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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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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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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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case. 14 : 제 2 오르뷔 참사

DUMMY




“빌어먹을 하루가 아직도 안 끝났다니, 믿을 수가 없군.”


그는 벽에 등을 맞대고 기대 낮게 중얼거렸다. 어제는 정말이지 그에게 있어 최악의 하루였다. 항상 가던 빵집에서는 늘 먹던 샌드위치가 품절이었고, 별수 없이 다른 빵을 사서 커피와 먹다 실수로 컵을 놓쳐 죄다 엎질렀다.


그뿐이랴, 선물 받아 몇 년간 잘 쓰던 만년필이 고장나 버렸으며, 코트의 주머니가 우연찮게 뜯어져 지갑을 잃어버렸다. 아무것도 없는 맨 땅에서 넘어지고, 길가다 시비가 걸렸으며 심지어는....


“... 에드워드, 그렇게 고집만 부릴 거면 네 마음대로 해.”


자신을 ‘에드’라는 애칭이 아닌 완전한 이름으로 부르는 클로이까지, 이보다 더 최악인 하루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다를 것이라 희망을 품고 아침에 눈을 뜬 에드워드는, 잘못 판단했음을 깨달았다.


“....... 분명 두 개가 남아있었단 말이지....”


담뱃갑을 열은 순간, 에드워드는 자신의 인지능력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어제까지 두 개비가 남은 것을 봤는데, 지금은 텅 비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담뱃갑을 구겨버리고는 주변의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당연히도 담뱃갑은 쓰레기통 가장자리에 맞아 바닥으로 튕겨져 버렸고, 에드워드는 튀어나오는 욕지거리를 참으며 곱게 주워 쓰레기통에 넣었다.


토독-


“.... 하-.. 하핫, 진짜 미치겠네.”


운을 평소에 믿지 않는 에드워드였지만, 오늘만큼은 실감이 났다. 방금 전까지 맑았던 하늘이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컴컴한 구름과 함께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안 됐다. 오늘만큼 중요한 날이 없는데, 이렇게 가는 곳마다 되는 일이 없어서야 하려는 일들을 모두 망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럼에도 에드워드에게 다른 선택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액땜이기를 바라며 마차를 찾는 수밖에. 한참을 이리저리 위치를 바꾸어가며 기웃거린 끝에 빗방울이 꽤나 굵어지고 나서야 마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에서라도 마차를 찾았으니 다행이라고 한숨을 쉬었지만, 곧 에드워드는 생각을 바꿨다.


촤악-!


“아.. 아이고, 손님. 무.. 물이 이리 튀어서 어째, 이를 어짼다. 죄송합니다요!”


“.. 됐네. 얼른 출발하지.”


마차 바퀴에 물이 튀어 종아리를 다 적셨으나, 마부의 탓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 도로에 가까이 서있던 자신의 탓이었고, 더 자책하자면 운이 더럽게 없는 탓이었다. 작은 실수가 큰 사고를 불러오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했다.


어제 싸운 탓에 조수인 클로이도 없고, 날이 안 풀릴지라도, 오늘은 황제와 유렌 공작가 가주의 결혼식이 진행되는 날이었다. 황실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기에 그녀는 저택을 비울 수밖에 없고 다시는 이런 기회가 있기 어려웠다. 이 틈을 타서 에드워드는 유렌가의 저택 안에 아직도 자행되고 있는 범죄의 증거를 찾으려 했다.


‘명탐정 에드워드, 결국 재판에서 패해... 공작가의 가주를 죽이려 한 살인자를 비호하는데 쓰인 그의 명성’


마차 창문에 머리를 잠시 대자, 예전에 기억들이 떠올랐다. 첫 패배, 첫 실패는 개의치 않았다. 문제는 참혹하게도 그 대가가 정당방위로 행동했을 뿐인 꼬마 아이, 샬럿이 살인자로 몰려 사형을 당한 것이었다.


그 뒤로 에드워드는 유렌가의 진실을 밝히고자 2년간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지금처럼, 증거를 찾을 법만 하면 일이 틀어졌기 때문이었다. 그가 유렌가의 저택에 잠입하고자 한 것은 그야말로 최후의 방책이자 선택이었다.


‘...... 너무 위험해서 클로이는 말린 거지만....’


클로이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함께 탐정과 조수로서 일한 지는 13년, 이 사건에 온 힘을 쏟은 지는 2년이 다 되어갔다. 그동안 모든 것들을 도와주고,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었다.


그 어떤 수고스러움에도 클로이는 화를 내지 않았지만, 제국에 군림한다는 유렌가의 저택에 침입하는 것은 에드워드가 판단해도 무모하기 그지없으니 화내는 것이 당연했다. 비록 클로이가 화를 내며 말린 것이 무색하게 그는 이미 마차를 타버렸지만.


‘...................’


