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죽이기 (Kill the 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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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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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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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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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흠이 없는 검정 (1)

DUMMY

#09. 흠이 없는 검정


“좋은 아침이에요오!”


이튿날 이른 아침. 어제의 그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펠리스는 우리를 보자 거의 껴안을 기세로 달려와 손을 붙잡았다.

동물계라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본성이 그런 건지, 행동 하나하나에 마치 애완동물 같은 애교가 섞여있다. 귀여운 여동생 같은 느낌이라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다만 어제도 느꼈지만 오멜은 이런 타입의 여자애를 대하는 게 어려워 보였다. 펠리스의 발랄한 에너지를 어쩔 줄 몰라하는 느낌이다.


“올 줄 알고 있었다구요.”

“...정말?”

“네.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왠지 모르게라니··· 적당하구나.”

“왠지 모르게 확신했어요.”


뭐, 펠리스의 말대로 어쨌든 우리가 이곳에 왔으니까 그녀의 감은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펠리스, 올리비아에 대한 이야기는··· 확실한 거지?”

“그럼요. 약속할게요.”


오멜은 다시금 확인하듯 펠리스에게 물었다.

어제도 말했던 것처럼 중요한 건 올리비아에 대한 이야기다. 올리비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할 수는 있다. 정말로 그 정보가 있기만 하다면 말이다.


펠리스는 오멜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은 그다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무턱대고 의심하는 것이 조금 마음이 찔렸지만, 폰더레이에서 겪은 사건을 교훈 삼자.


몬스터 서식지로 향하기 위해 우리는 우선 모헨 마을로 향했다.

모헨 마을은 게일포트로부터 북쪽으로 마차를 타고 반나절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펠리스가 게일포트에서 모헨 마을로 이동하는 마차편을 알고 있다고 하여 힘들게 걸어갈 수고는 덜 수 있었다.

거기에 도시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검문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펠리스라는 이미 신분이 증명된 모험가가 함께 있기도 했지만, 이미 도시 안에 있는 사람은 검증이 됐다고 간주하는 것 같았다. 기를 쓰며 게일 포트로 들어온 의미가 있었다.


-덜컹, 덜컹···


“아얏···”

“괜찮아요? 여기 모포라도 깔고 있어요.”

“고마워···”


모헨은 작은 마을이다 보니 게일포트에서 어느 정도 나온 후부터는 급격히 길이 나빠졌다. 덕분에 마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엉덩이가 아팠다.

펠리스가 자기 가방을 뒤젹여 나온 모포를 방석삼아 바닥에 깔고 앉은 후, 나는 펠리스의 말에 다시 귀 기울였다.


“그래서 몬스터의 외형 이야기였죠. 희귀한 몬스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몬스터는 아니었어요. 다만 엄청나게 크기가 크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대형 몬스터라면 저의 특기거든요. 레오파드족은 초근접 전투에서 굉장히 강해서요.”

“동물계 인간은 종족마다 특이한 능력이 있다고 들었어.”

“오멜은 아는 게 많네요. 맞아요. 저희는 정령의 축복이라고 부르는데요, 저희 부족은 근접 싸움에서 사고가 가속된단 말이죠.”

“사고가 가속?”

“네에.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몸이 그만큼 빨라지는 건 아니지만 찰나의 순간을 아주 길게 느끼는 것 자체가 엄청난 강점이거든요.”


근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반응이다. 상대의 공격에 반응하고, 상대의 빈틈에 반응한다. 그 시간을 길게 느낄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근접전에서 무적에 가까운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능력은 초근접에서만 발휘되어서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혼자서 몬스터들을 뚫지 못했거든요.”

“그 말은 몬스터들이 원거리 공격을 한다는 거구나.”

“맞아요. 녀석들의 몸에는 가시들이 엄청나게 돋아 있거든요. 그 가시를 통해 근접해서 싸우기도 하지만 멀리서는 그걸 마치 투창처럼 날려요.”


투창처럼 날린다라.

그 말을 듣자 거의 아물었지만 여전히 붕대가 감겨있는 내 배가 꾸욱, 하고 쑤셔왔다.


“크기는 중형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말보다 조금 더 큰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 녀석들의 숫자가 대단하단 말이죠. 제가 마주쳤을 때만 해도 20마리는 넘었어요. 서식지라고 하는 곳도 키가 큰 나무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사방에서 가시가 날아오면 큰일이거든요.”


