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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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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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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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6)

DUMMY

‘여기가 사건이 일어났던 다이닝 룸인가....’


에드워드는 길쭉하게 구성되어 있는 방을 둘러보았다. 한쪽 벽면이 통창으로 되어있어 빛이 잘 들어오고, 저택 주변의 숲이 전체적으로 보여 식사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지금도 환한 햇빛이 들어와 포근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상석에 퍼져있는 핏자국에 시선이 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스윽-


백작이 앉는 상석과 카펫, 뒤에 있는 벽난로에까지 아직 지워지지 않는 자국들이 곳곳에 남아있었고, 에드워드는 그중 의자에 가까이 다가갔다.


검은색 장갑을 벗자, 손등 위에 붉은빛의 보석이 드러났다. 그는 살짝 심호흡을 한 뒤, 의자의 핏자국 위로 오른손을 올렸다. 아직은 생경한 감각이 올라오며 오르뷔 또한 작게 빛나기 시작했다.


“...... 후우....”


시간이 조금 흐른 끝에 에드워드는 작게 한숨을 쉬며 핏자국에서 손을 거뒀다.


‘역시 예상했던 것이 어느 정도 맞군. 백작은....’


벌컥-


“..... 전하?”


“그대가 어찌 여기에 있는가?”


생각을 다듬던 에드워드가 갑자기 열린 문에 뒤를 돌자, 황태자와 마주쳤다.


“경감의 부탁으로 왔습니다. 혹시 모른다며 사건현장 조사도 한번 더 부탁을 받은지라...”


“흠, 경감이란 자가 그대를 너무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해 주심에 황공하옵니다만, 경감과는 오랜 지인인지라 괜찮습니다.”


황태자가 들어오기 전, 혹시 모를 인기척에 장갑부터 우선 끼었기에 손의 오르뷔가 들키지는 않았다. 이와는 별개로 자신이 수사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황태자에게 숨길 필요가 있기에 에드워드는 경감을 방패로 삼았다.


“그럼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전하.”


“..... 아, 그래. 그러게.”


에드워드는 황태자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다이닝 룸을 벗어났다. 당연히 자신에게도 이곳에 있는 이유를 물을 줄 알았던 황태자는 조금 당황했지만, 좋은 변명거리가 어차피 생각나지 않았기에 그대로 에드워드를 보냈다.


‘........ 백작, 그대는 부인의 믿음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군.’


문을 닫고 나오며, 에드워드는 작게 그를 추모했다. 죽기 직전의 기억을 통해 본 백작이라는 이는, 자신보다 뛰어난 이라 느껴졌다.


스스로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공포 속에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나은 대책을 생각해 내 실행했으며, 단서까지 남겼다. 그러니 백작의 마지막 의지를 발견한 자신은 절대로 이를 헛되게 해서는 안 됐다.



.

.

.




“백작,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군.”


황태자는 싸늘하게 건너편 백작을 바라보았다. 그는 뒤돌아서서 벽에 장식된 총과 마주하고 있었다. 덜덜 떨리는 손을 총에 뻗고는 있었으나 쉽사리 집지 못했다.


‘...... 나는 왜 이리도 어리석었던가.’


귓가에 들리던 시계 초점 소리가 점점 더 빠르게 들려오는 것만 같은 기분에 백작은 더더욱 위축되어 갔다.


정녕 이대로 진실을 밝히지도 못한 채 사랑하는 가족들의 안위마저 나를 죽이려 한 자에게 맡기고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가. 백작은 자신의 아내와 딸아이를 떠올렸다. 오늘 아침 이 공간에서 다 함께 식사를 하며 나누었던 일상의 풍경이 한참 전의 일 같았다.


‘안 돼, 그런 희박한 확률에 가족들을, 이 저택의 사람들의 목숨을 맡겨놓을 수 없어. 분명, 방법이 있을 거다. 방법이...!’


그 순간, 작은 섬광처럼 어떤 생각이 백작의 머릿속을 스쳤다.


“오, 드디어 마음을 먹었는가.”


백작은 벽에 장식된 총을 꺼내 들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는 책상 위에 총을 내려놓고, 황태자를 보며 말했다.


“전하, 말씀하신 뜻대로 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들은 뒤에 결정하도록 하지. 말해보게.”


“유서 한 장만 남기게 해 주십시오. 두 줄.. 아니, 한 줄만이라도 좋습니다.”


그의 말에 황태자는 흔쾌히 허락했다. 도의적인 측면에서 부탁을 들어주려는 것은 아니었으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사건을 자살로 만들려면 유서가 남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상한 내용이 써져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 가져가거나 불태우면 그만이라 황태자는 결론을 내렸다.


“좋다, 내 특별히 자비를 베풀도록 하지.”


