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슬러 신드롬
059화 – 케슬러 신드롬
중국이 인공위성을 공격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가 공존하기 위한 금도(襟度)를 깬 것이나 다름없었다.
진 장관이 위성 전쟁에 대한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몇 마디 덧붙여야 했다.
“장관님! 서로 인공위성을 떨어뜨리는 것을 경쟁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 ···.”
“인공위성이 남아나질 않게 됩니다.”
“그렇게 서로의 위성을 떨어뜨리게 되면, 정찰은 고사하고. 하다못해 자동차 내비게이션도 쓸 수 없는 세계가 됩니다.”
“총통님 위성이 한두 개도 아니고, 그렇게 되겠습니까?”
“인공위성을 직격하는 것만 위험이 되는 게 아닙니다.”
“?”
“인공위성 하나가 부서지면, 그 파편들이 궤도를 계속 돌면서 다른 위성을 부수게 되는 것입니다.”
“아 ···.”
“하나의 위성이 수백, 수천 개의 파편이 되어서 다른 위성을 못 쓰게 만들고. 그런 우주 쓰레기가 늘어나면 ...”
“...”
“지구궤도가 우주 쓰레기로 인해, 새로운 인공위성도 쏘아 올릴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총통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보고가 급하다 보니 ···.”
“아닙니다. 그럴 수 있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예전에 보았던 승리호란 영화의 내용이 현실로 되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그것을 두려워해서 냉전 시대에도 서로의 위성은 건드리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도 사전 준비 없이 공격을 감행하진 않았을 터이고, 이런 사실을 모르진 않았을 터인데 ···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대응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노린 것 같습니다. 아 ···.”
“그렇다면, 새로운 위성을 쏘아 올릴 때까지 시간을 벌고 군사행동을 하겠군요.”
“그럴 테죠. 그건 그렇고, 위성을 격추한 수단이 뭡니까? 로켓으로 직격 하는 건 만만치 않을 텐데 ···.”
“한국 정부와 함께 조사 중입니다. 현재 파악된 바로는 신형 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음, 미국 반응은요?”
“미국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정신없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직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총통님 그래도 응징을 위한 준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그냥 지나갈 순 없는 노릇인데, 중국의 다음 수가 예상이 안 되니 ···.”
“지금 OSSIA가 총력을 다해서 정보를 분석 중입니다.”
“일단, 민간인 희생이 없는 선에서 중국이 최대한 아파할 곳이 어디인지 찾아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진 장관이 돌아가고 나서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대한민국과 미국 위성을 동시에 공격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하게 중국을 감시하는 위성 전력을 모두 제거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진민규 장관에게 파국은 막아야 한다며, 중국 위성에 대한 공격을 미루었지만.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미국 역시 보복에 나설 것이지만, 그렇다고 중국과 전쟁을 벌일 것 같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상대가 가지고 있는 현실을 미국이란 나라가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단순히 군사적 응징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정말로 ‘누가 더 미쳤나?’를 경쟁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오래전 NASA의 케슬러 박사가 우려했던, 케슬러 신드롬 (Kessler syndrome)이 현실이 될 것만 같았다.
인간은 늘 그래왔다.
내가 가지지 못하면, 모두가 가질 수 없는 선택을 해왔던 것이 문명의 역사였다.
케슬러 신드롬이 현실화되면, GPS와 위성통신이 마비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기상 관측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항공 교통관제에도 문제가 생긴다. 또, 수많은 첨단 무기들도 무용지물이 된다.
GPS를 사용하던 무기체계는 관성항법장치에 의존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또, 전장 환경 인식에도 한계가 생긴다. 그야말로 2차대전 방식으로 전쟁을 치러야 한다.
‘설마, 중국 애들이 이걸 노렸을까?’
처지 바꿔 생각해보니.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아니, 그것을 각오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인공위성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을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우리였다.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문명을 퇴보시키면서까지 ···.’
고민에 빠진 지 한 시간도 채 흐르지 않은 상태에 OSSA 긴급 안보회의가 소집되었다.
마리테라의 안보회의실에 각료들이 모여있었고, 곳곳의 화면에는 각 군 지휘관과 해외에 있는 정부 인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진 장관이 현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했고 이어서, 이 부장이 정보 분석 내용을 발표했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전쟁의 패전이 정보전에서 밀린 것 때문이라는 판단을 한 것보입니다.”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
- 이건 너무 나간 거 아닙니까?
“전략적 퇴보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 전략적 퇴보요?
“네. 그렇습니다. 중국 최고위층이 직접 언급해서 수립된 전략입니다.”
- 퇴보?
- 어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곳에서는 머리 숫자가 많은 쪽이 이긴다.’입니다.”
- 아 ······.
- 그러니까. 모두를 장님으로 만들어놓고 병력으로 밀어붙인다는 말입니까?
“액면 그대로 그런 뜻으로 한 발언이고, 그에 맞추어 치밀하게 계획된 일로 확인되었습니다.”
- 우리가 중국을 너무 밀어붙인 건가?
- 말씀 가려 하십시오. 우리가 밀어붙인 겁니까? 저놈들이 쳐들어와서 되레 당한 거지.
- 아, 네. 조심하겠습니다.
“중국은 인민해방군 해군이 완전 궤멸 되고, 공군 역시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
- ???
