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죽이기 (Kill the 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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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CE
작품등록일 :
2024.01.0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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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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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날개 (3)

DUMMY

-


-똑똑똑


오멜이 자리를 비운 어느 날 오후, 오전에 일을 마무리하고 모처럼 여유가 생겨 오멜의 도서관에서 몬스터 도감을 뒤적이고 있을 때였다.


"오멜님, 엘리샤입니다. 전언이 있어 방문했습니다."

"엘리샤~ 오멜 없어! 들어와."

"에, 엣."


성실하게 문 밖에서 또박또박 자신의 용무를 말하는 엘리샤에게 들어오라고 소리쳤지만, 어쩔 줄 몰라하는 소리를 내며 끝까지 문을 열지를 않았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벌컥, 문을 열어젖혔다.


"어, 언니. 오멜님이 안 계신데 멋대로 들어갈 수는 없어요···"

"괜찮다니까, 들어와, 들어와. 바빠?"

"바쁘지는 않지만··· 저, 그러려고 온 게··· 으아앗···"


끝까지 문 앞에서 버티고 있는 엘리샤를 확 껴안고 빙글, 몸을 돌려 도서관 안으로 집어넣었다.

비록 내가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키는 엘리샤가 더 큰 탓에 안는 그림이 조금 묘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니까 넘어가자.


"정말, 이러면 안 된다니까요··· 오멜님이 오시기라도 하시면···"

"괜찮아, 괜찮아. 내가 책임질게. 여기 앉아. 차라도 한 잔 마실래?"


나는 엘리샤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미 화로에 불을 붙여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제 모습을 메이드장님께서 아시기라도 하면 전 정말 혼날 거예요··· 메이드로서 태도라든가··· 용서 받을 수 없어요···"

"그 정도일까··· 너무 성실하다구, 엘리샤는."


엘리샤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많은 것을 포기한 표정으로 내가 내미는 차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전언이라면? 내가 전해 줄까?"

"아, 네, 부탁드릴게요. 마차 관리부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오멜님이 관리 대장을 최근에 여러 번 빼먹으셨다고 해서요. 한두 번이면 넘어갈 수 있는데 누락된 횟수가 많다고 하셔서 부서장님께서 꼭 방문해서 작성해 달라고 하셨거든요."

"관리 대장?"

"네에, 오멜님은 직위가 있으시니까 왕성의 마차를 필요하실 때마다 빌릴 수 있으시거든요. 다만 빌리고 반납하는 관리 대장을 작성을 해야 해서요."


덤벙거리는 녀석이구만, 하고 중얼거리다 그 사실을 가만히 곱씹어보니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차라면 왕성 밖으로 나갔다는 뜻이야?"

"왕성 안에서 짐을 옮길 용도로도 쓰지 못할 건 없지만 그 정도라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지 않으셨을까요? 예전부터 오멜님은 마법 연구로 이런저런 것들을 직접 실어서 가져오신 적이 많아서 그런 용무라고 생각해요. 한 번은 몬스터 사체를 직접 실어 오셔서 복도가 몬스터의 체액으로 난장판이 된 적도 있단 말이죠··· 그런 건 조금 참아주셨으면 하지만요."


오멜의 개인적인 용무까지 간섭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나는 여태껏 왕성 밖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왜 그렇게 단정 지었는지 모를 일이다. 무의식적으로 다들 왕성 안에서 모든 삶을 살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장 젠탈리온의 다른 도시에서는 몬스터 카니발로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고, 또 젠탈리온의 국경에서는 엘 메이아와 전쟁 중이다. 이 도시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닌 것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만약 왕성 밖으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면··· 오멜에게 나를 발견한 곳으로 데려달라고 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사실 내 가족과 내가 발견된 장소에 큰 미련은 없다. 무엇보다 나의 기억은 완전하게 사라졌다. 미련도 어느 정도의 기억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얼마 전 로웨나와의 대화이다. 그건 마치 오멜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거기에 드래곤 나이트의 지도부까지 나서서 오멜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이 오멜에 대해 무엇을 의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당장 오멜에게 확인해야 할 것은 내가 어디에서 왔느냐의 문제이다.

오멜에게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해서 드래곤의 마법에 직격해서 폐허가 된 풍경을 본다면, 나는 그 여자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오멜의 편으로 설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멜을 의심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멜을 믿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 저는 먼저 일어나 볼게요. 아쉽지만 아무래도 오멜님은 늦으실 것 같구 저도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서요.”


