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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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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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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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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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4

DUMMY

“어푸~!!”


죽을힘을 다해 위로 솟구치려 했지만 엄청난 흡입력에 빨린 권집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꼼짝 못 하고 또 끌려 들어가야만 했다.


마치 용암이 분출하듯 물줄기는 작은 구멍을 통해 권집을 부숴버릴 듯 밖으로 내동댕이쳐 버렸다.


두 번째인 이번은 처음과 달리 내성이 생겨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고 정신도 잃지 않은 상태였기에 떨어진 뒤 괴성을 지르며 공격해왔던 대상을 가까스로 확인하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어떻게 저런!”


괴물! 시커먼 회색 긴 갈기 털을 가진 괴물 7마리가 각 방위를 점한 상태에서 그를 노려보며 으르렁댔다.


괴물들은 자신이 평생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괴상한 생김새다.


언뜻 보면 호랑이 같기도 언뜻 보면 악어 같기도 한 매우 독특하게 생긴 괴물들.


일장이 넘는 몸길이에 벌린 입 사이로 손가락만 한 날카로운 이빨이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입가에 흥건히 고인 침은 넘쳐흘러 질질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뾰족한 발톱으로 바닥을 긁는 소리는 마치 까마귀가 울부짖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한 마리가 포효하며 소리치자 나머지 대여섯 마리도 합창하듯 호응했다.


카오오!

포효하던 괴물들, 그가 노려보자 번개 불에 콩 튀듯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


너무 빠른 움직임에 순간 어리둥절, 두리번거리는 이때 상하좌우전후 각 방위 찢어질 듯 날카로운 파공성이 고막을 때리며 파고들었다.


순간 먹먹해진 귀. 마치 진공상태에 빠지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공포, 강심장인 그에게도 소리는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즉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공격에 대비했다.


역시 예상대로 실체를 드러낸 괴물들 가늠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홀짝 방위별로 치고빠지며 공격했다.


“흥! 어림없다!”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 신속하게 반응하는 그의 몸, 결렬한 춤을 추듯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움직임의 경쾌함과 빠름에 스스로 놀란 권집, 어떻게 된 일일까?


그렇다.

앞선 2단계 쾌에서 익힌 초감각 감(感) 즉 동(動)이 신속 반응하며 대응하도록 했던 것이다.


권집의 빠른 손놀림에 가죽 북 터지는 요란한 격타 음과 괴물들의 괴성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그럴 때마다 그의 몸 주변에는 괴물의 몸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회색 털과 거북 등가죽 같은 두꺼운 뱃가죽이 허공에 난무했다.


그러나 이놈들은 어떻게 된 놈들인지 아무리 때리고 찌르고 찢어도 마치 철판을 두드리는 듯했다.


오히려 때리고 찌르다 지치는 건 권집.

다친 상처에 또 다른 상처가 덧대어 터지며 온몸이 피로 도배한 듯 엉망진창으로 변했다.


‘또 이놈의 비급 때문에 이것들이 달려드는 것은 아닐까?’


권집은 지체 없이 품에 있던 비급을 내던졌다.

하지만 전혀 동요치 않는 괴물들. 비급 때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비급은 녀석들의 발굽에 찢기고 더렵혀진 채 구석에 박혔다.


오히려 비급이 놈들의 화를 북돋았는지 더욱 매섭게 할퀴며 달려들었다.


잘 돌아가는 풍차처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펼쳐지는 매서운 공세.


끝없이 막아내면서도 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점, 멀쩡한 자신의 몸이다.


지독한 통증과 튀는 피, 그리고 무수히 많은 상처가 눈에 분명 보였었다.


그런데 잠시 뒤 다시 보니 빠른 속도로 봉합되며 아물더니 멀쩡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니 통증도 그리 심하지 않았다.

의혹이 구름처럼 일었다.

모든 것이 너무 반복적이다.


‘혹, 마존께서 안배해놓은··· 괴물이 아닌 기물(氣物) 아닐까?‘


기물?

땅이 꺼지고 수압에 잠겼다가 튀어나오고 어김없이 괴물이 달려들고, 그리고 또··· 왜 끝없이 반복될까?


의혹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그는 결심을 굳히고 그대로 신형을 우뚝 멈춰 세웠다.


그리곤 질끈 눈을 감았다.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휘잉, 크아앙!


너무 빨라 육안 식별이 불가능했던 괴물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그의 감각 속에 실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헉! 이럴 수가!’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듯 보였던 괴물들의 공격에는 일정한 법칙이 숨겨져 있었다.