에드워드는 멍하게 생각에 잠겨 있다가 스르르 눈이 감기려는 찰나, 세게 뺨을 때렸다. 머리를 계속해서 움직여 예측하고 판단해도 모자랄 판에 잠이라니. 하지만 맞은 부위가 아직도 욱신거림에도 에드워드는 다시금 피곤함이 끝없이 몰려왔다.


그제야 자신의 의지로 잠드는 것이 아님을 알아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다리를 움직여 마차 밖에 굴러 떨어지더라도 여기서 벗어나려 했지만, 에드워드가 간신히 한 것이라고는 마차 바닥을 뒹군 정도였고 그대로 잠에 빠졌다.


“xx- 더럽게 오래 걸리네. 왜 저렇게 약빨이 안 들어?”


힐끗거리며 그를 계속 확인하던 마부는 에드워드가 쓰러지자 그제야 본성을 드러냈다. 잘 안 보이는 곳에 마차를 대고는 에드워드를 내리자, 그곳에 있던 다른 마부가 에드워드를 태우고 비가 내려 안개가 자욱해진 길로 출발했다.







.

.

.

.








콰앙-


“허억-....”


무언가가 터지는 듯 엄청난 소리에 놀라 눈을 뜬 에드워드는 본능적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지만 주변에서 어마어마한 광경들이 펼쳐졌기에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곳곳에서 폭탄이 터지고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와 다친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 목숨을 구하고자 대피하는 사람들의 소리와 함께 지옥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찬란했던 성과 수도의 모습들은 모두 사라지고, 곳곳이 불타며 폐허처럼 변해버렸다.


“이게, 뭐가 어떻게 된..... 윽-”


현재 상황을 간신히 파악하자, 두통과 함께 마차를 탄 이후에 있던 일들이 뒤죽박죽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단편적인 기억들이 인식하기도 전에 떠올랐다가 사라지며, 뿌연 안개가 뒤덮은 것처럼 판단력이 돌아가질 않았다.


명탐정은 고사하고, 일반인 수준의 인지도 못하는 상태에 에드워드는 과거를 떠올리기보다도 현재에 집중하려 애썼다. 복부의 관통상과 가슴에 부착된 폭탄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에드워드는 손쉽게 폭탄을 자신에게서 분리할 수 없음을 깨닫고 일순간 뒷목이 서늘해졌다. 탐정 일을 시작한 이후로 죽을 고비를 자주 넘겨왔으나, 이번만큼 대책이 없다는 판단이 들지 않았다.


쿠웅-


수도의 어디선가 또 하나의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드워드는 무의식중에 폭탄을 손으로 더듬었다. 이것이 당장 1초 뒤에 터질지, 1분 뒤에 터질지는 오직 신과 달아놓은 사람만이 알리라.


죽음을 목전에 두었기에 패닉 상태에 빠질 만도 했지만, 탐정으로서 에드워드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최선은 뭐지? 최악은?’


차근차근 에드워드는 정보를 확인했다. 생김새, 범위, 무게... 모든 것을 자세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에드워드는 이걸 누가 달아놨는지에 대해선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지독한 유렌가, 자신의 모든 것을 뺏어가고도, 죽기 직전까지 고통을 주고자 한 듯했다. 에드워드는 이빨을 뿌득 갈았으나, 감정을 내세울 때가 아니었다.


시점은 논해봐야 의미가 없지만, 범위는 무척이나 관계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말려들게 할 수는 없었다. 비록 이곳이 폐허가 된 수도일지라도 어딘가에 아직 도망가지 못한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랐다.


절뚝절뚝-


에드워드는 복부의 치명상으로 인한 어지러운 정신을 붙잡고 발걸음을 옮겼다. 적어도 폭탄이 터져도 가장 피해가 없을 곳, 성의 뒤편 강가로 걸어가기 위해서였다. 단순한 목표 하나 이외에 이뤄야 할 것이 없어지자 상념은 계속해서 에드워드를 덮쳐왔다.


‘수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어디 갔지? 루테와 라울, 벤자민은 잘 피했을까? 그리고...’


점차 멀어지려는 의식에 에드워드는 어느 건물 벽에 몸을 기대어 숨을 골랐다. 수도 중앙의 세몬티오 광장이 어느덧 눈앞에 보이는 것을 보니 성 쪽에 제법 가까워진 것 같았다.


‘클로이, 클로이는 무사히 도망쳤겠지?’


콰아아앙-!


윽!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가까이에서 폭탄이 터져 에드워드는 충격에 굴렀고, 건물의 파편에 머리를 얻어맞았다. 이미 모든 힘을 거의 소진한 몸이 비명을 질러댔으나 에드워드는 상체를 일으키려 애썼다.


간신히 고개를 들자 에드워드는 한때 웅장함을 자랑했으나, 지금은 반절로 동강이 나버린 동상과 눈이 마주쳤다. 머리를 후려맞은 탓일까, 안개가 낀 것 같던 정신이 어느 정도 명확해졌고, 몇 시간 전의 과거가 일시적으로 떠올랐다.


‘..... 에드... 살아.. 남..’


탕-


‘-클로이!!’