“문명적 퇴보가 발생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빼앗긴 영토를 되찾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 미쳤네, 미쳤구먼!
- 그런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정말.
- 중국이니 가능한 거겠지요 ··· 하아 ~
- 그건 그렇고, 한국과 미국 쪽 동향은 어떻습니까?
“대한민국은 우리 OSSA의 대응과 행보에 맞추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왔고, 미국은 아직 어떤 결정도 못 한 상황입니다.”
- 뭐, 트럼프야 현실주의자이니 엉뚱한 짓은 안 하겠지요.
“아닙니다. 그 반대의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 네?
“현재 트럼프는 그동안의 여러 무리수 때문에 탄핵이 될 수도 있는 위기에 몰려있습니다.”
- 어! 그러면 정치적 목적으로 ...
- 또, 다른 ···.
- 설마 ...
“지금까지 분석한 트럼프의 결정방식으로 볼 때 ...”
“...”
“중국 위성에 미사일 몇 발을 날리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 그렇지 않아도, 해수면 상승으로 난리인데 ···.
- 아 ··· 이건 뭐 ···.
- 그건 그렇고, 고속으로 날아가는 인공위성을 쏘아 맞히는 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었습니까?
“아, 그 부분 보고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중국이 비밀리에 ASAT를 개발한 모양입니다.”
“...”
“또, 개발 배후에는 구소련 기술을 가지고 있던 러시아가 기술적으로 협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 ASAT (Anti SATellite weapons) : 인공위성 파괴용 무기
- ...
“둥펑 미사일에 고도 추적과 궤도 수정기능을 넣고, 근접신관 작동 시 다량의 지향성 파편을 목표물에 투사하는 방식으로 보입니다.”
- 아이 ᄊ······.
- 그건 우주에 쓰레기를 뿌리는 ···.
- 하아 ~ 그 방법조차 중국스럽네 ···.
보고내용을 듣고 있던 어느 국무위원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욕을 할 뻔했다.
우주와 인류 문명을 두고 치킨 게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장님!”
“네. 총통님.”
“망실된 인공위성 체계를 복구하기위해, 새로운 위성을 쏘아 올리면 그것 역시 중국이 요격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중국의 전략은 대륙 전체를 깜깜이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아...”
“중국은 그들의 위성도 공격받을 것을 각오했다는 정황이 곳곳에 보입니다.”
“예를 들면요?”
“위성통신과 GPS를 대신할 체계와 장비를 대량으로 준비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아 ··· 그걸 어떻게 미리 몰랐습니까?”
“그런 자산이 모여드는 것은 파악했습니다만, 그것이 인공위성이 무력화될 상황에 쓰일 것이라곤 상상치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타박하려고 한 말은 아닙니다. 그냥 답답해서 ···.”
“...”
“그렇다면, 중국 위성을 내버려 둔다고 해서 이득 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네요.”
“그렇습니다. 우리만 눈을 가리고 싸우는 형국입니다.”
이때, 화상으로 참석 중인 OSS-ART의 김범준 박사가 발언을 신청했다.
그의 직책은 연구소장이었지만, OSSA의 중요기술을 총괄하고 있었기에 국무위원과 동격으로 회의에 참석하곤 했다.
“총통님 그리고 국무위원님들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
“우리가 중국 위성을 공격하는 것은 우주를 영원히 버리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당장엔 전략적으로 손해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
“단 1cm짜리 금속 파편만으로도 인공위성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 아 ···.
“파편은 또, 다른 파편을 만들 것이고, 그 파편의 바뀌는 궤도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결국 ···.”
“...”
“항구적으로 지구를 맴도는 우주 쓰레기를 만들게 됩니다. 어쩌면 지구도 토성 같은 띠를 가지게 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김범준 박사의 사뭇 진지한 말에 회의장은 조용해졌다.
“결국, 다시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으니, 일단은 파괴하고 나중에 회수하는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 요즘 기술이면 방법이 있을지도 ···.
누군가 대책이랍시고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은 것이다.
“음, 하아~”
김범준 박사는 한숨 쉬듯 숨을 내어 쉬고는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십시오. 이렇게 큰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를 돕니다.”
“???”
“그 지구 위를 돌고 있는 중궤도 위성의 속도가 보통 시속 14,000km입니다. 그 위성의 파괴되면 파편이 그대로 멈춰있겠습니까?”
- 아 ······.
다소 목소리를 높인 김범준 박사의 말에 일순간 회의장엔 침묵이 흘렀고,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저도 박사님 의견에 공감은 합니다. 다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여러 각도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총통님 제가 좀 흥분했습니다.”
“네. 이해합니다.”
“감사합니다. 총통님.”
교과서적이고 무기력한 대응에 사람들이 힘이 빠진 것 같았다. 나라고 그러고 싶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중국은 미사일 몇 발로 OSSA 전체를 뒤집어 놓았다. 그것을 후회할 만한 전례 없는 충격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 장관님!”
“네. 총통님”
“현재 발사 가능한 미사일의 총수량이 얼마나 됩니까?”
“아스널십과 SSBN, 이지스함까지 모두 합치면 대략 7천 발쯤 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과 북한이 가진 미사일을 동원한다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좋습니다. 중국이 장님이 되어 싸우기를 원한다면, 팔다리를 미리 꺾어놓아야겠습니다.”
“?”
“중국의 모든!”
...
AI가 상상한 케슬러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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