오행 팔괘에 음양이 조화를 이루며 태극의 기운이 규칙적이면서도 현란한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구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한 건 통상의 오행 흐름이 아닌 역행의 불 규칙적인 행태의 공격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었다.


‘맞아! 그것이었구나, 내 이미 만독불침(?)의 경지에 들어서 어지간한 공격에도 금방 회복되는 자연치유능력이 생겼어, 그래서 이렇게 수많은 상처를 입었어도 쓰러지지 않고 계속 버틸 수 있었던 거야. 게다가 알 수 없는 역행의 흐름까지···.’


맞상대한다고 무식하게 대들어봐야 자신만 지칠 뿐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에 철퍼덕 가부좌를 틀고 앉아 괴물들의 무차별 공세를 앉은 자세에서 살짝살짝 비틀거나 움직이며 피했다.


일정한 규칙적인 움직임에서 갑자기 변칙적인 움직임으로 돌변하면 여지없이 두들겨 맞은 그.


그때마다 참을 수 없는 고통과 괴로움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일각도 버티지 못하고 까무러쳤다.


그가 바닥에 풀썩 쓰러지자 괴물들의 공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멈춰 섰다.


그리고 의식이 돌아와 다시 깨어나 앉아 버티면 기다렸다는 듯 끝없는 변칙 난타가 이어졌다.


위, 아래, 좌우, 중앙, 등, 배, 다리, 팔 등 변화무쌍하게 이어진 공격, 단 한 번도 같은 공격은 없었다.


그러길 수십여 차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공지 안에도 계절의 변화는 있는지 어느덧 쌀쌀한 바람이 불어왔다.


워낙 오랜 시간 곡기를 끊었으니 굶어 죽었어야 마땅하거늘 아직도 멀쩡한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이제 괴물들의 공세는 공세 같지도 않아 코웃음 치며 피했다.


맞는 횟수 역시 100번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지만 그 역시도 마치 솜방망이로 두드리는 듯 아니 안마해주는 듯 시원했다.


"하하하! 이놈들! 좀 더 세게 두드리지 못할까!"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공세(?)에 절로 가소롭다는 듯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단계의 마지막에 접어들었음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이젠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에 호흡을 고르고 깊게 마신 뒤 숨을 몸 구석구석으로 보내고 동시에 단전의 기(氣)를 중앙으로 모은 뒤 좌우 장에 끌어모았다.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뱉으며 장을 정면을 향해 쭉 뿌렸다.


굉음이 터짐과 동시에 전달되는 가벼운 충격. 그리곤 끝이었다.


괴괴한 적막감, 서서히 눈을 떴다.


"어?"


기이하게 일그러지는 그의 표정.

그도 그럴 것이 괴물들의 비참한 시체로 도배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장내 모습은 상상과는 전혀 반대로 전개되어 있었다.


바닥 여기저기에 울퉁불퉁, 기름칠을 했는지 윤기가 흐르는 철로 감싼 굵은 철갑 통나무 십여 개가 끊긴 쇠줄에 엮여 산산조각이 난 채 뒹굴고 있었던 것.


“이게 뭐야?”


어이가 없었다.

겨우 이런 철갑 통나무들과 그 오랜 시간 씨름했단 말인가.

통나무와 철을 만져보니 단단하고 견고했다.


‘이걸 내 맨손으로··· 끊고 부셨어?’


새삼스레 다시 보는 자신의 손, 그는 시야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이 빠졌다 튕겨 나온 물웅덩이가 곳곳에 보였다.


푸우욱!


가끔씩 웅덩이는 숨을 쉬듯 십 장에 이르는 물줄기를 연신 품어냈다.


물줄기는 어찌나 센지 바위조차 부수어 버릴 기세였다.


그리고 깎아 세운 듯 반지르르한 절벽에는 이끼와 고사리가 잔뜩 낀 채 누군가 뜯어먹었는지 군데군데 움푹움푹 패여 있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대여섯 구의 해골들. 그들 모습이 다시 눈에 띄었다.


손엔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 빈손에 주인 잃은 검들이 동강 난 채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하~아!”


어이가 없어 연신 터져 나오는 긴 한숨.

문득 아차 싶었던 그는 심했던 상처가 생각나 즉시 살폈다.

멀쩡한 상태.

지독했던 통증은 그럼?

어이가 없었다.

