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죽이기 (Kill the 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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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CE
작품등록일 :
2024.01.08 19:44
최근연재일 :
2024.09.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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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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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진실 (1)

DUMMY

#10. 진실


“...수석 기사?”

“네에. 그것도 최연소 수석 기사예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화제였나 보더라구요.”


성공적으로 의뢰를 완수하고 게일포트로 돌아가는 마차 안.

늦은 밤이기도 하고 오늘 있었던 일에 지쳐서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지만, 정신은 어느 때보다 맑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수석 기사인 올리비아가 루비와 오멜이 찾고 있는 그 올리비아와 같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어떤 사람이에요? 기사가 될 정도로 강한 사람이에요?”

“뭐···”


어떨까.

여전히 올리비아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아무래도 모습을 숨긴 드래곤이니까. 분명히 강할 거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엘 메이아 왕실 기사단의 수석 기사라니. 너무나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나는 머리를 맞은 것 같이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강하지.”

“그렇다면 같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괜찮은 정보였죠, 하고 펠리스가 기분 좋다는 듯 헤실헤실 웃었다.


펠리스가 같이 파티를 짜는 대가로 약속했던 그 정보는 확실히 꽤나 가능성이 높은 정보였다.

게일포트로 오기 전 엘 메이아의 다른 도시에서 펠리스는 얼마 전 수석 기사가 된 올리비아라는 여성에 대해 듣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의 나이를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무려 엘 메이아 역사상 최연소 수석 기사라고 했다.

다만 낙하산으로 갑자기 나타나 수석 기사로 임명된 것은 아닌 듯했고, 이미 엘 메이아의 왕실 기사단에 입단하여 꽤 오래 기사 생활을 했던 모양이었다. 그 실력이 인정되어 젊은 나이임에도 수석 기사가 되었다고.


그 이야기대로라면 나와 어머니가 토벌되기 전부터 올리비아는 엘 메이아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기사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게 된다. 그렇다면 올리비아가 미리 마을로 내려갔다는 말은, 엘 메이아의 마을을 뜻하게 된다. 올리비아가 기사 생활을 하는 마을이거나, 인간 모습으로 지냈던 마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올리비아가 그 기사라는 가정에서는 여태껏 찾았던 흔적들의 대부분이 앞뒤가 맞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한 점도 있었다. 우리 가족이 있던 산맥의 장소는 엘 메이아보다 젠탈리온에 더 가까운 곳이다. 직접 산맥을 넘어 엘 메이아로 들어온 내 입장에서 누구보다 그것을 더 잘 알고 있다.

만약 인간 사회로 가려 했다면 엘 메이아가 아닌 젠탈리온으로 갔을 거다. 어째서 올리비아는 굳이 젠탈리온이 아닌 엘 메이아에서 기사 생활을 하려 했던 걸까?


“더 자세한 정보를 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제가 들은 것도 여기까지여서요.”

“아냐. 고마워. 충분히 도움이 됐어.”

“아, 맞다. 이전에 말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 의뢰 보고는 게일포트 경비대장에게 해야 되거든요. 보고하면서 슬쩍 물어보는 건 어때요?”

“올리비아에 대해서?”

“네에. 분명히 경비대장급 엘 메이아 정규군이라면 올리비아에 대해 모를 수가 없지 않을까 하거든요. 왕실 기사단의 최연소 수석 기사라고 하니까요.”


펠리스의 이야기로도 꽤나 명확한 방향이 잡힌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그 수석 기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등은 여전히 큰 난관이었다.

어차피 경비대장을 만나러 간다면 그 기회에 살짝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야말로 밑져야 본전이니까.


-


그렇게 다음 날, 쌓인 피로에 실컷 늦잠을 잔 나와 오멜은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펠리스와 합류하여 경비대장이 있다는 게일포트 남문으로 향했다.


“펠리스, 팔은 괜찮···지 않아 보이네.”

“냐하, 너무 걱정 마요. 오전에 치료도 받고 왔으니까요. 금방 나을 거예요.”