혹시나 오멜이 올까 잠시 기다렸지만, 엘리샤가 차를 한 잔 비울 때까지 오멜은 오지 않았다.


“놀아줘서 고마워. 아까 그건 내가 오멜에게 확실하게 전해 둘게.”

“고맙습니다!”

“아, 아니면 혹시 내가 그 관리 대장인지 뭔지 하는 것 작성해도 되는 거야?”

“음, 그러네요. 전속이시니까 충분히 오멜님의 대리로서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날짜도 마차 관리부에서 대충은 알고 있는 것 같구요.”

“알겠어. 일단 가볼게. 이런 잡다한 일을 챙기는 것이야말로 전속의 일이니까.”


엘리샤가 꾸벅, 하고 귀엽게 인사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코너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 후, 나는 왕성 별관을 나와 엘리샤가 말한 마차 관리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오멜이 나에게 메이드의 일을 그다지 시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속의 신분으로서 이런 귀찮은 일은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언제까지 오멜의 호의에 기댈 수는 없다.


“네?”

“그러니까, 빠진 부분은 없다니까. 여기 보렴, 오멜 마나필드. 다 작성 하셨어. 애초에 작성을 빠뜨릴 만큼 많이 빌리시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나 마차 관리부에 도착해서 관리인 분께 여쭈어 보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관리 대장을 넘겨받아 몇 번을 뒤적이며 확인해도 확실히 오멜의 이름과 빌린 날짜가 몇 군데에 적혀 있었다. 빠진 것은 없었다.


“그치만··· 분명 전언이 있었다고 했는데요.”

“여기 마차 관리부가 맞는 거니?”

“여기 마차 관리부라뇨?”

“여기는 왕성 남문에 있는 제 1 마차 관리부고 북문에 제 2 마차 관리부가 있어. 어디인지 듣지 못했다면 한 번 거기에 확인해 보렴.”


왕성에서의 생활을 그래도 조금 익숙해질 정도로 했지만 마차 관리부가 두 곳이라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보통 마차 관리부라고 하면 이곳, 남문에 있는 마차 관리부를 말했기 때문에 제 2 마차 관리부라는 곳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모를만도 해. 북문의 마차 관리부는 그렇게 규모가 크지도 않고 애초에 북문으로 나갈 일이 자주 없으니까. 다들 보통은 남문으로 나가잖아.”

“생각해보면 저도 한 번도 북문으로는 나가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왕도 시내로 나가려면 남문으로 가는 게 빠르니까. 안 그래도 북문으로 출입하는 경우는 그다지 없었는데 최근에 암살 사건이 터지면서 경비까지 심해져서 말이지···”

“북문 밖에는 뭐가 있나요?”

“남문처럼 시내로 가는 길이 있기는 해. 그런데 빙 돌아서 가야 하니까 남문보다 멀고 굳이 그 길로 갈 필요가 없지. 그거 말고는 산책길? 왕성 북쪽은 꽤나 나무가 많은 숲이니까. 숲을 쭉 따라가면 왕도 북문이 나오겠지.”


암살자들이 나와 공주님을 습격했을 때 암살자를 따라 서문으로 나간 적이 있었다. 서문은 특수한 용도 이외에는 개방되지 않는다. 서문 밖에는 풀숲이 무성했다.

북문은 그래도 출입이 가능한 문이기 때문에 서문보다는 바깥이 정리가 되었겠지만 아마 비슷한 느낌의 숲이지 않을까.


관리인 분께서 자세히 설명해 주신 덕에 나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북문으로 향할 수 있었다.

북문은 사실 아직도 조금 껄끄럽다. 범죄 현장에 다시 등장한 범인마냥 멀찌감치 눈에 들어오는 북서쪽에 위치한 드래곤 나이트의 건물과 그 옆의 드래곤 시체가 보관된 가건물에 애써 시선을 주지 않으며 최대한 동쪽에 붙어서 걸어 올라갔다.


제 2 마차 관리부는 북문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확실히 이곳은 북문으로 마차를 끌고나가기 편한 위치였다.

규모는 남문의 마차 관리부의 절반 정도였다. 조금 낡은 느낌까지도 났다.


