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는 이지스 전투순양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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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노트
작품등록일 :
2024.03.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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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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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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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살려둘수는 없겠구나.

DUMMY

- 타아앙!


밤하늘에 커다란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나무 의자 위에 앉아서 밥을 먹던 쇼 요시토시가 풀썩 쓰러졌다.


한 손에 밥을 쥔 채로.

입을 벌리고 가슴을 움켜쥐고.

앞으로 털썩 고꾸라졌다.


“정녕···저것이···자네가 한 것···이란 말인가?”


신호는 입을 떡 벌린 채로 움직이지 못했다.

육안으로는 형태조차 가물가물해 보이는 거리.

그 거리를 닿아서 쏠 수 있는 무기가 있다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오늘은 어째서?”


문득 분노가 치솟는다.

이들이 오늘 이 총을 사용했더라면 성의 사기는 크게 올라갔을 것이었다.


“아직 저희는 왜적을 상대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무기와 전술을 확인해 보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어설프게 교전해서 놈들이 도망치는 것은 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놈들을 전멸시키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우명식의 말은 사실이었다.

오늘의 왜구는 전 병력을 투입한 것이 아니라 또한 간만 보고 갔을 뿐이니까.


“전멸이라?”


눈앞의 적병은 6만.

조선에 상륙한 왜구는 14만으로 그 절반 가까이에 해당한다.

그것을 모두 죽여없애겠다는 것.

조금 전까지는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마냥 허황된 소리만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우명식의 눈은 그저 잠잠할 뿐이다.


‘이길 수 있다.’


신호의 가슴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강인한 턱 위의 입술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를 향해 우명식은 궁금한 것을 물었다.


“오늘 보니 적들은 대형을 셋으로 나누어 오더군요.”


“가장 선두에는 장창을 든 행렬이 서네. 그리고 두 번째는 조총을 가진 자들이, 마지막에는 짧은 병기를 가진 자들이 서네. 그것이 그들의 가장 기본적인 전법이지. 첫 번째 대열은 조총수들을 사격 거리까지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신호는 막대기를 들어 땅 위에 세 개의 선을 그었다.

그리고 첫 번째 선을 지우고는 양쪽으로 활짝 벌렸다.


“적을 만나면 가장 선두의 행렬은 좌우로 갈라지고 포위한 형태를 만드네. 조총수들이 일시에 총을 발사하고 공격을 시작하면 조총에 맞은 자들은 반드시 흔들리게 되어 있지. 이때 뒤쪽의 짧은 병기들을 가진 자들이 전면으로 돌진하고 좌우의 장창병들이 협공하네.”


“조총의 연사력이 대략 30초 그러니까 2촌각 정도로 보이더군요. 장창병들은 재장전 시간까지 좌우의 날개가 보호해 주는 역할까지 하는 겁니까?”


“아니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포위 섬멸하는 용도라네. 조총을 많이 보유한 부대에서는 조총병을 셋으로 나누어 운용하네. 첫 번째 열이 쏘고 나면 다음 열이 쏘고, 마지막 열이 쏘는 동안 첫 번째 열의 재장전은 끝나있네. 이렇게 순차적으로 운용하면 실제로는 촌각을 넘기지 않고 연속해서 사격이 가능하네.”



신호의 말대로라면 10초에 한 번의 사격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양원이 말하는 재장전 시간을 이용한 기병의 돌격 공격은 무의미.

우명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게 전부라면 그들은 성을 함락하지 못할 겁니다.”


“아닐세. 오늘 그들이 사용한 것은 공성전용의 포진이 아니네. 그저 허실을 염탐하러 왔을 뿐이지. 그들은 아직 충차와 누각을 사용하지 않았네.”


신호는 멀리 적들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오늘 출진하지 않은 부대들은 공성 병기들을 만들고 있을 터였다.


“내일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서 성벽의 궁수들을 공격하겠군요.”


“그렇네.”


젊은 장교와 늙은 장수의 대화는 밤이 늦도록 이어졌다.



# # #



막 저녁을 먹으려는 고니시 유키나가.

그의 막사 밖에서 갑작스러운 소란이 일어났다.


“으음?”


젓가락을 들던 고니시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비통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다급한 발걸음이 그의 막사 휘장을 젖히고 달려 들어왔다.


“요시토시 님께서! 요시토시 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사위가? 요시토시가!”


고니시가 경악하며 벌떡 일어섰다.


쇼 가문의 당주인 29살의 젊은 맹장.

임진왜란 당시에는 북상하며 이일의 군대를 상주에서.

탄금대에서는 신립이 이끄는 조선의 주력군을 궤멸시켰다.

평양까지 진격해 명의 장수인 장국충과 마세륭을 죽였다.


그는 고니시에게 사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요시토시는 떠오르는 젊은 별이었고 이제 막 빛나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총탄을 맞으셨습니다!”


침통한 부장의 말에 고니시의 얼굴이 악귀로 변했다.


