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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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2.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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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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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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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날 안내해준 사형 격의 서생은 이름이 천흥식이라고 했다. 43년생으로 나이는 나보다 두 살 많은 31세가 된다.

문과 과거 시험을 준비한지 올해로 10년차가 된다던데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나를 눈엣가시 처럼 봤다.


“그 사람 원래 성격도 안 좋고 까칠하니 크게 맘에 품지 마십시오.”


같이 공부하는 스물 다섯이라는 서생이 그리 위로해 주었다.


“다들 공부는 맘대로 안 풀리고 하니 그렇게 엇나가는 사람들도 제법 있소.”

“아 그렇군요. 형은 나이도 어린데 세상 달관한 것 같소.”

“저야 아직 나이가 어리니 아무래도 여유부리는 거겠지요. 흥식이 형이나 순신이 형도 다 처자식이 있는 몸이지 않소?”


스물다섯 서생이 쓰게 웃었다.

나도 삼수 시절이 떠올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되지 않는 공부처럼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게 없는 법이다. 오히려 공부를 못 했다면 쉽게 놓았을 것을 어중간하게 공부가 되니 희망을 놓지 못하게 되는 것인데.


‘과거나 현재나 수험생의 비애는 똑같구나.’


백인걸 서당에서의 교육은 아침 저녁으로 한 시진 씩 있는 백인걸의 강의와 출제 경향을 듣고 나머지 시간은 자기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백인걸이나 부 훈장들을 찾아가서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되었다.


백인걸의 서당은 규모가 커서 각 과별로 세 명의 부 훈장들이 스승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음 아무래도 기초가 부족하니 하나도 모르겠군···”


나는 백인걸의 배려로 아침시간에는 잡과 훈장이 소학을 전담해서 가르쳐 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양반 자제들이 많이 모이는 서당이었으므로 잡과 응시생이 많지 않아서 그리 된 듯했다.


잡과 스승에게 물어보러 가려는데 천흥식이랑 마주치게 되었다.


“....인사 안하냐?”

“안녕하시었소.”


인사 하려고 반쯤 허리를 접었는데 대뜸 띠껍게 반응하는 천흥식을 보자 부아가 치밀었다.


“신입 너 강의실 청소 좀 해라.”

“...오늘은 제 당번일이 아니지 않소?”

“야 면신례 모르냐? 다들 하는거니 너가 해.”


면신례는 조선시대 관료들 사이에서 신입이 들어오면 똥군기를 잡는 악습이었다. 이런 기숙서당에서까지 면신례를 들먹이다니.


“이보시오. 나랑 당신은 서로 위 아래가 아니고 단지 당신이 먼저 서당에 들어왔을 뿐인데 무슨 면신례라는 말이오? 내 차례가 오면 알아서 청소를 할 것이니 서로 얼굴 붉히지 맙시다.”

“뭐, 뭐가 어째?!”


흥식이 놈은 얼굴이 빨개져서 뭐라 말하려 했지만 나는 그냥 지나쳤다.

임진왜란을 막기 위해 해얄 것이 산더미 같은데 저런 놈 상대할 시간은 없었다.


그렇게 백인걸의 서당에서 공부 하다보니 어느덧 새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설날을 보낸 다음 한양에 들러 류성룡과 이이에게 새해인사를 하고 인천 부두로 갔다. 인천 부두에는 척금생이 이끄는 무역 상사가 자리잡고 있었다.


상사로 가니 척금생과 서란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쓰시마 쪽은 사업이 안정 되어서 도라지로에게 맡겼다네.”

“어차피 그 쪽에서는 물건을 보관했다가 건네주는 창고 역할만 해주면 되니까요.”

“혼다가 자네를 보고 싶어 하는데 새해 인사차 간단히 다녀 올 수 있겠나?”

“그리 하겠습니다.”


나로서도 어렵게 만든 도쿠가와 가문과 인연을 더 공고히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척금생을 만나야할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무과 시험을 준비하려면 무예도 익혀야 할텐데. 일전에 척 형에게 배운 무예가 있긴 하지만 과거를 보려면 좀 더 전문적으로 준비해얄 것 아니겠습니까?”

