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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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2.07 13:04
최근연재일 :
2023.12.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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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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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한참 동안 호랑이 똥을 관찰한 나에게 사냥꾼이 멧돼지 똥을 찾아와서 넘겼다.


“냄새를 맡아 보시지요. 확연히 다르지 않습니까?”


사냥꾼의 말처럼 멧돼지의 똥은 좀 더 쿰쿰한 냄새가 났다. 뭐가 다르냐면 언어로 확연히 말할 수 없지만 냄새가 특징적으로 달랐다.


“맛까지 보시면 더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것까진 사양하겠소.”


사냥꾼이 이번에도 멧돼지 똥을 찍어먹으며 말했지만 나는 손을 절래절래 저었다.


“똥이 있으니 주변에 호랑이 발자국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사냥꾼의 말처럼 몇가지 흔적이 나왔다.


“호랑이 오줌냄새 같은게 맡아진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뜻이니까요. 호랑이의 영역이니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죠.”


그 외에 몇가지 사냥기법을 전수받은 나는 사냥꾼 들과 헤어졌다.


“이제 호랑이는 찾을 수 있겠군.”


나는 바로 호랑이 추적을 시작했다.

땅을 잘 살펴보니 호랑이가 이동한 듯한 특징적인 발자국이 보였다.


‘이쪽이 틀림없다.’


나는 신이나서 뛰어갔다. 어느정도 호랑이를 추적했을까. 점차 미세한 살기가 느껴졌다.


“쿠르르릉···.”


저음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100미터 쯤 떨어진 곳에서 호랑이의 모습이 보였다.


“허억···!”


갑작스럽게 호랑이의 날카로운 눈과 마주친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날카롭게 벼려진 맹수의 살기에 나는 발길을 뗄 수가 없었다.


호랑이의 눈이 마치 너따위는 내 먹잇감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렀다.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호랑이를 찾았건만 지금 와서는 호랑이가 물러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한동안 긴장한 채로 호랑이와 대치하고 있었다. 그러다 호랑이는 나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는지 몸을 돌려서 사라졌다.


“후아···.”


나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짙은 허무함과 무력감이 몰려왔다.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이냐. 제대로 검 한 번 뽑아보지 못하고 공포로 다리가 얼어버리다니···.’


내가 바보같았다. 호랑이를 너무 얕본 것도 있었다. 놈은 동물원에서 보던 야생성을 잃은 애완 호랑이들과는 달랐다. 몇십 년을 야생에서 살아남으며 경험을 쌓은 사냥꾼 그 자체였다.


놈의 앞에서 나는 그저 사냥감에 불과했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놈과 검투를 벌이는 모습을 상상했다.

척금생에게 배운 심무. 말하자면 이미지 트레이닝이었다.


상상속의 나는 검푸른 연기가 피어나는 심상세계에서 호랑이와 대치했다.


내가 도검을 꺼내들어 호랑이를 향해 치켜들어 베어내려 했지만 녀석은 몸을 둥글게 말며 내 공격을 피했다.


‘크허헉!’


호랑이가 몸통 박치기를 하며 나를 넘어뜨렸다.

나는 도검을 휘두르며 호랑이를 떼어내려 했지만 결국 놈의 날카로운 이빨이 내 목덜미를 뜯어내며 절명하고 말았다.


“....”


그 후 내가 찾아낸 작은 동굴로 돌아와 호랑이와 몇번의 심상대결을 펼쳤지만 나는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고 말았다.


“흐아아···”


나는 정신과 몸이 둘 다 지쳐 그날은 그대로 골아 떨어지게 되었다.


다음날.

한숨 자고 일어나니 몸상태가 그나마 나아진 듯했다.


‘심상대결이라 하나 결국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요는 내가 호랑이를 상대할 자신을 잃었다는 거겠지.’


차분한 마음으로 어제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니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


자신의 상태를 알았다고는 해도 어쩔방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어정쩡하게 생각만하다

그날 하루도 지나보내게 되었다.


이쯤되니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점차 커졌다. 슬슬 가진 육포도 다 먹어가고 노루라도 사냥해보기로 했다.


사냥꾼에게서 배운 기술을 활용해 노루의 똥을 찾았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노루의 흔적을 쫒아가니 어느새 노루가 보였다.


그래도 호랑이에 비하면 노루는 만만해 보였다. 잡으려고 달려가니 멀리서 노루가 눈치채고 금새 달아나버렸다.


한번 눈치를 채버리니 도저히 노루의 달리는 속도를 쫒아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노루는 백두산에 익숙하고 나는 낮서니 따라잡을 수 있을리 없었다.