“감히 누구란 말이냐!”


고니시는 거친 발걸음으로 달려 나갔다.


누구인가?

적은 아니다.

그렇다면 내부의 소행.

걸어가는 걸음마다 의구심이 피어난다.


“절명하셨습니다.”


의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었다.

가슴을 감싸고 있던 흉갑은 거대한 송곳으로 찌른 듯 움푹 파였고.

등에는 사람 머리만 한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안쪽의 장기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고, 피는 바닥에 고여 넘칠 정도로 흘렀다.


“총에 맞았다고 하지 않았나?”


커다란 두부를 마치 주먹으로 찌른 듯 나 있는 구멍.

총에 맞았는데 이러한 상처가 날 리가 없다.


‘내부의 소행은 아니다.’


고니시는 이내 확신한다.

조총으로 난 상처가 아니다.


‘그렇다면···’


멀리 남원성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진상을 철저히 파악하라! 흉수를 찾아낼 때까지는 군심이 동요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이해할 수 없는 일.

고니시는 왠지 모를 불길함을 감추고 다시 씁쓸한 발걸음을 옮겼다.

문득 남해에 출몰했던 강철용이 이곳에 다시 나타났다는 소문이 그의 머리에 떠올랐다.



# # #



“적이다!”


공세는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성문 앞은 수만의 적으로 가득 찼다.

수십 겹. 아니 수백 겹으로 에워싼 적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거대한 고슴도치 처럼.

위로 치켜든 수만 개의 창날이 동시에 번쩍거리며 다가왔다.

그 모습은 마치 산은 가득 차고 들은 뒤덮여 마치 물이 밀려드는 듯 했다.


“죽여라! 조선 놈들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죽여라!”

“가장 먼저 성벽에 오르는 자에게 은 백냥을 줄 것이다!”


수천 명의 왜적들은 저마다 등 뒤에 짚단 하나씩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달려온 자들이 해자 속으로 짚단을 던지기 시작했다.

단 30분 만에 순식간에 해자는 메꿔져 버렸다.


“담을 쌓아라!”

“담을 쌓아라!”


적들은 이제 백 보 거리까지 접근했다.

그리고 준비해 온 가마니들에 모래를 담아 쌓기 시작했다.


“쏴라!”


신호의 명령에 따라 비격진천뢰가 발사된다.


- 쿠우우웅!


포탄이 떨어지고 데굴데굴 구르는 사이.

왜적들은 재빨리 모래 가마니 뒤에 숨기 시작했다.


- 콰아아아아앙!


수십의 왜구들이 순식간에 피떡이 되어 죽어나갔다.

그럼에도 폭탄이 떨어진 후에는 다시 개미처럼 달라붙어 둑을 쌓기 시작한다.


“궁수들은 화살을 발사하라!”


성벽 위의 궁수들이 화살을 발사하기 시작.

그러나 대부분은 나무 방패와 둑에 의해 막히고 있었다.


- 콰아아아앙!


간헐적으로 발사되는 비격진천뢰만이 효과가 있을 뿐.

그러나 압도적인 수 앞에 몇 발의 포탄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수 십 명을 죽여도.

그 뒤에는 기다리는 수백 명이 걸어오른다.

계단식으로 쌓여지는 둑을 따라걸어 올라 가마니를 내려놓고는 황급히 아래로 굴러내리며 도망친다. 그 뒤를 다시 수백 개의 가마니들이 쌓여진다.


“올려라! 얼마 남지 않았다!”


- 콰아아아앙!


간헐적으로 떨어지는 포탄 속에서도.

죽은 자를 밟고, 다시 가마니를 올려 둑을 쌓는다.

순식간에 둑은 높이 2미터, 길이는 30미터 가까이 쌓여가고 있었다.


“쏴라!”


양측 모두가 필사적이다.

성루는 이제 발디딜 틈이 없이 궁수들로 빼곡했다.

아래쪽을 향해 필사적으로 화살을 당긴다.

저 담이 완성되고 나면 저들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조총을 쏠 것이었다.


“죽여라! 둑을 쌓아라!”

“조선군은 이제 화포가 없다!”

“두려워할 것이 없다! 누가 가장 성벽에 오르겠느냐!”


조선의 비격진천뢰는 모두 바닥이 났다.

명이 가져온 불랑기포는 수성전에서는 큰 효과가 없었다.


“쏴라!”


신호는 연신 피를 토하듯 고함을 치며 북을 울렸다.


-두웅!

-두우우웅!


모래 가마니로 쌓은 담의 전면은 완전히 고슴도치처럼 화살이 박혀있다.

조선군의 화살도 이제는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누거다!”


문득 누군가가 절망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4층 높이의 거대한 목조구조물 탑들이 성문 앞으로 옮겨져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성문을 깨부수기 위한 뾰족한 통나무가 매달린 당거가.

날카로운 검이 고슴도치처럼 달린 검거가 따르고 있다.


