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생 이순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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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2.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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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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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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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우리 일행은 한동안 아즈치 성의 성하 마을에서 지냈다.

오다 노부나가의 거성이 있는 이곳에서 오다의 동향을 알아내려 했기 때문이다.


“오다라는 자가 호전적인 건 사실이지만 아직 왜국도 다 통일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선을 침략할까 두려워하는건 너무 앞서나가는 일 같은데요.”


한동안 왜국의 사정을 탐지하던 서란은 그렇게 결론 내렸다.

사실 서란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미래를 아는 나로서는 조선 조정이 그렇게 낙관적으로 판단하게 둘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또다시 똑같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게 되고 수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었다.


“하지만 오다의 세력을 볼때 그와 맞설 수 있는 적수는 없는데다 그는 벌써 왜국의 조정을 자기 마음대로 좌우하고 있소. 지금이야 힘이 없다지만 십년 이십년 후에는 우리 나라를 충분히 넘볼 수 있소.”

“순신의 말이 맞네. 조정에서는 혹시 모를 왜적의 침략을 경계하여 우리에게 정탐을 지시한 것 아닌가. ”


금생이 내 편을 들어 주었다.


“알겠습니다. 두 분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좀더 엄하게 왜인들의 정보를 모아 보겠습니다.”


서란은 나름의 방식으로 왜국의 정보를 모으기로 했고 나와 금생은 마을로 나가 보았다.

왠일인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무슨 구경거리라도 있는 듯해서 어눌한 일본어로 한 사람을 잡고 사정을 물었다.


“도쿠가와의 다이묘 어른이 오신다고 해서 구경하러 모인 겁니다.”


‘도쿠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말하는 것인가?’


오다 가문과 동맹인 도쿠가와는 전략을 상의하러 아즈치 성을 때때로 들러서 노부나가를 알현한다는 듯했다.


‘흠··· 도쿠가와라···’


도쿠가와는 훗날 히데요시와 대립해서 임진왜란 때 군을 파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히데요시가 죽자 그 가문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쇼군이 되어 일본을 다스린 자였다.


‘적의 적은 동지라고, 도쿠가와를 조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곧 소란스러워 지더니 멀리서 화려한 마차가 거리를 가로질러 왔다.

아무래도 도쿠가와가 탄 가마인듯 했으나 사람들이 워낙 몰리고 경호무사들이 많아서 이에야스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결국 이에야스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마차는 아즈치 성 안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숙소로 돌아가서 모두를 모아놓고 이에야스가 온 사실을 말하며 이에야스를 만날 방법이 없을지 상의했다.


“이에야스를 만나시겠다고요?”

“그렇네. 오다는 왜국의 실질적인 왕이니 만나기 어렵다 쳐도 이에야스는 일개 다이묘가 아닌가? 어찌 방법이 없겠는가?”


아무래도 도라지로 밖에는 상의할 사람이 없었으나 그도 딱히 방법을 생각 못하고 난감해 했다.


“조선 조정에서 은밀하게 접촉하려 한다고 전한다면 이에야스도 마냥 내치진 않을걸세.”

“조선 조정이라고···?! 조정에서 명한 일은 그저 조용히 왜국의 사정을 정탐하라는 것인데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척금생이 걱정스레 말했다.


“형님. 서애 형님도 적지에서 현장 판단으로 일을 하라시지 않았습니까. 이에야스를 만나려면 방법이 있습니까?”

“허··· 거참. 이래도 될런지 모르겠네.”


하지만 척금생도 딱히 내 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별달리 제지하지는 않았다.


“형님과 서란이 도와준다면 조정의 서장을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도라지로가 그걸 가져가서 이에야스에게 가면 높은 확률로 그도 우리에게 관심을 보일 겁니다.”

“조정의 서장을 위조한다는 말인가?”


척금생이 그것만은 안 된다는 듯 단호한 어조로 나왔다.


“어차피 왜인들은 조선의 서장을 본 일이 없을테니 알게 뭡니까. 대충 그럴듯만 하면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형님은 그래도 관직에 있으시니 서장의 양식은 익숙하시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네만··· 멋대로 조정의 서장을 위조한다는 것이··· 하면 안 되는 일 아닌가?”

