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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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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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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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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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4

DUMMY

* * *



"젠장! 도사는 이걸 어떻게 풀라고 던지고 간 거야!"


노도사가 간지 십주야(十晝夜)의 시간이 지났다.


밖은 제법 찬 바람이 불고 낙엽이 온 집안을 휘저으며 손을 바쁘게 했다.


그 일 이후 찾아온 제일 큰 변화는 아프던 몸이 깨끗이 나았고 계속 좋은 것만 먹어 그런지 힘이 세지고 몸이 가쁜 해졌다는 사실이다.


한편 자신의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소원(疏遠)했던 두 친구와의 관계는 팽욱이 잘못을 빌자 눈 녹듯 풀려 세 사람 사이 우정은 전보다 더욱 깊어졌다.


비가 온 뒤, 땅이 더욱 단단해진다 했던가.


그러나 잘 풀리는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팽욱을 괴롭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딴에는 머리가 좋다고 자랑했던 팽욱은 도사가 주고 간 보자기 비밀을 풀어내려 밤낮으로 고민에 고민, 이 방법 저 방법 총동원했으나 여전히 풀지 못해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물론 전부터 가지고 있던 회색과 자주색 보자기 역시 아직 풀지 못했으니 뭐 할 말은 없지만.


사실 그 보자기는 도사님 말씀에 이십이 되기 전 풀면 절대 안 된다 하셨는데 함부로 알아본다고 날뛰었으니 걱정이 되긴 했다.


어쨌든 진평 스승님 덕에 기본적인 분석은 되었으니 언젠간 풀릴 것이지만.


하지만 문제는 이놈, 이놈은 당장 풀어야 한다 하셨지.


그런데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아무 단서조차 찾을 수 없다.


어릴 때나 스승님께 쪼르르 달려가 물었지 나이 먹은 지금은 자존심만 커져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걸 풀어야 인연의 끈을 얻을 수 있다 했기에 기대도 컸다.


고사를 읽다 보면 저런 도사가 뭔가를 주고 그걸 풀게 되면 보물이나 막강한 그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머릿속 정설로 박혀 있는 상황.


가까운 예로 두 놈 친구가 얻은 기연이 그것 아닌가.


'녀석들은 천무문 무공을 얻어 날고 기는데 난···.'


오기가 나서라도 얻어야 했다.


모든 일이 정상으로 회복되고 잘 풀리는데 이 일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고 변죽에 약만 올렸다.




황금 똥을 밝은 꿈.


지난밤 꿈자리가 너무 좋았다.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아침부터 씨름이다.


처음 보았을 땐 아무 글자 없는 청색 보자기로만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구석에 작은 글씨로 사라질 消(소)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앞선 두 보자기도 같지 않았는가.


온통 말썽인 보자기. 아마도 이 시대엔 이렇게 감추는 행위가 유행이었던 듯. 어쨌든 짱구를 굴려 나름, 해석에 도전했다.


‘뭔가 사라진다는 의미의 소··· 의미가 주는 부담에 혹여 훅 날아가지 않을까 두려움에 그냥 냄새 맡고 살짝 구겨 보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어 답답해. 그런데 정작 이상한 건 냄새야. 시금털털한 자극적인 냄새.’


"이 냄새의 정체는 대체 뭘까?"


용기를 내 구겨도 보았지만 별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없었다.


"예전 선생님이 하신 방법으로 문자풀이를 하면 물(水)과 작은달(小月)이라 풀 수 있지. 작은달이라 하면 초승달이란 의미일까 아니면 초승달의 모양을 의미하는 걸까?"


'초승달 의미라면 양과 음의 칙칙한 뭔가 음모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상태이고 모양이라면 무엇을 담을 수 있는 바가지 형태의 그릇? 그리고 그 앞에 수(水)의 물이 있어···.'


짜증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생각을 180도 전환하기로 했다.


"어차피 풀지 못하면 운명이 뒤틀린다고 했지. 그래, 이판사판 사라지면 뭐 보자기로 쓰던 가 그러자. 물과 바가지 그리고 신 냄새 이 모든 건 틀림없이 상호 어떤 연관 점이 있을 거야."


팽욱은 과감히 움직였다.


보자기를 손에 들고 우물가로 간 그는 둥근 모양의 바가지에 물을 담고 기원했다.


"제발 틀리지 않기를···."


원형이 손상되며 사라질까 두려워 애지중지, 어떤 액체에도 담그지 않고 구기지도 않았는데. 눈 딱 감고 푹 담갔다가 즉시 뺐다.


실눈을 치켜뜨고 손에 쥔 보자기를 조심조심 펼쳤다.


물에 닿은 보자기는 쭈글쭈글해진 상태. 어? 이게 웬일? 뭔가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림과 상형문자. 도사의 벗은 그림과 함께 깨알만 한 상형문자가 뚜렷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헉!”


자연스레 터져 나온 비명, 보자기에 코를 대자 짙은 염산 냄새가 확 풍겼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거였어. 역시 난 천재! 작은 달은 바가지를 의미했고 앞의 물 수(水)는 물을 의미했어, 그리고 염산은 물과 상극이니 도드라졌고"


발견했다는 기쁨에 괴성을 지르며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이때.


"욱!! 조용히 해!! 아빠, 지금 배합 작업하고 있다. 배합 작업 잘 알지? 정신 산만하게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알았어요···, 아빠!"


