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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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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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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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7)

DUMMY

“이 서랍의 열쇠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예?”


“찾아 주십시오. 당장 필요합니다.”


집사는 얼빠진 목소리로 에드워드에게 다시 물었으나, 돌아온 것은 재촉뿐이었다.


‘서재를 이리 마음대로 둘러보는 것만 해도 무례한데 서랍까지 열어보겠다니, 이 무슨 몰상식한 행동인가...!’


경우가 없다고 생각하며 따지려던 집사는 백작부인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멈칫했다.


‘에드워드 경께서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내어드리고, 잠긴 것이 있다면 어디든 열어 드리거라.’


방금 전, 집사가 백작부인을 마주했을 때 그는 무척 당황했다. 늘 상냥하고, 온화했던 부인이 다른 사람처럼 서늘하면서도 분노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작저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부인의 그런 표정은 처음 보기에 집사는 더욱 말과 행동을 조심했다.


“...... 여기 있습니다.”


결국 집사는 품에서 열쇠 하나를 꺼내 에드워드에게 넘겼다. 백작님께서 계시지 않으시니 부인의 명령은 절대적이었으며,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에드워드는 열쇠를 받아낸 것에 멈추지 않고, 명백한 축객령을 내렸다. 황망하게 그를 집사는 쳐다보았으나, 자세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은 고사하고 대화를 이을 의지조차 없어 보였다. 하는 수 없이 집사는 터덜터덜 서재를 나갔다.


‘여기 있군.’


집사가 문을 닫자, 에드워드는 서랍에 키를 넣고 돌렸고 얼마 되지 않아 찾고 있던 서류를 발견했다.


터엉-


그 순간, 에드워드는 갑자기 서재의 창문을 열어젖히고 테라스로 서둘러 나갔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주위를 확인했으나,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저택에서 들어올 때와는 다른 시선이야. 아까 흔적들도 그렇고.... 한 명이 아니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에드워드는 서재로 들어와서 창문을 닫는 척 소리가 흘러가도록 살짝 열어두었다. 그러나 시선만큼은 차단하기 위해 창문 앞의 양쪽 커튼을 모두 치고는 걸음을 옮겨 복도로 향하는 서재의 방문을 열었다.


“다 끝나셨습니까? 제가 정리하.....”


“아뇨, 부탁이 있어 나왔습니다.”


생각보다 금방 나온 에드워드에 집사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으나, 곧 이은 대답에 다시 못마땅하다는 듯이 바뀌었다. 참 알기 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에드워드는 집사에게 부탁을 전달했다.


“종이를 몇 십장 정도 가져다주십시오. 그리고 클로이를 불러주시겠습니까.”


“...... 알겠습니다.”


에드워드는 집사의 대답을 들은 즉시 문을 닫았다. 집사의 표정이 더 안 좋아졌으리라 예상이 가긴 했지만, 에드워드에게는 이 서류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다. 한참을 찬찬히 서류를 들어다 보았을까 생각보다 빨리 종이를 들고 클로이가 서재로 들어왔다.


“에드~ 나 찾았다며?”


“맞아, 클로이. 나 좀 도와줄래?”


클로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드워드는 손짓했다.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두 가지 정도 해줘야 할 것이 있어. 첫 번째는 내가 서재를 나가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이유를 대서 커튼을 걷어줄래?


어떤 의미가 있어 이렇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클로이는 알겠다는 듯, 손가락으로 ok표시를 만들었다.


“두 번째로는... ”


클로이는 이어진 그의 말에 조금 움찔거렸다. 예상치 못했던 부탁이었기도 하고 품이 많이 들기도 했으며, 루테가 알면 화낼 것 같다는 생각 또한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에드워드가 더 먼저이기에 클로이는 이 또한 수락했다.


“고마워.”


에드워드는 믿음직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살짝 짓더니, 할 말이 끝난 듯 책상으로 가서 클로이가 가져온 종이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드르륵-


한참을 적던 에드워드는 이내 원하는 것을 완성했는지 종이를 정리하고, 서랍을 열어 다시 서류를 넣더니 키로 잠갔다.


“클로이, 서재에서 이 서류를 다른 사람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어 줄래? 중요한 거라. 상황이 바뀌면 다시 전달해 줄게.”


속삭이며 했던 아까와는 달리 에드워드는 들으란 듯이 서류를 언급하고는 문쪽으로 걸었다. 그에 반응하듯 클로이 또한 약속한 대로 커튼을 언급했다.