확실히 그런 몬스터 무리를 근접전으로만 상대하는 건 무리가 있다. 펠리스가 다른 모험가를 찾고 있던 것도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렇게 얼마를 더 갔을까. 모포를 뚫고 올라오는 진동이 점점 머리까지 흔들기 시작할 무렵, 주변에서 사람의 손길이 닿은 밭과 같은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걷지 않아서 마냥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마차를 타는 것도 큰일이네···”

“냐하하,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


나는 얼얼한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펠리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최상의 컨디션으로 보였다.


“...오멜, 너는 나에게 공감해 주겠지?”

“...죽겠어.”


오멜은 뒤따라 마차에서 내리며 쓰러질듯 비틀거린다.

아무래도 키라든가 다리라든가 나보다 길쭉하기 때문에 나 못지 않게 힘들었던 것 같았다. 기사단에서는 주로 말을 탔을 거니까 마차는 오히려 익숙하지 않나보다.


“나도 마차를 타본 적은 있었어. 정말로 어릴 적이지만···”


오멜이 투덜거렸다.


“이곳에서 바로 드래고니아 산맥쪽으로 올라가면 되거든요. 조금 쉴래요?”

“아냐, 오히려 걷는 건 익숙하니까. 바로 움직여도 좋아. 걷는 게 오히려 기분이 좋겠어. 시간은 여기서부터 얼마나 걸릴까?”

“두 시간 정도일까요.”

“해 지기 전에 내려오려면 몬스터를 뚫고 지도를 그리는 데에 쓸 수 있는 시간은 두 시간밖에 없다는 건가···”

“조금 위험해지겠지만 저는 전부 마무리하고 밤에 산을 내려와도 괜찮아요. 해가 뜨는 시간 동안 일을 마무리 한다고 하면요. 그러면 두 시간을 더 벌 수 있으니까요.”

“음···”


몬스터들의 수준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이상 과연 시간 안에 마무리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오멜은 펠리스의 말을 듣고 한참을 고민하는 듯했다.


“뭐, 괜찮지 않겠어? 여차하면 중간에 포기하고 내일 다시 올라가는 걸로.”


올리비아를 어서 찾아야 하는 입장에서 너무 마음 편한 소리인가 싶기는 했지만, 하루 정도의 여유는 있다. 오늘 안 되더라도 예비조사라는 느낌으로 내일 다시 정비해서 도전하면 된다.


“...알겠어. 바로 출발하자.”

“네에~”


어쩌다 보니 파티의 리더가 된 오멜의 말을 따라 우리는 짐을 챙겨 앞쪽에 보이는 산을 향해 나아갔다.

진형은 단순했다. 전위에 전사인 펠리스, 중위에 마법사인 오멜, 후위에는 근접과 마법 모두 대응할 수 있는 내가 섰다.


“클로야?”

“네. 특기거든요.”


산에 진입하며 펠리스는 손에 특이한 무기를 장착했다. 클로라고 하는 무기였는데, 각 손마다 동물의 발톱같은 날카로운 두 개의 금속제 칼날이 달려 있었고 이것들은 평소에는 마치 발톱을 숨기듯 팔뚝 방향으로 올라가 있었다. 원하는 타이밍에 앞으로 꺼내어 싸울 수 있는 것 같았다.

거의 단검과도 같은 사거리의 초근접 무기였다. 실로 정령의 축복이라고 한 사고 가속에 어울리는 무기였다.


펠리스를 따라 나도 내 무기를 점검하였다. 게일포트로 오기 전까지 잘 사용했던 마법석 조각은 여전히 품 안에 지니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전투에서 단검과도 같은 사거리는 불리한 점이 너무 많다. 이전에 동굴에서 드래곤 나이트의 기사와 싸웠을 때에도 사거리 차이가 너무 커서 쉽게 공격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게일포트의 무기점에서 검을 하나 사 두었다. 그다지 특별한 검은 아니었다. 적당한 길이에, 평균보다는 약간 가벼운 무게의 다루기 편한 검이었다.


산 깊은 곳으로 들어다가 보니 확실히 무언가가 무리 지어 이동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몬스터들도 자신들이 다니는 일종의 길이 있는 듯, 분명히 사람이 닿지 않는 깊은 산임에도 산길같이 움직이기 쉬운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지도가 작성된 건 여기까지예요.”


지도를 여기까지 작성했다는 것은, 이 뒤로는 몬스터들의 서식지에 가깝다는 뜻이었다. 몬스터들의 습격에 대한 펠리스의 경고기도 했다.


오멜이 천천히 마나를 주변으로 흩뜨리는 것이 느껴졌다. 커다란 나무 같은 것들이 많아 마나로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펠리스. 오멜이 마법을 먼저 쓸 수 있게 하자. 오멜을 남겨 두고 진입하기에는 주변에 엄폐물이 너무 많아.”

