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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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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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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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4)

DUMMY






“전하, 말씀하신 대로 이들을 물렸습니다.”


“전언도 없이 이리 오다니, 역시 예의를 모르는군.”


루테와 에드워드는 드디어 사건 경위를 조사하러 황태자의 방에 왔으나, 그의 의도에 따라 거절당했다. 자신이 다른 이유가 있어 거부한 것임에도 황태자는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처럼 일부러 예의를 들먹였다.


‘이런, 아직 서류를 찾지 못했는데.....’


황태자는 에드워드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전에 자신이 찾던 것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자신했었다. 이렇게 꽁꽁 숨겨져 있을 줄은 짐작도 못했기에 그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기사단장, 그들에 대해 따로 알고 있는 내용이 있는가? 아무래도 조사를 더 미뤄야겠어.”


“전하, 조사가 불편하시다면, 지금이라도 황실로 돌아가시는 것이...”


“그런 대답을 말하라 한 것이 아닐 텐데.”


기사단장은 단호한 황태자의 태도에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단장의 자리에 오른 뒤에도 이 자리를 꽤나 오랜 시간 지킨 그이기에, 황태자가 말하지 않아도 숨기려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황태자는 평생을 군림하며 살아온지라 거짓말을 하는 것에 익숙지 않았다. 이 사건 조사에서 괜히 꼬투리라도 잡히게 되면 황실로 돌아갔을 때 어떤 결과가 맞이하게 될지 두렵기에 기사단장은 걱정이 가득했다.


“...... 미약하나, 계획으로 삼을 만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황태자가 고집을 부려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면, 적어도 조사라도 미루는 것이 나았기에 그는 계책을 생각해 냈다.


“말해보거라.”


“에드워드 경의 조수를 같이 부르시는 것이 어떠하십니까? 그가 꽤나 아낀다 말을 들었습니다. 평민임을 강조해 조수의 흠을 말씀하신다면, 감히 전하께 해서는 안될 행동입니다만, 감정을 드러낼 것입니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군. 다만, 그가 별다른 반응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기사단장의 침묵이 방 안을 채웠다. 그로서는 생각해 낼 수 있는 마지막 대안이었기 때문이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저택을 떠나는 것도 싫으시다, 그렇다고 조사를 받기에는 거짓말이 능숙하지 못하니 싫으시다,


모든 것을 거절하는 황태자에게 기사단장은 더 이상 가진 대책이 없었다.


“되었다, 내 알아서 할 터이니.”


“예, 전하. 말씀을 주시면 그들을 데려오겠습니다.”


‘무능력함이 하늘을 찌르는 군.’


혼란스러운 기사단장의 표정이 보였는지 황태자는 손을 대충 저으며 물러갈 것을 명했으나, 속으로는 한탄했다. 제1 기사단장 자리에 오른 자가 내는 책략이 이 정도에서 끝을 보이다니, 마치 한계를 맞이하고 있는 제국의 모습과 같았다.


‘역시 이 무능하고 방만한 제국의 민중들을 다스리고 통치할 자는 나 이외에는 없도다. 그러니, 나는 완벽해야만 할 터인데....’


황태자는 다시금 이 저택에 온 이유를 되새기며 생각을 정리한 뒤, 기사단장으로 하여금 에드워드와 그 조수를 부르라 명했다.




.

.

.




“...... 우리가 개냐? 하... XX 어제부터 참고 있었는데 오라 가라 자꾸 건드리네?”


황태자에게 방문했다 티타임 중이니 나중에 찾아오라는 말을 들은 이후, 루테는 한계치까지 화가 차올라 있었다.


과격한 발언에 리사가 움찔했으나 방 안에 있는 사람은 에드워드와 자신 뿐이라 말리지는 않았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이건 과한 처사였다.


“어쩌겠습니까, 저는 지금이라도 불러서 다행이라고 전 생각합니다만.”


“XX, 평민 어쩌고 했으면서 클로이는 또 왜 데려오래? 그냥 경관이 싫다 솔직히 말해주지?”


기사단장의 계획을 알지 못하는 경감은 다른 포인트에서 분노를 느꼈다. 집단끼리 평하자면, 경관이 기사단보다 낮은 대우를 받는 것은 사실이나 무시하는 것이 정도를 넘었다. 자신에게 이리 대하는 태도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루테는 부하들을 대하는 모습에 더욱 불만이었다.


“일단은 출발하죠. 무슨 꿍꿍인지는 가봐야 알 것 아닙니까.”


“.... 후우, 그래. 가야지. 가! 빨리 끝내자고.”


결국 경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고 에드워드는 그 뒤를 따라갔다. 기사단장이 부른 것은 에드워와 클로이만 이었으나, 혹시 몰라 루테는 책임자의 입장에서 함께했다.


