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죽이기 (Kill the 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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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CE
작품등록일 :
2024.01.0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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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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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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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진실 (2)

DUMMY

“경비대장님, 의뢰비는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 하나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이야기하게. 들어보지.”

“여기 펠리스는 이미 모험가로서 활동하고 있지만 저희는 아직 정식으로 모험가 등록이 안 된 상태입니다. 모험가 추천을 받기가 쉽지가 않아서요. 괜찮으시다면 펠리스와 경비대장님을 추천인으로 해서 게일포트에 모험가 등록을 하고 싶습니다.”


모험가 등록은 말 그대로 정식적인 모험가로서 여러 나라에 지부가 있는 모험가 협회라는 곳에 등록하는 것이다. 모험가 등록을 하면 의뢰에 대해 완수한 기록을 남길 수 있어서 모험가로서 활약을 증명할 수도 있게 되고, 대륙을 돌아다니는 모험가의 특성상 어느 정도 신분 증명서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모험가 등록을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등록을 위해 보통 두 명의 모험가의 추천을 요구하는데, 경비대장이라면 모험가를 대신해 하나의 추천을 해 줄 수 있다. 꽤나 고위직이니까.


다만 모험가 협회는 각 지부의 모험가 목록을 함께 관리하고 있어서, 만약 드래곤 나이트가 젠탈리온의 모험가 협회의 목록까지 꾸준히 확인하고 있다면 우리가 게일포트에서 모험가 등록을 했다는 것이 드러날 수 있다는 위험은 있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가 폰더레이를 거쳐 게일포트로 넘어왔다는 것은 이미 저들에게도 알려진 사실이다. 모험가 등록을 통해 엘 메이아 안에서 이동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만큼,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


경비대장은 흐음, 하고 잠시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 사이에 고맙게도 펠리스가 말을 덧붙였다.


“둘 다 꽤 실력이 좋아서요. 게일포트 모험가로 등록하게 되면 게일포트에는 꽤나 좋을 거라 생각해요. 이런 인재를 놓친다면 아쉬우실 거예요.”

“...모험가로서 이번에 그 실력도 충분히 증명했고 훌륭한 일을 하였으니, 알겠네. 추천해주지.”


야호.

모험가로서 등록하는 건 정말로 유용하다. 얼마나 엘 메이아에 머물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건 꽤나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오멜과 나는 소리치지는 못했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야기는 다 마무리된 것 같군. 밖에서 잠깐 기다리면 병사를 통해 의뢰비와 추천서를 전달해 주겠네.”

“저기, 경비대장님. 하나 더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사실 이제부터의 이야기가 중요하다. 나는 올리비아에 대해 작은 단서 하나라도 더 얻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올리비아···님에 대해 혹시 아시는 것이 있으실까요? 엘 메이아 왕실 기사단에 올리비아님이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왕실 기사단의 올리비아 경 말인가?”

“네. 맞습니다.”

“나라고 왕도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니 왕실 기사단의 모두에 대해 아는 건 아니지만 올리비아 경에 대해서라면 모르지는 않지. 무엇보다 최연소로 수석 기사가 되신 것으로 유명하시니까. 다만 그게 전부다. 어떤 것이 궁금한 거지?”


펠리스의 정보는 확실했다. 왕실 기사단에 올리비아라는 사람이 있고, 그녀는 최연소 수석 기사로 이름을 떨쳤다.

아무래도 왕실 기사단의 사람이다 보니 나는 너무 캐묻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도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그마치 가장 어린 나이로 수석 기사가 되셨다고··· 저도 장래에 왕실 기사단 입단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꼭 그분을 만나 뵙고 싶어서요. 혹시 어디로 가야 그분을 만날 수 있을까요? 역시 왕도일까요?”

“흐음.”

“꼭 만나 뵙고 싶었거든요. 최연소 수석 기사라니, 저의 꿈이기도 해서요.”


