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죽이기 (Kill the 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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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CE
작품등록일 :
2024.01.0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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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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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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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마나 폭주 (1)

DUMMY

#12. 마나 폭주


그렇게 우리는 얼마를 더 걸었을까, 렘난티스는 심층 터널의 오른쪽 벽 앞에서 멈춰 섰다.


“으음, 아까 전에 블러드바인을 찾으러 돌아다녔을 때에도 느꼈지만··· 방들을 죄다 막아 놓았구만. 겉으로 보기에는 좀처럼 알 수 없겠어.”

“원래는 이렇지 않았다는 거야?”

“당연하지. 나에게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공간 복제체에 따르면 자네들이 심층이라고 부르는 이 공간은 꽤나 활기찬 공간이었네. 가운데에 길게 뚫린 대로의 좌우로 여러 방이 있는 모양새였지. 일반적인 마을과 다를 바 없었네.”


그건 꽤나 의외의 이야기였다.

탐구자들이 게이트포트로 온 후 현재에 심층이라고 불리우는 이 공간을 건설하였다. 그들은 진심으로 이곳에서 살아가려 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렇게 거대하게 뚫린 터널과도 같은 이곳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이곳은 그들이 살아갈 곳이기 때문에 최대한 지하의 느낌을 없애려 했던 것이었다.

높은 천장과 좌우로 넓은 중앙 대로. 그리고 양옆으로 위치한 방들. 렘난티스가 말한 대로 그다지 일반적인 도시의 대로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여전히 문제점은 있었다.


“아무리 섬세하게 계획해서 이곳을 건설하였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중앙 터널은 어두컴컴한걸. 빛조차 들지 않는데 사람이 이런 곳에서 오래 살 수 있었겠어?”

“내가 말했잖는가. 이곳은 꽤나 활기찬 공간이었어. 분명 천장에 태양 빛과 유사한 마법석 전등을 설치했었지. 대로는 꽤나 밝았어. 지금처럼 어두컴컴한 공간은 아니었네. 보아하니 마법석 전등의 수명은 다 된 것 같지만 말이야.”


터널 천장에 설치된 마법석 전등.

무언가가 떠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찌 됐든 일단 들어가 보자고. 회색 머리, 이곳을 적당히 뚫어 주게.”


렘난티스의 말을 따라 오멜은 벽 위로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쌓여 있던 벽돌들이 조금 전 우리가 숨겨진 방을 발견했을 때와 같이 우르르, 하는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뿌연 먼지가 솟아오르고, 그 뒤로 만들어져 있던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둘러보겠나? 나도 이곳에 마법 무기가 보관되어 있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서 말이야.”


이 방은 렘난티스의 결계가 있던 방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마치 소규모 대장간을 보는 것 같았다. 곳곳에 새까만 색깔의 제련 도구가 널브러져 있었고, 벽에는 무언가를 설치하기 용이하게 턱이나 움푹 패인 구멍, 홈 등이 즐비했다.

방 한구석에는 화로로 보이는 장치도 놓여 있었다. 확실히 금속 제련을 했던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멜, 뭔가 찾았어?”

“눈으로는 쉽게 보이지는 않는데··· 주변을 탐색하는 결계를 전개해볼게. 마법 무기면 마나를 담고 있을 테니까 마나 반응으로 알 수 있을지도 몰라.”


오멜은 방의 바닥에 결계를 전개했다. 푸른빛의 마법진이 아름다운 문양을 그리며 펼쳐졌다.

그렇게 그는 한동안 눈을 감고 집중했다.


“어때?”

“몇 군데 마나의 흐름이 보이는 곳이 있기는 한데, 쓰다가 남은 마법석인지 마법 무기인지는 직접 봐야 알 것 같아.”


그렇게 오멜은 방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의심되는 포인트를 확인했다.

처음 두 곳에서 나온 것은 자그마한 마법석이었다. 하지만 세 번째 포인트인 단단하게 봉인된 상자 안을 뜯어내자 그 속에는 특이한 단검이 단단한 받침대에 놓여 있었다.


그건 단검 치고는 꽤나 길이가 길었다. 두 뼘 정도 되는 길이에 한쪽에만 날이 서 있었다. 손잡이는 썩지 않게 처리된 가죽으로 솜씨좋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미묘하게 푸른빛을 띠는 단검의 날이었다. 몇백 년의 시간이 무색하게 여전히 예리하게 날이 서있는 단검의 날 위로 ‘추방은 지혜를 낳고 상실은 힘을 준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단검을 잡아 들었다.

