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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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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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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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

DUMMY



“......... 상태가 꽤 심하군.”


“11시까지 걸린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눈 밑이 퀭한 라울은 괜한 신경질을 에드워드에게 부리며 빠르게 펜을 놀려댔다.


물론 에드워드는 최대한 빨리 오라는 루테의 말에 검시실로 서둘러 온 거였지만, 괜히 라울에게 사실을 말해 여기 있는 내내 루테에 대한 욕을 듣기보다도 시체를 살펴보는 길을 택했다.


‘권총을 사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군, 즉사고, 피가 튀긴 흔적을 봐도 별다르게 의심할 부분이 없어. 오르뷔를 사용해 기억조차 읽을 필요가 없이 상황이 보이는데. 다만....’


“자- 끝! 나 이제 집에 갈 거니까 읽어보고 경감님한테 줘.”


“직접 안 주고?”


“에드, 네가 배려가 없는 사람인 걸 알고는 있지만 새벽에 갑자기 전화받고 뛰쳐나온 내 입장도 생각해 줄래? 전화선을 끊어버릴까 하다가 마음잡고 나온 거야.”


대단한 나 자신. 라울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스스로를 칭찬하는 모습은 뒤로 하고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에드워드와 라울을 급하게 부를 정도의 사건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묘하게 기시감이 느껴지는 몇몇 부분들이 있기는 하기에 에드워드는 우선 검시 보고서를 읽었다.


‘손바닥에 본인의 손톱자국이 세게 남아있었고, 옷에는 눈물 자국이라.... 옷을 심하게 쥐었다가 펴서 자국이 남은 부분도 있군. 죽기 직전에 감정이 요동쳤어.’


“-요약해서 말하면, 본인 손으로 죽은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그런데 협박을 당했을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말이지.”


라울은 집에 갈 생각에 들떠서 가방을 챙기다 기분이 좋아진 김에 에드워드에게 힌트를 주듯 간추려 말해줬다.


“아참, 에드.”


휘익-


눈 깜짝할 새에 준비를 끝내고 문을 나서려던 라울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뭔가가 잡혔는지 그대로 에드워드에게 던졌다. 에드워드가 빠른 반사신경으로 날아오는 것을 낚아채자 매끈한 유리질감이 손에 느껴졌다.


“.... 이건...?”


“역 앞에서 샀어! 요즘 들려오던 기행이 늘었던데?”


에드워드를 놀리듯 짓궂게 킬킬거리고 웃은 라울은 손을 흔들고 나가버렸다. 손에 잡힌 것은 포도사탕이 가득 담겨있는 병이었다. 색색의 보랏빛이 예쁘게 빛나는 구슬 같은 사탕을 보며 에드워드는 한숨을 쉬었다.


‘라울이 첫 번째인가.’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에 에드워드는 라울에게 받은 포도사탕을 코트 안쪽에 넣고 주머니에서 가지고 있는 다른 포도사탕을 꺼내 입안에 넣고 굴렸다.


포도의 단맛을 따라한듯한 인위적인 향이 입안에서 퍼졌다. 달고 시고 여전히 그의 입맛에는 왜 먹어야 하는지 영 모를 맛이었다.


‘샬럿은 늘 먹을 때마다 행복하다는 듯이 웃었는데...’


에드워드가 사탕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음에도 버릇처럼 먹기 시작한 건 두 가지를 노렸기 때문이다. 우선은 담배에 대한 의존도가 문제였다. 과거로 돌아오고 나서도 습관은 고쳐지질 않아 머리가 돌아가야 할 때는 자꾸만 담배를 찾으려 주머니를 뒤지곤 했다.


다시 담배를 피울까 생각도 했지만, 몸에 별로 좋지도 않았을뿐더러 곧 샬럿을 만날지도 모르는데 아이에게 담배 냄새를 맡게 하기는 싫었다.


끼익-


보고서를 든 채 검시실을 나서자 포르말린 냄새가 옅어지고 신선한 공기가 맡아졌다. 강한 향이 가시자 사탕의 맛이 좀 더 진하게 느껴졌다.


에드워드가 담배의 다양한 대체재 중 일부러 사탕을 고른 것은 선물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미끼나 다름없었다.


‘회귀하기 전, 누군가 내게 꾸준히 독을 먹였어.’


헥티스 강도단 사건이 끝난 뒤로, 과거를 천천히 곱씹던 에드워드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샬럿이 죽고 난 뒤부터 급격하게 자신의 상태가 이상했다. 가끔 환청과 환각을 보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한 판단을 자주 했으며, 기억에 드문드문 구멍이 있었다.


그때는 슬픔과 분노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되짚어보니 그 강도가 점점 심해져만 갔다.


