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은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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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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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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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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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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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화. 관찰과 통찰의 싸움(1)

DUMMY

***


촬영 스튜디오.

이미 많은 사람이 방송 준비를 마쳤다.

출연진만 들어오면 바로 시작하겠지.


그와 조금 떨어진 곳은 이미 작전에 돌입한 듯했다.

모니터로 시작도 안 한 방송을 관찰하는 중이다.

이 판을 깔았던 동죽과 변호사, PD가 자리하고 있다.


“아직 장천선 씨는 아직도 안 왔습니까?”


단정한 목소리가 도플갱어를 찾았다.

숙적을 대하는 태도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PD는 귀에 이어셋을 한 번 만지고서 동죽을 바라보았다.


“예. 아직 들어왔다는 보고가 없습니다. 아마 아슬아슬하게 오거나 불참석할 듯합니다.”

“그렇게 내뺄 사람은 아닙니다. 무언가 대비책을 짰을 겁니다.”


도망칠 리 없다.

그랬다간 의심은 더욱 몸집을 불릴 터였다.

천선은 반드시 찾아와야만 한다.

동죽은 확신을 가지고 마음을 다잡았다.


다만, 한 사람은 여전히 회의적인 기색이다.

변호사.

다소 굳은 얼굴로 나직이 질문을 던졌다.


“대비책이라. 그럼 왜 굳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까.”


오직 법만을 다루기에, 이런 여론전은 마뜩잖은 듯했다.


“하하, 저는 방송쟁이일 뿐이라서···. 동죽 씨 따라갈 뿐이죠”

“제대로 말해주십시오.”

“예, 뭐···. 어쨌든 자식이 부모의 학교에 찾아온 건 사실 아닙니까? 더군다나 아들은 학교에서 고독 얘기를 했고, 아버지는 교육청에서 항아리 바깥의 손을 언급했습니다. 연결점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저 이슈몰이일 뿐입니까?”

“깔끔하게 끝날 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정확히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옳은 판단이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공공기관 방화 사건이다.

심지어 유명 인플루언서이기도 했다.

욕이야 먹겠지만, 그만큼 흥미가 갈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당연히 시청률도 좋겠지.


“어쨌거나 파볼 만한 문제라면, 아무렴 어떻습니까?”


‘좋은 게 좋은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겠지.

천선이 정말 도플갱어라고는, 기대도 안 하는 모양이다.


“동죽 씨도 같은 생각입니까?”


변호사는 다소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억울하게 유죄 판결받은 사람을 찾아다니며, 직업에 충실하게 살아왔다.

그런 만큼 비난도 많이 받았겠지.

편견과 그 생산자를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천선 씨가 진짜 도플갱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 답을 듣자 다소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허무맹랑할 테지만, 차라리 양심적이었다.


“하지만 대비책이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희 역시 준비했습니다. 저번과 같은 속임수는 통하지 않을 겁니다.”


기자회견장에 음식을 먹으며 등장한 천선.

그때는 당황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석연치 않았을 터였다.


“씹는 모습이 이상했습니다. 분명 음식이 가짜이거나 마술 장치라도 해뒀으리라 생각합니다.”


몇 번이나 돌려봤겠지.

그 결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플라스틱이라도 씹듯이 과자를 으적대고 있었다.

뒤늦게 꼬투리를 잡기엔 지나치게 사소했으나, 분명 속임수와 관련된 동작이다.


“방비는 최대한 끝내놨습니다.”

“하지만 세 가지 중 하나는 제외하기로 했잖습니까?”

“그 정도는 저도 감수했습니다. 이미 덧붙인 조건이 많았던 터라.”


동죽 역시 심혈을 기울였다.

빈틈을 꽉꽉 틀어막다 보니, 조건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증명도 무려 세 가지나 됐었지.

당하는 입장을 고려한다면, 몇 가지는 반려될 만했다.


“음식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또한, 시식 전에 가볍게 입 안을 점검할 생각입니다. 천선 씨에게도 이 부분은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예, 장치가 있다면 걸리고 맙니다. 게다가 모든 과정은 생방송으로 송출합니다. 수습할 새도 없이.”


예고 없는 기습이라.

천선도 자주 시도한 전략이다.

동죽이라고 못 할 일은 아니다.


섭식으로는 속임수를 쓸 수 없다.

동시에 실수 한 번으로도 모든 거짓말이 들통난다.

도플갱어도 이번엔 결코 쉽지 않겠지.

허술한 마음가짐으로 들어온다면, 그대로 모든 걸 잃고 말 터였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곳에서 지켜봅니다. 혹여 행동하기 전에 특이한 동작을 하지는 않는지.”


마지막으로 관찰력.

동죽이 가진 특기였다.

미묘한 움직임이라도 보인다면, 곧바로 지적할 생각이다.

