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는 이지스 전투순양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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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노트
작품등록일 :
2024.03.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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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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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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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DUMMY

신호의 말대로였다.

오후 3시가 되자 물러났던 왜적들은 대열을 갖추고 진격해 왔다.


가장 선두에는사다리와 나기나타(길다란 창)을 든 아시가루(보병)들이.

그 뒤에는 조총대가 열을 이어 뒤따랐다.

그리고 가장 최후미에는 칼을 든 단병무장 보병들이 대형을 갖추고 걸어왔다.


특이한 것은 조총병이고 창병이고 할 것 없이 모두들 최소 1~2자루.

많게는 3~4자루의 길고 짧은 칼을 허리에 찬 것이었다.


“이 시기는 제련 수준이 높지 않아 내구도 때문에 여벌로 가지고 다니는 겁니다.”


강형범의 말에 우명식은 공장에서 찍어낸 60만 원짜리 대검에 잘려 나간 양원의 칼을 떠올렸다.


돌진해 오는 군세가 무려 5천.

나머지들은 후방에서 진을 치고 있다.

절반을 남겼음에도 이 성문을 막고 있는 부대의 5배 수준.


우명식은 천천히 그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화포는 없고 조총으로만 무장한 상태.

거리상으로 아무런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길군.”


언월도 같이 생겼지만 관우의 언월도와는 다르다.

창대의 끝에 달린 것은 창날이 아니라 기다란 칼이었다.


“창이 단순히 찌르기만 한다면 저 창은 휘둘러서 벨 수도 있군.”


단순히 말하자면 칼의 손잡이를 창만큼이나 늘린 것이 나기나타.

그들이 들고 있는 나기나타는 길이가 최소 3미터에서 6미터.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들은 햇살을 튕겨내며 선연하게 번들거렸다.

성 아래 전체가 마치 은빛의 비늘처럼 빛난다.

그것들이 뿜어내는 예기가 전장을 천천히 메우고 있었다.


“저 정도의 길이라면 접근전에서는 거리 안으로 파고들기도 전에 죽겠군요.”


나기나타만이 아니다.

왜병이 가진 모든 것이 길었다.

허리에 찬 칼도 자신의 키만큼이나 길었다.


“뭔가 기묘한 기분이군.”


중학생 정도 체구의.

아니 요즘은 중학생도 170대는 넘으니 초등학생 정도.

그런 사람들이 자기 키만 한 무장을 들고 오는 것을 보니 뭔가 비현실적이다.


- 두우우우웅!

- 두우우우우우웅!


징 소리와 북소리가 함께 크게 울렸다.

왜적들은 크게 함성을 지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얼굴의 표정이 보일 정도로 근접했다.

몸에는 옻칠과 담금질을 한 가죽을 조끼처럼 패용했고.

머리에는 철로 만들어진 원뿔 모양의 투구를.

팔과 다리에는 가죽이나, 철로 만들어진 보호구를 감싸고 있었다.


가장 선두에 섰던 장창병들이 좌우로 벌려섰다.

이어서 조총수들이 선두로 나섰다.


“거리 200입니다!”


“방패 착용! 거리 50까지는 응전하지 않는다.”


거리가 200에 이르자 우명식은 무전기를 잡았다.


강형범의 기억에 따르면 첫날은 조명연합군의 승리.

그러니 조선군과 명군의 화포와 수성전을 지켜볼 생각이었다.


- 탕! 탕! 탕! 탕! 탕!


콩 볶는듯한 총소리.

성벽의 솟아오른 부분을 방어막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폴리카보네이트 방패로 다시 한번 몸을 감싼다.


“제대로 몸을 숨겨라! 다치는 놈은 용서하지 않는다.”


우명식은 다시 한번 무전을 날렸다.

방패가 깨끗한 것을 보면 아직 적의 조총은 닿지 않았다.


“쏴라!”


신호가 칼을 뽑아들고 외치자, 성루에 배치된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았다.

하지만 화살 역시도 조총과 마찬가지로 닿지 않았다.


- 탕! 탕! 탕! 탕! 탕!


“30초 정도인가?”


첫 번째의 일제사격 이후, 쏟아진 사격.

우명식은 손목시계를 보고 조총의 연사 속도를 확인한다.


“거리 150까지 접근했습니다!”


이번에는 폴리카보네이트 방패에 미약한 충격이 느껴진다.

우명식은 투명한 방패 뒤에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모든 전황을 눈에 담고 있었다.


“발포하라!”


신호의 옆에 서 있던 군관의 외침.

이윽고 오른쪽에 있는 대완구의 심지에 불이 붙었다.

김영민이 나직하게 외쳤다.


“비격진천뢰다!”


말로만 듣던, 사진으로만 보던 조선시대 화포 기술의 결정체.

그것의 위력을 이제 확인하는 것이다.


- 퍼어엉!


대완구의 화약이 폭발하고 포탄이 적의 발 앞에 떨어진다.