클로이 또한 같이 가야 했기에 지나가던 시종을 붙잡아 물어보려 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하 호호 떠들썩하게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이게 누구야? 클로이-!”


“에린! 오래간만이야~”


처음에는 한 두 명과 대화를 시작한 것 같았으나, 그녀가 여기 있다는 말을 들은 이들이 조금씩 더 몰려든 것 같았다.


황태자를 직접 경호하고 있는 인원 외의 기사단들은 응접실에서 지루해하며 대기하고 있었기에 제1 기사단 전 부단장이었던 클로이를 발견하자 그들은 무척 반가워했다.


그녀 또한 살갑게 인사를 건네자 두런두런 이야기를 시작했고, 어느새 클로이가 끌어들인 몇몇의 경관들까지 섞여 화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 이런 부분까지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재능의 영역인지라, 저도 볼 때마다 감탄합니다.”


어제의 소란 때문에 황실 기사단과 경관들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과 대치감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두 집단에게서 모두 호감을 받고 있는 클로이이기에, 불편한 관계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그 덕에 경관들과 기사단은 서로 약간의 인사를 곁들이며 애매하게 아는 사이가 되었을뿐더러, 클로이라는 교차점이 생기자 기사단들은 멋쩍은 듯 조금씩 태도를 바꿨다.


“클로이, 가자.”


“앗, 응. 에드.”


“이따 또 와야 돼, 클로이~!”


“그럼! 금방 다녀올게~”


물론 클로이는 의식을 한 상태로 일부러 행동한 결과는 아니었다. 사람들하고 대화하는 것이 즐겁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또한 좋아하는 그녀가 습관처럼 이루어낸 결과였다.


그럼에도 클로이의 우선순위는 에드워드였기에 그의 부름에 서둘러 곁으로 다가왔다. 응접실에서 황태자의 방까지 멀지는 않은지라 세 사람은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똑똑-


“전하, 에드워드 경이 방문을 요청드립니다.”


이곳의 총책임자인 경감이 곁에 있음에도, 귀족인 에드워드만을 언급하는 제1 기사단장의 모습이 무척이나 오만했으나 루테는 속으로 욕하며 잘 참아냈다. 이윽고 들어오라는 허락이 떨어지자 기사단장이 문을 열었다.


“제국의 광명이신 황태자 전하께 인사를 올립니다. 바몬 후작가의 소가주 에드워드 바몬입니다.”


“그래, 그대가... 에드워드 경이군.”


황태자를 본 에드워드는 그의 관한 정보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브론테 로 케레스. 여왕의 첫째 아들이자, 가장 외형을 닮은 자. 황가의 상징인 백금발과 금색 눈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클로이의 금발이 아침 햇살과 닮아있다면 황태자는 가장 햇볕이 강할 때 내리쬐는 빛에 가까운 금색이었다. 권위 있게 자리에 앉아있던 황태자가 입을 열려했으나, 문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턱-


“열어주시지요. 그녀는 제 조수입니다.”


“황태자님의 명에 따라 평민은 이 조사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기사단장은 클로이의 출입을 검집으로 막았다. 한 발자국 더 움직인다면, 여기서 칼을 빼겠노라는 의미였으니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루테는 자신들이 불렀으면서 하는 행보에 기가 막혀 따지려다, 클로이와 눈이 마주쳤고, 의아함을 느꼈다.


“..........”


평소대로라면 해맑게 받아쳤을 클로이가 온몸이 굳은 듯 가만히 서 있었다. 기사단장의 눈초리가 매서워질수록 점점 더 위축되어 갔는지 말은커녕 움직이기조차 어려워 보였다.


“거기까지만 하게. 기사단장,”


“예, 전하.”


황태자가 상황에 끼어들자, 기사단장은 주군의 명에 따랐다. 루테가 완화된 분위기에 긴장감을 내려놓은 것도 잠시, 황태자의 다음 말에 그녀마저도 분노했다.


“내 그대의 조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네. 제1 기사단의 전 부단장이었다지? 평민의 위치에서 감히 바라보지도 못할 자리까지 올랐으니 실력이 확실한 자라 생각했네.”


“그렇습니다, 전하.”


예법상이라면 과찬이시라고 대답해야 하나, 에드워드는 황태자의 말투에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차라리 그의 적의를 모른척하며 예법에 어긋나는 쪽을 택했다.


“다만, 그렇다 할지라도 평민은 평민. 황실을 수사하는 이곳에 자리하게 할 수 없으니.... 어떻게, 에드워드 경의 하녀로서 있겠다면 내 그것까지 막을 도리는 없지. 어떤가?”