그리고 곧장 PD에게 전달해 비밀을 확인하겠지.

최후의 최후에는, 관찰력과 통찰력의 싸움이 이어진다.


“그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변호사님.”

“저는 증거와 법리를 따지는 사람입니다. 사사로운 개인사는 이와 관계없습니다.”


그렇지만 이쪽은 여전히 껄끄러운 모양이다.

근거 없이 결론을 정해두고 움직여도 되는가?

법치를 지키는 사람이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장현묘 씨 외의 피해자는 모두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동죽은 이에 현재 상황을 들어 설득하기 시작했다.


“감형을 위해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아직 2심, 3심이 남았으니 목소리도 내기 힘듭니다. 억울하다고 나섰다간, 반성문의 진정성을 의심받기 때문입니다.”

“······.”

“인간은 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지 않은 일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어 버린 사람들을, 우리는 지금껏 못 구해오지 않았습니까?”


변호사도 섣불리 말하지 못했다.

반성문은 범죄자를 회유하기 위한 수단이다.

얼른 인정하고 끝내자고.

재판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일상을 멈춘 채 기다리는 중이라고.


그 미끼는 당연히 감형이었다.

당연히 범법자 대부분은 상황을 보다가 죄를 시인하고, 모든 동기와 행적을 진술한다.

이를 자료로 만들어 예방책을 짜기 위해 활용해왔다.

여기서 끝난다면 정말 다행이겠지.


“의심이 모이면 못 보던 것들도 보이기 마련입니다.”


일반인이 누명에 쓴 경우.

자포자기하고 반성문까지 쓴다면, 억울한 사례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그저 흔한 판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비극이었다.


“···알겠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PD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


“동죽 씨, 변호사님. 곧 있으면 생방송 시작합니다. 천선 씨도 지금 들어오려는 모양입니다.”

“생방송 시작과 함께 등장이라니. 우리와 접촉을 최소화하겠다는 뜻 같습니다.”


금세 의도를 짐작했다.

하긴, 천선도 조심스럽겠지.

여긴 적진이나 다름없었다.

최대한 짧게 끝내는 편이 안전하다.


“곧 생방송 시작합니다. 3! 2! 1!”


사회자는 그와 함께 목소리를 돋웠다.


“네, 안녕하십니까! 생방송으로 인사드립니다! 귀 파주세요의 MC······.”


자기소개와 함께, 간단한 상황 설명을 이었다.

특집 방송이며, 천선이 온다는 소식이다.


“생방송이 끝나고, 곧바로 녹화 영상 재생합니다! 준비되셨나요?”

“와아···!”

“자! 이제 주인공이 들어옵니···, 다?”


자연스럽게 시작했지.

그렇지만 마지막 반응이 뭔가 이상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겨났다.


“다 비켜주십시오!”

“대상 경호 중입니다···!”

“안전거리 확보 부탁드립니다!”

“비키세요, 비켜···!”


거의 연예인과 다름없는 신분.

매니저 몇 명 따라붙는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그 수가 수십 명이나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검은 양복은 점거라도 하듯이 공간을 벌려댔다.

여기에 동죽이 시선을 돌렸다.


“PD님, 혹시 들으신 이야기 있습니까?”

“아, 예! 도와줄 사람을 데려온다고 하긴 했습니다. 다만, 저도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 정도만 생각했던지라···.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설마 이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 들어오고 있는데, 아···.”


천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상태가 이상했다.

당장 죽기라도 할 듯, 병약한 기색이다.

옆에는 테이가 작은 몸으로 부축하고 있었다.

아예 무게를 받아줄 수는 없겠지만, 앞에서 끌어주는 듯했다.


병약한 움직임은 절뚝대며 무대를 올랐다.

털썩 소파에 앉았고, 자연스레 테이도 옆에 자리했다.

환자와 여자아이라니.

추궁하는 자리이건만, 사회자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안녕하세요, 천선 씨···.”

“네···, 죄송합니다. 몸살을 앓아서요.”

“아뇨, 아뇨! 저희가 죄송하죠! 사실상 억지로 초대한 셈인데!”


분위기가 꺾였다.

함부로 대했다간 뒷감당이 힘들다.

위에서 어떤 요청을 하든, 얼굴을 내건 사람은 MC 자신이었다.


“우선, 음식 먼저 준비하겠습니다. ‘시리얼을 새로 개봉해서 충분히 배합하고 다른 사람이 먼저 먹는다’, 맞죠?”


그 말이 끝나자마자 카메라 앵글은 다른 한구석으로 향했다.

또 다른 출연자가 음식을 준비하고 시식한다.

흔히 말하는, 기미 상궁 노릇이다.


“저분이 이상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그때 시험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동안 가벼운 인터뷰를 나누겠습니다. 우선, 경호원을 많이 데리고 오셨네요?”


