선조의 가장 큰 관심은 매년 경상도 해안가에 출몰해 피해를 주는 왜구들을 어떻게 막아내는가였다. 왜구의 피해는 일본의 전국시대가 심해져 살기 힘든 일본인들이 왜구로 변하면서 점점 커지는 중이었다. 이에 조정에서도 점차 대규모의 왜구가 경상도로 상륙할 것을 우려해서 그런 낌새가 있는지 찰왜부를 통해서 조사하려는 것이었다.


“순신의 말에 따르면 왜구들은 단순한 도적때들로 우리 조정에서 걱정하던 것처럼 신장의 명을 받고 조선을 침략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아니, 그럼 그 신장이라는 자가 왜국의 왕이라면 마땅히 왜구들을 잡아들여 조선에 미치는 피해를 막야야 할 것 아닌가!”

“그러합니다. 그러나 신장이라는 자가 왜국에서 제일 힘이 센 대명이라고 하지만 아직 왜국 전체를 다스리지 못하고 여러 힘있는 대명들이 왜국을 분할해서 통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린가? 그렇다면 신장은 왜국의 왕이 아니란 말 아닌가?”

“아무래도 야만적인 나라이다 보니 대명나라나 우리 조선과는 상황이 다른 듯 하옵니다.”


선조가 들어보니 류성룡의 말이 일리가 있는 듯했다.

사실 왜국의 왕이 누구든지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앓는 이 같은 왜구들을 누군가가 처리해 주는 게 중요했다.


“덕천가강과 무역을 해서 그들의 신임을 얻는다면 그들을 움직여 왜구를 단속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조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류성룡이 아뢰자 선조의 표정이 밝아졌다.


“다만 그러려면 이순신에게 왜국과 무역을 독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무역할 권한을 달라?”

“우선은 왜인들이 원하는 도자기의 권리를 순신에게 주고 왜국과 관계를 맺게하는게 어떨까 십사옵니다.”

“왜인들은 도자기를 사고싶다고 하는가?”

“예, 소인도 잘 이해가 안 되는 일인데 왜인들은 도자기를 귀금속 만큼이나 귀하게 여긴다 하옵니다.”

“허, 참. 별일도 다 있군. 어쨌든 내 생각이 경의 생각과 같으니 잘 처리해서 왜구들이 문제를 안 일으키게 힘써 보게나.”

“전하. 분골쇄신하겠사옵니다.”


선조의 허락을 얻은 류성룡은 가벼운 마음으로 찰왜부로 돌아왔다.


“전하의 허락이 떨어졌네. 이제 조선의 도자기는 순신 자네가 맡아서 독점적으로 왜국과 거래할 수 있을 것이네.”

“감사합니다. 정랑 어르신.”

“그래, 이제부터 어떻게 할 참인가?”

“우선은 도자기를 사모아야 겠지요. 왜국에서 다도로 유명한 다인을 초대해서 도자기들을 사모으고 그들의 취향에 맞는 도자기를 만들어서 왜국에 공급할 생각입니다.”

“그렇구만 좋은 생각이네. 그런데 자네는 무과를 준비한다고 했는데 시간은 괜찮겠나?”

“아직 3년이나 남았습니다.”

“자네만 좋다면 꼭 과거를 통하지 않더라도 관직을 맡을 수 있을 텐데···”


류성룡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양반으로서 과거는 제 힘으로 통과해야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류성룡이 꽃아줘서 관직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무관으로 임용되기는 힘들고 잡과로 들어갈 터인데 내가 생각하는 바와 달랐다.

조선시대는 지금보다 더 학벌 중시 사회라서 아무래도 음서로 관직에 진출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었다. 대놓고야 무시 못하겠지만 뒤에서 얼마나 씹어대겠는가.

아직 3년이나 있는데 벌써부터 지레 겁먹고 백으로 관직 생활을 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관직에 얽매이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이 백수 기간이 중요할 수 있었다.


“자네가 그렇다면 나도 더는 권하지 않겠네. 그리고 자네라면 다음 시험에 붙을 수 있으리라 보네. 단지 다음 무과까지 3년이나 남은 것이 애석할 뿐이지.”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나와 금생, 서란은 도자기를 맡아서 왜국과 거래하라는 선조의 교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교지를 받고 다시 쓰시마로 향했다.