“그거라면 걱정말게. 실은 내 백부님이 무과시험에 정통하신 분이라네. 그분 밑에서 배운다면 큰 성과가 있을거야. 일단 자네는 내가 알려준 무예들을 중점적으로 연습하게나.”

“왜국으로 가는 배를 준비하려면 며칠 걸리니 그 사이에 무예를 익히시지요.”


서란이 제안했다.


“서란의 말대로 하지. 그리고 서란도 아녀자의 몸이지만 오히려 우리보다 어린나이부터 밀정으로서 수련을 했다네. 서란한테도 배울게 많을 거야. 자네 호위로 서란도 같이 갈 거니 그 사이에 많이 배워두게.”

“서란 네가 내 스승이 되겠구나. 잘 부탁한다.”


내 말에 서란의 얼굴이 좀 빨게 졌다.


“제가 무슨 제주가 있다고 어르신을 가르치겠습니까. 다만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돕겠습니다.”


나는 나흘 간 척금생에게서 무과에 필요한 검술과 승마술을 배웠다.


“아무래도 중요한 것이 기마 궁술이네. 전쟁을 좌우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활이니까 말야.”


금생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임진왜란 시절까지도 총의 유효사정거리는 활에 미치지 못했다. 총기류가 등장한지 한참 되어도 활의 연사력과 사정거리에는 더 나은 점이 많았다.


“아무래도 저번 시험에서 낙마하다 다쳐서 그런지 말과 친해지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말 고삐를 잡으며 나는 화살을 들었다.


피융!


내가 쏜 화살은 과녁에서 빗나갔다.


“하하, 자네는 기억을 잃었으니 처음 말을 타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 처음에는 다 그런 법일세.”


척금생이 웃으며 자세를 교정해 주었다.


“기본적인 동작들만 배우고 계속 연습해도 큰 진전이 있을 걸세. 평소에 글 공부를 하며 연습하면 좋을 것이야.”

“감사합니다 형님.”


그렇게 며칠을 척금생에게 무예를 배우고 나는 쓰시마를 거쳐 시모노세키 항으로 향했다.

쓰시마에서 부터는 통역으로 도라지로가 나와 함께 따라 나섰다.

시모노세키에서는 혼다와 리큐 스님이 나와서 날 반겼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 찰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말 오랜만이군요. “


그간 도라지로와 서란에게 배운 일본어로 간단하게 두 사람과 의사소통 할 정도로는 발전했다.

인사 이후에는 도라지로가 우리 말을 통역해 주었다.


“무역에는 별 문제 없으십니까?”

“덕분에 우리 도쿠가와 가문도 크게 부흥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일전에 말씀드린 조총과 일본도를 조선에 파는 문제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서로 무역을 하면서 첨단 무기인 조총과 일본도를 조선에 수입할 수 있게 된다면 조선의 군사력이 크게 강화될 터였다.


“조총은 사실 일본 국내에서도 생산량이 크게 달리고 원하는 가문이 많습니다. 조총을 해외에 반출하는 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일본도를 수출하는 건 가능할 거 같습니다만.”


혼다가 면목이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일본도 만이라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예. 양국의 관계와 신뢰가 더 굳건해 진다면 조만간 조총도 팔 수 있을 겁니다.”

“예. 혼다 님이 힘써 주시리라 믿습니다.”


일본에 도자기를 갖다 파는 것 만으로 이득이 많이 남는 장사였다. 너무 욕심낼 생각은 없었다.


“그나저나 이 찰관은 너무 욕심이 없는 것 아닙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렇게 힘들여 무역을 해도 듣자하니 이 찰관과 척 찰관은 챙기는 것도 별로 없이 다 나라의 곳간으로 들어가는 듯 한데. 저희가 다른 루트로 두 분의 주머니에도 돈이 들어가도록 챙겨드릴까 합니다.”


혼다가 은근하게 말했다.

뇌물로 백마진이라도 챙겨 주려는 건가.

뭐, 돈이 있으면 어디라도 쓸데가 있긴 하겠지.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허허롭게 웃으며 감사를 전했다.