그리고 데구루루 몇 바퀴 구르더니.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폭발.

수십 개의 철파편을 쏟아내며 반경 20미터의 왜군이 몰살당했다.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비는 날아가는 것이고.

격은 때리는 것.

진은 지진으로 땅을 진동시키고.

천뢰는 하늘의 벼락을 의미한다.


하늘을 날아가 지진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벼락.

비격진천뢰가 대단한 것은 신관을 적용한 지연 폭탄이라는 것이다.


이 시기 대부분의 포들은 철환을 던지는 수준.

말하자면 투석기의 돌이 쇠로, 던지는 힘이 화약으로 바뀐 것과 다르지 않다.


함포도 마찬가지.

쇠구슬을 강하게 던지는 것이다.

고체 덩어리를 강하게 투사하는 발사체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충격력만을 주는 것이다.

적에게 물리적 충격력은 줄 수 있지만 화약의 폭발력은 작동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명 살상의 용도보다는 공성전이나, 선박 같은 대형 구조물의 공격용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비격진천뢰는 다르다.


포탄의 내부에 화약을 충전하고, 속에 철파편을 심어두고 지연신관이 탑재되었다.

발사해서 적에게 도달하기까지는 대완구의 힘으로 날아가고.

떨어진 후에는 지연신관이 작동해서 폭발을 일으킨다.


화염과 폭풍, 그리고 파편.

그것으로 광범위한 범위의 인명을 살상한다.

현대전의 세열수류탄과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단하군.”


그 위력을 본 우명식은 입을 떡 하고 벌렸다.

이 정도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임진왜란에서 밀렸다고?


“저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강형범도, 나태석도, 김영민도 그 위력에 입이 벌어졌다.

이 정도의 화포라면 압살할 수 있다.


- 콰아아아아앙!

- 콰아아아아아!

- 콰아아앙!


지금 이곳에 배치된 비격진천뢰는 3문.

그것들이 다시 불을 토해냈다.


“퇴각하라!”


짧은 교전.

비격진천뢰에 당한 왜군들은 다시 퇴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퇴각함에 있어서도 그 기세는 엄정했고, 대열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마치 예상했다는 듯한 질서정연한 움직임이었다.



# # #



첫날의 승리.

그러나 이것은 전초전에 지나지 않는다.


“내일은 대공세를 취해오겠지. 포탄은 얼마나 남았느냐?”


“이십여 발 남았사옵니다.”


들려오는 대답에 신호의 가슴은 무거웠다.

포가 있어도 화약이 없으니 사용하지를 못한다.


‘한산이라면···이렇지 않았을 것을···’


전란의 시기.

화약을 구하는 것은 너무나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중앙군인 훈련도감의 녹봉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

입에 풀칠하기도 급급한 지금 그 누가 있어 진천뢰를 만들겠는가.


그러나 같은 시기.

통제사 이순신은 청어를 잡아 말려서 팔아 생활고를 안정시켰고.

바다의 소금을 말려서 팔아 군자금을 만들었다.

그 돈으로 병력을 먹이고 화약을 만들고 함포를 만들었다.


‘지금의 조선은 껍데기뿐···그러나 주상은 명(明)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민심을 얻고 무력을 가진 지방의 군벌.

이씨 왕조를 뒤흔들 수도 있는 잠재적인 위협.

그것이 통제사 이순신을 바라보는 왕의 시선이었다.


‘상께서 그러하시니 그 누가 화포를 만들고 화약을 만들겠는가···’


이제 해가 넘어갔다.

신호는 천천히 성루를 걸어내렸다.


“병사들을 배불리 먹이고, 푹 쉬도록 하라!”


야습은 없을 것이다.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놈들이 야습을 할 이유가 없다.

내일의 총공세를 위해서는 배불리 먹고 편히 쉬어야했다.


“비격진천뢰의 탄이 이십 발 남은 것이 사실입니까?”


대화를 들은 것인지 천조국의 군인이 신호를 향해 물어온다.

신호는 잠시 대답 없이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강철용을 타고 다니는 천조국.

그 소문은 성 안에 파다하게 퍼져있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도 그 소문을 들었다.


작게나마 희망을 가졌었다.

어쩌면 이 성을 지킬 수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역시 허황된 소문.’


용은 하늘을 날지만, 인간이 하늘을 날 리가 없다.

인간이 용을 부린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기에 이들은 너무나 평범했고, 또한 젊었다.


‘저들의 조총은 정교하지만 너무나 작다. 그리고 겨우 30정뿐.’


포구의 크기로 말하자면 저들이 가져온 조총은 포가 아니라 조총의 수준.

포의 위력은 화약의 양으로 결정된다.

저 정도의 크기에 들어가는 화약의 양은 뻔했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들은 두려워했는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눈빛은 냉정했고 두려움이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한 가지뿐.