“물론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하지만 조정을 위해서 임시 방편으로 쓰겠다는 것이지 우리가 어디 나쁜 일에 쓰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이런 일은 하기 싫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빈손으로 우리가 조선으로 돌아간다면 주상전하께서 잘했다고 하시겠습니까? 우리가 공을 세워서 돌아간다면 오히려 주상전하께서 기꺼이 여기실 겁니다. 아니면 형님께 뭔가 다른 좋은 수라도 있습니까?”


내가 따져 묻자 척금생도 더는 뭐라 못하고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결국 다음날 내가 정한 초안에 따라 나를 조선의 칙사라고 소개한 서장이 써졌고 척금생이 미숙한 내 한문을 고치고 조정의 양식에 따라 다듬어 쓴 글에 서란이 만들어낸 가짜 인감을 찍어서 가짜 서장을 만들어 냈다.

도라지로는 그 글을 들고 이에야스가 머물고 있다는 도쿠가와 가의 사택으로 향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한동안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시진이 지나도록 도라지로는 돌아오지 않았다.



***


도라지로는 이순신 일행이 써준 서장을 가지고 도쿠가와의 사택을 찾았다.

도쿠가와의 경비병들이 도라지로를 막아섰다.


“웬놈이냐?”

“저, 실은 도쿠가와 님께 전할 중요한 서장이 있습니다.”

“서장?”

“예, 이것을 도쿠가와 님께 전해주십시오.”


도라지로는 서장을 꺼내보였다.


“그게 무슨 서장이냐?”


경비병이 의심스럽다는 듯이 서장을 열어 보았지만 온통 한자로 적힌 서장을 까막눈인 그가 알아 볼 리 만무했다.


“여기선 말씀드릴 수 없지만 중요한 서장입니다. 부디 위 쪽에 전달해 주십시오.”


은근히 말하며 도라지로가 엽전 몇 닢을 경비병의 품 속에 찔러 주었다.


“흠흠··· 좀만 기다려 보시게.”


경비는 못 이기는 척 서장을 가지고 사택 안 쪽으로 들어갔다.


도라지로는 바깥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안 쪽에서 들라는 명이 내려졌다.

사택 안 쪽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가니 딱 봐도 높아보이는 옷차림의 사무라이가 도라지로를 맞았다.


“나는 도쿠가와의 가신 혼다일세. 주군은 항상 나와 상의해서 큰 일을 정하시니 내게 말하는 것이 주군에게 말하는 것이나 진배 없다네. 그래 이 서장을 어떻게 얻게 되었나?”


혼다라는 가신은 도라지로가 가져온 서장의 내용을 읽어본 듯 꽤나 진중한 태도로 나왔다.


“소인은 상인으로 조선과 쓰시마 섬을 왕래하면서 거래를 하고 있사온데 조선 조정에서 그동안 끊긴 일본국과 조선의 관계를 다시 좋게 해보고자 사자를 보내었습니다.

유력한 다이묘를 통해서 일본의 천하인이신 오다 우대신 님과 만날수 있는 친교를 쌓고 싶다고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조선어와 일본어 양쪽에 능통한 저를 사자 삼아서 이 서한을 전달하게 된 것입니다.”

“호오··· 조선에서 우리 일본국에 관심이 있다는 말인가?”


도라지로의 말에 혼다는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좋네. 그 사신이라는 자들을 데려와 보게. 다만 바로 영주님을 만날 수는 없고 내가 먼저 만나봐야겠네.”

“예.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도라지로는 혼다의 말을 받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흠··· 혼다라는 자가 우리를 만나보겠다고.”

“당연하겠지. 그 이에야스라는 자도 오다보다는 못하지만 높은 신분의 군주인 듯 하던데.”


척금생의 말처럼 나도 그리 쉽게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접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건 아니었다.


“그래, 그 혼다라는 자는 어떤 자인가?”

“예. 경비를 보는 이들에게 알아본 바로는 혼다 마사노부라고 하는 자인데 이에야스의 꾀주머니라는 별명이 있는 자로 이에야스가 가장 신뢰하는 부하라고 합니다.”