임시방편으로 얼기설기 붕대를 감았던 어제와는 달리 확실히 오늘 펠리스의 왼쪽 팔은 깔끔하게 붕대가 매어져 있었다.

펠리스는 툼스크림 퀸의 마법으로 왼쪽 어깨의 관통상을 입었다. 다친 부위는 어깨였지만, 움직임을 막기 위함인지 팔꿈치와 어깨 뒤쪽까지 크게 고정하는 식으로 되어 있었다.


다친 것을 티내면 의뢰비를 더 줄지도 모르죠, 라고 펠리스는 속 편한 소리를 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오멜이야말로 괜찮아요? 내상에 대해서 저는 잘 모르지만, 꽤 오래 갈 수 있다고 들었는데요.”

“괜찮아, 괜찮아. 거의 회복됐고 내일이면 정상적으로 다시 돌아올 거야. 걱정해 줘서 고마워.”

“흥, 속지 마, 펠리스. 어젯밤만 해도 영영 회복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이렇게 호들갑 떨었으니까. 네 앞이라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거야.”

“자, 잠깐, 루비···!”

“냐하하!”


마법사에게 내상이 꽤 치명적인 부상인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 회복된다. 오멜도 그걸 모를 리 없었지만, 어젯밤에는 그야말로 호들갑이었다. 몇 번이나 내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달래주고서야 간신히 잠에 들었으니까.

펠리스 앞에서 멋진 척을 하게 둘 수는 없지.


곤란한 표정의 오멜을 보며 재밌다는 듯 펠리스는 한참을 웃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표정에 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정말 부러워요.”

“...펠리스?”

“...아! 도착했어요. 조심히 따라 오세요~”


그러나 무어라 이야기를 꺼낼 틈도 없이, 내가 잘못 보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녀는 평소와 같은 발랄한 미소를 지으며 경비대 본부 앞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문서 하나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아마도 의뢰서나 모험가 등록증 같은 것일 거다.

그것을 확인한 병사는 우리에게 들어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고 주눅 들지 않는 발걸음으로 가장 앞에서 걸어가는 펠리스의 뒤를 나와 오멜이 뒤따라갔다.


“...루비. 괜찮겠어?”

“응. 괜찮아. 내가 물어볼게.”


펠리스의 그 표정은 꽤나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우리의 일에 집중해야 했다.

나는 열심히 정리한 경비대장에게 물어볼 내용을 속으로 다시금 되새겼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게일포트의 경비대장은 생각보다 나쁘거나 불쾌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경비대장이라는 직책이 있는 만큼 줄곧 딱딱한 분위기기는 했으나, 펠리스가 가져온 툼스크림 퀸의 토벌 증거와 보고 내용을 제법 귀기울여 들어 주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랑 퀸까지 토벌했으니까 아마 남은 녀석들이라고는 해봤자 잔당 몇몇이 전부일 거예요.”

“확인했다. 훌륭한 성과임은 분명하군.”

“그래서 말인데요, 받았던 의뢰는 지도 작성이었는데 사실상 토벌 의뢰를 진행한 것이니까요. 의뢰비를 좀 더 올려 받았으면 좋겠는데요~”


아무리 엘 메이아 소속이 아닌 모험가라고 해도 그런 태도를 보여도 되는 거냐.

펠리스는 격식이라고는 그다지 차리지 않는 편한 태도로 헤실헤실 웃으며 경비대장을 떠보았다. 이전에 말했던 대로 의뢰비에 대한 이야기다.

얼핏 들었지만 토벌 의뢰는 상당히 의뢰비가 높다고 한다. 몬스터 규모가 클수록, 강한 몬스터일수록 의뢰비는 엄청나게 올라간다.

모헨 마을이 작은 마을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서식지까지의 지도 작성 의뢰가 나올 정도니 꽤나 피해 규모는 컸을 거다. 무엇보다 툼스크림과 직접 싸운 우리로서도 그것들이 만만한 몬스터가 아니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말은 곧 상당한 의뢰비를 의미한다. 오멜도 관심이 없지는 않은지 펠리스의 말에 내심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오멜이 가진 돈도 무한하지는 않으니까.