“황공하옵니다. 전하.”


황태자의 허락에 백작은 속으로 안도했다. 그는 황태자의 마음이 변하기 전 얼른 품에서 수첩을 꺼내 한 장을 뜯은 후 가죽 표지에 꼽아놓았던 만년필로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사각사각-


종이 위에 펜의 잉크가 번지는 소리만이 적막한 다이닝 룸을 차지했다. 백작은 글을 쓰던 도중 펜이 잘 나오지 않는지 책상 밑에서 몇 번 펜을 흔든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다시 만년필을 닫아 품에 넣고는 자신에게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유서를 놓고 총을 들었다. 혹시라도 마지막으로 남는 유서에 피가 묻어 가족들이 보게 될까하는 걱정에서 나온 태도처럼 보였다.


“...... 전하.”


서늘한 금속의 감각이 손에 쥐어지자, 백작은 삶이 몇십 초 밖에 남지 않았다는 현실이 와닿았다. 끝없는 두려움이 번졌으나, 더욱 공포인 것은 자신이 사라지고 난 뒤의 가족들의 미래였다.


머리 옆에 총을 놓은 채 백작은 바지를 남은 한 손으로 몇 번이고 쥐었다 폈다. 그는 어느새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천천히 백작은 준비해 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제국의 광명이 영원히 빛나길.”


‘부디, 이 못난 나와는 달리 모두 살아남아야 한다.’


탕-


백작이 방아쇠를 당기자 총의 파열음이 방안을 넘어 저택 바깥까지 들렸고, 더불어 피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황태자는 그가 죽자마자 서둘러 유서를 확인했다.


총의 방향이 조금 다르기도 했고, 백작이 떨어뜨려 놓아서 그런지 다행히도 유서에는 핏방울 하나 묻지 않았다.


[ 내 사랑, 메이. 그리고 나의 소중한 딸, 이니스. 사랑한다, 행복하렴. - 엥겔 ]


유서에는 별다른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았으나, 글자가 무척 작았다. 황태자는 좀 더 철자를 제대로 보기 위해 종이를 가까이했고, 그 순간 옅은 레몬향을 맡아졌다.


“엥겔, 설마 이자가 감히...”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촛불에 종이의 뒷면을 그을리려고 했으나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30초, 황태자가 백작이 죽은 후 유서를 가져와 읽고 비밀글씨가 있음을 인지하는데 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총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황태자의 호위들은 허락을 구하지 않고 다이닝 룸으로 뛰어 들어왔다.


‘흐음, 더 이상 다른 행동은 무리겠군.’


황태자는 호위들을 온전히 믿지 않았기에 그들이 더 다가오기 전에 우선 유서부터 주머니에 슬쩍 넣어 숨겼다. 이리저리 자신을 보며 다친 곳이 없는지 호위들이 확인하고 있을 때, 집사와 백작가의 호위들이 바로 나타났다.


“백작님, 백작님!”


그 뒤는 아수라장이 펼쳐졌고, 황태자는 표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의 자리에 다시 앉았다. 이 모든 소동이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인 것처럼.




.

.

.




“뭐?! 그게 정말이야?”


“네! 에드 말로는 사건의 전말을 모두 밝혀냈으니, 오늘 저녁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두에게 말하고자 한답니다. 관련된 사람들을 다이닝 룸에 모아달라고 경감님께 전달해 달라 하던데요?”


에드워드의 사건 해결 속도는 늘 빨랐지만, 이번엔 상식을 초월한 수준이었다. 여러모로 의문이 들자, 루테는 클로이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더했다.


“잠깐만. 백작부인께서는 그 방에 들어가셔도 괜찮으신가?”


“아, 그것에 관해선 저도 물어봤는데 에드가 직접 가서 허락을 받겠다고 하더라고요.”


“허락...?”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낸 루테와 시선이 마주치자, 클로이 또한 루테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았다. 슬픔과 분노에 차 있는 백작부인이 다이닝 룸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괜찮을지 묻는 것이었으나, 클로이도 난감하게 웃을 뿐이었다.


“흠, 어쨌든 백작부인에게 다이닝 룸에 관해 에드가 말할 테니, 정 힘드시면 장소를 변경하시겠지. 그런데 왜 지금이 아니고 저녁에?”


“그전에 진행해야 될 절차가 있다던데요?”


클로이의 대답에 루테는 불안한 듯 눈가를 살짝 눌렀다.


“미리 경고하는데, 티렌 사건처럼 하는 건 안 돼.”


“그.... 아마 이번엔 아닐 거에요. 저도 따로 전달받은 건 없는걸요.”