모래담이 완성되고, 그것이 방어선의 역할을 하기 시작하자 본격적인 공성 무기가 등장.


누거의 뒤에서는 조총병들이 열을 지어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대나무로 엮은 사다리를 멘 병사들이 달려온다.


남원성은 조여지고 있었다.


“양총병과 기병들은 어디로 갔는가!”


신호는 문득 깨달았다.

지금 성루 위에는 명군이 없었다.

경리 양호도, 총병 양원도 그리고 별장들도 기병들도 아무 곳에도 없었다.



# # #



명의 총병 양원은 전날 밤새도록 잠들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날 천조국의 행동은 우군의 행동이 아니었다.


그들은 마치 제삼자처럼 행동했다.

그저 지켜볼 뿐 단 한발의 무기도 사용하지 않았다.


‘어쩌면 실수로 화약을 가져오지 않은 것인가···’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화약을 장전하지 않았다.

그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그들은 화약을 가져오지 않았다.


6만의 군세.

막상 오늘 접한 그 군세는 상상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게다가 성안의 백성들은 무기력했고, 조선군은 겨우 1천.

철포도, 화살도, 지원군도 아무것도 조선왕의 약속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유격전을 위해 따로 빼놓은 2천의 철기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이 전투는 패배했다. 성은 지킬 수 없다.’


양호와 그는 이미 결심했다.

지금 양원의 뒤에는 3천의 기병이 성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리 양호와 총병이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다.

문이 열리는 즉시 기병으로 활로를 열고 탈출할 생각.


“어서 성문을 열어라!”


양원은 큰 소리로 외쳤다.

어디서 듣고 온 것인지 전라병마절도사 이복남이 달려와 성문 앞을 막아섰다.


“총병! 아니 되오! 지금 성문을 열면 적병이 물밀듯이 쏟아질 것이오.”


“우리가 나가서 적들을 쫓아낼 것이다. 절도사는 걱정하지 말고 성문을 열라!”


양원이 성난 목소리로 외치며 칼을 뽑아 들었다.

시간이 계속해서 허비되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 탕! 탕! 탕! 탕!


마음이 급했다.

밖에서는 계속해서 조총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총부대는 명중률이 낮다.

그러나 가까워지면 그 명중률조차 높아진다.

말들은 총소리에 놀라고 혼비백산한다. 때를 놓치면 늦을 것이었다.


“열지 않겠다면 내가 베겠다!”


양원의 눈에 쌍심지가 돋았다.

말의 옆구리를 차서 순식간의 이복남의 곁에 다가섰다.


“마지막이다! 비키지 않으면 벨 것이다!”


큰 칼이 허공 위에서 번득였다.


양원은 정말로 벨 것이었다.

왜적들의 악랄함은 이 성의 갓난아이조차도 살려두지 않을 것이었다.

그가 이복남을 벤다고 해도 그것을 말할 자는 아무도 살아있지 않을 것이다.


“총병! 나를 벤다고해도 이 성을 나갈 수는 없소이다!”


양팔을 벌리고 버티어선 채 자신을 올려다 보는 이복남.

검은 수염아래의 부르튼 입술이 피를 토하며 부르짖는다.

그 눈빛을 보며 양원은 이자가 자신의 속내를 알고 있는 것을 알았다.


‘살려둘수는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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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치외법권이라 함은... +5 24.04.04 2,367 63 12쪽
20 전술함대지 유도탄 해룡 +2 24.04.03 2,379 73 13쪽
19 전투식량 1형 +2 24.04.02 2,393 73 12쪽
18 일방적인 학살 +3 24.04.01 2,504 74 13쪽
» 살려둘수는 없겠구나. 24.03.31 2,470 64 12쪽
16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24.03.30 2,393 74 12쪽
15 한산도의 노장(老將) +4 24.03.29 2,511 60 12쪽
14 충(忠)을 향한 걸음 +2 24.03.28 2,522 68 13쪽
13 남원성 전투 +2 24.03.27 2,613 62 12쪽
12 화폐가 없는 나라 +4 24.03.26 2,654 63 12쪽
11 독을 타다니! +5 24.03.25 2,665 68 12쪽
10 데모크라시호에 탑승을 환영하오 +4 24.03.24 2,752 76 12쪽
9 화약이나 비누부터 만들던데요? +2 24.03.23 2,856 67 13쪽
8 왜성들까지 없애주겠소. +4 24.03.22 2,905 72 13쪽
7 칼과 창. 어느 쪽으로 +1 24.03.21 2,994 66 13쪽
6 보이지 않았다. +7 24.03.20 3,092 72 12쪽
5 천조국의 사신 +4 24.03.19 3,243 71 12쪽
4 민주주의를 배달하실 겁니까? +11 24.03.18 3,496 76 12쪽
3 싸이코 핏줄 +10 24.03.17 3,760 76 12쪽
2 1597년의 조선 +7 24.03.16 4,484 82 13쪽
1 강철의 용 +19 24.03.15 5,780 9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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