명백한 비웃음과 모욕, 의도가 분명했기에 이 말을 들은 루테는 황태자임을 잊고 소리치려 했다. 에드워드가 그 앞을 막아서기 전까지는.


“.... 전하, 고귀하신 제국의 별이시여, 저에 대해 주시는 시험은 달게 받겠으나, 어떤 말을 하신들 조사를 그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


에드워드의 말에 그전까지도 자신만만해 보이던 황태자의 표정이 어긋났다. 정곡을 찔렀는지 꽤나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침묵하던 황태자는 기사단장을 향해 명령했다.


“되었다. 에드워드 경에게 사건에 대한 대략적인 상황을 말할 터이니, 관련이 없는 자들은 밖으로 나가도록.”


“명을 받듭니다.”


기사단장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문이 닫혔고, 에드워드와 황태자만이 방 안에 남았다.


“앉게나, 이야기가 길어질 듯하니.”


“예, 전하 배려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황태자는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경감의 표정을 보니 꽤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는 이 방에 발을 디딜 때부터 똑같이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일이 꼬였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일개 탐정에 불과한 자. 그 다이닝 룸에 있던 것은 나와 백작뿐 아무도 그날 밤 일을 알 순 없어.’


에드워드를 낮잡아 보던 황태자는 조금 더 뜸을 들인 끝에 어젯밤,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했다. 그의 무표정은 어떤 분노보다도 더 무섭다는 것을 모른 채.




.

.

.




“- 모든 이가 식당을 나가자, 백작은 나에게 은밀히 제안을 하더군. 죽은 이의 명예를 위해서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으나, 요약하자면 불법적인 거래였네.”


“....... 그렇군요.”


“당연히 황실은 청렴함을 지켜야 하기에 거절했으나, 그 순간 백작은 벽에 장식되어 있던 총으로 자신을 겨냥했네. 불법적인 거래를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으니 되려 이 일이 고발될 것을 두려워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나 생각되는군.”


에드워드는 이토록 성의 없는 사건 경위는 처음 들어보았다. 크게 접점도 없는 백작의 갑작스러운 방문 요청을 왜 허락한 것인지, 정확한 거래 내용은 무엇인지, 이 저택에 방문했을 때 정체를 숨긴 이유까지 알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황태자가 발언했던 말들은 자기변호에 가까울 뿐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 예, 전하.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 것이군요. 자세히 말씀을 주셔서 황공하옵니다. 다만 몇 가지 전하께서만 판단해 주실 수 있는 상황이 있어, 자비를 베풀어 주사 여쭙길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흠, 내 성의 다했다고 생각하나, 특별히 한 가지 정도는 허락해 주지.”


거만하게 황태자가 대답하자, 에드워드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이었으나 우선은 수많은 질문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해야만 했다. 루테에게 들은 정보를 조합해 곰곰이 생각해 보던 그는 곧 입을 열었다.


“전하, 쓰러진 엥겔 백작의 옆에 내부가 비어있는 보석함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 하더군요. 이 보석함 바닥에 옅게 잉크가 묻어있는지라 추측컨대 서류가 아닐까 판단하고 있습니다. 혹시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아십니까?”


에드워드는 가장 최선의 질문을 던졌다. 지금까지 황태자가 경위를 거짓으로 말했다면, 어느 쪽의 대답도 거짓이기에 황태자에게는 불리했다.


“잘 모르겠군. 아마 내게 내보일 성의 같은 것이 아니었겠나. 그러나 단칼에 거절당하니 꺼내지조차 못했겠지. 내부가 빈 것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누군가 훔쳐갔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그럴듯한 말을 하며 황태자는 대답을 회피했으나 에드워드는 작은 단서를 챙겼다.


“알겠습니다, 전하. 이리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읍할 따름입니다.”


“흠, 그래. 역시 그대를 선택하길 옳은 판단이었네.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군.”


“과찬이십니다. 한데 전하께서는 이제 황궁으로 다시 돌아가십니까?”


더 이상 사건에 대해 묻지 않고, 에드워드가 가볍게 질문을 던지자 황태자는 바로 긴장이 풀어진 얼굴을 했다. 사건에 관해 더 말을 지어내는 것도 무리였던지라, 에드워드가 질문을 할 때부터 그는 초조했었다.


“오늘 밤에 출발할 예정일세. 기사단들도 다시 복귀하려면 이래저래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있으니.”


“알겠습니다, 전하.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밤에 출발하신다라.... 조사를 불쾌하게 여기면서 이곳에 있는 건, 따로 찾는 것이 있어. 아마도 그것이 서류일 테고.’