티렌 사건 당시, 한바탕 하는데 일조했던 클로이 또한 양심에 찔린 듯 대답하자, 루테는 긴장을 풀었다. 예측지 못한 일을 벌일 때면 대부분 클로이가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지라, 그녀가 따로 지시받은 부분이 없다면 조용히 넘어갈 확률이 높았다.


꾸욱-


루테는 다시금 티렌 때를 생각하자 머리가 아파왔는지 이번에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황태자와 기사단이 있는 이곳에서 더 이상의 소란은 사양이었다.


“아참, 기사단도 곧 떠난다고 하던데.”


“맞아, 오늘 밤에 여기서 출발하겠다고 하더라고”


“떠나기 전에 빨리 인사를 하러 가야겠어요. 저도 다 같이 보는 건 오래간만인지라.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가요?”


환한 미소를 짓는 클로이의 모습에 루테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경감이 질문을 퍼부을 것을 알았는지 에드워드도 많은 것을 클로이에게 말해주지 않은 것 같았다. 게다가 정말로 에드워드가 사건을 해결했다면, 서서히 자신들도 철수할 준비를 해야 할 터였다,


루테는 클로이에게 나가면서 리사를 불러달라고 전달한 후, 지시할 것을 곰곰이 생각했다. 복잡한 일이 드디어 정리되는 기분에 창밖을 내다봤더니 그곳에는 에드워드가 무언가를 살피고 있었다.


‘쟨 또 저기서 뭘 하는 건지.’


루테는 굳이 창문을 열어 인사를 하는 대신 자신의 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고, 한편 바깥의 에드워드는 저택 외부 조사를 끝내고 백작부인에게 향했다.


저벅저벅-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에드워드는 만족감이 차오르기보다도 한참을 더 생각에 잠겼다. 그는 과거로 돌아오며 뼈저리게 느꼈다. 사건의 진상만큼 중요한 것은 진실이 드러난 이후 벌어질 일과 행동이었다.


과거라면 지금 당장 사람들을 모아 추리를 늘어놓았을 것이었다. 자신의 역할은 제삼자이지, 이 안에 개입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사건은 그저 용의자와 범인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야, 엄연히 피해자가 실재하는 일이다.’


에드워드는 이제 적극적으로 간섭해 사건 안으로 파고들어 자신의 판단대로 일을 진행시킬 생각이었다. 더욱이 자신의 목표와 부인의 생각이 일치한다면 빠른 길로 갈 수 있으리라.


“들어오십시오.”


에드워드가 문 앞에서 시종을 부르자 그가 부인에게 말을 전했고, 곧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백작의 딸은 잠깐 자리를 비웠는지 방에는 부인만이 남아 에드워드를 맞이했다.


“부인, 몸은 좀 어떠십니까.”


“많이 나아졌습니다.”


부인이 손짓하자, 에드워드는 예의를 표한 뒤 자리에 앉았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사건의 진실을 찾았기에 먼저 부인을 뵈러 왔습니다.”


댕그렁-


물을 마시려던 부인이 에드워드의 말에 잔을 놓쳤다. 다행히도 책상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았고, 카펫 위로 떨어져 유리잔이 깨지지는 않았지만 작은 소음을 내었다.


“마님?! 괜찮으십니까?”


“되었다. 들어오지 말고, 문 앞에서 떨어져 있거라. 또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부딪치는 소리를 들은 시종이 놀라 문을 두드리며 괜찮은지를 물었으나, 백작부인은 그를 타일렀다. 떨리는 숨을 진정시킨 부인은 에드워드를 다시 바라봤다.


“오늘 저녁, 발견한 진상을 모두의 앞에서 말할 예정입니다.”


“...... 그런데 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어차피 모두에게 알릴 것이라면 그 자리에서 들어도 상관없을 터, 굳이 이리 먼저 찾아온 것이 의도가 있어 보였다.


“부인, 지금부터 사건에 대해 모두 말씀드릴 것입니다. 다만, 이 설명이 끝나고 나면 한 가지를 선택하셔야만 합니다. 물론 어떤 것을 고르셔도 저는 끝까지 부인을 도와드릴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인은 긴장감을 느꼈는지 자신의 팔을 훑었고, 그 모습을 본 에드워드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


“복수와 정의, 그중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마치 서로 다른 신념이 저울에 올라와 무게를 재고 있는 듯이, 에드워드는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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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6) 24.04.06 1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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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3) 24.04.03 12 0 11쪽
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2) 24.04.02 17 0 12쪽
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 24.04.01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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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4) 24.03.30 21 0 15쪽
4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3) 24.03.29 19 0 12쪽
3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2) 24.03.28 20 0 16쪽
2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1) 24.03.28 33 1 16쪽
1 case. 14 : 제 2 오르뷔 참사 24.03.28 6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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