‘매개체는 담배, 정신 계열 쪽 약을 섞은 것 같고... 하루에 한 개비정도 피던 수준이 나중에 가니 한 갑 이상을 피워댔지. 짧은 시간 피우지 않아도 불안을 느꼈고, 중독 증세였는데 파악하질 못했어.’


이런 에드워드를 말린 건 오직 클로이뿐이었다. 몇 번이나 요즘 과하게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며 주의를 줬지만, 그는 귓등으로 흘렸었다.


‘샬럿이 죽고 난 뒤, 실패한 명탐정이 된 내게 남아있는 사람 자체가 몇 없었는데.... 그들을 의심해야 한다니’


입 안이 쓰다 못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몰락을 보고도 기꺼이 지지해 주고, 위로했으며 많은 도움을 주었던 은인들이었다.


단 한 명, 에드워드가 중독되도록 하기 위해 약이 섞인 담배를 건네어주며 일부러 곁에 있었던 이, 배신자 때문에 모두를 의심해야 했다.


‘용의자는 3명. 라울, 루테, 벤자민..... 제발 내 추리가 틀리길 바란 적은 없었는데.’


에드워드는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루테의 사무실 앞이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깊게 숨을 들이쉰 그는 문 앞에서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으로서는 누가 범인인지 모르니 평소처럼 대하는 것이 맞았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누구인지 드러날 것이니 그때까지는 에드워드도 함부로 판단해 적대감을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똑똑-


“에드워드입니다.”


“들어오세요~”


평소보다 축 처진 듯한 론다 경관의 목소리가 문 밖까지 들렸다. 에드워드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역시나 모든 경관들이 꽤나 바쁘게 일하는 중이라 무척 고단해 보였다.


그중에서도 루테는 집무실 밖으로 나와 이것저것 지시를 하고 파악하느라 가장 바빠 보이는 모양새였다.


“어, 왔냐? 라울은?”


“검시 보고서 여기 있습니다.”


“또또 그거 지 일 끝났다고 집에 갔구만?”


“봐주시죠. 휴일에 새벽부터 불려 왔다고 입이 이만큼 튀어나왔던데.”


양심이 조금 찔리기는 했는지 루테는 보고서를 제대로 안 썼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얼버무렸다. 천천히 내용을 읽어보던 그녀는 다른 이유로 한숨을 쉬었다.


“XX, 역시나 이렇게 되는군.”


“보고서에 문제가 있습니까? 검시실에서 확인했을 때 특별히 이상한 부분은 없었는데...”


“아냐, 보고서가 문제가 아니라... 하, 잠깐 따라와 봐.”


영문을 모르겠는 에드워드를 데리고 루테는 집무실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너 진짜 황실과 관련된 사건을 맡아도 괜찮겠어?”


대뜸 루테가 꺼낸 말이 예상 밖의 이야기라 에드워드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네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긴 해. 저번에 황실과 관련된 사건을 맡아도 이제는 괜찮다고 말한 거 기억하고 있고, 그래도 아닌 것 같으면 지금 말해. 아직은 돌이킬 수 있으니까.”


사건 얘기는 다른 경관들과도 공유할 텐데 굳이 집무실로 불렀나 했더니, 루테는 에드워드의 과거를 다른 이들 앞에서 말하지 않으려 배려한 것 같았다. 그 다정함에 에드워드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이대로 멈춰있을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


루테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에드워드가 과거에 황실에서 겪었던 일이 있었기 때문에 루테는 황실과 관련된 사건을 일절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다. 회귀 전에는 에드워드 또한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이번 사건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과거의 일을 완전히 극복해 내려는 건 아니지만.... 회귀 전 베르트가 현 황태자였던 황제와 결혼식을 올린 것을 보면, 황실에도 분명 무언가가 있어. 모든 걸 파악하지 않으면 이번에도 유렌가에 지게 될 거야.’


“그래, 알겠어. 이번 사건에 같이 가도록 하지. 부디 너를 합류시킨 것이 이 사건의 복잡한 부분들에 대한 해답이 되었으면 좋겠군.”


“사건 자체는 분명해 보이던데, 무슨 일입니까?”


“이번만큼 뻔히 보이는 것도 없지. 간단해. 엥겔 백작 가문에서 벌어진 사건이야.”


루테는 천천히 이번 사건에 대해 요약해 에드워드에게 전달했다.


“숨진 피해자의 부인의 말에 따르면 귀인이 저택에 방문했고, 중요한 할 얘기가 있었는지 백작과 단둘이 식사를 했지. 하인, 하녀, 집사, 부인까지 그 식사자리에는 없었어. 귀인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총성이 울렸고, 백작이 죽었군요. 게다가 본인 손으로.”


