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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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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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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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3)

DUMMY




샤사삭-


에드워드와 클로이를 감시하던 이는 두 사람이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자, 서둘러 저택을 둘러싸고 있는 울창한 숲 속을 향해 움직였다.


간간히 이 저택에 머무르고 있는 경관들을 마주칠 뻔하기도 했으나, 그는 날렵하고 조용하게 몸을 숨겨 별다른 일 없이 어떤 나무 앞에 도착했다.


“레온.”


주변을 돌아보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작게 속삭이듯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나무 위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훤칠한 키에 균형 잡힌 몸 탓인지, 레온이라 불린 사내는 인기척을 감쪽같이 숨기고 있을 때와 달리 모습을 드러내자 위압감이 느껴졌다. 레온을 보며 그는 같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일순간 몸을 움츠렸다.


“아저씨?”


“.... 보고 할 것이 있단다.”


다행히 아까 느꼈던 압박감과는 달리, 자신이 그런 기세를 내보이고 있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은 순진무구한 레온의 대답이 돌아오자 그는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렇게 대화할 때는 영락없이 장난스럽고 밝은 청년인 것 같으면서도... 조용히 있을 때는 쉽게 다가가기 어렵단 말이지.'


“변수가 생겼나요?”


“응, 방금 저택에 새로운 인물이 방문했어.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어보니 탐정과 조수라고 하던데.”


“.... 탐정?”


레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경관들이 수사 도중 탐정을 부르는 일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꽤 의외인 상황인지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듯한 예감이 들었다.


“조심해야 될 것 같아, 감이 무척 좋더라고. 내가 감시하고 있는 것을 조수 쪽에서 단번에 눈치채더라.”


“흠... 알겠어요, 아저씨. 조심할게요.”


“그래, 대표님 말 기억하지? 오늘 너무 무리하려 하지 말고.”


“그럼요~”


시원스럽게 레온이 웃자 빌리는 다시 숲 속으로 몸을 숨기고는 저택 전반을 감시하려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홀로 남겨진 레온은 깊게 생각에 잠겼다.


‘빌리 아저씨한테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그 서류는 꼭 필요해. 이건 그야말로 신이 주신 기회야.’


그는 여태껏 실패했었던 수많은 임무들을 떠올렸다. 계획이 자주 어긋날지라도 대표의 의지는 늘 강력했다. 황실에 억눌린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위한 투쟁과 함께, 무고한 이들의 생명을 지킬 것.


‘그것이, 우리 레지스탕스의 본질이자, 목표야.’


굳센 대표의 결심 덕분에 레지스탕스는 임무가 실패할지언정 일반 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적은 없었다. 덕분에 황실과 귀족의 권력을 뺏고, 지식인층의 세력을 키우는 일의 진행도가 더뎌지고만 있었다.


레지스탕스에 모인 이들은 황실을 향한 반감을 기반으로 했지만, 대부분 ‘그 사건’을 계기로 모인 사람들인지라 대표의 의견에 큰 반발 없이 동의했다. 하지만 레온은 늘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이번 임무는 꼭 성공해서 황태자의 권력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해.’


대표의 의지는 잘 알고 있었지만, 레온은 자신이 크게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임무는 꼭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

.

.




저택에 들어선 뒤,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엥겔 백작저의 집사와 인사를 나누었다. 원래대로라면 백작 부인이나, 자식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여러 상황들로 인해 엥겔 백작의 가족들은 방 밖으로 나오기 어려웠다.


두 사람 모두 예법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라, 집사가 자신들을 맞이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고 짧은 인사 뒤에는 루테가 있는 방으로 바로 향했다.


“...... 아하, 이해했습니다. 이래서 경관님이 내가 꼭 필요하다고 했군요.”


사건에 대해 깊이 조사할 생각에 저택에 발을 디딜 때부터 온갖 정보들을 기억하며 루테를 만난 에드워드는 대화를 나누다 순간적으로 허탈해졌다.


“아니, 꼭 그렇다기보다는... 당연히 사건 해결에 도움을 달라는 것이 먼저고, 이건 이제 조금 다른 협조를...”