“흠··· 혼다 마사노부라···”


졸업 논문을 준비하며 1600년 즈음의 중국사 일본사도 같이 공부했기에 이름 정도는 기억이 나는 인물이었다. 말년까지 이에야스의 정치 책사 역할을 하며 활약하다 같은 해에 주군을 따르듯이 세상을 떠났다는 일화가 있는 인물이었다.


“날카로워 보이는 눈빛이 쉽사리 속여먹을 수 있는 인물은 아닌 듯했습니다.”


도라지로가 걱정되는 눈빛으로 말했다.


“걱정 말게나. 자네가 오늘 혼다를 만나서 한 말들도 거진 다 사실이 아닌가. 우리의 목적은 일본국과 조선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롭게 살도록 하는 것이네. 그를 만나서 내 진심을 전한다면 오히려 일이 잘 풀릴 수도 있을 것이네.”

“어른 말씀이 맞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을 겁니다. 제가 몰래 어르신의 뒤를 밟겠습니다.”


서란이 나섰다.


“음. 그래주게. 그래도 도쿠가와에서 나를 위협할듯 하지는 않지만.”


혼다에게는 며칠 내로 조선의 사신이 쓰시마를 통해서 온다고 말해두고 우리는 조선의 사신처럼 보이기 위해서 가져온 조선의 복식으로 갈아입고 도쿠가와 저택으로 향했다.


도라지로가 앞서고 나와 척금생이 조선의 양반차림으로 그 뒤를 따랐다. 서란은 안 보이는 곳에서 숨어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터였다.


경비병들은 처음보는 외국의 차림을 한 우리를 보더니 도라지로에게 이자들이 조선의 사신이냐고 물었다.


“그렇소. 어서 혼다 어르신에게 알려 주시오.”


도라지로의 말을 들은 경비병들은 안 쪽으로 들어갔다 얼마 안 있어서 다시 나왔다.


“들어가시지요. 안 쪽에서 혼다 어른께서 기다리십니다.”


우리는 경비병들의 안내에 따라서 응접실로 향했다.

응접실에서 잠시 기다리자 혼다가 들어왔다.


“그대들이 조선국에서 보낸 사신들이오? 반갑소.”

“나도 반갑소. 그대가 도쿠가와님의 제일가는 신하라지?”


내가 일어나서 조선말로 답했다. 물론 중간에 도라지로가 우리의 말을 통역해 전했다.


“그대들은 무슨일로 일본 땅에 왔소?”

“잘 알다시피 근 백여년 동안 일본국과 조선은 서로 교류가 없다시피 지내왔소. 그래서 일본국의 사정을 알고자 우리가 무작정 이렇게 온 것인데 듣자하니 일본국의 최고 실권자는 오다 노부나가 우대신인데 우리가 만날 방법을 찾지 못해서 이리 도쿠가와 님을 먼저 만나려 찾아온 것이오.”


내 말에 혼다는 눈을 빛내며 무언가 생각하는 듯했다.


“호오. 그렇소? 허나 그대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구려.”

“잘못 알고있다니?”


내가 짐짓 궁금한 얼굴을 연기하며 묻자 혼다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오다 노부나가 공이 물론 유력한 다이묘이기는 하나 엄연히 이 나라는 일본국 천황의 나라이니 노부나가 공이 일본국의 왕은 아니오. 신분으로만 따지면 도쿠가와 공은 일본의 귀족 미나모토 가문의 직계 자손이니 오히려 오다 공보다 귀한 신분이라 할 수 있소.”


혼다는 조선 사신들이 일본의 현황을 잘 모른다는 걸 활용해서 사기를 치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이런 행동도 내가 예상한 범주 안에 있었다. 어차피 나의 진짜 목적도 노부나가와 만나는 것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만나 친분을 쌓아 여러모로 도움을 받으려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소? 그렇다면 우리가 만나야 하는 사람은 노부나가가 아니라 일본국 천황이었구려.”


내 말에 혼다가 바로 그렇다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천황은 일본국에서 인신(人神)으로서 아무나 만날 수 없는 고귀하신 분이오. 그러니 먼저 우리 이에야스 공과 얘기를 나누고 이에야스 공을 통해서 천황께 이야기를 전하는게 어떻겠소?”


혼다가 은근한 태도로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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