“알겠어~ 그런데 창문 열어도 돼? 여기 공기가 좀 답답해.”


약간은 망설임 이후 에드워드가 동의하자, 클로이는 창문 쪽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커튼을 걷어내고는 한쪽 창문을 열어두었다.


“그럼, 가볼게.”


인사와 함께 에드워드는 서재 밖으로 나갔고, 이를 발견한 집사와 실랑이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클로이를 이 안에 남겨두는 것에 불만이 많은 듯했으나 결국 에드워드가 이긴 듯 두 사람 모두 서재에서 멀어져 갔다.


‘자, 그럼 어디 기다려 볼까.’


가만히 홀로 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노을이 하늘에 번지는 모습은 퍽 아름다웠기에 클로이의 생각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

.

.




‘명확히 나를 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조수만 감이 좋은 것이 아니었군.’


에드워드가 서재의 창문을 다급히 열었을 때, 레온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분명 적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시선을 쉽게 파악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서류 위치를 덕분에 수월히 찾았네. 게다가 사건 관련자들이 모인다면, 저택에 잠입도 쉽겠어. 그때를 틈타 저 조수만 다른 위치로 움직이게 하면, 서류를 훔치는 건 눈감고도 할 수 있을 거고...’


일이 생각보다 잘 풀린 탓에 레온은 안심했다. 에드워드와 클로이가 이곳에 도착한 이후, 두 사람의 존재는 무척 거슬렸었다.


이곳저곳 움직이는 반경이 커서 저택에 접근하기가 배로 어려워졌기에 방금 에드워드를 따라와 서류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리라.


‘그나저나 탐정은 어디로 가는 거지?'


서류를 훔쳐갈 계획이 정리가 되었기에, 여유가 생긴 레온은 에드워드가 할 다음 행동이 궁금해져 그를 쫓아갔다.


‘다이닝 룸? 이곳에 왜 다시 온 거지?’


에드워드는 훈훈한 온기를 채워주고 있는 벽난로에 시선을 둔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사건 현장을 다시 보러 온 건가 레온은 단순히 추측했으나,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듯 적막을 깨고 누군가 들어왔다.


“........ 에드워드 경.”


“전하, 다시 뵙습니다.”


황태자가 아무도 대동하지 않았으며, 급하게 온 모양인지 숨이 조금 거칠었으며 초조해 보였다. 그는 문을 닫고는 에드워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보내 준 쪽지를 읽었네.”


“다행입니다, 기사단장이 제대로 전달을 드렸군요.”


에드워드가 황태자를 향해 빙긋 웃자, 레온은 의아했다. 본의 아니게 그를 하루 동안 관찰했지만, 이렇게 미소 짓는 것은 처음 보았다. 여유로운 에드워드의 반응과 달리 황태자는 더욱 애가 타 보였다.


“그 서류를 발견했다는 것이 정말인가?”


자신이 먼저 이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이 껄끄러웠으나, 결국 다이닝 룸에 들어온 것은 쪽지의 내용을 사실로 인정한다는 말이나 다름없기에 황태자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예, 전하. 하지만 서류 대한 말씀을 올리기 이전에, 먼저 궁금증을 풀어드리고자 합니다.”


“궁금증?”


“이것을 어떻게 찾았는지 궁금하시지 않으십니까? 게다가 왜 전하만을 불러 이런 말씀을 따로 전하는지, 혹여나.... 사본은 더 없는지에 관한 것들 말입니다.”


그제야 황태자는 시야가 트였는지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침묵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히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조금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터인데, 부디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그래, 좋다. 어디 해보거라.”


여러 가지 계산들과 의혹들이 황태자를 혼란스럽게 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에드워드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라도 허락을 안 할 수 없었다.


승낙이 떨어지자, 에드워드는 시종이 하듯 의자를 하나 빼었다. 이런 시중이 익숙한 황태자가 자리에 앉자, 그는 천천히 추리를 선보였다.


“먼저, 이 사건의 발단은 백작이 보낸 편지였지요,”


“맞네. 어제 오후, 식사를 함께 하길 원한다며 내게 초대장을 보냈지.”


레온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자신이 보았던 그날 밤을 함께 떠올렸다. 갑작스러운 식사의 초청에도 황태자는 무례하다며 화를 내긴커녕 사색이 돼 백작저로 향했다.


