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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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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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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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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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5

DUMMY

앞 문장은 그럭저럭 알아보았으나 뒤 문장은 띄엄띄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도대체 단천문(亶天門)이라는 문파는 무엇이고 단천군(亶天君)이란 대 성인은 또 누구지? 까딱했으면 그림의 떡이 될 뻔했네! 내가 고구려인의 후손이었기에 망정이지 한족이나 다른 종족이었으면 큰일 난다는 말 아니야?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다고만 했지 어떻게 된다는 내용은 없잖아! 어떤 분인지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찔러···. 이건 또 뭐야 천년 비밀이 숨겨진 장소? 문파의 영광?"


어처구니가 없어 한숨만 나왔다.


하필 그 내용만 쏙 빠져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남은 미련에 후다닥 나가 다시 보자기를 펼쳤다.


뚫어져라, 훑었지만 역시나 없을 무 아무것도 없다.


맥 빠진 걸음으로 돌아오던 그는 순간 떠오른 생각에 탄성을 질렀다.


"맞아! 노사가 주고 간 물건, 황색 주머니가 있지. 거기에 혹 비밀장소의 내용이 있지 않을까."


다급히 품속의 주머니를 열어 내용물을 꺼냈다.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 주머니에 든 물건은 옥으로 만든 반쪽짜리 옥패였다.


작은 단서라도 찾으려, 눈을 크게 뜨고 살폈다.


옥(獄)? 아무리 봐도 옥이란 글자 외엔 없다.


"옥(獄)? 이건 무얼 의미하는 거지? 이 한자는 감옥을 뜻하는 말인데···. 뭐야~ 이건 보자기보다 더 뜬구름 잡기 아니야."


보자기 비밀을 풀며 원대한 그 무엇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껏 알아보기 힘든 반쪽짜리 무공과 반쪽짜리 옥패, 거기에 보지 못했다면 모를까 천년 비밀 어쩌고저쩌고하는 꿈의 문구만 읽고 말았다.


부푼 기대만큼 실망에 맥이 쭉 빠졌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반쪽이나마 얻은 비급. 하지만 잡친 기분에 보고 싶지도 않았다.


기존 풀지 못한 비밀에 또 다른 비밀 두 가지가 더해졌으니 의혹 더하기 의혹에 머리는 빠개질 것처럼 아팠다.


이제 완전히 사라져 쓸모없게 되어 버린 보자기. 화를 못 참아 짓이겨버린 그는 한 가닥 남은 희망에 기대를 걸었다.




반쪽이지만 거창한 이름의 신공(神功), 좋아! 시작해보자.


'운기의 기본은 입식으로 보통의 좌식(坐式)과는 달리 입식(立式)이다. 이는 인체의 중요 부위를 꺾어 역근 상태로 서서 하는 동작이므로 체내 주요경혈에 강한 자극을 주어 오장육부와 관련된 열두 경락과 기경팔맥이 상호유통, 기맥이 쉽게 유통되게 만든 고도의 수련법이다'


"뭐? 입, 입식 수련이라고?"


그가 아는 한 심법 수련은 천무구양신공과 마찬가지의 좌식 수련이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런데 서서 한다? 의아했다. 도통 믿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서 한다? 그 방식의 수련이 과연 원평이 도달한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걸까?"


속으로 의심이 뭉클뭉클 솟았지만 설마 도사가 나이 어린 애를 속이려 그랬겠는가 싶어 속는 셈 치고 종이 속 도사가 취한 자세 그대로 하나하나 따라 해 보았다.


먼저 기본자세.


처음 발 모양은 뒤꿈치를 축으로 양발을 각각 반직각으로 벌려 양발 끝이 마주치는 내각이 직각이 되도록 하고 양발 넓이는 양어깨의 1배 반 정도로 벌린다.