열세 살이 되었지만, 외아들이다 보니 아직 어린양이 많이 남아 있어 아버지보다는 아빠라 부르는 게 더 자연스러운 팽욱.


쉿! 입에 손을 댄 뒤 들뜬 마음을 진정시킨 그는 천천히 보자기를 펼쳤다.


억!


깜짝 놀란 비명, 그림이 눈 깜빡할 사이 흐릿해졌다.


기겁한 그는 다시 보자기를 물에 담그려 우물가로 달려갔다.


막 물에 담그려다 언뜻 스친 불길함에 멈칫했다.


'아까 젖었을 때 염산 냄새가 났어. 염산은 물에 닿으면 소멸하는 성질을 갖고 있고. 또 담근다면 염산은 완전히 풀리고 겨우 나타났던 그림 역시 모조리··· 윽! 사라질 소(消) 바로 그런 의미였어!!'


오한에 솜털이 순간 곤두섰다.


멍청했던 자신의 머리를 쾅 때린 그는 즉시 한지(韓紙)와 붓, 먹물을 챙겨 들고 입에 물을 머금어 보자기에 흩뿌렸다.


그러자 흐려졌던 그림과 글씨가 다시 나타났는데 처음보단 흐려졌다.


날아갈까 두려워 정신없이 그림과 글씨를 옮겨 썼다.


하지만 글의 자수(字數)가 너무 많아 한 번에 다 옮겨 적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여러 번 같은 방법으로 옮겨 적고 옮겨 적었지만, 완전히 옮겨 적지 못하고 겨우 그림과 글씨 삼분의 이(二)만 적어 놓는데, 만족해야 했다.


나머진 그사이 모두 흔적없이 사라졌다.


땅을 치고 통곡했지만 소용없는 일.


팽욱은 옮겨 적은 종이를 가지고 총총걸음으로 방에 들어갔다.


개발새발, 급히 적느라 엉망진창. 한숨이 나왔다.


어쨌든 건진 건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만 심법에 따른 기의 운행을 묘사한 듯 보였다.


글씨는 운영된 심법을 이용, 무공을 펼칠 수 있는 무공구결 같은데 처음 잘 모르고 물에 흠뻑 적시는 바람에 상당히 지워져 뭐가 뭔지 도통 알아볼 수가 없었다.


'에이! 정말!'


도사, 정말 원망스럽다.


까짓 줄려면 제대로 알려 줄 것이지 이렇게 만들어 기껏 풀었지만, 푼 값도 못하게 만들어 한순간에 날아갔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늙은이의 저의가 뭔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 도사 탓만 할 일도 아니다.


분명 문자로 경고하고 푸는 방법까지 알려 준 건 사실 아닌가, 사라질 소(消)로 말이다.


입맛을 다시며 옮겨 적은 내용을 살폈다.


역시 그림 상단에 흐릿한 글자가 삐뚤빼뚤 쓰여있었다.



"태양역근···개운···신공(太陽易根開運神功) 태양역근개운신공! 이 그림의 무공이름이 이것이구나, 이름 한번 거창하네."


벌거벗은 도사 그림 안에는 역시 굵은 점들과 그 점들을 연결한 선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고 점의 명칭은 작은 글씨로 명기되어 있었다.


도사의 그림 아래에는 역시 위에 명기한 점과 선의 순서를 나열해 표기하고 각각의 소요시간과 기의 양을 써놓아 어느 정도의 힘과 시간, 어느 방향으로 시작해 마무리 지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묘사해 놓았다.


원래 보자기의 그림과 글씨는 용사비등 한 필체로 그려지고 써진 것이었는데 서둘러 베끼다 보니 본인이 써놓고도 무슨 내용을 써놓았는지 알아보지 못하는 자구가 많았다.


"아이쿠! 두야! 이거 도대체 뭐라고 써 놓은 거야!"


스스로 잘못해놓고 누굴 원망할까.


'그래, 뭐 이정도도 잘 한 거야'


스스로 자위하며 그림 옆의 무공구결을 살폈다.


이것은 그림의 글씨보다 더 엉망이라 제목 외에는 알아볼 내용이 거의 없었다.


그림을 먼저 그리고 뒤에 무공구결을 옮겨 적느라 초서체(草書體)로 갈겨 쓰다 보니 엉망이다.


"천기······.신행(天氣神行) 응, 이것은 신법인 것 같은 데. 우와 미치겠네, 반만 알아보고 반은 도무지···. 후~"

"이건 행···운유···수(行雲流水) 행운유수, 보법의 하나로 구름이 흘러가듯 유려한 움직임을···. 뭐야 이건 3분의 1만 알아볼 수 있고 나머진 아예···."


뒤는 볼 필요도 없었다. 아예 빈 공백 상태니까. 옮기지 못한 나머지가 이 부분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글귀 하난 흘려 썼어도 알아볼 수 있었다.


"여기 수록된 심법과 각종 무술은 백두산 정기를 받은 단천군(亶天君)이라는 고구려계 대 성인이 세운 도(道)를 추구하는 문파로 문파의 이름은 단천문(亶天門), 그리고 여기에 있는 모든 무공은 반드시 고구려인의 피를 받은 자만이 익혀야 하며 다른 피를 가진 자가 접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으니 전인은 타인이 볼 수 없도록 철저히 보관하고 인연이 있다면 본 문파의 천년 비밀이 보관된 장소···. 문파의 영광을 빛내 주길 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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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6-9 +1 24.06.19 365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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