“노루조차 못 잡는구나.”


큰맘먹고 도검까지 꼬나쥐고 있었던 나는 허탈해하며 동굴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얼마 안 남은 육포를 뜯으며 누워있다 문득 오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그 노루는 어찌해서 멀리 있던 나를 알아차렸을까?’


생각해보니 결국은 살기였다. 나는 살기를 풀풀 피워대며 노루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러니 민감한 노루가 그것을 모르겠는가.


육포도 떨어져가고 이제는 사냥을 해야했다.

어떻게든 노루가 못 알아채게 접근해야했다.


‘살기를 죽이고 몰래 놈에게 접근해야 한다.’


노루를 잡으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살기를 지운단 말이냐···’


나는 또 한참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서란이 암살자들과 싸우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암살자들의 특기가 기척을 죽이고 상대에게 접근하는 것이지. 이 자리에 서란이 있었다면 물어볼 수 있었을텐데··· ’


나는 서란이 보여준 움직임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숨소리조차 죽이고 기운을 지운다.


‘결국은 직접 해 볼 수밖에 없다. ’


이미 해가 떨어진 이후였지만 나는 노루를 찾아서 다시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루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서 부터다.’


나는 발걸음을 조용히 하고 숨을 작게 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노루를 향해서 이동했다.


‘됐다!’


노루의 바로 뒤까지 가는데 성공했다.

나는 도검을 들고 일어섰다.

그 순간. 노루는 내 기척을 눈치채고 다시 도망가 버렸다.


“아앗!”


‘마지막에서 실수를 하다니!’


너무 일찍 살기를 드러내 버린 거였다. 하지만 나는 그리 실망하지 않았다. 어느정도 감을 잡은 듯했다.


“이만 돌아가자.”


이미 날이 캄캄해져서 도저히 사냥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동굴로 돌아가 하루를 쉬고 일어난 다음날.

나는 좀 가벼운 마음으로 노루를 찾아 나섰다.

어제 저녁에 그래도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이제는 꽤나 숙련된 솜씨로 노루를 찾아낸 나는 기척을 숨기고 노루에게 다가갔다.


슈욱!

콰직!


아깝게 내 칼날은 노루를 빗 맞췄지만 끝까지 노루는 내가 다가가는 걸 눈치채지 못 했다.


‘할 수 있겠다.’


어느 정도 자신감을 되찾은 나는 다시 노루를 찾아 나섰다. 몇 시간 동안 돌아다닌 끝에 다시 찾아낸 사냥감.

나는 다시 숨을 죽이고 노루를 향해 다가갔다.


슈욱!

푸욱!


“키에에엑!”


‘됐다!’


내 칼날이 노루의 목에 깊숙이 박혔다. 노루는 뭐라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으아아! 해냈다!”


나는 커다란 달성감에 큰소리로 외치면서 기뻐했다. 이틀 동안 고생한 끝에 드디어 노루를 사냥한 것이었다.

무거운 노루를 질질 끌어가며 보금자리인 작은 동굴로 가져가 주머니에 있는 부싯돌을 이용해서 불을 지폈다.

그리고 노루의 고기를 큼지막하게 썰어서 불에다 구웠다.


우적우적.


“훔훔. 맜있다···.”


비릿한 피냄새가 나긴 했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말라 비틀어진 건조된 육포만 먹다가 갓 익힌 고기를 먹으니 너무나 맛있었다.

내가 스스로 직접 사냥한 고기라 그런지 더 맛있는 것 같았다.


“날도 선선하니 금방 상하지는 않겠지.”


나는 잡은 노루 고기를 동굴 안쪽에 잘 보관하고 동굴에서 좀 떨어진 공터로 나아가 도검을 휘둘렀다.

오전에 노루를 잡으며 느꼈던 감각을 잊지않기 위해서였다.


붕붕.


검을 휘두르며 생각했다.


‘호랑이라도 결국은 짐승. 노루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다만 호랑이는 노루보다 더 힘이 세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있고 더 호전적일 것이다.

다시 머릿속으로 심상 훈련을 시작했다.

마음 속 세계에서 검은 언덕 위로 호랑이가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며 으르렁대고 있었다.


나는 몸을 숙이고 살기를 죽이며 조용히 호랑이의 등 뒤로 다가갔다.


‘으아아압!’

‘카르릉!’


호랑이의 등 뒤로 올라탄 나는 도검을 치켜들고 호랑이의 목덜미에 칼을 꽃아 넣었다.