“오멜님의 전속이란 말이지?”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하던 제 2 마차 관리부의 관리인은 머리를 긁적이며 나에게 어떤 두꺼운 책을 내밀었다. ‘마차 관리 대장’이라는 거친 글씨가 가장 앞 장에 적혀 있었다.


“여기에 보면 오멜님 이름이 적힌 빈칸이 있을 거야. 빈칸에 서명하고··· 실제로 전부 문제없이 반환 됐기는 한데 어찌 됐든 기록을 남겨야 하니까 반환일은 빌린 날이랑 같은 날로 적으면 된다.”

“네, 이해했어요.”


나는 책의 가장 최근 날짜에서 오랜 날짜로 거꾸로 페이지를 넘기며 오멜의 이름이 적힌 곳에 서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마차를 자주 빌렸다고?’


그런데 남문의 마차 관리 대장에서 본 것과는 다르게 예상보다 오멜이 마차를 빌린 횟수가 많았다. 이렇게 자주 젠탈리온의 왕도 바깥을 오갔다는 건가? 엘리샤의 말대로 그저 마법 연구를 위해서?


끝나지 않는 오멜의 이름을 따라가며 서명했다. 몇 개의 서명을 했을까, 빈칸은 드래곤이 토벌된 바로 이튿날의 기록을 마지막으로 더는 없었다.

드래곤을 토벌하고 왕성으로 돌아온 바로 이튿날. 오멜은 이곳에서 마차를 빌렸다. 그것도 그저 마법 연구의 목적이었을까. 내가 괜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일까.


“오멜님께는 관리 대장 잘 기록해 달라고 꼭 좀 전달해줘라. 지금이야 이렇게 몰아 쓰지만 감사라도 들어오면 내가 박살난다니까··· 안 그래도 최근에 기사단장님이 직접 마차를 빌리러 오셔서 식겁했거든.”

“사울로 기사단장님이요? 왜 남문에서 빌리지 않으시고···”

“글쎄다. 나야 모르지. 다른 분도 아니고 오멜님이나 기사단장님께 내가 감히 왜 빌리냐고 용도를 따져 물을 수도 없으니까. 드래곤 나이트가 북문 밖에서 뭐라도 하는 게 아닐까? 아무래도 전쟁 중이기도 하니까.”


나는 이 말을 듣고 내심 안심할 수 있었다.

기사단장님께서도 오멜과 똑같이 북문의 마차 관리부로 와서 마차를 빌린 적이 있다. 즉 오멜이 이곳에서 마차를 자주 빌렸던 것은 아마도 드래곤 나이트의 일이었을 확률이 높다.

드래곤 나이트는 항상 기밀로 움직이는 부서니까. 오멜이 나에게도 비밀로 하고 드래곤 나이트의 일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하면 납득이 간다.


그렇게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도서관으로 복귀한 나에게, 한 통의 편지가 와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나와 오멜에게 온 편지였다.


‘수신, 오멜 마나필드와 그 전속 메이드 루비. 내일 아침 7시까지 왕실 기사단 훈련장으로 나올 것. 본 서신은 1급 기밀로 취급하여 발설을 금함.’


그리고 그 편지의 하단에는 다음과 같은 이름과 직인이 찍혀 있었다.


‘-발신, 드래곤 나이트 단장, 사울로 제퍼슨’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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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8. 게일포트 (2) 24.05.06 5 0 12쪽
34 #08. 게일포트 (1) 24.05.02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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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07. 산맥의 오아시스 (4) 24.04.25 7 0 11쪽
31 #07. 산맥의 오아시스 (3) 24.04.22 7 0 12쪽
30 #07. 산맥의 오아시스 (2) 24.04.18 5 0 14쪽
29 #07. 산맥의 오아시스 (1) 24.04.15 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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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6. 죽음의 꼬리를 삼키다 (4) 24.04.08 7 0 11쪽
26 #06. 죽음의 꼬리를 삼키다 (3) 24.04.04 6 0 13쪽
25 #06. 죽음의 꼬리를 삼키다 (2) 24.04.01 7 0 11쪽
24 #06. 죽음의 꼬리를 삼키다 (1) 24.03.28 6 0 13쪽
23 #05. 날개 (5) 24.03.25 8 0 14쪽
22 #05. 날개 (4) 24.03.21 7 0 11쪽
» #05. 날개 (3) 24.03.18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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