대본에 없는 질문이겠지.

하지만 가장 궁금한 부분이기도 할 터였다.

시청자도 이게 무슨 상황일까 싶을 테고.


“형이 많이 걱정해서요.”

“아, 레저 피노키오의 피녹호 대표님이시죠? 영상 확인했습니다. 동생을 많이 아끼시더라고요.”

“네. 사업체가 커지다 보니 따로 경호팀을 마련했는데, 이런 식으로 동원하네요. 하하.”


동생을 과보호하는 이미지.

이를 이용하여 스태프 사이에 직원을 배치했다.

그 덕분에 공간 자체를 꽉 붙잡은 효과를 얻었다.

무얼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장현묘 씨와는 부자 관계가 맞으시고요?”

“제 친아버지입니다.”

“웹 드라마에서 소개됐던 사연처럼 어릴 때 버림을 받았나요?”

“네.”

“그럼 테이 양 학교에 찾아갔을 때,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예, 저를 버렸던 아버지를 확인하고 싶었어요. 과연 어떻게 사시는지.”


천선이 침울하게 대답했다.

그건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자식이 친부모를 찾는데, 어떻게 이유를 물을까?

오히려 음모론을 떠올리는 쪽이 이상했다.


“단지 그뿐이라는 이야기죠?”

“네.”

“알겠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입 안을 확인하고 절차를 진행해도 될까요? 혹시 장치가 있다고 의심할지도 몰라서요.”

“그러도록 하세요.”


사회자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마른 입가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깔끔하다는 의미다.


“좋습니다. 이제 시식 시작하겠습니다. 준비되셨나요?”

“예. 괜찮습니다.”


시리얼은 어느새 소파 앞 테이블에 도착했다.

명백한 음식물, 천선이 도플갱어라면 당연히 변하겠지.

동죽 역시 모니터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테이는 그릇을 들고서 음식을 한술 떠올렸다.

이내 환자를 대하듯이 천선의 입을 향해 내밀었다.

혹여 흘리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기 그지없었다.


“삼촌, 아.”


메마른 입술이 그제야 벌어졌다.

시리얼은 장막 뒤에 숨은 채 바스락 소리만 속삭여댔다.

천선은 반개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내 목울대를 움직였다.


“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한참을 있어도 몸은 그대로다.

동죽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천선은 여전히 테이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었다.

특이한 행동 없이, 시선을 계속 주변으로 던졌다.

도플갱어가 아니라도, 몇 번이나 재확인해주었다.


단정하던 얼굴엔 결국 금이 갔다.

알 수 없는 속임수는 이마저도 파훼하고 말았다.

이제껏 해왔던 확신마저 의심스럽도록.


작가의말

우와, 추석 연휴가 코앞인데 폭염이 떴습니다!

모두 에어컨 바람 풍성한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연휴 동안 연재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시놉시스 재구성을 급한대로 끝내놔서 어렵진 않을 듯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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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154화. 법치가 말하는 선의 24.09.21 7 0 12쪽
153 153화. 보복 24.09.19 7 0 12쪽
152 152화. 관찰과 통찰의 싸움(2) 24.09.16 8 0 13쪽
» 151화. 관찰과 통찰의 싸움(1) 24.09.14 11 0 12쪽
150 150화. 맞는 오답, 틀린 정답 24.09.12 11 0 12쪽
149 149화. 재연 24.09.10 8 0 13쪽
148 148화. 반격 24.09.07 9 0 14쪽
147 147화. 단 한 명 24.09.05 12 0 12쪽
146 146화. 그리움 24.09.02 10 0 12쪽
145 145화. 녹호의 존댓말 24.08.31 9 0 11쪽
144 144화. 자격 24.08.29 7 0 12쪽
143 143화. 3인칭 주인공 시점 24.08.26 8 0 12쪽
142 142화. 후원 24.08.24 11 0 12쪽
141 141화. 손해 24.08.22 10 0 12쪽
140 140화. 이런 취미 24.08.20 10 0 12쪽
139 139화. 질투 24.08.17 10 0 12쪽
138 138화. 방탕함 24.08.15 12 0 12쪽
137 137화. 웹 드라마 24.08.13 11 0 13쪽
136 136화. 녹음실 24.08.11 9 0 12쪽
135 135화. 인간의 단면 24.08.08 11 0 12쪽
134 134화. 무료 배식 24.08.06 9 0 12쪽
133 133화. 가출 청소년 24.08.03 14 0 13쪽
132 132화. 카드 24.08.01 10 0 12쪽
131 131화. 포기 24.07.30 10 0 12쪽
130 130화. 접대 24.07.27 9 0 12쪽
129 129화. 도련 24.07.20 8 0 12쪽
128 128화. 1조 24.07.18 15 0 13쪽
127 127화. 주인님 24.07.16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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