“편지는 유렌가가 오르뷔를 이용한 무기 개발을 진행한다는 내용이었을 겁니다.”


“............”


황태자는 불리해질까 굳이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손을 쥐었다 펴는 것을 반복했다. 어차피 서류를 봤다면 그에 관련된 내용인 것을 알 터, 그럼에도 언급만으로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중대한 반역 행위지요. 발견 즉시 여왕 폐하께 보고하는 것이 맞지만, 백작은 그리 할 수 없었습니다. 엥겔 백작가는 유렌 공작가의 산하에 있는 데다가 자료가 조금 미약한 부분이 있는지라 역공을 맞을 위험이 있었습니다.”


창문 밖에서 대화 내용을 엿듣던 레온은 숨을 삼켰다. 황태자가 서둘러 반응을 보이기에 그와 관련된 내용일 줄 알았지, 공작가의 반역 행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백작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를 묵인하거나, 유렌가와 협의해 이득을 취하거나, 부족하지만 폐하께 보고 드리는 방법 외에는 없었지만, 정의를 실현하고 싶었던 그의 입장에서는 묘수를 내었습니다.”


황태자는 에드워드의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어떠한 대답도 없었지만, 에드워드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이 침묵이야 말로 긍정에 가까웠다.


“바로, 유렌 공작가와 대외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황태자 전하께 이를 고하는 것이었지요. 전하의 도움을 받아 좀 더 조사해 증거를 모은 뒤, 폐하께 고발할 생각이었습니다.”


백작의 생각대로만 흘러갔다면, 어쩌면 백작가는 반역 행위를 발견한 자로서 치하받고 무너지는 것은 유렌가였으리라.


‘유렌 공작가의 문제였다면, 왜 황태자가 이렇게 반응한 거지?’


당연히 떠오르는 레온의 물음도 잠시, 에드워드의 다음 말에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유렌 공작가와 손을 잡고 계시지 않습니까? 전하.”


당연한 생각의 흐름이었으나, 아무도 도달하지 못했던 가설을 에드워드는 서슴없이 추측해 냈다. 진실을 관통하는 질문에 황태자는 침묵으로 일관했으나, 정신은 아득해져만 갔다.


백작도 죽기 전에나 알게 되었던 것을 반나절만에 여기까지 알아차리다니 에드워드를 얕본 것을 황태자는 후회했다.


“사건으로 돌아가자면, 이곳에 도착하신 전하께서는 사람을 모두 물리고 식사를 핑계로 백작과 대화를 나누셨지요. 백작은 근거가 담긴 서류를 전하께 보여드렸고, 그가 이 사태에 대해 제법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셨습니다.”


‘황태자와 유렌가가...!’


완전히 새로운 정보에 레온은 쿵쿵 뛰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훔쳐가야 할 서류만큼 이 대화는 레지스탕스로 하여금 중요한 정보였으며, 모든 계획을 뒤집을 만큼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전하께서는 이를 두고 보실 수 없으셨습니다. 근거가 약한 의혹이라 할지라도 제기되는 순간, 유렌가는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니까요. 운이 나빠 계획이 틀어지기라도 한다면 유렌가는 반역자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한참만에 입을 뗀 황태자는 인상을 찌푸린 채 물었다. 에드워드의 말이 하나 틀린 것 하나 없었지만, 그로서는 괜스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이런, 제가 서론이 길었습니다. 전하, 궁금하신 점에 관해 바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에드워드는 하나도 죄송하지 않다는 표정으로 입을 움직였다. 방금 전까지 황태자의 주목을 끌기 위한 화려한 애피타이저였다면, 지금부터가 메인 디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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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8) 24.04.08 12 0 14쪽
»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7) 24.04.07 13 0 12쪽
12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6) 24.04.06 9 0 13쪽
11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5) 24.04.05 14 0 14쪽
1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4) 24.04.04 12 0 17쪽
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3) 24.04.03 12 0 11쪽
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2) 24.04.02 17 0 12쪽
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 24.04.01 15 0 12쪽
6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5) 24.03.31 17 0 14쪽
5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4) 24.03.30 21 0 15쪽
4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3) 24.03.29 19 0 12쪽
3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2) 24.03.28 20 0 16쪽
2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1) 24.03.28 33 1 16쪽
1 case. 14 : 제 2 오르뷔 참사 24.03.28 6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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