“알겠어요. 최대한 호위하는 쪽으로 움직일게요.”


오멜을 가운데에 두고 앞뒤로 진형을 유지하며 우리는 천천히 숲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바람이 불며 나뭇잎들이 쏴아, 하는 시원한 소리를 내는 것이 들렸다. 아직 몬스터들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숲속으로 들어갈수록 묘한 느낌이 자꾸만 나를 간지럽히는 것 같았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건 몬스터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뭐랄까··· 마치 마나의 흐름같은 것이었다. 틀림없이 오멜의 것은 아니었다.

그건 나의 신경을 자극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다시금 정신을 다잡고 몬스터들의 공격에 바짝 집중했다.


-쫑긋


그때, 펠리스의 귀가 무언가에 집중하는 듯 움찔거렸다.


“옵니다. 일단은 세 네 마리 정도예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의 사방에서 어두운 갈색의 무언가가 일시에 튀어나왔다.

꽤나 괴상하게 생긴 몬스터였다. 말 정도의 덩치를 가진 그것에는 등과 팔에 빼곡할 정도로 길고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있었다. 다만 배는 가시가 돋아 있지 않아서 배 또는 머리를 정확하게 노려야 피해 없이 공격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에 녀석은 긴 주둥이를 가지고 있었다. 입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입으로 물어뜯는 것 같은 공격은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몬스터는 얼핏 보면 네 발로 걸어 다닐 것 같았지만, 의외로 우리를 습격하는 모습은 두 발이었다. 아마도 평소에는 네 발로 걷지만 전투에서는 두 발을 쓰는 게 아닐까 싶었다.


“오멜, 하나는 맡길게!”


아무리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고 하더라도 오멜은 젠탈리온에서 세 손가락에 꼽는 마법사다. 제 몸 하나는 충분히 지킬 힘은 있다.

나는 사방에서 튀어나온 세 마리 중 양손에 자신의 가시를 들고 우리의 오른쪽에서 뛰어오른 녀석을 노려보았다.

먼저 한 발을 뒤로 내딛으며 내려찍는 공격을 가볍게 흘려내었다. 양손에 들린 가시가 내가 있었던 바닥을 내리찍었다. 나는 그 틈을 타서 검을 허리춤에서 빼어 들었다. 발도. 가시를 붙잡고 있던 몬스터의 양 손목이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나는 그대로 무방비한 배로 검을 찔러 넣었다.


“끄에에엑!”


‘돼지 같은 소리를 내는구나.’


묘하게 불쾌한 울음소리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뭐, 몬스터들이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을 들어 본 적도 없지만.


“녀석들이 더 왔어요!”


-쉬익!


한 마리를 손쉽게 쓰러뜨렸다고 생각했지만, 펠리스의 외침에 뒤이어 곧장 그 뒤에서 나를 노리고 마치 창을 던진 것처럼 가시가 날아들었다. 본능적으로 검을 높이 휘둘러 날아오는 가시를 쳐내었다. 그리고 나는 그 행동을 후회하였다.


작가의말

아홉 번째 타이틀의 시작입니다.

감사합니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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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08. 게일포트 (3) 24.05.09 6 0 11쪽
35 #08. 게일포트 (2) 24.05.06 5 0 12쪽
34 #08. 게일포트 (1) 24.05.02 7 0 11쪽
33 #07. 산맥의 오아시스 (5) 24.04.29 6 0 14쪽
32 #07. 산맥의 오아시스 (4) 24.04.25 7 0 11쪽
31 #07. 산맥의 오아시스 (3) 24.04.22 6 0 12쪽
30 #07. 산맥의 오아시스 (2) 24.04.18 5 0 14쪽
29 #07. 산맥의 오아시스 (1) 24.04.15 8 0 14쪽
28 #06. 죽음의 꼬리를 삼키다 (5) 24.04.11 8 0 13쪽
27 #06. 죽음의 꼬리를 삼키다 (4) 24.04.08 7 0 11쪽
26 #06. 죽음의 꼬리를 삼키다 (3) 24.04.04 6 0 13쪽
25 #06. 죽음의 꼬리를 삼키다 (2) 24.04.01 7 0 11쪽
24 #06. 죽음의 꼬리를 삼키다 (1) 24.03.28 6 0 13쪽
23 #05. 날개 (5) 24.03.25 8 0 14쪽
22 #05. 날개 (4) 24.03.21 7 0 11쪽
21 #05. 날개 (3) 24.03.18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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