‘쿠와와악!’


몸부림치며 나를 떨궈낸 호랑이는 다시 나를 공격하려 했지만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해냈다.”


비록 심상 세계에서의 결투에 지나지 않았지만 호랑이를 잡아낸 것이었다.


“아직은 검의 날카로움이 부족해.”


심상세계에서도 목덜미에 칼을 꽃아넣는 일격에 호랑이를 죽였어야 했다. 일격에 죽이지 못하면 위험하다.


그 뒤 며칠간. 나는 노루 고기를 먹으며 검법을 연습하는데 열중했다. 목표는 일격에 호랑이를 죽이는 위력을 지닌 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며칠을 밤낯으로 쉬지않고 수련한 덕에 내 도법은 더 날카롭고 강력하게 변모했다.


쓱삭!


내 일격에 커다란 나무가 흠집이 나더니 이윽고 반토막이나 쓰러졌다.


“이정도면 어느정도 되었군.”


나는 도검을 쓸면서 중얼거렸다. 어느정도의 기틀은 잡혔다. 이제는 실전에서 연습을 할 차례였다.

나는 다시 산짐승을 찾아서 백두산을 헤멨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멧돼지의 흔적을 발견했다.


‘실력을 점검해 보기에는 딱 좋은 상대군.’


나는 멧돼지를 쫒기로 했다. 얼마 안 올라가서 멧돼지를 찾아낸 나는 살기를 죽이고 천천히 멧돼지를 향해 다가갔다.


“꾸웨엑!”


멧돼지가 나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일격에 멧돼지를 잡을 수 있는 간격 안 쪽으로 들어선 이후였다.


츄왓!


땅을 박차고 멧돼지를 향해 뛰었다.


슈캉!

푸슉!


내 도검의 칼날이 멧돼지의 목덜미에 깊숙이 박혔다.

멧돼지는 얼마간 버둥거리다 힘을 잃고 축 처졌다.


‘됐다···!’


멧돼지는 초식 동물이긴 하지만 호랑이 만큼이나 위험한 맹수였다. 이 정도 덩치의 멧돼지를 잡았으니 호랑이에 도전해도 되겠다 싶었다.

만전을 기하기 위해 호랑이가 있을 법한 곳을 몇 군데 찾아본 뒤에 다시 동굴로 돌아왔다. 하룻 밤 푹 쉬고 다음날 본격적으로 호랑이를 사냥할 생각이었다.

멧돼지 고기로 배를 채운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동이 채 트기도 전에 일어난 나는 공터에서 도검을 휘두르며 감각을 올린 뒤에 호랑이를 찾아 나섰다.

호랑이의 분변을 찾아내고 발자국을 쫒았다.

시큼한 냄새가 맡아지는 쪽으로 향했다. 떨어진 낙엽을 만져보자 축축했다. 호랑이가 소변을 본 지 얼마 안 지난 듯했다.


나는 감각을 날카롭게 벼리고 살기를 억제했다. 천천히 흔적을 쫒아서 호랑이를 찾아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멀리서 커다란 호랑이의 모습이 보였다.


숨죽이고 호랑이를 향해서 천천히 다가갔다.


바스락 바스락.


조금씩 들려오는 낙엽 밟는 소리가 너무 신경쓰였다. 절대로 호랑이가 눈치채게 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 녀석은 내 존재를 아직 알아 차리지 못 했다.

나는 녀석의 등 뒤를 노리고 천천히 다가갔다.


“쿠릉···?”


호랑이가 뭔가 낌새를 챘는지 상체를 들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녀석을 내 간격 안 쪽으로 확보한 후였다.


투콱!


지면을 박차고 녀석의 등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쿠와왁!”


호랑이가 나를 발견하고 놀라 몸을 틀려 하였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호랑이의 등 쪽으로 달려든 나는 있는 힘을 다해서 놈의 등허리에 도검을 박아 넣었다.


“크허헝! 크헝!”


호랑이가 고통으로 몸부림 쳤다. 놈의 앞발이 내 왼 어깨를 할퀴었다.


“끄아아악!”


나도 괴성을 지르며 놈을 들이박고 호랑이의 목덜미에 칼을 꽃아 넣었다.


푸슈슉!


“크허허헝!”


한 동안 몸부림 치던 녀석은 이윽고 숨을 거두었다.


‘해냈다···”


나는 호랑이의 시체 옆에 힘을 잃고 쓰러졌다.

몸에 힘은 쭉 빠졌지만 기분 좋은 달성감이 내 전신으로 퍼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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