경비대장은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했다. 그건 어디까지 말을 해도 될지에 대한 고민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알다시피 지금 엘 메이아는 젠탈리온과 전쟁 중이다. 따라서 왕실 기사의 자세한 위치나 행동은 군사 기밀이기 때문에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게이트포트에 왕실 기사들이 내려와 있다는 이야기는 기밀도 아닐 뿐더러 꽤나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 아쉽지만 그것 이상은 알려줄 수 없다.”

“게이트포트···”

“원한다면 그곳에서 직접 수소문해 보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게이트포트라고 해도 꽤나 큰 도시니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네가 하기에 달렸겠지.”


-


“냐하하,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의뢰비를 세 배나 받게 되었네요!”

“그렇지만··· 펠리스 너는 이걸로 만족해? 세 배라고는 해도 사람도 세 명이니 결과적으로 네가 받은 건 똑같게 되는데.”

“뭐~ 몬스터 토벌의 값으로는 아쉬울 수는 있지만요. 그래도 저는 혹시나 의뢰비를 아예 더 못 준다고 할까 봐 걱정했거든요. 루비랑 오멜도 고생했으니까 원래의 의뢰비를 삼등분 하면 정말 돌아가는 게 없으니까요. 루비랑 오멜이 의뢰비를 나름 받을 수 있어서 그걸로 만족해요.”


받은 의뢰비로 괜찮은 식사나 하자는 오멜의 제안에 따라 모처럼 좋은 식당에 오게 되었다.

어쩌면 젠탈리온에서 도망쳐 나온 이후로 이 정도의 식사는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폰더레이 영주의 저택에서의 식사도 괜찮았지만 그건 별개로 두자. 어차피 직후에 있었던 엄청난 사건 때문에 이제는 맛조차 기억나지 않으니까.


경비대장과 만난 이후로 펠리스는 줄곧 꽤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말한 대로 펠리스 스스로는 의뢰비를 전혀 올려 받지 못했다. 세 배의 의뢰비를 받았으나 인원을 따라 삼등분 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똑같게 된 거다.

그럼에도 그녀는 우리가 혹시나 헐값의 의뢰비를 받게 될까 걱정했던 것 같았다. 본인이 받은 금액보다 나와 오멜이 적당한 금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에 더 만족하는 눈치였다.


“그나저나 이제 어쩔 생각이에요? 정말 올리비아를 찾아서 게이트포트로 가실 거예요?”


뼈채로 나온 커다란 고기를 시원스레 손으로 잡아 한 입 뜯으며 펠리스가 물었다.


“응. 그럴 생각이야.”

“으음, 그다지 묻지는 않겠지만 올리비아라는 그 왕실 기사를 정말로 만나고 싶으신가 보네요.”

“...묻지 않을 거야?”


생각해보면 펠리스는 우리가 올리비아를 찾아 헤매고 있던 것을 알고 나서도 한 번도 그 이유를 묻지 않았었다.

설령 펠리스가 묻는다고 하더라도 사실 말해줄 것은 거의 없다. 사실대로 다 털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나는 조금의 가책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펠리스에게 물었다.


“네. 묻지 않아요. 모두에게는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있잖아요. 루비와 오멜이 말하지 않았다는 건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말이죠.”


인간 나이로 16살 되는 여자애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30년 이상을 살아왔다. 그 탓인지 이전에도 느꼈던 거지만 펠리스는 겉나이보다 더 속이 깊었다.


“-루비도 묻지 않았잖아요?”

“...뭐, 그랬지.”


펠리스는 자신의 표정을 나에게 보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 역시도 그 표정에 대한 이유를 묻지 않았다. 펠리스는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내용을 하나도 알지 못하는 오멜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슨 이야기야?’ 라며 나와 펠리스를 번갈아 보았다.


“냐하, 사실 저도 그다지 말하지 않으려 했거든요.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니니까요.”


가볍게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펠리스는 고기를 한 입 더 뜯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죠. 조금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들어준다면 좋겠어요.”