그러나 에드워드는 자신의 기억을 순간적으로 의심했다. 지금, 내가 환각을 보고 있나? 이 모든 것이 꿈인가? 힘이 풀려 시선을 떨어뜨린 그는 자신의 관통상을 마주했다.


어쩐지 반항 없이 납치되었던 자신이 다른 상처가 아닌 왜 관통상이었는지 쉽게 깨달아졌다. 클로이가 자신을 구하러 왔었으나 함께 도망치다 다시 붙잡혔으며, 그 과정에서 그녀가 죽었다.


“..... 아.”


에드워드는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멍청한 소리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내뱉었다. 머릿속이 멋대로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결론을 눈앞에 들이밀고 있었으나, 인식이 되지 않았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을 위해 강가로 빨리 가야만 한다는 것도, 수도에 살고 있는 지인들을 걱정하는 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클로이가... 나 때문에..... 왜 그 순간을 막지 못했지, 도망치며 다른 쪽 길을 선택했으면 괜찮았을까?.... 애초에 클로이 말대로 저택으로 가는 게 아니라 집에 처박혀 있었어야 했는데.’


의미 없는 가정들이 꼬리를 물고 번져나갔다. 에드워드는 이 고민이 자학과 후회 외에는 아무짝에 쓸모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행동을 되돌이키는 가정을 반복할수록 머릿속에서는 클로이의 죽음을 더욱 실감이 나게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미 모든 것은 벌어졌고, 샬럿의 죽음도, 클로이의 죽음도 바꿀 수 없는 과거였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봤자 답을 낼 수 없는 문제였으며, 엎질러버린 물이었다. 지금에서야 바꿀 수 있는 건 단 하나뿐, 살아있는 자신의 행동이었다.


‘생각해봤자 되돌릴 수 없어.... 뭐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걸어야만 해.’


에드워드는 치명상을 부여잡고 일어나려 애썼다.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러 얼굴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였지만, 걸을 수 있다면, 걸어야만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을지라도.


“...... 허억...!.... 콜록-... 흡...!”


한두 발짝 채 걸었을까 에드워드는 순간 속에서 불타듯 올라온 감각에 급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몇 번의 기침 끝에 피까지 토해내었으나 그건 시작에 불과한 것처럼 온몸이 불타는 듯이 끔찍한 고통이 곳곳에 퍼져 나갔다.


갑작스러운 고통이 왜 시작되었는지 에드워드의 기억은 빠르게 관련된 과거를 떠올려냈다.


‘에드워드, 저는 진실로 궁금하답니다. 당신이 샬럿처럼 살아남을 수 있을지요.’


진한 미소를 품고 있는 그녀, 베르트는 에드워드의 입을 억지로 열어 붉은 보석을 삼키게 했다. 그것이 무언인지는 자명했으니, 제국 최고의 발견이라 불리는 오르뷔였다.


".. 아악-!....“


더 이상의 생각은 에드워드에게 무리였다. 단말마에 가까운 비명을 지른 그는 고통에 모든 감각이 쏠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들리지조차 않았다. 몇 번의 외마디 소리 끝에 에드워드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오른손 위에 붉은 보석이 자리 잡고 있었다.


“............. 흐.... 으.......”


신체 변화가 마무리되며 천천히 고통이 가시고 있었지만 정신적인 충격과 육체적인 고통을 함께 겪은 탓에 쇼크가 오고 있었다.


하루에 기절을 몇 번 하는 건지, 에드워드는 평정심을 찾으려 했지만 그건 그의 뜻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쓰러진 육체가 다시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에드워드의 후회가 다시 머릿속을 잠식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지. 언제부터.....’


철컥-끼리리릭-


하지만 생각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가슴에 부착된 폭탄에서 무언가 돌아가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끝이 다가오는 것이 더욱더 에드워드로 하여금 정신을 몰아붙였다.


‘.... 다시 한번만,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지막 후회가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에드워드의 손에 있던 붉은 보석이 환하게 빛났고, 뒤에 있던 동상이 공명하듯 붉은빛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으나 결국 쇼크로 인해 에드워드는 정신을 잃었다.


폭탄이 섬광을 비추며 터지려는 순간, 간발의 차로 자신의 뒤에 있던 동상이 붉은색으로 모두 물들더니, 하얀색 빛을 내뿜어 세상을 덮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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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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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8) 24.04.08 12 0 14쪽
13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7) 24.04.07 12 0 12쪽
12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6) 24.04.06 9 0 13쪽
11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5) 24.04.05 14 0 14쪽
1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4) 24.04.04 12 0 17쪽
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3) 24.04.03 12 0 11쪽
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2) 24.04.02 16 0 12쪽
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 24.04.01 15 0 12쪽
6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5) 24.03.31 16 0 14쪽
5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4) 24.03.30 21 0 15쪽
4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3) 24.03.29 18 0 12쪽
3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2) 24.03.28 20 0 16쪽
2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1) 24.03.28 33 1 16쪽
» case. 14 : 제 2 오르뷔 참사 24.03.28 6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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