“이번에 오랜만에 이 찰관이 일본을 다시 찾으셨으니 소승이 조촐하게 나마 다도로 대접하려 합니다.”


리큐가 우리를 이끌고 다실로 향했다.


“다실 안 에서는 바깥세상의 신분을 잊고 차에만 집중하는 법입니다.”


리큐가 일본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나는 뭔소린지 모르겠지만 대충 ‘과연···’ 이런 추임새를 넣어가며 리큐의 말을 받았다.


“화과자들도 준비했습니다. 입에 맞으실 지 모르겠군요.”

“음··· 맛있습니다.”


오히려 차보다는 달달한 화과자들이 내 입맛에 맞았다.


“요즘 일본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나는 두 사람을 쳐다보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딱히 다른 사건은 없이 노부나가 공은 순조롭게 세력을 확대 중입니다.”

“다케다와 모리, 호조 등의 가문이 오다 가문과 적대하고 있지만 그중 어느 곳도 오다 가문을 막을 곳은 없지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역시 머지않아 노부나가 공이 일본의 지배자가 되겠군요.”


내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나가 공 밑에 히데요시란 자가 있지 않습니까?”

“허어. 조선 분이 히데요시 장군까지 아십니까? 정보력이 좋으시군요.”


혼다가 약간 놀라며 말을 받았다.


“제가 따로 조사해 본 바. 그 히데요시란 장군은 조선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듯 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노부나가 공의 측근에 있으니 조선으로서는 좀 우려되는군요.”

“우리 도쿠가와 가문 입장에서도 히데요시란 자가 별로 달갑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쓰실게 없는게 그자는 천한 신분에서 노부나가 공이 발탁한 장수입니다. 지금은 노부나가 공이 총애해서 권세가 있지만 주변에서는 다 그자를 높이 보지 않습니다. 노부나가 공의 총애가 옅어지면 자연스럽게 아래로 갈 자입니다.”


혼다가 걱정할 것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그 히데요시란 자는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아무쪼록 도쿠가와 가문에서는 그 자를 조심해서 주시하셨으면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히데요시를 제거 했으면 좋겠지만 쉽게 될 일이 아니었다. 히데요시는 오다의 총애가 깊을 뿐 아니라 철저하게 주위를 방비해서 암살자가 그를 노릴 수가 없었다.

다만 도쿠가와 가문에 히데요시를 견제하도록 주의를 주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글쎄요. 이 찰관의 걱정이 좀 지나친 감은 있지만 새겨 듣도록 하겠습니다.”


혼다가 웃으며 말했다.


“소승이 다실에서는 바깥의 일은 잊어야 한다고 했는데 두 분께서는 워낙 바쁘신 분들이라 속세의 일이 쉬이 안 잊혀지나 봅니다.”


리큐 스님이 소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 이거 스님께 큰 죄를 지었군요. 지금부터는 다도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한바탕 웃으며 다시 차에 집중했다.


해야할 일을 모두 마치고 다시 서당으로 돌아오니 한달여 간의 시간이 지나 있었다.


‘꼭 필요한 일이었다고는 하나 시간을 많이 썼군.’


물론 배를 타고 이동하는 와중에도 책을 계속 읽고 공부했다고는 하지만 나는 워낙 기초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제부터는 한 동안 공부에 집중해야겠군.’


나는 다시 공부에 집중할 생각으로 서당 안으로 들었다.


며칠 후. 나는 청소 당번이 되어 뒷 마당을 쓰는데 불량해 보이는 서생 서너명이 나를 에워쌌다.


“무슨 일들이시오?”


면면을 살펴본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이 천흥식의 동생 노릇을 자처하는 놈들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한테 용건이 있소?”

“어이 이순신이. 신입 주제에 너무 건방진 거 아니냐?”

“면신례도 안 받겠다고 했다지? 명문 자제도 아닌 듯한데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구만.”


그들의 태도에 나는 명백한 경멸의 뜻을 담아 비웃었다.


“천흥식이가 내 버릇 좀 고쳐주라고 하더이까?”


내 말에 그들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거 듣던대로 싸가지가 없는 녀석이구만.”

“교육이 필요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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