“어쩐지 리사 경관님이 묘하게 클로이를 막아선다 싶었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오기 전, 리사가 클로이를 따로 조용히 부르기에 평소처럼 클로이만이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생겼나 싶어 그대로 두었다. 이것이 에드워드만 방 안에 들어오게 하려는 루테의 작은 계획이자, 배려임에는 둘 다 예측하지 못했다.


‘경관들이 평민이라 조사를 거부하는 황태자라니, 대단한 이가 납셨군.’


루테가 에드워드를 이 사건에 참여시킨 진짜 이유는 그가 명탐정이어서가 아니라, 귀족이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도 이 상황이 민망한지 괜스레 헛기침을 하는 루테에게 에드워드는 한 마디를 더 하려다, 집무실에서 자신에게 의사를 물어봤던 때를 떠올렸다.


에드워드가 거절했다면 루테 입장에서는 아찔했을 터였는데도, 끝까지 자신이 느낄 감정을 우선시해 줬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신경질을 부릴 수 없었다.


“.... 그때 상황을 좀 더 듣고 싶군요.”


“음, 그래. 잘 생각했어.”


에드워드의 말투가 누그러뜨려진 것을 경감은 인지했는지 얼른 말을 이었다. 엥겔 백작저에서 사건이 벌어진 이후, 곧장 경찰이 출동해 조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황태자의 보호를 위해 황실기사단이 백작저에 도착한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기사단은 사건의 정황을 듣고도 황태자에게 혐의가 없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더니 그대로 황실로 데려가려 했다. 경찰들의 권위는 기사단보다 낮기에 이대로 사건이 종결되나 싶었으나, 백작 부인이 이를 막아섰다.


“이대로 가시려면, 저를 죽이십시오.”


“부인, 문 앞에서 나오시지요. 사건 경위조차 명확하지 않습니까. 전하께서는 오히려 이 사건의 피해자이십니다. 그 누가 백작께서 이리 갑작스럽게 죽음을 선택하실 줄 알았겠습니까.”


황실 기사단장이 황태자가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백작에게 문제가 있다는 듯이 말을 하자 백작 부인은 더 이상 들어줄 수 없다는 듯이 품속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전하께서는 경관들이 오고 나서도 이 일과 관련되어 한 말씀도 꺼내지 않으셨지요. 제가 눈도, 귀도 없는 사람인 줄 아십니까? 적어도 오늘 밤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실 거라면, 죽을지언정 한 발자국도 비키지 않을 것입니다!”


“부인! 그 칼을 놓으십시오!”


백작 부인의 난동에 황실기사단과 경관 모두 당황할 때 모든 일의 원흉인 황태자가 이를 비웃듯 나섰다.


“이런, 부인. 그렇게 내가 조사를 받길 원합니까?”


“.... 황태자 전하,”


“그럼, 이렇게 하지. 하루 말미를 주겠네. 나도 그리 매정한 사람은 아니야. 부인께서 저리 내가 조사를 받기 원하시는 듯 하니, 응하도록 하지.”


“전하!”


이번에는 황실 기사단장이 당황한 듯 표정을 지었다. 그런 기사단장을 사납게 쏘아보며 황태자는 말을 막지 말라는 듯 손짓으로 경고했다.


“그러나 나도 평민 따위가 감히 황실을 조사하는 그런 행위는 볼 수 없겠네. 누구든 좋으니, 적어도 귀족인 이를 데려오게나.”


앞 뒤가 안 맞는 이야기였다. 경찰들 중에는 귀족이 거의 없기에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경관들 또한 황실기사단이 없더라도 감히 황태자를 조사할 생각은 누구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바란 것은 사건 경위에 대한 몇 마디 말을 원했을 뿐이었고, 그것이 거짓될지라도 더 이상 파고들려는 마음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황태자는 그 몇 마디조차 평민과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거만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어.’