쓰시마에서 일본과 무역을 할 본부를 세우고 그곳을 중간 거점으로 해서 인천과 쓰시마 그리고 시모노세키 항을 잇는 무역로를 만들 생각이었다.


쓰시마에 도착하고 도라지로가 우리를 마중나왔다.


“어르신들 오셨군요.”

“음 도라지로 벌써 한달여 만이군. 그간 건강히 지냈나?”

“예. 생각보다 어르신들이 오시는 것이 늦어져서 걱정하던 참이었습니다.”

“조선 조정에서는 아무래도 임금님을 만나서 뜻을 전하고 교지를 받는 과정이 복잡해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네. 여러가지 잡다한 형식이 많아서 말이지.”


그것에 반해서 일본에서는 여러 형식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의사결정이 빠르다. 나쁘게 보면 주먹구구식이지만 그만큼 유연하고 빨랐다.


아무래도 현대인인 나로서는 조선 왕실이 구시대적으로 답답하게만 보일 뿐이었다.


‘과연 내가 조선을 개조해서 임진왜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인지···.’


몇 십년이나 남은 미래라고는 하지만 굼뜬 조정을 움직여서 왜란을 대비하는게 쉬운 일 만은 아닐 터였다.

율곡 이이도 십만 양병설을 주장하며 대비하자고 했다지만 결국 대비를 못하고 왜군에 국토가 유린 되었지 않은가.


잠시 어두운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잡념을 털어냈다.


‘어쨌건 간에 지금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임금님께서 조선의 도자기를 왜국과 거래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교지를 받아왔네. 이제 우리가 나서서 일하기만 하면 되네.”

“잘 해내셨군요.”

“일단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서 혼다를 만나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


나는 금생으로 하여금 쓰시마에 무역을 위한 상사를 설립하도록 지시하고 도라지로 서란과 같이 셋이서 다시 일본으로 향했다.


“오, 순신 공. 조선에서의 일은 잘 처리 되었습니까?”


혼다가 웃으며 나를 맞았다. 아마도 내 표정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는 걸 알아챈듯 했다.


“조선의 임금님께서 저를 통해서 귀 가문과 도자기를 거래하도록 허락이 내려졌습니다.”

“그거 참 잘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무역을 시작하면 되는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문제요?”


혼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다도라는 것에 대해 저희 조선사람들이 잘 모르다 보니 어떤 도자기를 골라서 일본에 팔아야할지 잘 모르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다도에 정통한 적당한 사람을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 그런 문제라면 간단합니다. 안그래도 다도에 정통한 사람중에 꼭 조선에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해보지요.”


혼다가 웃으며 답했다.


며칠이 지나서 혼다가 말한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센노리큐라고 합니다.”


일본 불교의 승려가 날 찾아와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유명하신 센노리큐께서 오실줄은 몰랐습니다.”

“허어, 조선 분이 절 아십니까?”


센노리큐는 나중에 일본에서 다성(茶聖)이라고 불릴 정도로 존경받는 다도의 창시자 같은 사람이었다.

나도 일본사를 공부하면서 익숙해진 이름이었다.


“리큐 스님이 다도에 관심이 많으셔서 평소에도 조선의 도자기를 두 눈으로 가서 보고싶다고 난리 셨습니다. 이번에 기꺼이 우리 무역 사업에 도움을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혼다 마사노부가 리큐를 소개하며 미소지었다.


“감사합니다 스님.”

“아미타불. 오히려 소승이 인사를 해야지요. 조선의 선진 다기를 접할 기회가 있었으면 했는데 양국의 왕래가 끊겨서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이번에 조선에 건너가 도자기도 구경하고 조선 불교가 어떻게 불법을 전파하는지 견문을 넓히게 되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혼다가 나서서 말을 이었다.


“리큐 스님이 인정하신 다기들을 들여온다면 조선에서 들여온 다기는 더욱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나는 혼다의 계책을 알아채고 미소지었다. 조선에서 들여올 도자기를 살 사람들은 거의 다도를 하는 사람들로 다기로 사용하려고 살 터였다. 거기에 다도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센노리큐 스님이 인정한 다기라고 하면 더 검증할 필요도 없이 불티나게 팔려나갈 터였다. 현대로 말하자면 인플루언서 마케팅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분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번 무역의 앞날이 더욱 밝아진듯 합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미소지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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