단순히 잡아 드는 것만으로도 날에서부터 시작되는 서늘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루비, 어때?”

“확실히 마법 무기야. 이거면 가능하겠어.”


블러드바인의 전투법은 상당히 교활하다. 따라서 틀림없이 자신의 비늘을 뚫었던 그 무기가 내 손에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을 거다. 그 한 번의 빈틈을 노릴 기회가 있다.


“하지만 괜찮을까··· 마법 무기가 우리에게 있어도 녀석에게 닿을 수 있어야 되는 건데···”

“그거라면 생각이 있어.”


나는 조금 전에 렘난티스가 심층 중앙 터널의 위로 마법석 전등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마법석 전등은 마법석에 저장된 마나를 통해 빛을 내게 하는 전등이다. 복잡한 마법을 전개하는 용도가 아닌 단순히 마나를 써서 빛을 내는 용도로 아주 소량의 마나가 들지만, 그럼에도 이건 일종의 소모품으로 마법석의 마나가 소진되면 더 이상 빛을 낼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지금의 마법석 전등은 마나를 전부 소진한, 말 그대로 평범한 수정과 다를 바가 없다. 마법석의 마나 소모는 비가역적이라서 일반적으로는 마나를 재충전시킬 수도 없다.


하지만, 마법석이 전등의 역할을 했다는 건 일종의 마나 전도체로서 기능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마나를 공급하였을 때에 더 이상 충전되지는 않지만 마나를 통과시켜 빛을 내게는 할 수는 있다는 거다.


“마나를 천장에 있는 전등으로 밀어 넣으라는 말이야?”

“응. 그건 정말로 비효율적이고 웬만한 마나량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겠지만··· 우리에게는 10레벨의 마법사가 있는걸.”

“계산해 보면 제한된 장소라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동안 네 서포트를 전혀 해 줄 수는 없을 거야. 남는 마나가 없을 수도 있어.”

“녀석의 움직임과 위치만 확인해 준다면 내가 단숨에 숨통을 끊을게. 실수는 하지 않아.”


오멜의 푸른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오멜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잠시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도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알겠어. 할게.”

“이봐, 이봐··· 소년. 듣자 하니 그건 꽤나 위험한 게 아닌가? 나에게는 이 여자를 그 마물과 혼자 싸우게 내버려 두겠다는 말로 들리는구만.”

“루비를 믿으니까. 나도 솔직하게 걱정은 되지만 여기서 의심해봐야 더욱 계획을 그르치게 돼.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더욱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아.”


나도 젠탈리온에서 도망쳐 나온 후 짧게나마 모험가 생활을 하며 파티를 꾸려 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신뢰였다.

그 마음에 조금이나마 파티원에 대한 의심이 있다면, 서로의 등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 주저하게 된다. 그건 어쩔 수 없이 말로만 신뢰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마음 깊은 곳에서 신뢰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영향을 주게 된다.


기억을 잃은 나조차 이런 것을 체득하고 있는데 드래곤 나이트로서 오랜 기간 활약해온 오멜은 나 이상으로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진실된 신뢰라는 것은 단순히 마음먹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까. 여러 일을 겪으며 오멜과 나는 그 누구보다 강한 신뢰로 묶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내 등을 오멜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


-꽈악


주먹을 세게 쥐자 손에 들린 마법 단검으로부터 마나가 흘러나오는 기분 좋은 느낌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그건 부드러운 바람, 또는 아주 얇고 가벼운 옷감과도 같은 것이었다.


“...준비 됐어?”


나는 목소리를 잔뜩 낮춘 채로 오멜에게 물었다. 오멜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실 준비가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조금 긴장하고 있다. 만약 공격이 실패해서 블러드바인을 완전히 놓치기라도 한다면, 어둠을 타고 이동하는 녀석은 순식간에 도망쳐서 모습을 영영 감추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카일은 더 이상 구할 수 없다.

우리의 계획대로라면 블러드바인에게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이전의 싸움에서 내가 당했던 것은 녀석의 움직임을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건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다만 녀석이 도망칠 기회를 주는 것도 결과적으로 우리의 패배다. 카일을 구하지 못하게 되니까.


녀석은 터널의 더 깊은 곳, 터널의 왼쪽 벽에 지어진 또 다른 방 안에 있었다.