“...우리에게?”

“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고 정말 제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여태껏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단 말이죠. 아, 어디까지나 루비랑 오멜이 괜찮다면 말이에요!”

“얼마든지.”

“나도야.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부탁해.”


괜찮지 않을 리가 없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쉽게 아무에게나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영원히 속에 파묻혀 상처를 내고, 그 상처는 천천히 곪는다.

나는 항상 밝은 여자애인 줄 알았던 펠리스의 표정에 잠깐의 어둠이 스쳐 지나갔던 것을 기억한다. 스스로의 어두운 부분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상처의 큰 부분이 회복되기도 한다.


“둘 다 고마워요.”


냐하, 하고 조금 쑥스럽다는 듯 웃음 지으며 펠리스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살짝 어루만졌다.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미안해요. 저 거짓말을 했어요.”

“...거짓말?”

“제가 왜 의뢰를 모두 완수하는 것에 집착하는지, 이전에 물어본 적 있었죠?”

“응, 기억해. 뿌듯하니까 자신만의 목표로 삼았다는 뭐 그런 이야기 아니었어? 오멜도 이해한다는 듯이 끼어들었었잖아.”

“그랬었지. 나도 기억나.”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펠리스는 자신이 지금까지 의뢰를 모조리 완수했다고 자랑했고, 그 이력이 꽤나 특이해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어봤었다.

하지만 의심···까지는 아니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면 조금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툼스크림 퀸을 상대할 때, 우리에게는 분명히 포기하고 물러설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 중 아무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멜은 그렇다 쳐도, 펠리스에게 자신의 목적인 ‘모든 임무 완수’에는 오히려 툼스크림 퀸을 상대하는 건 리스크밖에 없다. 하이리스크, 로우리턴이다.


“냐하하··· 사실 그런 게 아니었단 말이죠.”


웃고 있었지만 그 표정에서는 묘하게 슬픈 기색을 볼 수 있었다.


“저, 가출했어요.”

“가출?”

“네에. 모험가로서 세상을 돌아보니 마니, 잘난 채 이야기했었지만 사실 그냥 가출했던 거였어요.”


펠리스는 말을 이었다.


“아네즈는 세 부족이 모여 통치하는 연합국이에요. 따라서 저는 원로의 첫째 딸이기는 하지만, 왕국의 공주와 같은 위치는 아니에요. 일반적으로 원로 자리를 직계 세습하지도 않구요. 아네즈에서는 역사적으로 부족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원로로 추대돼요. 저희 아빠도 젊으셨을 적에 부족에서 가장 강했던 거구요.”


확실히 펠리스는 이전에 내가 그녀를 공주님이라고 했을 때 미묘한 반응을 보였었다.


“이전에 제가 성인이 되는 대로 아빠를 따라 제 부족의 원로를 이을 거라고 말한 적 있었죠? 그건 진짜예요. 정말로 제 아빠는 저를 차기 원로로 추대하려 했어요. 아, 딱히 친딸이라서 자리를 물려주려는 그런 건 아니에요. 저는 저희 부족에서 제일 강했거든요. 자랑이거나 허풍 떠는 게 아니라 정말로요.”


자신의 부족에서 자신이 제일 강하다는 이야기는 펠리스와 처음 만났을 때에도 들은 적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이렇게 어린 소녀를 원로로 추대해야 할 정도로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의뢰를 진행하고 난 지금은, 그것이 허풍이거나 괜한 말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펠리스는 강했다. 그것도 적당히 강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강했다.

전투에서 그녀의 움직임이나 용기를 직접 본 지금에서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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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11. 잊혀진 이들 (The Unremembered) (4) 24.07.29 8 0 11쪽
58 #11. 잊혀진 이들 (The Unremembered) (3) 24.07.25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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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10. 진실 (9) 24.07.08 8 0 12쪽
52 #10. 진실 (8) 24.07.04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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