조총의 사거리가 닿지 않기에 쏘지 못한 것이다.


“그대들의 조총은 거리가 얼마요?”


“대략 4천 보 정도는 될 겁니다.”


“허황되구려.”


고개를 흔들며 지나쳐가는 신호.

하얀 턱수염 속의 눈빛은 여전히 죽지 않았다.

그러나 그 뒷모습이 너무나 힘없어 보여 우명식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직접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


신호는 환갑에 가까운 나이다.

이제 세상물정은 알 만큼 알고, 사람을 보는 눈은 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 눈이었다.


“따라오시죠.”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등을 돌리고 걷는 우명식을 따라 신호도 몸을 돌렸다.

그들은 다시 성루 위로 올라섰다.


성루의 초병들은 두 명만 남긴 채 성안에서 쉬고 있다.

하지만 천조국의 병사들은 7명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태석이가 제일 잘 쏘지? 태석이 준비해.”


우명식의 말에 뭔지는 몰라도 나태석이 벌떡 일어섰다.

K2 소총에 조준경을 장착하고 조끼에서 탄창을 꺼낸다.


“탄창 필요 없어. 한 발만.”


우명식의 말에 탄창을 도로 집어넣고 한 발을 약실에 집어넣는다.


-철컥!


강철과 강철이 맞닿고 노리쇠가 고정되는 이 소리.

이 정밀한 소리는 언제 들어도 심장을 뛰게 했다.


“어디 보자···”


우명식은 쌍안경을 눈에 대고 적진을 살핀다.


거리는 1km 정도.

지나치게 짧은 거리.

왜적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조명연합군은 결코 성 밖으로 나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X새끼들이. 캠핑이라도 온 기세로구만.”


적들은 환하게 불을 켜두고 있었다.

막사마다 커다랗게 불을 밝혀두고 솥을 걸고 밥을 짓고 있다.


그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이곳까지 전해진다.

6만이 먹을 밥을 동시에 지으니 고소한 밥냄새가 이곳까지 번져온다.


“오른쪽에 뿔 다섯개 달린 모자 쓰고 있는 젊은 놈 보이냐?”


우명식은 슬슬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누구는 지금 매일 전투식량을 먹고 있는데.

저놈들은 갓 지은 따끈한 밥을 퍼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빨강 호랑이 비슷한 문장 달고 있는 놈 말일까? 보입니다.”


“그래! 그놈!”


우명식은 신호에게 쌍안경을 건넸다.


“이것이 무엇이오?”


신호는 얼떨떨하게 물으면서도 우명식이 했던 대로 쌍안경을 눈에 댔다.


“허어어억! 대관절 이게 무엇인가!”


그의 눈앞에 갑자기 왜장이 나타났다.

깜짝 놀란 신호가 손을 떼자, 왜장은 다시 사라졌다.


“놀라지 마십시오. 멀리 있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아마 이곳에서는 천리경이라고 부를 겁니다.”


망원경이 최초로 개발된 것은 1608년.

그리고 명나라를 거쳐 조선으로 들어온 것은 1631년 인조 시절.

1597년 오늘, 신호는 조선에서 망원경을 최초로 접한 사람이 되었다.


“기이하구나···참으로 신묘하구나.”


신호는 망원경을 눈에 댔다가 뗐다가, 다시 얼굴에 댄 채로 돌아보았다.

한참을 그러고서야 이것이 정말 천리 밖의 사물을 보게 하는 것임을 알았다.


“저놈을 죽일 겁니다. 그대로 보고만 계십시오. 준비됐냐?”


우명식은 멀리 있는 왜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롸져! 말씀만 하십쇼.”


“한 발에 할 수 있지?”


거리는 1,000 남짓.

평상시라면 10발 쏴서 다 맞힐 자신이 있는 나태석이다.


하지만 지금은 신호를 포함해 구경하는 보초병까지 조선군 세 명이 지켜보는 앞.

한 발에 처리 못 하면 선조들이자 후진국인들에게 쪽 팔린다.

한중해전때보다도 더 나태석의 가슴이 떨렸다.


“롸져!”


“준비되는 대로 발사.”


-타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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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24.03.30 2,394 74 12쪽
15 한산도의 노장(老將) +4 24.03.29 2,511 60 12쪽
14 충(忠)을 향한 걸음 +2 24.03.28 2,522 68 13쪽
13 남원성 전투 +2 24.03.27 2,613 62 12쪽
12 화폐가 없는 나라 +4 24.03.26 2,654 63 12쪽
11 독을 타다니! +5 24.03.25 2,665 68 12쪽
10 데모크라시호에 탑승을 환영하오 +4 24.03.24 2,752 76 12쪽
9 화약이나 비누부터 만들던데요? +2 24.03.23 2,856 67 13쪽
8 왜성들까지 없애주겠소. +4 24.03.22 2,905 7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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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민주주의를 배달하실 겁니까? +11 24.03.18 3,496 7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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