하지만 그 방은 우리가 봤던 렘난티스의 결계가 있었던 방이나 마법 무기를 얻었던 방과는 전혀 달랐다. 녀석이 거처로 선택했을 정도로 그 천장은 터널의 것과 거의 같을 정도로 높았고 방의 면적도 어마어마했다.

렘난티스의 말로는 그곳은 탐구자들이 지하에서 농사를 지었던 공간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 유의미한 수확을 거둘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방이었다.


동시에 우리에게는 더욱 잘된 일이기도 했다.

방이 거대하다고는 했지만 터널에 비해서는 비교적 폐쇄된 공간이다. 거기에 천장에는 농사를 짓기 위해 충분한 빛을 공급할 수 있는 강한 마법석 전등이 더욱 많은 숫자로 설치되어 있었다.

지금에서야 어느 것 하나 빛을 발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뭐, 그건 상관없다. 그 역할은 지금부터 오멜이 담당할 거다.


“하아···”


숨을 크게 내쉬었다. 폐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심장의 박동이 천천히 느려지는 것이 느껴진다. 몸속의 피도 차가워진다. 머리가 식으면서 정신은 또렷해진다. 본능의 영역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지면을 박차고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동시에 10레벨 마법사의 마나가 폭발하듯 공간을 밀어냈다. 마나는 천장을 마치 밀어올리기라도 하는 듯 강하게 뿜어져 나갔다.

내가 빠르게 눈을 가리는 그 순간, 몇백 년 동안 멈춰있던 마법석 전등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쉬이이익!”


달려오는 나를 위협하는 마치 바람 소리와도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한동안 어둠에 적응했던 눈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발을 멈추지는 않았다. 나는 최대한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블러드바인은 꽤나 당황한 듯했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적을 인식한 후 녀석은 몸을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었는데,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어둠을 통해 이동하려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어둠은 걷힌 후였다. 아마도 네 녀석에게 이런 빛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빛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야. 너는 이대로 영원한 어둠 속으로 잠겨 들기나 해.


-콰직!


아마도 녀석이 마지막까지 믿고 있었던 그 비늘마저 내 단검은 손쉽게 뚫어냈다. 렘난티스의 말대로였다.

단검치고는 날이 긴 그것은 녀석의 머리 아래에서 콧등 위를 순식간에 관통했다. 그리고 붉은 피가 뿜어지듯 쏟아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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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12. 마나 폭주 (2) 24.08.29 6 0 11쪽
» #12. 마나 폭주 (1) 24.08.26 6 0 11쪽
66 #11. 잊혀진 이들 (The Unremembered) (11) 24.08.22 8 0 11쪽
65 #11. 잊혀진 이들 (The Unremembered) (10) 24.08.19 7 0 11쪽
64 #11. 잊혀진 이들 (The Unremembered) (9) 24.08.15 7 0 11쪽
63 #11. 잊혀진 이들 (The Unremembered) (8) 24.08.12 8 0 11쪽
62 #11. 잊혀진 이들 (The Unremembered) (7) 24.08.08 7 0 11쪽
61 #11. 잊혀진 이들 (The Unremembered) (6) 24.08.05 5 0 12쪽
60 #11. 잊혀진 이들 (The Unremembered) (5) 24.08.01 6 0 11쪽
59 #11. 잊혀진 이들 (The Unremembered) (4) 24.07.29 8 0 11쪽
58 #11. 잊혀진 이들 (The Unremembered) (3) 24.07.25 7 0 11쪽
57 #11. 잊혀진 이들 (The Unremembered) (2) 24.07.22 7 0 12쪽
56 #11. 잊혀진 이들 (The Unremembered) (1) 24.07.18 7 0 11쪽
55 #10. 진실 (11) 24.07.15 8 0 11쪽
54 #10. 진실 (10) 24.07.11 7 0 11쪽
53 #10. 진실 (9) 24.07.08 8 0 12쪽
52 #10. 진실 (8) 24.07.04 6 0 11쪽
51 #10. 진실 (7) 24.07.01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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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10. 진실 (5) 24.06.24 6 0 11쪽
48 #10. 진실 (4) 24.06.20 8 0 11쪽
47 #10. 진실 (3) 24.06.17 8 0 11쪽
46 #10. 진실 (2) 24.06.13 7 0 11쪽
45 #10. 진실 (1) 24.06.10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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