“...그나저나 뒤의 두 명은 처음 보는 얼굴이군.”

“몬스터가 상당히 강하더라구요. 혼자서는 쉽지 않아서 이 모험가들이랑 같이 파티를 꾸렸어요.”

“확실히 그 몬스터들은 꽤나 골칫거리였다. 상당히 강하다는 보고도 있었고. 그걸 토벌까지 해 주었다니, 우리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지.”


펠리스는 능청스럽게도 의뢰가 쉽지 않았음을 다시금 은근슬쩍 강조했다.


“특히 모헨 마을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체적인 전투력이 약한 작은 마을을 한밤을 틈타 몬스터들이 덮치는 것은··· 그야말로 재앙에 가깝지. 이 나라도 젠탈리온과 전쟁 중에 있지만, 어떤 면에서 그건 탓할 누군가도 없다는 점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전쟁보다 더욱 큰 비극일지도 모르겠군.”


엘 메이아와 젠탈리온의 전쟁도 비극이다. 전쟁이라는 것은 항상 비극이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이고, 또 누군가가 죽게 된다.

하지만 몬스터와 사람 사이의 싸움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그건 일종의 자연재해와도 같은 것이다. 몬스터에게 마을 사람들이 죽어도, 그것을 탓할 곳이 없다. 그 허무감. 상실감. 그 감정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마음에 사라지지 않는 가시가 되어 영원히 괴롭힐 뿐이다.


마치, 오멜처럼.


“그래서 모헨 마을을 대신해서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 자네들은 그 마을의 사람들을 위해 정말 큰일을 해 주었다.”


오멜은, 그 말을 듣고서야 조금 미소를 지었다. 나는 오멜의 미소를 보고 조금 안심했다. 어째서 나는 안심했을까. 알 수 없었지만, 그건 나도 알지 못하는 정말로 미묘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경비대장은 엘 메이아의 정규군으로 조직 생활이나 정치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결코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감사와는 별개로 엘 메이아는 젠탈리온과 전쟁 중에 있다. 따라서 예산이 넉넉하지는 않은 상황이야.”

“그, 그 말은.”

“아쉽지만 의뢰비를 토벌 의뢰 급으로 올려 줄 수는 없네. 그건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적인 문제다.”


쿠궁.

펠리스의 표정이 하늘이라도 무너진 듯한 표정이 되었다.


“조, 조금이라도 안 될까요? 아무리 그래도 세 명이서 진행한 의뢰인데 의뢰비가 그대로라는 것은···”


처음의 당당했던 펠리스는 온데간데없어지고 꽤나 태도가 공손해졌다. 동물계 부족 출신이라 일반인의 예의를 몰라서 못 하는 줄 알았는데, 그냥 안 했던 거였구나···


“...처음 약속했던 의뢰비로 세 명에게 각자 챙겨 주겠네. 그 이상으로는 우리로서도 쉽지 않아.”


침울했던 펠리스의 표정이 금세 환해졌다. 꽤나 감정 변화가 빠른 여자애다.

하지만 그 정도만 해도 결과적으로 3배의 의뢰비를 받게 되는 거다. 이 경비대장은 토벌 의뢰비로 얼마를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보통 지도 작성 같은 간단한 의뢰에 비해서 토벌 의뢰는 최소 열 배, 많으면 백 배 까지도 올라가니까.”

“...엄청나구나.”


내 의문을 눈치챈 것인지 옆에 있던 오멜이 속삭였다.

확실히 그 정도 금액 차이라면 경비대장이 난색을 표할 만도 했다.


“어, 어쩔 수 없네요. 경비대장님을 보아서 그 정도로 만족할게요.”


어쩔 수 없다는 것치고는 펠리스의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그때 줄곧 내 옆에서 조용히 있던 오멜이 대화에 살짝 끼어들었다.


작가의말

열 번째 타이틀의 시작입니다.

감사합니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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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0. 진실 (4) 24.06.20 8 0 11쪽
47 #10. 진실 (3) 24.06.17 8 0 11쪽
46 #10. 진실 (2) 24.06.13 7 0 11쪽
» #10. 진실 (1) 24.06.10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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