“맞아, 평소였다면 귀인을 조사하면 끝날 사건이지. 문제는 그가.....”


왠지 황족 중에서도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에드워드를 스쳤다. 이런 것을 운명이라고 부르리라.


“황태자야.”


비장하게 말한 루테와 달리 에드워드는 납득했다. 새로운 발걸음이 유렌가에 대한 실마리로 이끄는 것 같았다.




.

.

.




“샤토 님, 오늘 진행된 연구 보고서입니다.”


“..... 별다른 성과가 없군.”


나이가 지긋이 들은 백발의 여성은 보고서를 확인하며 싸늘한 눈으로 연구원에게 일갈했다. 새파란 눈빛이 숨통이 막힐 만큼 자신을 노려보기에 연구원은 서둘러 다른 말을 덧붙였다.


“비록 오르뷔 실험과 관련돼서는 특별한 경과가 없습니다만, 무기 개발 쪽은 눈에 띄는 발전이 있습....”


“자네는 긍지라는 것은 내다 버렸나?”


“...... 네?”


“지금 우리가 그 귀한 물질로 무기나 만드는 일 따위를 하냐고 물었다.”


날이 선 목소리에 연구원은 고개를 조아렸다. 아무래도 잘못 건들었다는 생각에 연구원은 덜덜 떨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샤토 님. 그런 뜻이....!”


짝-


손과 살이 맞붙는 파열음이 세게 울렸다. 연구실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잠깐 몰렸으나 곧 무감한 눈길로 자신이 하던 일에 시선을 옮겼다. 뺨을 맞은 연구원만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이었다.


“당분간 연구에서 빠져라.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이는 이곳에 필요 없어.”


“.... 샤, 샤토 님.”


명백한 축객령에 그는 경악했으나, 주변을 돌아봐도 도울 자가 없자 힘없이 연구실을 나갔다.


“아으 따가워-”


복도를 거닐며 무의식 중에 상처 난 곳을 만진 연구원은 억울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체감되는 아픔도 문제지만, 연구에서 빠지라는 샤토의 말이 더 속상했다. 이 말인즉슨, 다른 잡다한 일을 맡아하라는 말이었으며, 곧 실험체를 관리하라는 좌천에 가까운 표현이었다.


‘죽은 시체를 버리고, 새로 들어온 실험체 관리도 해야 되고.... 보고만 했을 뿐인 내가 왜...’


연구원이 앞으로 해야 될 일은 보통 말단으로 들어온 다른 연구원이 하던 가장 기피하는 업무였다. 자연스레 반발심이 생겨났지만, 그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이 실험실에서 일하는 이에게 퇴사라는 것은 죽음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악-!”


쾅-콰앙-


“싫어! 이거 놔!”


주변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잔혹한 광경에도 연구원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얼이 빠져 걸었다. 그에게는 자신의 고난이 우선이었기도 하지만, 이 모든 광경이 익숙해져버렸기도 했다.


어차피 이곳에 잡혀온 이들은 모두 평민이었기에 유렌가의 방계, 즉 귀족에 해당하는 연구원은 애초에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터벅터벅-


그렇기에 한 아이가 3-4명의 인원에게 감시를 받으며 지나가는 것에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제로원이라고 불리는 실험체 정도임을 알아차렸을 뿐이었다.


‘왜 제로원 이후로, 성공한 실험체가 나오지 않는 거지...’


연구원은 실험의 실적 따위와 같은 생각에 가득 차서는 아이를 노려봤다. 적의에 찬 눈빛에도 아이는 연구원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위축된 눈길로 절뚝거리며 차디찬 복도를 걸어갔다.


“화원의 주인께서 방문하신다고 하니, 깨어 있어라.”


“........”


감시를 하던 인원 중 대장인듯한 자가 낮게 말했다. 아이는 따로 대답을 덧붙이지 않은 채 그대로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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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8) 24.04.08 12 0 14쪽
13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7) 24.04.07 12 0 12쪽
12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6) 24.04.06 9 0 13쪽
11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5) 24.04.05 14 0 14쪽
1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4) 24.04.04 12 0 17쪽
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3) 24.04.03 11 0 11쪽
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2) 24.04.02 16 0 12쪽
»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 24.04.01 15 0 12쪽
6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5) 24.03.31 16 0 14쪽
5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4) 24.03.30 21 0 15쪽
4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3) 24.03.29 18 0 12쪽
3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2) 24.03.28 20 0 16쪽
2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1) 24.03.28 33 1 16쪽
1 case. 14 : 제 2 오르뷔 참사 24.03.28 5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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