그런 후 "천(天)"이라는 구령과 함께 두 손을 올려 머리 위에서 교차시키며 엉덩이는 뒤로 빼고 허리는 곧게 펴서 활 모양이 되게 한 다음 "지(地)"라는 구령과 함께 손목이 역근된 상태에서 양팔로 큰 원을 그리며 서서히 앉아 양손이 무릎 앞에서 교차하도록 한다.


이어 "인(人)"이란 구령과 함께 원을 그리며 면전에서 양손을 합장한 상태로 "틀"이라는 구령과 함께 오른손이 안쪽으로 오게 손바닥을 틀어 비비고 다시 왼손이 안쪽으로 오게 손바닥을 비빈다.


마지막으로 "무(無)"라는 구령과 함께 왼손이 안쪽으로 오게 오른손은 바깥쪽으로 손바닥을 틀어 비빈 후 "극"이라는 구령과 함께 오른손을 뒤집어 손바닥이 바깥쪽을 향하게 한 뒤 서서히 내뻗는다.


이때 팔의 모양은 팔꿈치를 완전히 편 상태가 아닌 타원이 되게 한다.


이 정적인 상태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후, 양손은 큰 원을 만들어 돌려 배꼽 세 치 밑 하단전 부위에 살며시 갖다 놓으며 들숨일 땐 가늘고 길게 들이마시고, 날숨일 땐 마신 만큼 가늘고 길게 뱉어 호흡을 최대한 천천히 반복하며 운기, 단전 법을 시행하는 것이다.


"와~ 무슨 자세가··· 엄청 힘드네. 천무 신공은 좌식으로 전후좌우 몸을 크게 비틀진 않았는데 이건 왜 이렇게 후~"


‘이 자세로 단전에 발생한 기운을 다음의 심법에 따라 운행토록 한다. 하나를 잡으면 셋이 끌려오고 집일함삼(執一含三), 셋을 모아 하나로 돌아가나니 회삼귀일(會三歸一), 하늘의 계율을 널리 펴서 대연천계(大演天戒), 영세토록 인간이 지켜야 할 본보기가 되게 할지니라. 영세위법(永世爲法).’


"무슨 종교적 주술(呪術) 같아 보이는 데···."


밤을 하얗게, 지세며 신공에 수록된 자세와 운용에 대해 머릿속에 하나하나 입력해 가며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 나갔다.


운기 방법을 입식으로 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조용히 앉아 수행하는 좌식의 경우 특정 장소에서 특정 자세로 수련해야 하므로 상시 수련이 어렵고 공력증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어렵지만, 태양역근개운신공은 처음 자세만 어렵지 경지에 이르면 굳이 그런 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단순히 서서 이동만 해도 공력증진에 효과가 있어 활동의 모든 시간이 이용되므로 훨씬 효율적이라 서술되어 있었다.


즉, 좋은 점만 써놓았다.


‘흥!! 그렇게 입식이 좋으면 모두 입식으로 하지 왜 대부분 좌식으로 했을까? 말도 안 돼!’


우열을 가리는 건 어린 팽욱 입장에선 어려운 일.


이것 때문에 나중 어떤 난리를 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어쨌든 다음날부터 팽욱은 밤만 되면 혼자 죽어라 수련했다.


책에서도 기술했듯 타인이 보거나 익혀서는 절대 안 된다며 금지했고 고려인 외의 타인이 익히면 어떤 불상사가 벌어질지 모르기에 나원평과 혁린천과의 동굴 속 수련은 형식적으로 3일에 한 번 참여하고 되도록 가지 않았다.


두 사람도 기껏 수련해봐야 느는 것이 없는 그의 사정을 잘 알기에 굳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드디어 운기에 돌입한 첫날.


반신반의하며 순서에 따라 운기를 돌리는데 알 수 없는 색다른 기운이 단전에서 이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랐다.


‘따뜻한 기운이 단전에서 일며 하단전인 하주대맥(下周帶脈)과 중단전인 중주대맥(中周帶脈), 상단전인 상주대맥(上周帶脈)의 삼단전(三丹田)을 도는 석문혈(石門穴), 옥당혈(玉堂穴), 인당혈(印堂穴)을 마치 잘 뚫린 큰길처럼 뻥 하니 시원하게 흐르며 각각의 혈맥으로 힘차게 돌아 나오네. 이거 찐(眞) 인데!!’