이 사태를 지켜보던 루테는 조용히 결론 내렸다. 황실의 권위는 제국이 세워질 때와 같지 않았다. 여왕이 제국을 군림하고는 있으나, 엄연히 의회가 존재해 제국의 중요한 일들을 함께 결정했고, 황실은 점점 더 통치의 권한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나라 전반에 걸쳐있는 귀족과 황실, 지식인층에 대한 권력싸움이 이곳에서도 작게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


백작 부인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은 채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남편인 엥겔 백작은 정직하고 선한 사람이었다. 사랑했던 남편이 어째서 죽음을 선택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살아갈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 원인일지도 모르는 이를 여기서 놓치는 것은 평생의 후회가 될 것이 뻔했다. 차라리 이대로 자신도 여기서 죽음을 선택해, 다른 누군가라도 진실을 찾아주도록 사태을 크게 만드는 것이 나은지 그녀는 고민했다.


“..... 저, 외람되오나 황태자 전하. 저희 쪽에 귀족임에도 수사를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이가 있습니다. 내일 중으로 저택에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루테의 말에 백작 부인, 황실기사단, 황태자 모두 생각지도 못하는 방향으로 물꼬가 트였고, 암묵적으로 네 집단 모두 이 의견에 동의했다. 사건이 이렇게 일단락된 이후, 루테가 에드워드를 이곳에 데려온 것이었다.


“어디, 정리를 해봅시다. 먼저 황실 기사단은 황태자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집단이니 모든 걸 덮고 빨리 여기를 뜨고 싶어 할 테고, 백작부인은 적어도 완전한 조사가 이루어져 남편의 사망에 대한 제대로 된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군요.”


에드워드의 말에 경감은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황태자가 좀 이상합니다. 조사를 받는 것이 불쾌했다면 기사단 편을 들어 무력으로라도 백작부인을 누르고 황실로 돌아가면 되었을 텐데... 왜 이곳에 하루 더 남아 있으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그리고 루테, 경관 측 입장을 확실히 해주시지요.”


경감은 그의 말에 복잡한 질문을 들은 사람처럼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하아... 우리는 별다른 입장 없어.”


“지금 상황에서 방향성이 없는 것이 경관들에게 더 치명적으로 작용할 겁니다.”


“경관이 하는 일이 뭔데. 사건을 조사하고, 진실을 밝혀 범인을 찾아내는 거지. 사실 우리는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루테는 에드워드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실수로 바깥에 들렸다가는 큰일 날 얘기였기 때문이다.


“황태자가 모종의 이유로 엥겔 백작을 협박했고, 그래서 백작이 식사 자리에서 자살했다고 판단하고 있어. 정황상 그렇게 보아야 들어맞거든.”


속닥거리며 최대한 작은 소리로 말을 끝내자, 루테는 혹시라도 자신이 발언한 말들로 인해 처벌을 받을까 두려웠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면, 경관 쪽에서는 그 가설이 맞길 바라는 것입니까?”


“말했잖아, 우리는 입장이 없다고. 아까 한 얘기도 명확한 증거는 없어. 밤늦게 황태자가 뜬금없이 백작을 찾아왔다고 하니 상황 증거로서 봤을 때 그렇단 얘기지... 굳이 목적성을 정해야겠다면 이 사건이 어느 방향이든 명확해지길 원해.‘


황태자와 황실기사단, 백작부인 사이에 끼어 루테는 상황을 조율하는 입장이 된지라 머리가 복잡한 것 같았다. 그런 사정을 에드워드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질문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우선은 황태자 전하부터 만나보죠.”


“좋아, 시작해 보자고.”


에드워드와 루테는 방 밖으로 나가 황태자가 지내고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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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7) 24.04.07 12 0 12쪽
12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6) 24.04.06 9 0 13쪽
11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5) 24.04.05 14 0 14쪽
1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4) 24.04.04 12 0 17쪽
»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3) 24.04.03 12 0 11쪽
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2) 24.04.02 16 0 12쪽
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 24.04.01 15 0 12쪽
6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5) 24.03.31 16 0 14쪽
5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4) 24.03.30 21 0 15쪽
4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3) 24.03.29 18 0 12쪽
3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2) 24.03.28 20 0 16쪽
2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1) 24.03.28 33 1 16쪽
1 case. 14 : 제 2 오르뷔 참사 24.03.28 5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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