서류를 언급했을 때 보인 황태자의 태도가 확실했다. 보석함이 열려있다는 것은 백작이 황태자에게 내용물을 보여줬음을 뜻했으나 황태자는 모른 척했고, 이는 곧 관련되어 숨기는 것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황태자의 말들을 되짚어보니 에드워드는 얼추 생각들이 들어맞기 시작했다. 조금 더 증거가 필요해 백작부인을 뵐 필요가 있었으나 그는 더 중요한 일을 하러 방 밖으로 나오자마자 뛰어갔다.


‘클로이.’


아직도 방금 전 클로이가 들은 모욕을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총을 꺼내 황태자를 쏘고 싶었다. 감히 그들이 알량한 계획으로 클로이의 가장 아팠던 기억 중 하나를 건드렸다고 생각하니 속에서 천불이 났다.


‘기사단장과 황태자.... 꼭 기억해 두지.’


응접실 쪽으로 다시 온 에드워드는 뛰던 것을 멈추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리사 경관을 찾았다. 이런 일에 있어서는 적격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리사 경관님이요? 아까 경감님 방 안에 가시는 것 같았습니다!”


론다 경관의 말에 에드워드는 루테의 방을 찾았으나, 오히려 경감은 방 밖에 나와 있었다.


“.... 왔냐.”


“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루테는 할 수 있는 한껏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자책감과 분노가 섞여 있는 경감은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으나, 여기서 자신의 미안함을 꺼내봤자 에드워드의 시간만 잡아먹을 것 같아 조용히 문만 열어주었다.


“..... 클로이.”


“아, 에드 왔어?”


한눈에도 클로이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우울했던 그 시절의 모습이 다시 드러나는 것 같았다.


“리사 경관님, 고맙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그럼요! 편하게 얘기 나누세요.”


에드워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사는 눈치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문 밖으로 나가려 했다. 클로이가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하자 경관은 당연하다며 살짝 웃고는 손을 흔들어주고 문을 닫았다.


“... 나, 괜찮아. 오히려 경감님께 미안하네. 일하러 와서 이런 모습이라니, 책임감이 없....”


“우리 그만 수도로 돌아갈까?”


클로이는 에드워드의 말에 놀란 듯 눈을 깜박였다. 진심인지 판단하려 빤히 그를 쳐다보는 클로이의 모습에 에드워드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지금 출발하면 오후쯤 수도에 도착할 수 있을 테니, 네가 좋아하는 케리트 8번가의 칵테일 바에 가자. 거긴 좀 일찍 여는 편이니까. 파우스트 한 잔 마시고 기분 좋게 집에 가면 되지.”


“.... 진짜? 에드 너도 같이 갈 거야? 나 한잔만 안 마실 건데?”


“모처럼이잖아. 한 잔이 싫으면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는 것도 좋지”


에드워드는 클로이의 눈을 보며 장난스럽게 살짝 웃었다. 그 미소에 못 견디겠다는 듯 따라 웃은 클로이는 손을 내저었다.


“됐어, 술도 약한 사람이.”


“네 기준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술에 약할 걸?”


이리저리 사소한 대화를 주고받던 클로이는 그제야 진심을 조금 드러냈다.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도 극복을 못했나 봐. 유독 단장님 앞에서는 몸이 굳어버려.”


그녀는 슬프게 웃었다. 제1 기사단의 부단장 직을 내려놓게 만든 이유 중에 하나가 현 기사단장이었기에 그와 마주하자 그때 기억이 다시 떠올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늘 그런 기억들은 잘 낫지 않는 법이잖아. 시간이 지나가면 좋아질 거야. 분명히.”


에드워드 말에 조금 더 생각을 하던 클로이는 가슴에 달아 두었던 브로치를 떼어 손으로 만지작거리다 결심을 굳힌 듯 에드워드를 바라보았다.


“좋아, 내가 해야 될 일이 뭐야, 에드?”


씩씩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클로이를 보며 에드워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녀가 스스로를 약하다 평할지언정 에드워드에게 클로이보다 강한 사람은 없었다.


“백작 부인을 만나러 가야 하는데, 같이 가줄래?”


에드워드의 대답에 클로이는 장난스럽게 춤을 신청하는 신사처럼 화려하게 손을 내밀었다. 에드워드는 웃으며 가볍게 그 위에 손을 올렸고 두 사람은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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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3) 24.04.03 11 0 11쪽
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2) 24.04.02 16 0 12쪽
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 24.04.01 14 0 12쪽
6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5) 24.03.31 16 0 14쪽
5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4) 24.03.30 21 0 15쪽
4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3) 24.03.29 18 0 12쪽
3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2) 24.03.28 19 0 16쪽
2 case 1 : 헥티스 강도단 사건 (1) 24.03.28 33 1 16쪽
1 case. 14 : 제 2 오르뷔 참사 24.03.28 5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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