몸에 걸친 옷은 누더기가 되어 너덜너덜한 채로 있었지만, 혈흔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멀쩡한 피부에 새까만 떼만 덕지덕지 껴 있을 뿐.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던 그는 타는 갈증에 웅덩이에 고인 물을 한 모금 벌컥 마셨다.


헉!

갑자기 주변 풍광이 급변하며 아까의 광경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바닥에는 괴물들의 갈가리 찢긴 사체가 산지사방에 흐트러진 채 늘어져 있었다.


"이, 이런 어이없는 일이 어떻게!"


그랬다.

이곳에 들어와 웅덩이에 빠지는 순간 물을 마시게 되었고 마신 즉시 환상에 헤매도록 안배되어 있었다.


기관에 의해 작동하는 단단한 철갑 통나무의 집중공세는 그의 뇌리에 잠재된 공포의 존재가 괴물로 환생해 무차별 공격을 가했던 것.


모든 것이 환각의 착시였다.

죽어있는 해골만 남은 시신들 역시 그와 똑같이 스스로 만든 환상에 빠져 기관장치와 대결을 벌이다 결국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그사이 사투만 벌이며 꼼짝 않고 있는 듯 보였지만 실은 배고픔에 이끼를 뜯어 먹으며 허기를 메우고 버티고 있었음이 뜯기어져 흉물스럽게 남아있는 이끼가 말없이 대변해 주었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3단계 강은 모두 끝난 것일까?

허무했다.


"그럼, 도대체 난 여기서 무엇을 얻은 거지?"


깊은 회의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혼란스러운 마음 진정되지 않아 벌러덩 바위 위에 누웠다.


눈을 감은 그, 그런데 이때 아무것도 아닌 듯 생각되었던 통나무의 공세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또렷이 기억 속에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십여 개의 난타에 그의 손과 발은 자연스레 반응하며 막고 쳐내며 대응했다.


맞을 각오로 대응한 이후 그의 몸은 통나무의 변칙공격에 따른 충격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몸에 가해진 각각의 충격이 전신 요혈을 두드리며 소통시켜 기의 혈맥을 유도해 주었다는 사실 역시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수없이 반복되는 흐름에 대한 깨달음을 몸으로 익히고 그에 따라 유도된 기는 임맥과 독맥을 자연스레 터지게 만들어 일주천 시켜 주었고 그에 따라 그의 내력은 급속도로 증가 되었던 것이다.


기존의 내력에 최소 30년 이상의 내력이 더 해진 무려 일갑자 이상의 내력을··· 더불어 자연스레 펼쳐진 장과 권은 상승무공 초식을 전수함과 동시에 막강한 위력을 형성하며 모든 것을 일거에 쓸어 버렸다.


삼 단계 강(强)!

신체의 내, 외부를 강하게 단련함과 동시에 타격에 의한 기의 순환을 깨닫게 해주었던 단계.


놀라운 일이 아닌가.

머리로 익힌 힘이 아닌 몸으로 익힌 힘이다.

본능으로 익힌 힘.

권집은 뿌듯한 자부심에 한껏 부풀어 오르는 기쁨을 만끽했다.


"흐흐, 생명 없는 통나무 자체가 비급이었어. 그러니 비급을 던져 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게야. 하하하!"


몸으로 자연스럽게 익힌 무공.

어느 정도 위력인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일부러 물을 마셔 중독을 유도했다.

빈 공터를 찾아 이동한 뒤 조용히 눈을 감고 손과 발을 흐름에 맡긴 뒤 때를 기다렸다.


윙! 윙!


강맹한 기운이 움직임과 동시에 쏟아졌다.

동시에 빛살처럼 빠른 십여 고수가 파도처럼 날아왔다.

하지만 그의 눈엔 그들의 동작이 너무 느려 보였다.

3인이 합격으로 상중하 동시에 찔러왔지만.


“후후, 그것으론 어림도 없지!”


코웃음을 친 그는 가볍게 공세를 피한 뒤 다음에 닥칠 공세까지 대비하며 손속을 움직였다.


너무도 여유로운 움직임.

지금 그를 위협할 그 무엇도 이 순간 존재치 않았다.

모든 것이 단조롭고 싱거웠다.

절정의 신법에 이은 급소 공격, 마치 동시에 이뤄진 것처럼 리듬감 있게 이어졌다.


보기엔 춤을 추듯 경쾌하고 날렵한 날랜 움직임이지만 빈틈을 찾을 수 없었다.


그에겐 지금 그 무엇도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를 위협할 존재는 이제 없다.


‘놀랍다! 진정 이것이 3단계 강의 정수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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