"역시 나에게는 천재적인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아!"


자화자찬의 얼굴에는 한껏 뽕이 가득 찼다.


시작부터 대맥운기에 성공한 그는 즉시 다음 단계인 소주천(小周天)을 위해 자세를 바로 하고 하단전에서 회음혈(會陰穴)로 진기를 보내기 시작했다.


"어? 이, 이게 왜?”


‘갑자기 흐르던 기가 어디로 새는 거지?’


회음혈은 성기와 항문 사이 위치한 혈(穴). 잘 흐르던 진기가 고추와 항문에 다 달은 순간 방향이 교란되며 절반 이상의 기가 흔적없이 사라졌다.


다시 해보아도 역시 마찬가지.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다더니··· 어쩐지 순탄하게 풀리더라."


일단 여기서 중지.


그는 다음으로 기술되어 있는 신법에 대해 공부했다.


천기신행(天氣神行) 하늘의 기운 즉, 천지간 음과 양의 기운이 체내로 흡수 유통되도록 손과 발, 사지 백해로 보내 땅의 기운을 흡수하며 짓쳐 나가고 하늘의 기운을 흡수, 공중부양할 수 있도록 운신한다는 신법이었다.


운용의 기본은 역시 태양역근개운신공의 내력. 이를 동력으로 삼아 전개하는 것이었다.


일 단계 성취를 바탕으로 천기신행 제1식 출(出)을 시전했다.


두 발의 엄지에 기를 모으고 발뒤꿈치를 반직각으로 들어 꾸부린 후 상체와 무릎을 코와 같은 각으로 구부린 다음 팔을 전, 후로 구부려 기의 순환이 용이(容易)하도록 잡으면 기세가 잡힌다.


그런 후 단전에 모인 기와 엄지발가락 끝에 집중된 기를 서로 긴밀히 주고받으며 출 이라는 구령과 함께 튀어 나가듯 발 출하면 몸이 비호처럼 나아가는데 이를 12성까지 성취하게 되면 한 번에 수십 장의 허공을 도약, 순식간에 거리를 단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좋다! 해보자! 출! 억!”


자세를 잡고 도약하려는 순간 갑자기 전신의 기(氣)가 요동치며 사지 백해로 춤을 추듯 뻗어 갔다.


"으악! 아이고! 사람 살려!"


자신의 몸임에도 통제가 되지 않았다.


이리저리 미친 듯 몸속을 맴도는 기란 놈 때문에 애꿎은 방의 기물이 산산조각 부서져 나갔다.


굉음에 놀라 부모님이 뛰쳐 들어왔지만 모든 상황이 이놈 스스로 미쳐 날뛰며 부쉈으니.


"엄마, 아빠! 제발 저 좀 어떻게 해 주세요! 예!"

"이놈아, 정신 멀쩡한 놈이 이 애비를 놀리려 작정했느냐!"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제가 제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정말이에요!"


그제야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여겼는지 두 부부는 달려들어 그의 팔, 다리를 각기 붙들고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부모님만 도리어 튕겨 나가며 상처를 입고 말았다.


그렇게 그날 밤을 하얗게 보낸 팽욱과 부모님은 밀고 당기는 씨름 아닌 씨름에 고통의 밤을 함께 보내야 했다.


<3장 신공의 인연 끝>


작가의말

쓸데없이 디테일한 표현의 오지랖에 혹 짜증나신 분 계시면 ㅎ ㅎ 넓은 아량으로 이해바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정말 뭐가 될까? 궁금하신 분, 스트레칭한다 생각하시고 한번 흉내를 내 보세요.


되는지 안되는 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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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 7 장 오혈천(五血天)의 무공 24.06.20 379 6 14쪽
43 6-9 +1 24.06.19 361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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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6-5 +1 24.06.15 379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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